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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8/23 15:50:36
Name 바람벽
Subject 지역의사제의 배경과 성공을 위한 전제 조건
의과대학 정원 감축은 의료제도발전특별위원회(2002)에서 10%의 일괄감축과 정원외 편입학 금지가 합의를 통해 제안되었고, 2004년부터 단계적인 감축이 시작되었습니다. 편입학 인원 비율 조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의 개정이 필요하지만, 정원 조정의 법적인 결정권한은 교육부에 있는지라 이 때도 입시 혼란 등을 고려하여 1년의 갭을 두고 시작되었고 이 조치는 향후 몇 년간 이어졌습니다.

원래 2000년의 의-정 합의 당시 의사수급계획에 따르면 ‘의과대학 정원 10% 감축은 이미 발표된 계획에 의하여 추진하고, 30%까지의 추가적 조정문제에 대하여는 의료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검토 한다.’ 라고 되어 있었지만, 저 안을 실행하는데도 대학 측의 반발 등 상당한 논란이 있었고 이후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로의 큰 변화가 같이 결부되어 있었기에 정원은 변동 없이 큰 틀에서 현재까지 유지됩니다.

약 13년 동안 의사 수급이 동결된 형태로 유지된 것과 더불어 몇 가지 변화들이 발생했는데, 1) 밀레니엄 시대의 의과대학 내 여성의 비율이 전반적으로 이전에 비해 높아졌고, 2) 90년대에 조금씩 보이던 전문과목 편중, 의사면허자들의 전문과목 선택을 위한 중도포기 및 재수 등의 선택이 늘어났고, 3) 미용, 성형 뿐 아니라 의료실비보험으로 인한 비급여 시장이 팽창하였고, 4) 교통 발달과 함께 의료의 수도권 집중이 나타났습니다.

4가지는 각각 별개의 현상이라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의 원인으로서 작용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들을 가속화했습니다. 실제 지역의료가 망가지기 시작한다는 증거들이 주로 의료접근성과 질 지표들에서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그에 앞서 보건경제학자들 (김진현, 정형선 교수 등)이 학회 및 시민사회를 통해 의사 증원이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학계 외에도 이분들이 활동하는 경실련과 보건의료노조, 환자단체 등이 대표적인 증원 찬성 측 입장이고 현재도 이 흐름을 이끄는 큰 축 중 하나입니다.

이해관계자들마다 다르지만 의사 분포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잡히면서, 여러 대안과 실행방안들이 기획됩니다.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는 지역적 개념 뿐만 아니라 분야(분만, 외상), 직종(군대, 기초 분야 등)에 걸쳐 고루 작동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행태의 대안들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1) 공중보건장학제도, 2) 여러형태의 공공의대(국방의과대학원 포함, 각종 특수직종을 양성하는 의대) 설립, 3) 기존 의과대학 증원 4) 공중보건의사 제도 개편 등과 더불어 외국의 지역의사제 모델 들이 고민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원래 초창기 우리나라에서도 특정 지역에서 예외적으로 부여하는 한지의사 개념을 운영한 적이 있고, 지원에 의한 공중보건장학제도가 안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면허조건과 결부된 강제 배출이 필요한 시점이 된거죠.



지역의사제를 위해 얼마의 인원이 필요한가에 대한 부분은 사실 제도의 핵심인데, 이 부분에서 300명 의사 증원이라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의사 증원을 하지 않고 지역의사제를 할당하는 것보다는 제도 수용성이 높고, 의사를 제외하면 반대할 이해관계자가 많지 않기에 집권 여당의 선거 공약으로서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의사증원 확대 정책의 선의와는 별론으로 중간에 지역구 국회의원, 사학 재단, 종합 병원, 일부 교수들에게 돌아가는 메리트가 있으니까요.  

https://www.medigatenews.com/news/3892621305
https://www.medicaltimes.com/Users/News/NewsView.html?ID=1135255

아마 착각하는 지점은 의료계 내 젊은 층의 반대가 이정도로 심할 줄은 몰랐다는 점이겠지요.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데 디테일을 논의하기에는 너무 앞서 와버린 상황이 아닌지 싶네요.

아무튼 지역의사제와 일부 정원 확대가 지역의료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느냐? 지역간 의료격차를 해소할 수 있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저는 지역의사제는 분명하게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만, 현재 간호사, 치과위생사 등 보건의료직종 전반에서 이미 똑같이 보이는 모습들이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좀 더 고민이 필요하고, 국민들과 의료계, 정부 모두가 감내해야 될 부분이 각각 있다고 생각합니다. (두 직종에 대해서 똑같이 양적으로 증가시키는 정책을 계속 해 왔고, 현상적으로 달라진 부분이 크지 않다는게 현장의 의견입니다.)

1) 의료 이용의 자유는 어디까지? 의료전달체계에서 가입자(국민)들이 감내할 부분은?

이미 분만, 응급외상 등의 분야에 대해 먼저 지난 몇 년간 인프라 구축과 수가 인상이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착각하는 지점 중에 하나가 시설과 인력에 따라 기본적인 필수 의료 서비스를 구축하면 이용하지 않을까인데...

A지역에 산부인과의원을 갖추어 놓았고, 수가도 인상했지만 해당 수준의 의료행위량이 달성되지 않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실제 병원에 오게될 분들의 입장을 확인해보니 1) 나는 빅5 수준 또는 최신의 분만병원 수준의 진료를 누리고 싶으니 필수의료 수준으로는 곤란하다 2) 병원만 가는게 아니고 의료 외의 다른 인프라 같이도 누려야 하는데 머물도록 강제하지 말아라입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도 몇 가지 형태의 인센티브로 지역화(regionalization)를 강조하려는 노력들이 있지만, 전반적인 수도권 집중화와 환자 이용에 대한 제한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아무리 투자를 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질환별로, 분야별로, 지역별로 혹시나 의료기관의 방문을 일정부분 제한하게 된다면 여러분들은 받아들이실 수 있으신가요?

2) 지역의 공공 인프라 구축은 실제로 진행될 수 있는지? 돈을 얼마나 투자해야 할지?

우리나라의 몇 개 지역들은 심뇌, 응급 등 핵심적인 기능(흔히 말하는 300bed 이상의 병원 혹은 종합병원급)을 할만한 하드웨어가 부족한데 이를 짓는 부분은 건강보험 수가로 운영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건강보험 수가는 기본적으로 원가를 일정부분 반영(not 보존)하는 형태로 운영되기는 하지만, 시설운영비를 보장해주는 개념이 아닐뿐더러, 갈수록 높아지는 초기투자비용을 고려할 때 대폭적인 투자가 필요합니다. 예산으로 공공병원을 짓거나 기존의 민간병원을 인수하는 등의 부분은 전향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나, 최근 몇 년간의 공공의료대책을 보더라도 이 부분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재정당국이 그럴만한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며,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기 어려운 배경에는 공공부문의 비효율화, 중복 투자 문제, 적극적으로 찬성하기 어려운 국민 여론 등이 한 몫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건강보험을 제외한 보건의료 분야 순수 예산은 연간 3조 안팎입니다. 물론, 지역과 일정부분 비율을 분담하게 될 수 있겠지만 공공의료 설립, 인수, 시설 투자에 얼마까지 더 쓰시겠습니까? 1조 정도를 쓰기 위해서 직접세를 평균 4% 정도 올려서 받을 수 있을까요?    

3) 도대체 인력을 어떻게 교육하고 양성하고 기획하는 거지? 앞으로의 계획은?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는 공공재는 아니고 공공적 성격을 띈 필수재 혹은 가치재입니다. 많은 의사들이 등록금 등의 지원을 받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고, 개원의 혹은 봉직의들이 활동하는 상당수 의료기관은 공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보험분야라 하더라도 큰 면세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상당수 의료인은 자영업자이자 사기업의 월급쟁이로 인식될 뿐입니다.

실제 보건의료분야의 교육 및 수련에 조세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건강보험 전체의 14%정도 들어가는 세금을 포함하여, 사회보험의 특성상 각자가 지출하는 보험료가 다시 의료인 교육 양성에 거의 투자되지 않습니다.
(국립대학의 학교회계 및 지방재정은 좀 더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합니다.)

각자의 학교와 병원에서 양성된 의료인들은 매몰비용 및 근무환경 등을 고려하면 공급자 유인수요 이론에 어느 정도 부합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인력 확대 정책은 필연적으로 보험료의 상승을 불러오고 그 수급과 운영이 신중하게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이 시행된건 이제 채 1년이 되지 않았고, 다른 보건복지분야와 달리 인력자원에 대한 부분은 연구도, 계획도 부족한 상황입니다. 당장 추가되는 지역의사 300명이 활동하는 시점에 무슨 전문과목으로 필요한건지? 그 사이 전문의 수급은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 인력간 면허범위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중복되는 공중보건의사제도는 어떤 방향으로 전환할 것인지?

그 전에 현재 의사들이 어떻게 분포해서 뭘 하고 있는지? 에 대한 현황 분석도 필요한데 비급여 부분에 대해 파악이 되지 않는 지금으로서는 아마 완벽하게 인식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PGR 로그인 한지 너무 오랜만이라 휴대폰 인증을 하려다보니 제 소개글이 이렇게 남아있더군요. 아마 2011년에 작성한 내용 같습니다.

20년 8월 현재 시점에서 1), 2), 3)이 실현되거나 논의조차 어려운 부분이 있더라도 나중에는 더 폭넓은 논의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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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문제'를 등진채 개인의 양심, 집단의 이기심만 비난한다고 해결되는가? 반성과 혁신은 계속되어야 하겠지만.

어느 순간 의료계는 파업만이 살 길이 된다는 인식을 확고하게 굳힐 것이고, 양 쪽이 크게 다치게 될 날이 오게 되겠지. 지금의 상황에 체게바라는 해답을 제시할 수 있을까? 난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이 극한대립을 끝낼 수 있는 방법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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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기괴계
20/08/23 16:01
수정 아이콘
말씀대롭니다.

지역 의료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의사의 배치 강제에 질환별로, 분야별로, 지역별로 혹시나 의료기관의 방문의 일정부분 제한이 따라오기 마련이죠.
찬공기
20/08/23 16:26
수정 아이콘
밑에 댓글 달고 보니 기기괴계님께서 먼저 강조해주신 걸 못봤네요.
의료기관 이용 제한에 대해서는 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걸까요. 지방 거점 대학병원들도 KTX시대, 서울로~서울로~ 추세에 타격입는 판국에 공공병원이 어떻게 살아남을 지에 대한 생각을 이 정부에선 갖고 있긴 한걸까요? 이런 구체적인 논의도 없이 밀어붙일 생각만 하고 있으니.. "졸속"이란 비판을 들어 마땅하고, 그 저의가 의심되며, 정치 논리 아니냐는 의구심을 거둘 수 없는겁니다.
本田 仁美
20/08/23 16:09
수정 아이콘
애초에 이 문제를 해결 하고 싶은 마음이나 있는지 부터 의심이 되는 상황이라 잘 될 수가 없죠.
트윈훈
20/08/23 16:11
수정 아이콘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없죠. 그저 표만 얻고싶을뿐...
이민들레
20/08/23 16:21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바람벽
20/08/23 20:39
수정 아이콘
논의 자체는 본 글에서도 썼듯이 10년 정도 해묵은 문제이고 분명하게 해결이 필요합니다.
학계도, 정치권도, 정부도, 의료계(의협, 병협, 의학회)도 각각 나름의 플랜 혹은 주장대로 지난 수년간 움직이고는 있었으니까요.

다만, 일을 진행하는데 있어서,
의협 패싱 후 쉽게 할 수 있을거라고 착각을 했거나 TP'O' (Occasion)의 관점에서 실책을 일으킨 것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本田 仁美
20/08/23 20:46
수정 아이콘
저는 정치권은 해결 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정부는 상황에 따라서 다르고 의료계는 위치마다 다르고 학계는 해결 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부는 해결이 아니고 이용 하려는 것 같네요.
20/08/23 16:14
수정 아이콘
지역의사제가 필요한데 지방에 가고 싶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게 문제죠.
환자와 의사 모두

환자는 모르겠고 의사는 강제로 보내야겠으니 힘없는 신입들 보내겠다는 게 정부 생각이고
힘 없어지는 은퇴의사들 보내겠다는 게 의협 생각.

다시 보니 선녀같은 거라도 있었으면..
기기괴계
20/08/23 16: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실력이 모자란 신입보다는 실력이 있고 경험이 풍부한 은퇴의사가 더 낫겠다는 생각은 해봅니다.

간단히 생각해봐서,

지방 거주를 원치 않지만 정책적 제한으로 지방에 거주하며 진료하는 젊은 의사들이 더 열심히 볼까요,

본인이 지방 거주를 하겠다고 해서 배치된 은퇴의사가 더 열심히 진료를 해줄까요?

은퇴의사라고 하면 고령의 의사를 떠올리기 마련이긴 하지만,

요새 대학병원에서 은퇴한 60대 교수급 의사의 실력은 부교수급의 현직 의사들이 따라오지도 못하는 경우도 많고,

그런 은퇴 의사를 모셔오려고 대학병원에서 은퇴하기만을 기다리며 러브콜을 날리는 병원도 많습니다.

심지어 이번 의사 증원 정책을 극찬한 대한병원협회장이 운영하는 병원인

인천 한림병원의 이비인후과 봉직의이신 이정권 과장님이 딱 그런 케이스죠.
20/08/23 16:23
수정 아이콘
그냥 대충 썼는데..
신입은 실력이 부족한 문제,
은퇴의사는 어떻게 보낼건지의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말씀하신대로의 상황이라면 그 분들이 지방에 왜 가겠습니까..
기기괴계
20/08/23 16: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생각보다 많이들 가세요. 본인들은 아직 은퇴할 나이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들 하시거든요.

일자리만 안정적이면 말이죠.

다른 전문직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모든 근로 조건이 1년 계약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은퇴 의사들은

본인의 직장의 안정성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 합니다.
20/08/23 16:29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충분한 수만 채울 수 있다면 저도 그 쪽이 낫다고 생각되네요.
20/08/23 16:36
수정 아이콘
그리고 생각보다 50대부터 직장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병원에서도 더 젊은 의사를 원하거든요.
정년 없는 전문직이라는건 개업하신 분들이나 해당되는 얘기입니다.
MirrorSeaL
20/08/23 19:29
수정 아이콘
추가로, 기피학과는 그 일자리조차 없어서 지방에 못 내려가십니다. 정년퇴임하시고 일 찾으시는 분들 많습니다......
당장 아시는 흉부외과 교수님께서 대학병원 정년퇴임(65세)하시고 지금 일자리를 찾고 계신데 영 찾기 어려우신 것 같더군요.
하긴, 다른 학과도 아니고 흉부외과니...... 심지어 섬 쪽도 알아보고 계신데도 구하기 어렵다고 하십니다.
바람벽
20/08/23 20:19
수정 아이콘
은퇴의사 활용은 충분한 수를 채울수는 없고, 여러 세부적인 대안들 중에 하나입니다.

지역의사제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사례를 참조한 내용이고,
이게 낮은 의료의 질을 담보하는 내용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비하될만한 정책은 아닙니다.

다만, 병원, 의원 뿐만 아니라 보건기관 등의 특성과 지역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활용되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기사 "위암 권위자 양양보건소장 부임 여부 놓고 관심"
http://www.kado.net/news/articleView.html?idxno=1035601
이리스피르
20/08/23 19:28
수정 아이콘
은퇴의사 불러서 쓰자는게 의외로 합리적이네요?? 이건 그다지 찾아보지않았던건데...
MirrorSeaL
20/08/23 19:34
수정 아이콘
기피학과같은 경우엔 일자리 마련도 되니 굉장히 합리적이죠. 특히 대학병원 같은 최전선에서 일하신 분들은, 진짜 몸 갈아가면서 일하신 베테랑 중의 베테랑들이십니다. 온갖 케이스를 다 겪어보셨으니 경험치 만렙 찍으신 분들이죠.
기기괴계
20/08/23 19:45
수정 아이콘
현재 뿐만 아니라 과거의 우리나라에서 자식의 교육 문제, 거주 환경의 선호도 때문에, 수도권과 광역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주 환경 문제가 바로 이 의료 시스템에도 영향이 장난이 아니죠. 의사도 의사 이기 이전에, 한 여자의 남편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며,

자식들의 아버지나 어머니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자식 교육 등의 대도시 선호의 정도가 덜해지는 시기인 50-60 대 의사들의 지방 의료 기관 고용은 충분한 대안이 됩니다.

30-40대의 지역 의사라면 지역 근무 시작하는 날부터 벗어날 날짜를 세어가는 말년병장 같은 느낌으로 살아가는 이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진료 욕구에 대한 동기 부여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 만약 이대로 시행 된다면 지역 의사들의 진료 의욕 저하로 인한 부작용 문제가 분명히 큰 사회적 문제가 될겁니다.

그 지역 의사들을 해고하기도 쉽지 않을 상황이 될 것이 뻔하거든요. 고의적인 업무태만을 잡아내기도 쉽지 않을테고...
이리스피르
20/08/23 19:55
수정 아이콘
들으면 들을 수록 지금 정부가 추진하겠다는거보다 이게 훨씬 낫네요... 논리적으로도 그렇고 아무리봐도 이게 더 합리적인데...
로드바이크
20/08/23 23:06
수정 아이콘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보면요.

은퇴한 의사들을 지방으로 보내자는 이야기는 아니시죠?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그런거죠? 은퇴하면 좀 쉬고 싶기도 하고 그럴텐데 멱살잡고 끌어내리면 화날듯.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할 수는 있겠는데 그렇다면 부족한 공공의료가 다 채워질지 의문입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쪽에서 열심히 일하던 사람은 낙하산 내려오는건데 괜찮으려나요?
트윈훈
20/08/23 16:25
수정 아이콘
은퇴의 나이가 몇살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60대라고 한다면 신입보다는 100만배 더 낫습니다. 환자 cass 수부터 차이나서 게임이 안됩니다.

더구나 군의관, 공보의들도 의무복무때문에 오지에 박혀있지 끝나면 다 나오지 않습니까?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 하시면 될것같아요.
찬공기
20/08/23 16: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말씀하신 아래 문장이 "국민들" 입장에서 핵심일텐데 얼마나 똑바로들 이해하고 있나 모르겠습니다.
[질환별로, 분야별로, 지역별로 혹시나 의료기관의 방문을 일정부분 제한하게 된다면 여러분들은 받아들이실 수 있으신가요?]

병원이 의미를 가지려면, 시설, 의사 등등의 의료자원 뿐만 아니라, 일정 숫자 이상의 "환자군"이 유지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KTX 시대에 너도나도 서울 가면 지방 공공병원엔 어떤 환자가 갈까요? 텅텅텅? 공공의대 돈들여 복무 강제한 의사들을 어디에다 쓸까요? 헛돈 쓰는거죠.
그렇다면 지역별 의료기관 이용의 제한이야 말로 지방 공공의료의 성패를 좌우하는 요소에 있어서 핵심적인 안건이 될 것입니다. 현재의 정부 안건대로 추진한다면 말입니다.
근데, 이러면 또 수도권/지방 차별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엄청나게 복잡한 문제인데, 사회적인 논의가 똑바로 되어 있는게 맞습니까?
정부에서 의견 수렴한다고 하고 똑바로 해 놓은게 대체 무엇입니까..
20/08/23 16:25
수정 아이콘
이전 관련글들에 댓글로 지방의 환자풀 문제에 대해 가볍게 언급한 적은 있는데 이 글에서 훨씬 잘 풀어주셨네요. 이게 서로 연관된 게 많아 복잡한 게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이 정도면 정말 깔끔하게 정리해주신 듯 싶습니다.
트윈훈
20/08/23 16:32
수정 아이콘
당장 내 가족이 공공의료원에서 진료받고 수술 받는다고 하면 다 서울로 보내지 않을까요?
KTX 타고 3시간이면 오는데 환자도 얼마 없고 시설도 좋지 않은 (상대적으로 서울 big5보다) 병원에서 누가 받으라고 할까요?
더파이팅
20/08/23 16:40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공공의료 수준을 잘 아는지라.. 큰 수술은 의사인 저 부터 대학병원 보낼 겁니다.
솔직히 현재도 의료원 100개가 아산병원 1개 보다 펑션 못하죠.
펑션 못 하는게 문제인게 아니라 한계가 분명한건 그냥 인정하고 정책 수립을 해야 합니다.
20/08/23 16:45
수정 아이콘
지방의료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서울공화국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의사들이 다들 서울에만 살고싶어하는데 의사만 그런게 아니라 전국민이 서울살고 싶어해요.
그래서 서울 부동산이 폭등했는데 이걸 해결하면 부동산 문제와 지방의료 문제가 동시에 해결되거라 생각합니다.
찬공기
20/08/23 16:50
수정 아이콘
그래서 결국은, 수도 이전이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 몰려있으면 당연히 서울에서의 효율은 좋지만 지방들이 다 죽어갑니다. 일부 효율성을 포기하더라도 수도 이전을 해야 할텐데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특히 헌법재판소!) 까지 다 옮겼으면 좋겠습니다...
20/08/23 19:27
수정 아이콘
미국의 수도는 뉴욕이 아니라 워싱턴D.C.죠. 수도 이전에 효과가 전혀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지방이 살아나기엔 부족할 듯 합니다. 그나마의 방안이 한 지역에 몰빵하는 것인데 이미 전국 각지로 내려보냈죠. 수도 이전의 힘이 더 약할 수 밖에 없습니다.
회색의 간달프
20/08/23 16:57
수정 아이콘
몇몇 분들은 참 놀라운게 의사한테 히포크라테스 선서와 의사로써의 사명감과 양심을 찾더군요...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거의 그것만 찾는 느낌...
찬공기
20/08/23 17:40
수정 아이콘
히포크라테스가 무슨 이야기를 한건지 똑바로 읽어보기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아들뭐하니
20/08/23 17:06
수정 아이콘
진짜 의사 숫자만 늘려서 청진기하나만 쥐어주고 지방으로 다 보내면 만사가 해결될걸로 생각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20/08/23 17:18
수정 아이콘
늘리는 거만 하고 정말로 아무 것도 안하면 안하니 못한 최악이겠죠. 의사를 단순히 골고루 뿌린다고 해결책은 아니죠.
Inglesina
20/08/23 18:25
수정 아이콘
그게 딱 군의관들 다루는 윗선 마인드입니다.
청진기 하나 쥐어주고 일선 대대급에 뿌려놓지요.
다만 이들은 만사가 해결될 걸로 생각한다기보다는 무슨 일 생기지 않게 해주는 부적 내지는 토템, 사건이 생기면 희생양으로만 생각한다는 게 차이긴 하겠네요.
성형외과군의관
20/08/23 19:18
수정 아이콘
크윽 뼈아픕니다..
트윈훈
20/08/23 22:09
수정 아이콘
아...아앗
그그하미타불 관세음보살...
하우두유두
20/08/23 17:22
수정 아이콘
아들이 군대에갔어요. 수도병원에서 수술한데요. 저같으면 당장 병가 요청해서 5대병원 수술 요청할겁미다. 지방병원도 마찬가지지 않을까하네요
이더리움
20/08/23 17:56
수정 아이콘
남원 공공의대 성공하게 하고 싶으면 이거 하게 하면 됩니다.

-남원 사람은 남원 내에서만 진료받을것.
-수도권으로 이사 금지
성형외과군의관
20/08/23 19:40
수정 아이콘
필연적으로 선택권의 제한 및 공공의료와 민간의료의 이원화를 가지고오게되겠죠. 의도는 그렇지 않다고 하겠지만요..
성형외과군의관
20/08/23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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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료의 발전과정을 보면(대부분 미군사례긴 합니다만) 결국 미군이 베트남전과 이라크전등을 거치며 깨달은 점이 의사를 여기저기 흩뿌려두기보단 한 곳에에 몰아두고 응급한 환자 발생시 현장의무요원 혹은 동료 전우의 응급처치를 통해 "시간을 벌고" 그 번 시간을 이용해 즉시 후송하여 의사들이 모여있고 처치장비 및 약품보급이 수월한 야전병원에서 치료하는게 생존률을 가장 높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비슷하게 이국종교수님도 외상센터를 전국에 쪼개기로 설립하기보단 6개정도만 지정하고 의료진을 확충하자고 했었고요. 쪼개졌지만요 결국.

1년에 응급수술 10개하는 공공의료원에 있는 전문의보다 매일 수술하는 센터 전문의의 숙련도가 당연히 높을테고 이러한 공공의료원을 전국으로 쪼개면 몰리는데는 병상수가 부족하고 남는데는 수술이 없어 의사실력도 아무래도 퇴보하고 병상도 노는 비효율적인 일이 발생하겠죠,

저는 사실 정말 생존률을 생각한다면 단순히 거리를 가지고 주장하는 접근성이야기보단, 실제 의료기관에 당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이야기해야된다고 생각하고(실제로 ktx가 생기며 지방에서 서울의료기관으로의 접근성이 개선되었죠) 이를 위해 응급이송체계확립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리스피르
20/08/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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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분야분이신 것 같은데... 보통 헬기 같은게 도 하나 커버한다고 치면 환자 이송하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바람벽
20/08/23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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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닥터헬기 운용할 때 병원 기준 100km 반경, 왕복 1시간을 목표로 삼기는 합니다. (중증 외상 기준)
다만, 일부 도의 경우 도서지역이 있기 때문에 이를 넘어서는 부분들이 있고,
경기도 같이 큰 지역은 당연히 북부와 남부로 운용되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지역의료 개념으로 권역센터 급이 많이 필요하지는 않고,
낙후지역에서는 중증 외상 환자의 응급 처치를 위한 Critical Access Hospitals(CAHs) 역할만 수행하면 되는데,
우리나라는 정치논리로 쪼개졌죠...

의대 정원 같은 경우에도 보면,
영남이라는 특성과 부산, 경남을 무시하고 '울산광역시'가 인구 비중만 놓고 정원확대하겠다고 달려들고 있고, 통합 창원시도 비슷한 상황이고,
호남이라는 특성과 광주를 무시하고 '전라남도'가 의과대학이 없다고 만들겠다고 달려들고 있죠.....
이리스피르
20/08/23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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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논리가 문제네요...
스칼렛
20/08/2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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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대대급에는 의무부사관만 있어도 되죠. 물론 군대에서는 군의관보다 의무부사관이 더 귀하기 때문에 가장 흔한 군의관을 쓰는것 뿐입니다만?ㅠㅠ
그래도 머리 돌아가는 사람이 몇명은 있는지 계획은 그런 방향으로 세워져 있긴 한데, 머리 안 돌아가는 사람이 더 많아서 여러 가지 반대에 부딪히는 모양이더라고요.
성형외과군의관
20/08/24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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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항상 완벽하고 목표는 항상 성과있게 달성되며... ..다들 뒷 이야기는 안해도 아시겠죠??ㅜㅜ
꽃갈피
20/08/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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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카테고리라 추천이 안되는게 아쉽네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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