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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12 22:45:01
Name 공기청정기
Subject 저 현역시절 대대장님이 저희한테 바라셨던거.
    

  한날 저희 주둔지로 오셔서 말씀 정신 교육을 하시며 말씀 하시길...

  "이런 말 하면 니들 아마 웃겠지만 내가 여기서는 그래도 니들 부모님 대신 니들 돌보는 입장이잖아. 아니 나도 알아. 니들 부모님 대면 내가 부모님들 처럼 세심하게 보살필수도 없고, 완전히 같은 마음일수도 없지 당연히.

  근데 부모님들 니들한테 바라는거 많으시겠지만 잘먹고, 잘자고, 아프지 말고 잘 사는거 기본일거 아냐.

  근데 뭐 잘먹는건 뭐...니들 훈련만 갔다 오면 1개 분대가 다른부대 1개 소대분을 먹고 간식에 식후땡까지 안빼 먹으니까 난 그거 걱정 안해.

  공기 너 빼고 임마! 편식을 하고 (삐-)이야.(실제로 저 생선 비린내 굉장히 힘들어해서 생선 잘 안먹습니다.)

  자는거 뭐...니들 뭐 뒷통수만 붙이면 숙면이잖아. 그거도 딱히 걱정 안해.

  공기 넌 좀 그만자 임마! 훈련한다고 CS탄을 까니까 방독면을 쓰고 졸아?(...)

  근데 병걸리고 다치는건 걱정이지. 몸쓰는데니까...

  그러니까 니들도 개인위생 잘 관리하고. 운동이건 훈련이건 작전이건 오바 좀 하지 말고.

  공기 너말이야 너 임마! 작전 보내 놨더니 무릎을 아작내서 오질 않나...지난주엔 뭐? 축구하다가 손목이 나가? 재주도 좋다 이놈 자식 진짜..."

  그 외에도 '내가 뭐 쌍팔년대처럼 군기잡으란건 아닌데...넌 너무 퍼졌어 임마!' 라거나 '...말이나 못하면 밉지나 않지 허허 참...' 이라면서 갈굼 되게 많이 먹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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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소나무
20/09/12 23:01
수정 아이콘
군대가 완전 개같지는 않은게 확실히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납니다. 군대 시스템 생각하면 위, 아래, 간부 다 엿 같은 관계여도 이상하지 않은데 '와 이 구석에 그래도 이런 사람도 있네' 하면서 적응하는 거죠 껄껄껄.
공기청정기
20/09/12 23:14
수정 아이콘
뭐 거기도 사람 사는데더라구요.

저는 아버지께서 직업군인이셨던지라 군부대 문화에 좀 익숙해서 더 그렇게 느꼈을수도 있겠습니다.
kogang2001
20/09/12 23:01
수정 아이콘
좋은 대대장님이시네요~~크크크
전 대대장을 생각하면 갑자기 포상휴가를 받은 기억이 납니다.
신병때 대대에서 대기하다가 대대장면담에서 대대장이 제 고향 중학교 선배였단걸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대장이 중학교 선배란걸 잊고 지나다가 일병때 대대장이 제가 있는 기지를 방문했습니다.
그떄 제가 취사장에서 밥을 하고 있었는데 대대장이 갑자기 "kogang2001이 일 잘하는데 휴가줘"라고 해서
일주일인가 이주일인가 후에 대대장 포상휴가를 갔다온 기억이 납니다~~크크크
공기청정기
20/09/12 23:15
수정 아이콘
묘하게 개그 욕심이 많으셨죠.(...)
StayAway
20/09/12 23:02
수정 아이콘
'니들의 임무는 나라를 지키는 거지만, 내 임무는 니들을 건강하게 집으로 돌려보내는거다' 라고 하던 우리 부소대장님 뭐하고 사시나 모르겠네요.
공기청정기
20/09/12 23:15
수정 아이콘
솔직히 병들을 책임지는 간부라면 부하를 무사히 전역시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The)UnderTaker
20/09/12 23:11
수정 아이콘
부대로 처음 오자마자 소원수리 받아서 계급별 부조리 전부 싹 없애버리신 대대장님.. 오로지 병사들만 생각했던 대대장님 지금 뭐하시는지 궁금하네요.. 병사들은 무지 챙겨줬는데 간부들은 얼마나 갈구시던지 크크
공기청정기
20/09/12 23:14
수정 아이콘
저희는 짜잘한 사고 치면 일단 다친데 없는지 물어보시고 없다고 하면 '이놈 자식 조심좀 하지 정신 놓고 다닐래?' 라면서 가볍게 암 크랭크(...)를 거시더군요.;;;
치열하게
20/09/12 23:12
수정 아이콘
대대장은 보통 병사 이름 모를텐데... 공기님이 워낙 유명인이셨거나 대대장이 신경 많이 쓰는 사람이거나 였겠군요. 아님 또 다른 사례던가.

기억나는 저희 부대 대대장들(제가 두 명 겪었으니) 에피소드는 부대의 병사 한 명이 탈영했을 때
선임 대대장은 부대 병사들 다 사열대에 모아놓고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앞으로 잘 해봅시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었고
후임 대대장은 조사나온 사단 사람 앞에서 중대장과 행보관에게 '내가 이렇게 말했는데 너희들이 왜 안지켰느냐'라고 질책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선임 대대장은 병사들 사이에서 X랄맞다라고 평가받는 장교들이 자기 입으로 '존경한다'라고 말할 정도였는데 후임 대대장은 제가 봐도 지휘관감은 아닌 느낌이었죠(개인적으로 당한 게 있긴 합니다만).
그런 평가엔 제가 훈련 때 당번병 대신 CP 연탄 갈다가 뚜껑 떨어뜨려서 선임대대장 잠을 깨웠지만 '그래 고생한다'라고 답하시고 아무일도 없이 넘어간 것도 있겠지만요
공기청정기
20/09/12 23:18
수정 아이콘
아...어지간한 애들 이름은 다 외우고 다니셨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제가 사고를 안치고 다닌건 아니구요.(...)
20/09/12 23:13
수정 아이콘
저는 대대장님과는 전역전에 대화 나눈거밖에 기억이 없네요. 뭐 꼬투리라도 잡힐까봐 그림자라도 보이면 도망가기 바빴어요 크크
공기청정기
20/09/12 23:19
수정 아이콘
저는 비무장지대에 작전을 다니는 부대다 보니 대대장님 뵐 일이 상당히 많았단 말이죠 이게...

작전 철수 후에 통문 앞에서 기다리시던 대대장님이 나눠 주시는 초코바가 그렇게 달았었죠.(...)

...아니 이게 힘든데 단 음식이 들어가니 어우...;;;
잠만보
20/09/12 23:27
수정 아이콘
밑에 적으신 글에서도 느꼈지만

공기님이 대대장님 만난건 서로에게 행운인것 같습니다 :)
공기청정기
20/09/12 23:31
수정 아이콘
저야 뭐 좋은 상관 만나 좋긴 했는데 과연 두목은...(...)
20/09/12 23:29
수정 아이콘
저는 수송부에 있었는데 장비관님이랑 저런 관계 였네요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배려를 정말 많이 받았었죠
공기청정기
20/09/12 23:32
수정 아이콘
장비관님이 좋은 분이셨나 보군요.

저희 대대장님도 환자 발생 하면 해당 병력 집에 직접 전화로 연락 드리고 했었는데 무릎 나가서 입실했을때 집에 전화 하니 부모님께서 제가 어디가 얼마나 아픈지 다 알고 계시더군요.;;;

알고 보니 군의관님한테 제 상태를 듣고 '이러이러 해서 이러이러하게 다쳤습니다. 죄송합니다. 잘 치료하도록 하겠습니다.' 하고 연락 오셨다고...;;;
20/09/12 23:38
수정 아이콘
그 장비관님이 3종 업무 빡세게 굴리다 디스크가 터졌.. 지만 어쨌든 군대에선 보기 드물게 시킬 땐 시키고 풀 땐 푸는 게 확실한 타입이었어요
장비관님이 얼마나 커버를 쳤는지 훈련, 행군, 사격, 경계근무 다 몇 개월 간 쉴 수 있었죠
(이미 짬을 좀 먹기도 했었고..)
덕분에 더 악화되지 않고 무사히 전역할 수 있었다 싶습니다

사실 대대장이라는 인간은 병력 관리에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오직 진급에만 미쳐서 겉보이는 것에 대단히 집착하는 사람이었죠
20/09/12 23:34
수정 아이콘
제가 입대하고 자대배치 받은지 얼마 안됬던 시절의 대대장은 육사출신인데 그 자부심이 얼마나 개쩔어주는 지 절대로 병사들과 같은 식판으로는 밥 안먹는다고.. 이딴걸로 어떻게 먹냐면서 국은 반드시 뚝배기그릇에 담아서 갖고와야하고 별의별짓거릴 다 함.. 부대 특성상 대대도 중대도 상위부대 간섭을 안받는 독립대대 및 독립중대였다지만 진짜 크크
뭐 특별히 뉴스에 나올법한 갑질을 한단 얘긴 못들었는데 (제가 기억못하는 걸수도 있고) 그 뭐랄까 병사들과 자기 밑에 부하들을 한없이 아래로 깔보는 인식?이라고 해야할까 자기는 육사출신의 천상계(?)라는 자부심이 너무 심하게 넘쳐흘러서......
공기청정기
20/09/12 23:37
수정 아이콘
저도 군생활 내내 모신 대대장님 두분이 다 육사 출신이셨는데 취향은 고급지셨을지언정 그런식으로 생색 내는 스타일은 아니셨던게 참 좋았죠.

개인적으로 즐기시는 차나 간식은 고급품을 선호하시지만 평소 식사나 훈련중에는 거친 음식이나 잠자리도 마다하지 않는 분들이셔서...

오히려 전술훈련때 정찰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으면 달콤한 간식 같은거 나눠주시면서 '당 보충 하고 가야지. 정찰나가면 고생인데.' 하면서 한마디 해 주시는게 그래도 좀 살만 하게 해 주는 점이 되더군요.
20/09/13 00:03
수정 아이콘
그 분은 참 솔직하게 사시는 분이네요. 육사들 자부심 유별난건 있어도 보통은 일상에서는 티 안내고 겸손하다가 감정이 드러나는 특수한 상황에서만 종종 보이던데... 크크
유목민
20/09/13 11:59
수정 아이콘
20년도 더 전 이야기라 조심스럽기는 한데..
계급은 소위부터 중령까지
사관학교 출신(해사), 수대 해대 ROTC, OCS, 등등 장교 출신들 중에서
가장 사병들과 같은 식판에 밥 잘먹고
소대장이든 중대장 대대장이든 지휘관인 경우 부하들 끔찍히 챙기는 장교는
대부분 사관학교 출신이었는데요..
사병식당 밥이나 반찬 질에도 엄청 신경쓰고..

진리의 케바케겠죠..
기억의파편
20/09/13 01:11
수정 아이콘
산사태 맞아 언제무너질지 모르는 건물안에서 물자 꺼내오라고 병사들 들이밀던 우리 대대장놈은
그렇게 원하던 진급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네요.
공기청정기
20/09/13 13:41
수정 아이콘
어우 순간 뭘 잘못 읽었나 했네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네...그런건 업자를 부르던가 공병대에 조언이라도 구해서 처치를 한 후에 해야지 원...;;;
꼬마산적
20/09/13 07:12
수정 아이콘
그래도 CS탄 깟는데 방독면 쓰고 주무신건 너무 하신 흐흐흐
공기청정기
20/09/13 13:42
수정 아이콘
아유 그냥 뒷통수 붙일것도 없이 잠이 오더라구요. 크크크
미카엘
20/09/13 09:53
수정 아이콘
좋은 간부들도 더러 있죠 크크 저 복무할 때의 대대장님도 용사들 처우 신경 많이 쓰시던 분이었습니다.
공기청정기
20/09/13 13:42
수정 아이콘
하지만 저 좋은 행실을 기행으로 다 까먹으시는게...(...)
kindLight
20/09/14 10:13
수정 아이콘
저는 반대로 나쁜 간부들만 만나서 아니 그보단 본인도 군생활 힘들어서 여유가 없는 상태라고해야하나 진짜 병들에게 무관심했고 갈구기만 하고.... 대신 병사들끼리 사이가 좋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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