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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7/06 10:24:02
Name aurelius
Subject [역사] 격동의 중국 근현대사도 참 재미있습니다 (수정됨)

최근 중국 근현대사 서적 몇 권 읽고 있는데, 중국도 참 파란만장하네요. 

그런데 여기서 유념해야할 점은 중국을 우리가 보통 이해하는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된다는 점. 

 

(1) 민족적 관점으로 보면

 

대청제국은 만주족이 세운 다민족제국으로, 권력의 정점에는 만주인들이 있었고, 이들은 특히 군사에 관한 요직을 독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몽골, 신장위구르나 티벳은 사실상 동군엽합의 성격으로, 사실상 거의 반 독립국가처럼 존재하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아편전쟁과 태평천국의 난을 계기로 귀족화한 만주인 군대가 오합지졸이라는 점이 밝혀지고, 한족이 군사요직까지 진출하게 됩니다. 좌종당, 증국번, 이홍장...이들의 권한은 청나라 건국 이래 그 어떤 한족도 누려보지 못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러시아가 신장과 몽골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을 두려워한 청나라는 해당 지역에 한족을 대거 이주시켜 나름대로의 방파제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민족분쟁의 불씨가 되었죠.

 

만주족의 청나라가 한족에게 본격적으로 의존하게 된 사태가 초래된 것입니다.  

 

(2) 서양열강과 일본의 역할

 

중국은 서양열강과 일본에 의해 만신창이가 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근대 중국을 만든 혁명가들의 상당수는 서양과 일본에서 교육받았습니다.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에서 모두 존경받는 쑨원은, 반제국주의와 중국의 부흥을 런던과 도쿄에서 선전했고, 훗날 국민당의 지도자가 되어 일본과 격전을 치르게 되는 장제스도 일본군사학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한편 청나라의 탄압을 피해 혁명가들은 상하이와 홍콩에서 암약하였고, 이 도시들은 중국 땅에 있으면서도 서양의 지배하에 있어 혁명활동을 용이하게 하였습니다.   

 

한편 일본의 극우는 중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 차원에서 중국 혁명가들을 지원했고, 반대로 일본의 진보적 이상주의자들은 진정한 동아시아 연합을 위해 실제로 쑨원을 지원하면서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한편 서양열강은 중국 혁명가들이 대거 일본에서 활동하는 걸 보자 중국과 일본이 서양에 대항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아니냐며 의심하여 일본정부에 압력을 넣었습니다. 그 결과 일본정부는 중국 유학생들을 대거 추방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영국과 중국의 관계는 정말 모순의 연속이자 복잡다난했는데, 영국은 중국의 금융와 경제를 완전히 휘어잡으면서도, 동시에 중국의 영토보전에 가장 신경을 기울이던 나라이기도 했습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면 안되기 때문에... 그리고 많은 영국 상인들이 중국에서 큰 돈을 벌었고, 이들 상인들의 영향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죠. 단적인 예로 홍콩과 상하이에 기반을 두었던 영국은행 HSBC는 지금도 영국 재계에서 시가총액 1위의 대기업입니다. 

 

(3) 화교의 역할

 

역사의 한 가지 아이러니이기도 한데, 영국 제국주의와 미국의 팽창과 함께 성장한 것이 중국 화교 네트워크입니다. 영국령 싱가포르와 말레시이아에 많은 중국인들이 이민을 갔었고,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에도 다수의 중국인들이 이민을 떠났습니다. 물론 많은 수가 일용직 노동자였으나, 일부는 큰 돈을 굴리는 부자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중국과 더 넓은 세계를 잇는 가교가 되었고, 한편 중국의 혁명가들의 자금줄이 되기도 했습니다. 현대 중국의 국부 쑨원은 사실상 본토인이라기보다 화교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정도였죠. 

 

여담이지만, 한국의 화교는 대부분 산둥성 출신이라고 한는데, 유대인만큼이나 상업에 큰 능력을 선보인 화교는 "광둥성" 출신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화교도 출신지역별로 성격이나 습관 문화 등이 다른데, 광둥쪽 사람들이 정말 독보적이라고.... 

 

아무튼 이런 화교 네트워크는 공산당의 내전 승리 이후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데, 후일 등소평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 산업화의 밑거름이 된 것이 바로 이 화교들의 자본이었기 때문이죠. 

 

아무튼 중국의 근현대사를 - 민족, 서양과의 상호작용, 그리고 화교네트워크라는 관점으로 보면 참 흥미로운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상하이의 발전에도 관심이 가는데, 최근 [The Last Kings of Shanghai: THE RIVAL JEWISH DYNASTIES THAT HELPED CREATE MODERN CHINA] 라는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더군요. 


상하이와 근대중국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 유대인 가문인데, Sassoon 가문과 Kadoorie 가문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들은 원래 중동 바그다드를 거점으로 둔 유대인 상인들이었는데, 18세기 중반 쯤 동인도회사와 협업하면서 영국으로 건너가고, 나중에 중국에 진출하여 막대한 부를 형성한 가문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역사가 영국과 미국, 일본과 긴밀히 얽히게 된 격동의 19세기말 20세기 초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와 중국의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 중국사를 다루는 개설서가 나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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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초콜릿
20/07/06 11:26
수정 아이콘
20~30년대 군벌 시대 보면 재밌죠. 아니 재미를 넘어 뭐가 뭔지 모를 지경.
이 때까지는 소련의 지원을 받던 국민당이 또 나중엔 나치한테서 지원 받다가, 또 지나선 미국한테 지원 받는 걸 보면 웃기기까지 합니다
훈수둘팔자
20/07/06 12:20
수정 아이콘
만주족이 중원 입관 당시에는 학살도 많이 저질렀다지만 내몽골과 위구르까지 뻗어나간 건 한족 입장에선 꿀이네요.
더군다가 청말 되면 만주, 위구르에는 그 전까진 잘 안가던 한족들의 이주가 시작되어 알박기도 성공했으니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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