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6/27 06:10:12
Name 헛스윙어
Subject [일반] 걱정을 잊고 살고 싶습니다.


상당히 풍요로운 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제가 20대 초반이 되어서 부터 집안이 힘들어 졌습니다. 부모님의 사업에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고, 또 다른 공개하기 힘든 일로 인해, 믿을 수 없을 만큼 가계 상황이 단시간에 나빠졌습니다. 사실 자세한 내막은 여전히 잘 모릅니다. 그때는 제가 철이 없어서 자세히 알려 하지 않았고, 지금은 그때 시기 말을 꺼내면 가슴이 아파 그냥 묻어 둡니다.

금전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최악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부분의 분들은 믿으시기 힘들정도의 생활이었습니다. 전기가 끊겨 집밖에서 폰을 충전했고, 알바를 하러 가려해도 교통비가 없어 못갔습니다. 담배는 꽁초중에 장초를 찾아 폈고, 매끼 식사는 사치였습니다. 정말 집안에 금전적으로 1원의 여유도 없는 생활이 말그대로 갑자기 시작되었습니다. 당연히 정신적으로도요. 악재는 겹친다고, 자고 일어나면 또 새로운 일이 터져 괴롭혔습니다. 학업도 가족관계도 최악으로 이어졌습니다. 학교는 그만뒀고, 가족은 각자도생을 바라며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제 20대 초중후반은 생존을 위한 경쟁이었고, 열심히 공부해서 저 상황을 바꿔 부모님을 행복하게 하자는 목표 하나로 살았습니다. 중간중간 힘든일은 있었지만, 30대가 되어 이제 번듯한 직업도 생기가 금전적으로도 먹고사는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은 되었습니다. 아직 부모님을 편하게 해드리는 목표를 완벽히 달성은 못했지만, 그래도 두분이 예전같이 극심한 정신적 금전적 고통에 있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저 시기는 우리 가족들만의 비밀이고 주변 친구도 지인들도 배우자들도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는 10년동안의 경험이 제게 남긴 상처가 있습니다. 저는 마음의 편안함을 찾고 싶습니다. 단 한순간도 내 머리속으로 어떤 "걱정"을 하지 않은적이 없습니다. 커리어와 학업에 관한 큰걱정에서부터 일상생활중 사람과의 관계에서 나오는 작은 걱정부터, 보이지 않는 제 머리속은 쉬지를 않습니다. 잠을 잘때에도 저는 정신을 두고 자지못합니다. 잠은 자고 있는데 머리로는 뭔가를 계속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이렇게 되면 어쩌지?" "이 사람이 이걸 싫어하면 어쩌지?" "내가 한게 실수였으면 어쩌지?" 아주 단순하고, 제가 여러번 했던 업무라도 일이 끝나기 전까지 걱정을 놓지 못합니다. 사실 제가 하는 업무특성상 이런 제 습성이 도움이 된적도 많습니다. 다만 정신적으로는 너무 힘듭니다. 업무상 걱정하는게 해결되면, 또 다른 걱정이 생깁니다. 이 세상에 걱정거리는 참 많습니다. 가족옆에서는 웃고 있지만, 머리속과 가슴속은 별것도 아닌 일에 항상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웃긴건, 저도 이런 걱정이 큰 걱정거리가 아닌것을 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작은 걱정에도 이정도 스트레스를 받는데, 정말 문제가 생기면 컨트롤이 안되고 무너집니다.

얼마전 부모님이랑 얘기를 나누다가, 어머니가 "우리 xx가 고생을 많이해서, 자기 딴에는 살려고 저런게 생겼다"라고 하시며 눈물이 맺히셨습니다. 저희집에서 그시절 얘기는 금지어이기에, 어머니가 저렇게 생각하신다는것에 놀랐고, 그런 말을 들으니 조금 위안이 생겼습니다.저도 나름 몇가지 팁이 생겼습니다. 좋은 일을 할때 마음이 안정되고 걱정이 없어져서 의도적으로 금전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힘든분들의 일을 도와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가난과 절망의 고통은 저에게 소심함을 남겼습니다. 덩치는 산만하지만, 속은 쫄보입니다. 저는 마음의 편안함을 찾고 싶습니다.

금요일에 몇일간 걱정하던 일이 실수 없이 마무리 지어 졌다는걸 확인하였습니다. 모든일을 잘 끝내 놓고 이제 주말을 줄기면 되는데, 또 어떤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마음 편하지 못하는 제가 싫어서 두서없이 글을 적었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어른아이철이
20/06/27 08:14
수정 아이콘
고생을 많이 하셨네요. 저도 이정도는 아니지만 아버지가 요식업을 연달아 실패하셨어서 계속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등 이런저런 어려움을 겪었었습니다. 다행히 지방대에 합격해서 집안이 회복하는동안 저는 윤택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집밖에서 근로장학금도 받고 알바도 하면서 상대적으로 걱정이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 대학생활을 했고, 어떻게 일이 잘풀려서 지금은 미국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이상한건 지금은 특별히 먹고사는데 문제가 없는데도 사소한 삶의 순간이 다 걱정의 일환이고 스트레스라 참 이게 사는건가 싶은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먹고사는데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일들이 아닌데도 더 스트레스를 받아요. 이게 특정 혹은 모든 인간의 본성인가 싶기도 하구요... 다들 파이팅입니다.
유행끝남
20/06/27 08:43
수정 아이콘
티벳 격언 - '해결 될 문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고, 해결이 안 될 문제라면 걱정해도 소용없다.'

제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20/06/27 08:58
수정 아이콘
금년 12월달 부터 코로나태풍이 몰아쳐서 모아둔돈 1200깨지고 코로나 대출3000 받아서 근근히 생활하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해결될 기미가 안보이는데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정신과도 갔어요.
아 돈 모아서 베트남 20대랑 결혼하고 싶었는데 꿈이 멀어집니다.
꿀꿀꾸잉
20/06/27 09:10
수정 아이콘
저는 자다가 심장마비좀 걸렸으면 좋겠어요
비바램
20/06/27 10:08
수정 아이콘
저는 생각이 많은편입니다. 저의 경우 방임하여 생각의 늪에 빠지면 좀 괴로운 편이라 두가지를 의식적으로 생각합니다.
1. 이거 잘못되면 or 안하면... 죽나? 안죽네. 별거아니네.
2.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목록을 작성합니다. 보통 해야할 일만 산더미처럼 쌓아놓는 경우가 많은데, 목표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 혹은 임계치를 가정해놓고 중요한 일만 하려고 노력하고 동시에 덜 중요한 일은 아예 무시하려고 노력합니다. 어차피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가장 중요한 일도 대부분 완벽히 처리하지 못할테니 주변을 심플하게 하려는 편인데 이게 저에겐 도움이 됩니다.
추가적으로 저의 매일 할 일 중에 산책하기, 멍 때리기, 몇시간 이상 잠자기, 땀 흘리기를 꼭 포함해놓았습니다.
약은먹자
20/06/27 10:38
수정 아이콘
저도 불안감으로 많이 힘든데 식이요법하고 요가 하면서 좀 나이지는 중입니다.
예전에 안되던 동작들이 점점 되면서 인체 시스템이 정상으로 돌아가는게 느껴집니다.
그동안 심장과 폐 주변의 근육들이 정말 많이 수축되었다는 것을 느끼고 점점 근육이 늘어나면서 같은 상황이라도 좀 편하게 넘어가네요.
여전히 불안하기는 하지만 밤 11시 되면 그냥 자고 평상시에 늘 번뇌지만 회사 출근하면 그냥 일은 하고,
사람 만나면 그냥 잘 만나서 이야기하고 몸이 조금씩 편해지네요.
전에는 불안하면 신체반응이 뒤따라왔는데 그 신체반응이 점점 무난해지는 상황입니다.
20/06/27 10:57
수정 아이콘
[마음 속에서 빠져나와 삶 속으로 들어가라]
몇 번을 지웠다가 그래도 써봅니다.
저도 여기서 추천받고 읽은 책인데
인생의 구원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도움을 받은 책입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20/06/27 11:28
수정 아이콘
인생의 파도 좀 고만 왔으면 좋겠다
Faker Senpai
20/06/27 11:58
수정 아이콘
생각이나 감정으로부터 자유러워지거나 컨트롤 하는건 사실은 가능합니다. 대다수가 못한다고 해서 정말 못하는건 아니에요. 할수있다는걸 인지하는게 시작입니다.
제 추천도서는 [성공의 문을 여는 마스터키]
EventheShadow
20/06/27 12:42
수정 아이콘
고민이 고민이다 라는 하지현 박사님의 책을 추천드립니다. 저도 글쓴이님과 비슷한 성향이어서 내원하면서 여러가지 책도 읽고 명상이나 요가 등... 개인적으로도 노력하고 있는데요, 하지현 박사님의 책을 읽고 좀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어요. 아직 노력 중이지만... 같이 힘내요 :)
20/06/27 12:59
수정 아이콘
받고 같은 분의 [그렇다면 정상입니다] 도 추천드립니다
20/06/27 13:27
수정 아이콘
한 번 나락으로 떨어져 본 사람은 지금 내가 딛고있는 바닥이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는거죠

한 번쯤은 무너져도 버틸만한 경제력을 쌓기 전엔 안심하기 힘들겁니다 제가 그렇더라고요
달과별
20/06/27 13:56
수정 아이콘
이런 장기적인 문제엔 심리상담이 적합합니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정신분석학이 예전시대처럼 비과학적이지 않아요.
-안군-
20/06/27 14:38
수정 아이콘
저와 헛스윙어님 중에 어느쪽이 더 비참했을지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서로에게 잊고 싶은 과거니까요.
이후에 여러가지 다른 이유가 겹쳐서 불안증과 공황증에 시달렸던 것도 비슷하고요.
다행이도 저는 바로 대학 휴학을 하고, 따 놓은 자격증이 있어서 병역특례로 입사해서 생활비를 댔기에, 그렇게까지 괴롭진 않았네요.

그리고 여전히 불안증 등에 시달리신다면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진료를 추천드립니다. 저도 약 먹고 많이 좋아졌어요.
간혹 트라우마 트리거(?)가 작동하면 폭발하는건 여전하지만 그 빈도나 강도가 확실히 줄었어요.
20/06/27 14:44
수정 아이콘
가난도 트라우마를 남깁니다.
EventheShadow
20/06/27 20:19
수정 아이콘
오 그 책은 저도 아직 안 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네요.
영소이
20/06/27 20:25
수정 아이콘
그 만큼 삶의 의지도 크시고 에너지도 갖고 계셔서 그런 거 같아요.
사람이 다 똑같지 않다고 생각해요. 꼭 긍정에너지 넘치는 것만 좋은 것처럼 보는 것도 일종의 편견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한편으로 시니컬하거나 예민하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잘 사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잦은 불안감을 너무 걱정만은 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충분히 잘 하고 계십니다. 화이팅. 극복을 염두에 둔 방법론적 접근은 위아래 분들이 잘 얘기해주실 것 같습니다 : )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8822 [일반] 고등법원에서 처음으로 자동차 급발진이 인정되었답니다 [18] VictoryFood3336 20/11/18 3336 2
88821 [정치]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효과 있을거라 믿으시나요? [259] 만수르8524 20/11/18 8524 0
88820 [일반] 케이팝 아이돌: 유튜브 조회수의 중요성 [58] 에브니저4515 20/11/18 4515 3
88819 [일반] 백신에 관한 재밌고 유익한 영상 하나 소개합니다.youtube [36] 아스라이2788 20/11/18 2788 2
88818 [일반] 교통비 할인 받기 (광역알뜰교통카드) [18] 탄야2623 20/11/18 2623 1
88817 [일반] 농촌 백인 투표자들 [52] 아난5621 20/11/18 5621 12
88816 [일반] 충격과 공포의 M1 맥북 성능 [116] Charli10136 20/11/18 10136 3
88815 [일반] 배민커넥트 뚜벅이 배달 알바 훅이 [127] 모르는개 산책7630 20/11/18 7630 47
88814 [일반] [외신] 오바마 전 대통령 단독 인터뷰 [101] aurelius8031 20/11/18 8031 12
88813 [일반] 울산도 집값이 난리도 아닙니다.. [133] 된장찌개7724 20/11/18 7724 3
88812 [일반] 편의점 맥주 마시다 맥주 추천하는 이야기.. [65] 대장햄토리5537 20/11/18 5537 3
88811 [일반] '오빠'로서의 역할 [16] 초아4508 20/11/18 4508 11
88810 [일반] 평범한 학생입니다 [42] 호고곡장론4137 20/11/18 4137 15
88809 수정잠금 댓글잠금 [일반] 마스크 의무화와 벌금부과에 관한 생각.. [147] 고양이가좋아8244 20/11/17 8244 12
88808 [정치] 19일에 전세대책이 발표될것 같다고 합니다. [149] Leeka10842 20/11/17 10842 0
88807 [일반] 모더나 백신 3상 잠정결과 발표 및 자주 묻는 질문 정리 [71] 여왕의심복8866 20/11/17 8866 123
88806 [일반] 피지알 생활 처음으로 레벨업 해본 후기(feat 게임게시판) [48] 어바웃타임3441 20/11/17 3441 9
88805 [일반] 권위주의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공개편지 (번역) [12] 아난2920 20/11/17 2920 7
88804 [정치]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되었습니다. [183] BitSae10544 20/11/17 10544 0
88803 [일반] 양귀마 [6] ohfree1364 20/11/17 1364 10
88802 [정치] 2017->2019년, 2년간 다주택자 16만명 증가. [39] Leeka4489 20/11/17 4489 0
88801 [정치] 잠룡 유승민, 여의도 복귀 신고…"결국은 경제야" [117] 덴드로븀6628 20/11/17 6628 0
88800 [일반] 게이밍헤드셋과 일반헤드셋의 차이? [44] 이츠키쇼난3854 20/11/17 3854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