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8/04 12:47:10
Name 우주전쟁
Subject 붉은 행성에 고이 잠들다, 오퍼튜니티 (수정됨)
2003년 7월 7일 나사의 화상탐사로버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오퍼튜니티호가 화성으로 출발합니다. 그로부터 약 6개월 후인 2004년 1월 25일, 오퍼튜니티호는 무사히 목표했던 화성의 메리디아니 평원(Meridiani Planum)에 도착하여 탐사 활동을 시작합니다.

7562_Mars-MER-Opportunity-rover-launch-Delta-2-full2.jpgstep15_br350.jpg

나사의 기술진들은 이 탐사가 화성일로 약 90일 정도 진행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로버가 활동하다보면 화성의 붉은 먼지와 토양이 오퍼튜니티호의 태양전지패널에 쌓이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패널이 태양빛으로부터 충분한 충전을 하지 못하게 돼서 그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로버의 작동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죠.

1057_1057_rover2_768.jpg

하지만 뜻하지 않은 행운(?)이 오퍼튜니티의 운명을 바꿔놓았습니다. 화성에 주기적으로 바람이 불어서 태양전지패널에 쌓인 먼지들을 날려 보내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화성의 날씨 패턴 같은 정보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때라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이런 행운에 힘입었는지 오퍼튜니티호는 당초 예상했던 90일의 탐사 기간을 훌쩍 넘어서서 무려 14년 동안 화성의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탐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오퍼튜니티호는 무수히 많은 화성 사진들을 전송했고 화성에 한때 물이 존재했었다는 증거도 찾아냈습니다. 오퍼튜니티호가 발견한 것들과 그가 화성에서 한 경험들이 이후 화성탐사미션의 방향을 설정하고 더 발전된 로버를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음은 굳이 부연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8414_1_MAIN_mars-rover-opportunity-tracks-Sol3754B-pia18605-CROPPED.jpg3440.jpg?width=620&quality=85&auto=format&fit=max&s=c84e732c0570e4977c26eed9553af105

그러나 영원히 화성에서 꿋꿋하게 살아남을 것 같았던 오퍼튜니티에게도 최후의 순간이 다가오고야 말았습니다. 2018년 6월 화성에는 관측사상 가장 심한 수준의 먼지폭풍이 불어 닥칩니다. 화성 상공의 대부분이 모래먼지로 뒤덮였습니다. 예전에도 오퍼튜니티는 여러 차례 먼지폭풍의 시기를 꿋꿋하게 견뎌냈기 때문에 나사의 기술진들은 이번에도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힘이 다했던 걸까요? 많은 이들의 기대와는 달리 오퍼튜니티호는 그 이후 나사에서 보내는 어떠한 통신에도 답신을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2019년 1월 25일, 나사는 오퍼튜니티호에 마지막 명령을 실어 보냅니다. 그러나 오퍼튜니티호에서 되돌아오는 신호는 없었습니다. 2019년 2월 13일, 오퍼튜니티호의 미션이 "완결되었다는" 나사의 발표와 함께 14년, 40킬로미터가 넘는 긴 여정이 끝이 납니다.

15-049c.jpg

더 크고, 더 많은 최신 장비들을 갖춘 후배 로버들이 화성을 탐사하면서 오퍼튜니티는 이제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질 것입니다. 누가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다"라고 말했다지만 사라지는 것이 곧 죽음이요 종말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모두가 작고 보잘 것 없었던 일개 로버를 잊어버리겠지만 오퍼튜니티는 계속 화성의 모래 사막위에 남아 인류의 위대한 도전 정신을 증언할 것이라 믿습니다. 이름 그대로 "기회를 만들어 낸" 그 미지의 세계에서.

blog2.png

REST IN PEACE! OPPORTUNITY!

5c688f8d1da1fd00086223f3-eight.jpg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及時雨
20/08/04 12:50
수정 아이콘
오퍼튜니티는 아니고 스피릿 만화지만 늘 이게 생각나요.
https://xkcd.com/695/
열두시반
20/08/04 21:01
수정 아이콘
ㅠㅠ 너무 슬퍼요 눈물..
안철수
20/08/04 12:54
수정 아이콘
오퍼튜니티는 픽사 만화 같아요. 고생했다.
20/08/04 13:06
수정 아이콘
정말 월-E가 생각나네요. 통신은 안되지만 지금도 여전히 움직이고 있을지도요.
20/08/04 12:56
수정 아이콘
수십년 뒤에 [*된] 우주비행사가 발굴할 것입니다.
醉翁之意不在酒
20/08/04 13:06
수정 아이콘
그분은 패스파인더를 파냈죠....오퍼튜니티는 멀리 있어서 굳이 찾으러 안갔던걸로
광배맛혜원
20/08/04 12:57
수정 아이콘
오퍼튜니티 : 이 정도면 만들어준 은혜는 다 갚은거겠지. 이제 어둠으로 사라져야겠어
화성인들이여 지금부터 지구 정복을 준비하자!
及時雨
20/08/04 13:03
수정 아이콘
20/08/04 12:59
수정 아이콘
그리고 먼 훗날 뜻하지 않은 사고로 화성에 혼자 남게된 누군가가 오퍼튜니티의 잔해를 이용해 지구로의 송신을 시도하는데...
20/08/04 13:12
수정 아이콘
와 마지막 사진 ..
독수리가아니라닭
20/08/04 13:19
수정 아이콘
답신을 보내지 "못한" 게 아니라 "않은" 거였다면?
우주전쟁
20/08/04 13:25
수정 아이콘
알파고님! 다음 명령을 내려주시죠!...
-안군-
20/08/04 14:01
수정 아이콘
실시간으로 화성을 개척하고 있던 중이었다면?
방과후티타임
20/08/04 16:38
수정 아이콘
xx년후, 화성 지하에 오퍼튜니티가 창조신인 문명이 발견
산밑의왕
20/08/04 13:57
수정 아이콘
언젠가 시간이 흘러 인류가 화성에 정착할 정도가 되면 오퍼튜니티는 마땅히 박물관으로 보내 기릴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한뫼소
20/08/04 14:10
수정 아이콘
롸벗들을 먼저 보내서 환경정비하고 기반 다지다 반란나면서 기계자치성(星)을 선포하고 화성이 번영하게 되면 아마 태조 정도로 추숭받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20/08/04 14:16
수정 아이콘
저는 오퍼튜니티 이야기볼때마다, 90일예상하고 보냈는데 14년동안 썻다는부분에서 항상 소름이 돋습니다

너무 멋진이야기에요
醉翁之意不在酒
20/08/04 15:54
수정 아이콘
나사 기술진들은 사실 한 3,4년은 예상했지만 엄살 부려서 90일이라고 했다는데 500원 겁니다.
20/08/04 14:26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lEELHWUg4FM
옛날거긴한데 스피릿과 오퍼튜니티 얘기 나올때마다 꼭 찾아보는 영상입니다. 감성이 촉촉
뭐로하지
20/08/04 15:22
수정 아이콘
왜 눈물이 날까요
머리부터발끝까지
20/08/04 17:50
수정 아이콘
아 왜 기계이야기인데 눈물이..
완전연소
20/08/04 17:31
수정 아이콘
진짜 월-E가 생각나네요. 그 동안 고생했어~ 오퍼튜니티!
macaulay
20/08/04 18:13
수정 아이콘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231&v=1Ll-VHYxWXU&feature=emb_logo
비록 영어지만 짧은 시간에 오퍼튜니티의 미션 일대기를 보시려면 나사제트추진연구소의 이 영상도 추천합니다.
약쟁이
20/08/04 18:33
수정 아이콘
먼지 털어 낼 선풍기 역할을 할 뭔가를 추가하는 건 어렵나 보군요?
오퍼튜니티
20/08/04 19:12
수정 아이콘
수고했다. 나 자신아! 라고 말하고 싶네요.
VictoryFood
20/08/04 19:32
수정 아이콘
원 따봉 드립니다.
호야만세
20/08/04 20:24
수정 아이콘
주말에 아이랑 월-E 보고 나서 그런가 맘이 짠해지네요.
20/08/04 21:05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20/08/05 00:16
수정 아이콘
인류가 화성에 가는날 그를 꼭 기념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토성에 몸을 던진 카시니와 오퍼튜니티.. 왠지 감정이 심하게 이입되는 녀석들입니다
AraTa_Justice
20/08/05 12:44
수정 아이콘
크으.. 무생물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이죠.. 잘봤습니다.
20/08/05 15:0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우주전쟁,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제목입니다
그리고 월E도 정말 좋아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280 이제 독일에서는 14세 이후 자신의 성별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303] 라이언 덕후19564 24/04/15 19564 2
101278 전기차 1년 타고 난 후 누적 전비 [55] VictoryFood12338 24/04/14 12338 8
101277 '굽시니스트의 본격 한중일세계사 리뷰'를 빙자한 잡담. [38] 14년째도피중8516 24/04/14 8516 8
101276 이란 이스라엘 공격 시작이 되었습니다.. [54] 키토15592 24/04/14 15592 3
101275 <쿵푸팬더4> - 만족스럽지만, 뻥튀기. [8] aDayInTheLife5868 24/04/14 5868 2
101274 [팝송] 리암 갤러거,존 스콰이어 새 앨범 "Liam Gallagher & John Squire" 김치찌개3038 24/04/14 3038 0
101273 위대해지지 못해서 불행한 한국인 [24] 고무닦이7540 24/04/13 7540 8
101272 [강스포] 눈물을 마시는 새 고이(考異) - 카시다 암각문 채우기 meson2916 24/04/13 2916 4
101270 사회경제적비용 : 음주 > 비만 > 흡연 [44] VictoryFood7554 24/04/12 7554 4
101268 북한에서 욕먹는 보여주기식 선전 [49] 隱患9933 24/04/12 9933 3
101267 웹툰 추천 이계 검왕 생존기입니다. [43] 바이바이배드맨7718 24/04/12 7718 4
101266 원인 불명의 고양이 신경·근육병증 다수 발생...동물보호자 관심 및 주의 필요 [62] Pikachu11930 24/04/12 11930 3
101265 [강스포] 눈물을 마시는 새 고이(考異) - 암각문을 고친 여행자는 누구인가 (2) [11] meson3463 24/04/11 3463 4
101264 [강스포] 눈물을 마시는 새 고이(考異) - 암각문을 고친 여행자는 누구인가 (1) [4] meson5490 24/04/11 5490 3
101263 이제는 한반도 통일을 아예 포기해버린듯한 북한 [108] 보리야밥먹자15793 24/04/11 15793 4
101262 창작과 시샘.(잡담) [4] aDayInTheLife3773 24/04/10 3773 1
101261 읽을 신문과 기사를 정하는 기준 [10] 오후2시4002 24/04/10 4002 8
101260 자동차 전용도로에 승객 내려준 택시기사 징역형 [46] VictoryFood7874 24/04/10 7874 5
101258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7) [5] 계층방정3155 24/04/10 3155 7
101256 [약스포] 기생수: 더 그레이 감상평 [21] Reignwolf3186 24/04/10 3186 2
101255 저희 취미는 연기(더빙)입니다. [7] Neuromancer2981 24/04/10 2981 11
101254 알리익스프레스발 CPU 대란. 여러분은 무사하십니까 [58] SAS Tony Parker 9553 24/04/10 9553 3
101253 [뻘소리] 언어에 대한 느낌? [40] 사람되고싶다4344 24/04/09 4344 1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