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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12 19:09:23
Name 공기청정기
Subject 제가 들은 망한 군생활들. (수정됨)
  

  0. 저희 할아버지.

  대학 재학중 한국전쟁이 터지고(...) 그대로 징집되셔서 병으로 복무하셨는데 말이죠...

  고졸 이상은 고학력으로 쳐서(...) 장교가 되셨습니다.

  사실상 총알받이 장교로 임관 하셨는데 영어를 잘 하셨던지라 미군들이랑 친하게 지내시고 사실상 통역장교 역할도 하시면서 미군쪽에서 이것저것 얻어다가 나눠먹고 하셨다고...(...)

  제일 인기가 좋았던건 고기와 할아버지식 표현으로 비루(맥주;;;).

  뭐 사탕이나 초콜렛 같은것도 달달한게 언제나 인기 있는 군대 답게 인기가 좋았다고는 하셨습니다.

  당시 국군쪽 루트로 보급되는 간식류와는 품질부터 달랐다니 뭐...

  휴전 후에 서울에서 잠깐 근무하시다 전역하시고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시는데 아는분이 '땅이 좀 싸게 나왔는데 사 볼 생각 없냐?' 고 권유 하신걸 '고향 내려가는데 뭔 서울에 땅을 사?' 하고 거절 하셨다는데...

  거기가 압구정이라 나중에 한숨을 푹푹 쉬셨다고 합니다.-_-;;;

  돌아가시기 얼마 전에 아버지 불러 앉혀 놓고 "그...압구정 땅은...미안하게 됬다." 라고 하시는데 아버지께서 그 말씀 들으시고 순간 빵터져서 웃음 참느라 무지 고생하시던거 기억나는군요.

  방에서 나가자 마자 박장대소를 하시던데 참...;;;


  1. 저희 아버지.

  특수전 사령부의 병이셨는데, 직업군인이 되기로 마음먹으시고 하사로 진급하자마자 터진게 10.26.(...)

  그 후에 뭐 12.12도 쳐 내시고...뭐 개인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힘든 시기도 보내시고 하면서 심적으로 너덜너덜해 지시는 통에 부상으로 전역 하신 뒤에 병원 신세도 좀 지시고 하셨습니다.(신체적 말고 그...정신적으로...;;;)

  뭐 지금은 그래도 많이 좋아지셨는데 그래도 가끔 좀 힘들어 하시긴 하셔요.


  2. 저희 작은외삼촌.

  서울에서 전경생활을 하셨는데...

  전역 한달도 안남겨둔 시점에 6월 항쟁이 터지는 바람에 그...참...고생을 말도 못하게 하고 나오셨...(...)

  지금 도 뭐 시위 같은걸 머릿속으로는 정당한거라고 인정 하시면서도 몸이 트라우마를 기억한달까...뭐 그런 지경이더군요.;;;


  3. 제 친구

  같은 중대 동기인데...말뚝 박았거든요?

  근데 일을 너무 잘 했달까...하여간 그게 사단장님 눈에 띄어서 전속부관으로 발탁.

  사단장님 임기 내내 그냥 1년 내내 당직 서는 기분으로 개고생 했다더군요.

  '이야 거 좋겠다. 진급같은거 되게 도움되지 않냐?' 하니까 '장기된 부사관이 진급빨라서 뭐좋을게 있냐?'고 죽는소릴 하는데 참...;;;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가 있는 부대가 제일 힘들고 그거보다 힘든 부대는 꿈속에서만 존재하는 그부대인것도 맞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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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튠네프기어자매
20/07/12 19:16
수정 아이콘
사단장급 전속부관을 부사관이 하는 경우도 있군요. 전속부관 되기도 쉬운 일 아니긴 하지만요...
공기청정기
20/07/12 19:17
수정 아이콘
아 그거 규정 바뀐지 꽤 됬어요.

장교급이 하는 경우는 중장부터던가 대장부터던가 그럴겁니다.

하여간 전속명령 받고 짐챙겨서 사단 본부에 갔더니 비서실장님이 "자네 영양제 같은거 좀 사다 먹고 그래." 라고 충고를 해 주시더라고...;;;
넵튠네프기어자매
20/07/12 19:19
수정 아이콘
그건 몰랐습니다. 어찌되었든 전속부관까지 하실 정도면 친구분께서 군생활 진짜 잘 하신 것만은 누구도 부정 못하겠네요.
공기청정기
20/07/12 19:23
수정 아이콘
저랑 이 친구가 병생활 할때 모신 중대 폭파관님이(저희는 수색이라 중대에 폭파관 직책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훈련 부사관으로 신병 교육대에 근무중이신데, 전속부관 발탁 소식을 들으시고 굉장히 자랑스러워 하셨다더군요.

그거랑은 별개로 건강 잘 챙기라면서 불러내서 고기 사 주셨다고...;;;
성형외과군의관
20/07/12 20:15
수정 아이콘
헉 그런가요 지금 여단장님(준장) 부관도 중위던데요..
스위치 메이커
20/07/12 19:17
수정 아이콘
진급 빨라서 나쁠 건 없지 않나요? 상사 빨리 달면 빨리 전역해야되나요?
공기청정기
20/07/12 19:18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나는 진급을 했는데 위에 진급 안한, 혹은 못한 선배들이 수두룩하면 이게 꽤나 고역이라더군요.
스위치 메이커
20/07/12 19:19
수정 아이콘
A ㅏ....
공기청정기
20/07/12 19:19
수정 아이콘
실제로 이녀석 상사 진급도 되게 빨리 했는데 위에 중사 선배들이 득시글거려서 꽤 고생 했던 모양입니다.
20/07/12 20:31
수정 아이콘
제가 현역으로 있던 부대 행보관도 똑같은 소리 하더군요. 안경이 부러져서 시내로 안경사러 행보관이 직접 태워준적이 있는데 그때 원사진급 언제하시냐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아직 위에 진급못한 선배들이 많아서 할생각이 없다 이런식으로 하더라구요. 제가 여지껏 만난 군인간부중에서 가장 능력있고 일처리 잘하고 병사들 케어 잘해주던 간부였었고, 이런사람이 진짜 무조건 군인해야한다 이런 느낌이었는데... 이거보면서 역시 군대는 싶더군요.
Cazellnu
20/07/13 08:05
수정 아이콘
뭐 그게 군대뿐이겠습니까.
기다리다
20/07/12 19:24
수정 아이콘
사단장 전속부관이 이제 부사관이군요...

사단장 비서실 06군번 출신인데 저 때는 전속부관 중위대위, 비서실장이 상사원사 이렇게였는데 말이죠..

어느 정도 경력에서 뽑는지는 모르겠지만 짬 안된 중위 전속부관보다는 좀 더 짬있는 부사관이

전속부관으로 좋을거 같네요..비서실 근무병에겐 전속부관은 그야말로 원수원수라서...크크
공기청정기
20/07/12 19:2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실제로 병생활 할때 경험으로(이 친구나 저나 전투병이었지만...) 당번병이나 본부 병력들 편의를 꽤 봐줘서 인덕은 좋았다는 모양이더군요.

결혼 전에는 월급 나오면 간식같은거 사다가 챙겨주고 그랬다는데 결혼 하면서 빡빡해 지는 통에...크크크...

선발 기준은 중사 진급후 복무 3년 이라는듯 합니다. 슬슬 짬이 차기 시작 하면서 전투중대면 중대 안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지니는 부사관들을 선발 한다는듯 하네요.
왕십리독수리
20/07/12 19:56
수정 아이콘
작은 외할아버지가 저희 외할아버지 대신 군대를 두번 가셨답니다. 일제때 한번, 한국전때 한번이요. 외증조할아버지가 장자 대신 둘째 아들을 군대 보낸 거죠. 그땐 주민등록도 명확하지 않았으니까요. 두번째 전쟁에서 작은 외할아버지는 다리 하나를 잃고 상이 군인이 되셨답니다. 술만 취하면 형 때문에 내가 X신 됐다고 한탄하셨다더군요...
공기청정기
20/07/12 21:04
수정 아이콘
아이고...ㅠㅠ
지니팅커벨여행
20/07/12 20:25
수정 아이콘
사단장 부관이 부사관급으로 바뀌었나 보네요.
저 있던 시절엔 장기복무 중위급(보통 육사 사단장이면 육사출신 중위, 학군 사단장이면 학군출신 중위)이었고, 이후 장기복무자를 그런 꿀보직(?)에 쓰기 아깝다며 단기 장교(주로 학군 출신) 중위급을 썼다더라고요.
공기청정기
20/07/12 21:05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해 본놈 경험으로는 꿀보직은 커녕 맨날 권총 차고 다녀야 되고, 밥도 눈치껏 먹어야 되고 난리도 아니라던 모양입니다.(...)

그나마 사단장님이 꽤 괜찮은 성격이라 배려를 해 줘도 자리에 따라서(고급 지휘관 회의라던가...)는 눈치가 무지하게 보인다던가...;;;
Jedi Woon
20/07/12 20:38
수정 아이콘
월남전 제외하고 한국 사에서 겪을 만한 큼직한 경험들을 모두 한 집안이군요!
공기청정기
20/07/12 21:01
수정 아이콘
그나마도 큰외삼촌께서...(...)
빙짬뽕
20/07/12 20:58
수정 아이콘
서열 꼬였으면 준위 시험 치는게 정답이라 배웠읍니다
공기청정기
20/07/12 21:00
수정 아이콘
보병이라...(...)
20/07/12 21:28
수정 아이콘
아버님이랑 삼촌분이 역사의 소용돌이 중심에 계셨었네요~
공기청정기
20/07/13 01:19
수정 아이콘
저희 할머니랑 외삼촌 돌아가셨을땐 무슨 장례식장이 아니라 전우회장인줄 알았...(...)
미카엘
20/07/13 00:34
수정 아이콘
전속 부관으로 쾌속 진급했다면 빠르게 기술 익혀서 패스트 준위 테크를..
공기청정기
20/07/13 00:45
수정 아이콘
보병이라...(...)
시오냥
20/07/13 05:28
수정 아이콘
초치는 소리같아서 죄송하지만 저도 장기 1차 진급1차로된 현직 부사관입니다. 진급 빨리되는게 장땡입니다 요즘같은시기에 진급이 얼마나힘든데 선배들 눈지보는거? 잠깐입니다 아주잠깐(현 보병 상사입니다)진짜 친구분이 저렇게 말씀하셨다면..... 정말 배부른소리고.. 어디가서 그런말씀하시면큰일나십니다... 진급한지 얼마안되셨나본데... 감사하게생각해야됩니다진짜로.. (그리고 잘하시고 능력이 되시니까 진급한겁니다 그냥 감사하게생각하고 군생활 열심히하라고 조언해주시면될것같습니다) 추가로 원사 진급도 지금처렁 열심히하시면 빨리 될수있으니 오히려 진급못한선배들보다 기회가 빨리찾아올겁니다
시오냥
20/07/13 05:31
수정 아이콘
그리고 보병도 얼마든지 타병과 준사관 시험칠수있습니다.......
혼날두
20/07/13 19:18
수정 아이콘
상병 꺾이고 맞후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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