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7/15 20:19:24
Name 넵튠네프기어자매
Subject [일반] 욕먹으면서 효도하기
내일이 복날입니다. 3복 중 초복이죠.

워낙 죄진게 많은 몸이라 나와 살고 있지만 그래도 최소한이라도 챙겨드릴려고 연락드렸습니다.
요새 세상이 참 좋아져서 그런가 삼계탕 재료도 내일 새벽에 도착하는 판매처도 있으니까요.
(간접광고 아닙니다. 전 이름 안 썼어요...)

그래서 주문한 후 어머니께 말씀드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뭐, 각오했었지만 항상 듣던 말이 먼저 나오더군요.

["야이놈아, 그거 인터넷에서 사면 비싸잖아. 먹는데 뭘 그렇게 돈을 쓸려고 해. 대체 돈을 언제 모을려고... (이하생략.)"]

----------------------------------------------------------------

사실 저런 말 듣는게 하루이틀은 아닙니다.
어찌되었든 부모님보다 밖에 많이 돌아다니다보니 먹는것도 많았고, 그렇게 먹다보면 부모님 생각이 나서 못해도 열번에 한번 정도는 가게에서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서 부모님께 드렸습니다. 이유요? 단순합니다. 평생 장사만 하시다가 이제는 돈아깝다고 외식도 잘 안 하시는 부모님이 신경쓰여서요.

그런데 그럴때마다 항상 돈 이야기부터 먼저 하셨습니다.
먹는데 돈 아깝다구요.
그렇게 한 5분 욕먹고 나서야 의례상 말투로 "잘먹을께~" 하고 넘어갔었죠.

----------------------------------------------------------------

옛날에도, 지금에도 부모님에게 큰거 바래본 적은 없습니다.
하도 꾸증만 듣고 살았기에(이건 전적으로 제 뇌피셜입니다. 부모님 입장은 대변자가 없는 관계로 패스하겠습니다.) 사소하게라도 칭찬받고 싶었습니다. 아니, 어느 시점부터는 칭찬도 바라지 않게 되었었죠. 그냥 저런 일 있을때 욕 안 먹고 잘 먹겠다는 빈말이라도 해줬으면 충분했습니다.

예, 장가도 갈 생각 없고, 자살소동도 일으켰고, 집에 빚더미만 안겨서 할말 없는 입장인전 저 자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일하면서 혼자 유지하고 있고, 복날이라고 신경쓰는 것 조차도 ["네가 그런거 신경쓸 정신 있으면 네 몸뚱아리랑 정신이나 신경써라."]라는 말이나 듣고 있으니 참 처량합니다. 처량해요...

돈이 지상명제인 부모님 앞에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지만, 가끔은 소리지르고 싶습니다.

"제발 첫 마디부터 부정적인 말 좀 안해주실 수 없나요?"

----------------------------------------------------------------

글 쓰다보니 비가 내리네요. 분명 밖에 비는 그친거 확인했는데...
제 착각이겠죠. 그렇겠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20/07/15 21: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장가도 갈 생각 없고, 자살소동도 일으켰고, 집에 빚더미만 안겨서 할말 없는 입장인전 저 자신도 잘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그런소리 하실만하네요...얼마나 걱정되셨으면 전화첫마디부터 몸챙기란소릴하시겠어요
다리기
20/07/15 21:56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위로가 필요하신 상황입니다. 어려우신 것 같아요.

그래도 "제발 첫 마디부터 부정적인 말 좀 안해주실 수 없나요?" 란 말은..
조금만 바꿔서 글쓴분을 스스로를 향하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글쓴분도 많이 부정적인 상태라 걱정이 돼요
11년째도피중
20/07/16 00: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밖에 나와서 돈으로 해드리는 효도는 그냥 마음을 비우고 하심이 좋습니다. 까놓고 효도 취급이나 받으면 다행이니까요. 다들 그래요.
그리고 그 말, 다 걱정해서 하는 말씀이세요. 아시겠지만 짜증은 나시겠죠. 그 맘 압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사실은 [불효]를 피하기 위한 스택쌓기를 효도라고 스스로 자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제가 그런 맘으로 살고 있습니다. 부모가 바라는 이상적인 형태의 것이 아닌 이상 내 선의가 마냥 효도로 받아들여지기는 어려운거라고요. 그냥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행위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트루할러데이
20/07/16 08:47
수정 아이콘
부모 마음이라는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실제 되어서 갖는 것이 매우 다르더군요.
상황이라는 것이 항상 객관적일 수 없고, 제가 넵튠님의 가정상황을 알 수 없기에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넵튠님을 사랑하시고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다 보니 그러 실 거에요.
기운 내시고, 대박 나셔서 부모님이 돈 염려 따위 하지 않고 효도 받으 실 수 있는 상황이 되기를 바랍니다.
화이팅이에요 :)
handrake
20/07/16 09:05
수정 아이콘
부모님이야 자식걱정에 그런 말씀을 하는건 다 알긴하는데
저도 잔소리 들을때마다 짜증나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

사실 나이가 먹을수록 잔소리는 듣는 사람 기분만 상하고, 바뀌는것도 없는데 왜 하나 싶은데
입장이 바뀌면 저도 잔소리를 하게 되더라구요.

참 어렵습니다.
파란무테
20/07/16 09:33
수정 아이콘
제가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상담도 받았던 사람인데요.
그냥 그 과정중 느낀것은,
최고의 효는, 자녀 자신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입니다.
글쓴님이 행복하신게 부모에게 가장 큰 효입니다.
자신의 행복을, 자존감을 최우선에 두시면 저절로 효가됩니다.
항상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아웅이
20/07/16 09:36
수정 아이콘
효도라고 하면 부모님을 위하는것이니까 자신이 기준인 효도가 아니라 부모님 기준인 효도가 되야겠죠..
야광충
20/07/16 14:12
수정 아이콘
이거 정말 어렵죠. 저도 글쓴님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약간 비슷한 맥락의 앙금이 부모님과 있어서.. 그래도 저는 제가 아빠가 되어보니까 항상 걱정만 하시고 나무라시는 부모님 마음이 이해가 가기 때문에 순간의 감정에 휩쓸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역지사지'가 이렇게나 힘듭니다. 부모, 자식 사이에서도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343 [일반] 다윈의 악마, 다윈의 천사 (부제 : 평범한 한국인을 위한 진화론) [15] 오지의813 24/04/24 813 0
101342 [정치] [서평]을 빙자한 지방 소멸 잡썰, '한국 도시의 미래' [9] 사람되고싶다766 24/04/24 766 0
101341 [정치] 나중이 아니라 지금, 국민연금에 세금을 투입해야 합니다 [31] 사부작1584 24/04/24 1584 0
101340 [일반] 미국 대선의 예상치 못한 그 이름, '케네디' [36] Davi4ever3764 24/04/24 3764 1
101339 [일반] [해석] 인스타 릴스 '사진찍는 꿀팁' 해석 [6] *alchemist*1911 24/04/24 1911 4
101338 [일반] 범죄도시4 보고왔습니다.(스포X) [21] 네오짱3109 24/04/24 3109 4
101337 [일반] 저는 외로워서 퇴사를 결심했고, 이젠 아닙니다 [16] Kaestro3162 24/04/24 3162 10
101336 [일반] 틱톡강제매각법 美 상원의회 통과…1년내 안 팔면 美서 서비스 금지 [28] EnergyFlow3242 24/04/24 3242 2
101334 [정치] 이와중에 소리 없이 국익을 말아먹는 김건희 여사 [16] 미카노아2619 24/04/24 2619 0
10133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2) [14] Kaestro2680 24/04/23 2680 3
101332 [정치] 국민연금 더무서운이야기 [125] 오사십오9187 24/04/23 9187 0
101331 [일반] 기독교 난제) 구원을 위해서 꼭 모든 진리를 정확히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83] 푸른잔향3945 24/04/23 3945 8
101330 [일반] 교회는 어떻게 돌아가는가:선거와 임직 [26] SAS Tony Parker 2832 24/04/23 2832 2
101329 [일반] 예정론이냐 자유의지냐 [59] 회개한가인3595 24/04/23 3595 1
101328 [정치] 인기 없는 정책 - 의료 개혁의 대안 [134] 여왕의심복5931 24/04/23 5931 0
101327 [일반] 20개월 아기와 걸어서(?!!) 교토 여행기 [30] 카즈하2535 24/04/23 2535 8
101326 [일반] (메탈/락) 노래 커버해봤습니다! [4] Neuromancer738 24/04/23 738 2
101325 [일반] 롯데백화점 마산점, 현대백화점 부산점 영업 종료 [38] Leeka5557 24/04/23 5557 0
101324 [일반] 미 영주권을 포기하려는 사람의 푸념 [48] 잠봉뷔르8060 24/04/23 8060 96
101323 [일반] [개발]re: 제로부터 시작하는 기술 블로그(1) [14] Kaestro3639 24/04/22 3639 8
101321 [일반] [서브컬쳐] 원시 봇치 vs 근대 걸밴크 vs 현대 케이온을 비교해보자 [8] 환상회랑2810 24/04/22 2810 5
101320 [일반] 이스라엘의 시시한 공격의 실체? [20] 총알이모자라27315 24/04/22 7315 3
101319 [일반] 작년 이맘때 터진 임창정이 연루된 주가조작사건을 다시 보다가 이런 게시글을 발견했습니다 [22] 보리야밥먹자10996 24/04/22 10996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