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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9/12 02:18:44
Name 공기청정기
Subject 쟤는 사람아니냐?
    

  어떻게 행보관님한테서 도망쳐서 뻉끼를 치면 잘 쳤다고 소문이 날까(...) 고민하던 전역 D-30여일의 어느날이었습니다.

  뭐 사실 저희 부대는 말년이 될수록 긴급투입용 땜빵부품 취급인 부대라(...) 그딴거 없는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만...(전역 하루전날 K3들고 수색다녀오고 그날 저녁 당직 선 1人)

  본부중대에서 뭔 가혹 행위가 터졌었더랬습니다.

  애를 만두를 미친듯이 먹였대던가...만두가 아니라 라면이었대던가 그랬는데 하여간 그게 좀 도가 지나쳐서 애가 토하고 난리가 났었습니다.

  그게 대대장님 귀에 들어갔고, 후일 탄약관님 통해서 듣기로는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대대장님께서 완전히 뚜껑이 열리셔서 그걸 시킨 본부 계원을 미친듯이 혼 내셨다는데...(참모님들 말리고 난리 났답니다. 그 불같은 성격에 만에 하나라도 욱해서 손이 나갈까봐.;;;)

  "쟤는 사람 아니냐? 니가 쟤를 사람으로 봤으면 사람한테 그런짓 할수나 있겠냐? 너는 아니라고 할지 몰라도 니 마음속에서 쟤를 사람 이하로 본거 아니냔 말이야."

  라면서 불같이 화를 내셨다고 합니다. 당연히 만창.(...)

  '...그러게?' 싶더군요.

  '아...저런 발상도 있구나...갈구는거 참 창의적으로...아니 아니...선임이 후임을 사람으로 안볼수도 있는거였구나...'

  뭔가 되게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뭔가 그런짓 하는 애들은 '내가 사람을 이렇게 마음대로 부린다.' 라는 우월감에 취해서 하는줄 알았는데...그런 발상도 있을수 있구나.

  사람을 아예 사람으로 안보고 장난감이나 말못하는 동물 취급해 버릴수도 있는거구나...하고 뭔가 굉장히 충격적이었단 말이죠...

  뭔가 그 말이 있잖아요?

  전역 후에도 가슴속에 남아 있어요.

  사람이 아무리 싫어도 사람으로 봐야 한다는것.

  물론 저도 완벽한 인성을 갖춘건 아니라 진짜 저게 사람은 맞을까? 싶은 케이스가 없진 않습니다만...그래도 대대장님이 하셨다는 그 말을 곱씹다 보면 그래도 뭔가 큰 싸움이 될 상황을 원활하게 빠져 나갈때가 있는건 사실이었고 말이죠...

  지금 돌아보면 저는 군생활 하면서 상관들은 참 잘 만났던것 같습니다.

  훈련이야 뭐 지금도 징글징글한데...그래도 휴식 보장 해 주려고 노력은 하고 저런 부분에 신경도 써 주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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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화
20/09/12 02:32
수정 아이콘
자기보다 약한 사람은 사람으로도 안 보는 사람이 분명히 있죠. 그 기준이 힘인지 돈인지 사회적 지위인지는 다양하겠지만...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사람xx로 안 보이던 선임도 있구요.
공기청정기
20/09/12 02:34
수정 아이콘
신병때 첫인상이 장난 아니게 무서운 선임이 있었는데 말이죠...

분위기 확 잡으면서 빳따를 치더랬습니다.

번트로...;;;

알고보니 개그 캐릭터였...(...)
거짓말쟁이
20/09/12 07:32
수정 아이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걸 단적으로 보여주는게 군대죠.. 사고나면 지휘평가 깎여서 어지간하면 욕하고 갈구는 걸로 끝내는 경우도 많은데 만창을 보내버린건 대대장님이 정말 훌륭한 분인거죠..

저도 똑같은 대대장님을 만나서 좀 안타깝네요... 보통 진급 못하죠
공기청정기
20/09/12 07:50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말뚝박은 동기놈 피셜에 의하면 진급은 의외로 성공 했다더군요.(...)

그때 제 반응이 "왜?"

동기놈 반응이 "그렇지?"(...)

우리 두목 그렇게 보신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오쇼 라즈니쉬
20/09/12 08:54
수정 아이콘
더 높이 올라가시면 좋겠네요.
잠만보
20/09/12 09:24
수정 아이콘
정말 좋은 교훈을 군대에서 배우셨네요

저도 사람을 사람취급 하지 않는 사람같지 않은 닝겐을 꽤 만나보다보니 무슨말인지 충분히 공감합니다

의외로 많이 배운 사람들이 저러는 경우가 많아요

공부에만 몰두해서 세상물정 모른채 사회에 나왔는데 주위에선 직업, 타이틀만 보고 대우해주니

자연스래 대접받는데 익숙해지면서 인간을 인간으로 안보게 되는 경우가 흔하죠
공기청정기
20/09/12 09:2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걸 역적용 해서 축구할때 접대 플레이 하면 "이런다고 나오는거 하나도 없으니까 사나이대 사나이로 붙자!" 면서 짜증 내십니다.

그리고 우리 중대엔 대학 축구부, 고교 야구부출신 병이 하나씩에 배구 선수 출신인 폭파관이라는 인외괴수 3종 세트가 있었고...(...)

애초에 중대 부사관단이 부사교 출신보다 특전교육단 출신이 더 많은 시점에서 이미...(...)
빙짬뽕
20/09/12 09:37
수정 아이콘
사람을 사람취급만 해줘도 가혹행위를 할 수가 없죠 조그만 꺼림칙한 일에도 주저하게 되니까;
공기청정기
20/09/12 09:40
수정 아이콘
솔직히 하다못해 전쟁터에서 잡아온 북한군도 사람취급은 해 줘야 뒷탈이 없는데 아군한테 왜 그러는지 몰라요...
임전즉퇴
20/09/12 15:37
수정 아이콘
분위기를 위해서 누군가를 반드시 희생제물로 바쳐야 하고(왜 굳이?라고 하면 미스터리랄까 컴플렉스랄까..) 그것을 나름대로 [공정]하게 선정하여 그 공정성에 도취되면 선을 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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