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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06 21:48:12
Name 우주전쟁
Subject 에어버스 쪼렙 시절 손을 뻗어준 귀인이 있었으니 (수정됨)
한 해 약 40억 명의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고 있는 요즘 시대에 민간 여객기는 거의 다 보잉사가 만든 거 아니면 에어버스에서 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잘 나가는 에어버스에게도 쭈구리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에어버스를 도와주었던 예상치 못한 귀인도 있었더랬지요.

에어버스가 탄생하고 난 후 처음으로 개발에 착수했던 비행기가 바로 A300입니다. A는 당연히 Airbus를 가리키는 것이고 숫자 300은 300인승 비행기를 개발한다는 의미였습니다. A300은 당시의 다른 제트 여객기들과는 다른 혁신적인 기체였습니다. A300이 나올 즈음 가장 잘 나가던 비행기 가운데 하나가 보잉의 707이었는데 이 비행기는 4발의 제트엔진을 장착하고도 객실 복도는 한 줄인 내로바디(narrow-body) 기체였던데 반해 A300은 2발의 엔진을 가지고도 객실의 복도가 2개인 와이드바디(wide-body) 기체였고 707보다 승객을 100명 더 태울 수 있는 항공기였습니다. 안정성이나 연료효율 면에서도 경쟁기종인 보잉 707보다 A300이 훨씬 더 뛰어났습니다. A300의 날개 설계도 뛰어나서 다른 기종들보다 운항고도에 더 빨리 올라갈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객실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간도 더 확보할 수 있었죠. 여러모로 다른 비행기들을 압도했던 훌륭한 비행기였습니다.


190531201904-airbus-a300.jpg
에어버스 A300


하지만 아무리 비행기가 뛰어나면 뭐합니까? 제조사가 듣보잡인데. A300은 1974년 에어프랑스가 도입을 하면서 첫 상업비행이 시작이 됐는데 도무지 팔리지를 않았습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국가인 프랑스와 독일의 국적항공사 에어프랑스와 루프트한자 정도가 의무적으로 비행기를 구입할 뿐 다른 항공사들은 이 비행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게 어느 정도였냐 하면 1975년 12월부터 1977년 5월까지 단 한대의 주문도 받지를 못했을 정도였습니다. 보잉에서 대놓고 봐라 쟤네 곧 망한다 크크크 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보다도 앞선 1974년에 무려 4대의 에어버스 A300을 구매하겠다고 나선 항공사가 있었습니다. 그 항공사의 이름은 바로...


[대.한.항.공!]


가까운 유럽 이웃나라의 항공사들도 구매에 나서지 않는 비행기를 저 멀리 아시아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의 항공사에서 4대를 구매하겠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에어버스 측에서도 "얘네 뭐지?" 했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숨겨진 스토리가 있다고 합니다.

1970년대 초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대함 미사일을 구매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사려고 했던 미사일은 하푼 미사일이었습니다. 당시는 이 미사일이 개발 중이었는데 미국은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합니다. 자기네들도 아직 실전배치를 안한 걸 한국에게 팔아주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말도 있고 또 일설에 따르면 일본이 중간에 방해공작을 해서 구매를 못하게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각설하고 미국에서 미사일 판매를 거절하자 박정희 대통령은 "그래? 그럼 딴 데서 구매하지 뭐" 이러더니 프랑스에 미사일 판매가능 여부를 타진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에서 사고자 했던 대함 미사일은 엑조세 미사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도 미사일을 팔자니 미국 눈치가 보입니다. 프랑스가 미적미적 거리니까 한국이 새로운 제안을 해 온 것이었습니다.


msl_ssm_exocet_o1.jpg
엑조세 미사일


"야, 니네가 엑조세 미사일 팔아주면 우리가 미사일 받고 A300도 4대 사줄게. 니네 그거 큰 돈 들여서 기껏 만들어 놨는데 무지 안 팔린다며?"

프랑스 정부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었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외쳤습니다.

"콜!"

이렇게 해서 대한항공은 남들도 안사는 비행기를 4대나 들여오게 됩니다. 에어버스에서 비 유럽권 국제항공사에 A300을 판매한 첫 사례였습니다. 대한항공이 이 기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A300의 안정성, 효율성 등이 다른 항공사들에게도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A300의 본격적인 성공은 나중에 미국의 이스턴항공이 A300 4대를 공짜로 6개월 동안 굴려보고(급했던 에이버스에서 판촉 씨게 했죠) 만족해서 16대인가를(다시 확인해 보니 정확하게는 23대로군요) 주문하면서 북미시장을 뚫을 수 있게 해준 덕분이지만 그래도 가족들이 들어준 보험 말고 처음으로 제3자에게 판매한 보험이 보험설계사들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듯이 에어버스는 지금도 대한항공을 아주 특별하게 생각한다고 합니다. 확인은 안 되는 얘기지만 대한항공 회장이 방문하면 레드카펫 깔아준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어려울 때 선뜻 손을 내밀어준 사람을 쉽게 잊을 수는  없는 거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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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밑의왕
20/07/06 22:09
수정 아이콘
조양호 회장이 레종도뇌르 받은것도 에어버스 살려준 덕분이라는게 중론이죠 크크
그래도 현재 최고 존엄은 777이라고 봅니다. 이뻐요.
worcester
20/07/06 22:24
수정 아이콘
A380이고 뭐시고... 저도 777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으론 추억이 많은 747-400이라던가. 카울이 희안한 737이라던가.

...적고보니 보잉빠가 되어있네요
머리부터발끝까지
20/07/06 22:15
수정 아이콘
A340, A380이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음에도 만년 2인자지만 잘 버티고있는 에어버스 생각하면 크크
애패는 엄마
20/07/06 22:15
수정 아이콘
아니 여기서 코리안에어가
20/07/06 22:27
수정 아이콘
A300과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용도로 나온게 맥도널 더글러스의 DC-10과 록히드의 L-1011 트라이스타였죠. 셋중 A300이 가장 장수했네요.
20/07/06 22:28
수정 아이콘
동북아의 작은 국가의 일개 항공사사장이 고작 비행기 4대 구매한 것으로 프랑스에서 국빈 대접을 받았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크크크크크
20/07/06 22:29
수정 아이콘
조중훈 대한항공 전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전 회장

둘다 그랑도피시에(Légion d'Honneur Grand Officier) 훈장을 받은게 다 에어버스 사서.. 죠 -.-;;


2급 훈장을 대한항공 회장이 연속으로 낼름낼름.. 먹을 정도로 에어버스를 사준건 큰 일이긴 했습니다.
20/07/06 22:33
수정 아이콘
http://jtbcgolf.joins.com/news/news_view.asp?a12=22&news_type=22&ns1=15055
전 이쪽 스토리로만 알고 있었는데 역시 외교는 얽혀 있는게 많네요. 어쩌면 미사일도 에어버스처럼 산 것일 수도 있겠구요.
우주전쟁
20/07/06 22:42
수정 아이콘
제가 본 자료에서는 4대 구매에 2대 예약이라고 되어 있던데 아마 예약 물량도 구매를 했던 것 같네요. 조중훈 회장의 회고라면 오히려 이쪽 정보가 더 신뢰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Regentag
20/07/06 23:08
수정 아이콘
결국 미국은 이대로 뒀다간 대함미사일도 여객기도 뺏길 것 같아서 하픈 수출을 허가했다고 하지요.
20/07/06 23:16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감사합니다! 추천드립니다
요슈아
20/07/06 23:31
수정 아이콘
당장 나무위키로 달려가 확인 해 보니 이 4대 이후에 무려 [36대!] 나 더 사 갔다고 하는군요 크크크

훈장 받을 만 했네.
피쟐러
20/07/06 23:44
수정 아이콘
형이 여기서 왜 나와?!
중복체크
20/07/06 23:53
수정 아이콘
퀄컴도 한국이 뜬끔포로 살려준거 알고 굉장히 놀랐는데 에어버스도 이런 일화가 크크크
-안군-
20/07/07 02:24
수정 아이콘
퀄컴은 김영삼 정부의 삽질때문에...
당시 국내 표준을 CDMA로 결정한 후, SK, 삼성, LG, KT... 등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다 망해가던 퀄컴을 인수하려고 했는데,
외환유출법으로 정부에서 막았죠. IMF가 터지기 얼마 전이었으니 아마도 국내에 외환이 부족해서였을 겁니다...
metaljet
20/07/06 23:54
수정 아이콘
김종필씨의 회고록에서 자신이 엑조세 미사일을 이용해서 미국의 하푼수출을 이끌어냈다고 간단하게 적고 있지만, 내막은 훨씬 복잡한것 같습니다. 박정희 정권은 적어도 75년초까지는 북한의 잦은 해상도발을 저지할 최소한의 대함 미사일 확보를 다급하게 원했고, 이를 맞춰줄수 있는 것은 오직 프랑스밖에는 없었죠. 당시 미국은 자기네 해군에 배치할 하푼도 없었기 때문에 그 스케줄에는 못맞춘다는 입장이었지 안팔겠다는 건 아니었어요. 거기에다가 김대중 납치사건, 핵개발 등등이 겹치면서 미국의 여론은 최악으로 얼어붙었고 미의회가 대한 군사원조 예산을 전폭 삭감하면서 하푼 도입 스케줄은 기약이 없이 미뤄지게 됩니다. 나중에 도끼만행 사건이 터지고나서야 진행될 수가 있었죠. 꺼무위키 등에는 못사오게 일본이 로비했다고 되어 있는데 낭설이라고 봅니다.
Dr.박부장
20/07/07 00:34
수정 아이콘
이런 글 너무 좋습니다. 잘 봤습니다.
잉크부스
20/07/07 05:12
수정 아이콘
저희 아버지가 프랑스에서 몰래 비행기에 실어 왔다고 하시더군요..
미국 눈치보면서 극비리에 대한항공 화물기에 실어서 들여왔다고 합니다.
짐 올리는 로더가 군용이랑 화물기용이랑 높이가달라서 엄청 고생하셨다고..
우주전쟁
20/07/07 07:17
수정 아이콘
와! 아버님께서 역사의 산 증인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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