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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29 11:09:45
Name aurelius
Subject [잡담] 로마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 (수정됨)

로마제국이 남긴 유산은 굉장히 많습니다. 알파벳이 될 수도 있고, 건축기술일 수도 있고, 또는 상하수도 시스템에 대한 개념 등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가장 위대하다고 생각한 유산은 정치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Res Publica라는 단어. 

 

Res Publica 는, 훗날 Republic의 어원이 되는 단어인데 오늘날 한국말로는 공화국이라고 번역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대에는 오늘날 우리가 이해하는 공화국의 개념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고, 

국가라는 추상적 공동체를 지칭하기 위해 쓰인 말입니다. 

 

Res는 영어로 말하자면 Thing 이라는 뜻이고, Publica는 Public, 즉 공공의~ 라는 뜻입니다. 

 

이 둘을 결합하면 Res Publica 즉, 공공의 것이라는 뜻인데 로마인들은 자신의 국가를 Res Publica라고 불렀습니다. 

 

고대인들이 국가를 왕의 사적 소유물이나 어떤 일가의 소유물 또는 어떤 부족의 이름으로 지칭했던 것에 반해 로마인들은 황제국가가 된 이후에도 Res Publica라는 단어를 유지하여 국가에 대한 개념을 발전시켰습니다. 

 

이는 사실 고도로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예컨대 한자로 나라를 뜻하는 국(國)은 성(城)을 벽(口)으로 둘러싼 모습을 한 문자이고, 이는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개념인데 반해 Res Publica는 시각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아주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이죠. 

 

국가에 대한 개념을 극도로 추상화시켜 이를 어떤 개인이나 가문으로부터 결별시키는 것

 

로마제국은 수차례 황제가 바뀌고 왕조가 바뀌고 내전이 발발하고 군인황제들이 할거하고 하는 와중에도 [국체]는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왕조는 바뀌지만 Res Publica는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중세시절 유럽을 지칭할 때에도 Res Publica Christiana라는 말이 있었는데, 기독교세계 즉, Christendom을 의미하는 말이었습니다. 


아무튼 근대 정치학에도 큰 영향을 준 개념인데, 사실 로마인들이 남긴 진정한 유산은 여기에 있지 않나 한 번 생각해봅니다. 


다른 한편 동양에서는 국가를 한 왕조와 결부시켜 왕조가 교체될 때마다 항상 나라의 이름이 바뀌는데, 서양의 경우 왕조가 아무리 바뀌어도 국명은 그대로 유지합니다.


근거는 없지만 혹시 그것도 로마의 Res Publica의 영향일지 궁금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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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방정
20/07/29 11:21
수정 아이콘
맨 마지막은 동양에서도 일본과 대월(베트남)이 있으니 서양만의 현상은 아닐 것 같습니다.
aurelius
20/07/29 11:23
수정 아이콘
일본은 스스로 만세일계의 국가이며 황통이 끊긴 적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니, 동양적 세계관으로 봤을 때 줄곧 이어진 하나의 나라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베트남의 경우는 아는 바가 적어서 뭐라고 언급하기 애매합니다만, 한번 연구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계층방정
20/07/29 11:28
수정 아이콘
일본은 말씀하신 대로 생각해보니 제가 너무 대충 예를 들었던 것 같네요. 대월은 대월이란 이름으로 리 왕조-쩐 왕조-(멸망)-레 왕조-막 왕조-(레 왕조 복귀)-떠이썬 왕조로 왕조만 바뀌는데 이게 로마 제국에서 국호는 유지하고 왕조만 갈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꼈었습니다.
응~아니야
20/07/29 11:23
수정 아이콘
동양에서는 천하라는 개념이 있었죠
20/07/29 12:35
수정 아이콘
Res Publica 와 비슷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말씀하시는 바와 동양에서 어느 정도 대응하는 개념은 천명일 것 같습니다. 왕조나 국가 단위의 질서를 넘어서 있는, 그것들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추상적이고 윤리적인 권위죠.

서양과 동양의 왕조 개념이 그렇게 딱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서, 왕조와 나라에 대한 개념이 서양과 동양 - 이라기보다 유럽과 동아시아가 좀 다르게 대응하는 건 분명한데 말씀하시는 것처럼 딱 떨어지게 다른 것도 또 아니고 그런 것 같습니다. 예컨대 발루아 왕조에서 부르봉 왕조로 넘어가는 건 한국으로 치면 인조나 철종 즉위 정도인데 이정도로 바뀐다고 유럽에선 새 왕조가 들어선 걸로 치고 그러니까요. 그런가 하면 발루아나 부르봉이나 다 까페 왕조의 일부로 치기도 하는데, 이런 개념에서의 까페왕조는 사실 일본 천황가보다 훨씬 다이렉트하게 죽죽 이어지는 왕조라서 혁명 전까지만 해도 카페 = 프랑스 로 인식했을 겁니다. 합스부르크와 프로이센 관계를 봐도 유럽에서 왕조의 역사가 국가의 역사에 종속된다고 보기는 상당히 애매하죠. 애초에 근대 국민국가 강역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왕조가 그 안에서 갈린 느낌으로 서술가능한 곳이 프랑스 잉글이 다라고 봐도 무방하니;

아마도 봉건제의 유럽에서 국가는 법률적으로 동아시아보다 오히려 더 사적인 존재였고, 그나마 Res Publica 로 기능했던 건 교회가 유일했다고 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동아시아에선 최소한 지참금으로 나라가 쪼개졌다 붙었다 하진 않았잖아요. 그게 근대로 접어들면서 근대 국민국가로 변화하는 과정에 국가의 공적인 것의 역사가 마치 원래 존재했던 것인양 왕조의 역사를 덮어쓰기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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