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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6/23 21:17:44
Name ArthurMorgan
Subject [개미사육기] 아크릴탑의 인슬레이버 (동영상도 있어요)
안녕하세요. 날씨가 너무 더워요. 죽을 것 같아요...

인간이 힘들든 말든 개미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일본왕개미 [일몰망치군단]은 대규모 공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노닥거리는 시기에 접어들었습니다. 한국홍가슴개미 [불꽃심장부족]은 아직도 그들의 보금자리인 [개림바톨]의 여기저기를 고치고 흙을 실어나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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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내에 부화할 듯 보이는 고치들이 몇십 단위로 보입니다. 이게 개림바톨 내에 보관된 어린이의 40%정도입니다. 돌려보면 더 있어요... 역시 생명의 어머니, 순산과 다산의 화신입니다. 폭발적인 갬구 증가를 대비해서 방을 확장하나봅니다. 단백질 폭격의 보람이 있어서 퀸 [알렉스트라자]가 새로운 알을 엄청 낳았어요. 하얀 가루처럼 보이는 것이 다 낳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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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어머니는 오늘도 개림바톨에서 가장 큰 방 [로열 엘레강스 블레이징 하트 그랜드 홀]에서 출산, 육아 및 산후조리를 동시에 진행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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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탄생이 있으면 죽음도 있는 법... 불꽃족의 워커 하나가 수명사한 동료의 시체를 먹탐장 [황혼의 고원]으로 가져옵니다. 잘가게, 형제여. 개할라에서 다시 보세. 시체를 밖으로 내다 주는 것은 키우는 입장에선 고맙습니다. 잘 꺼내서 수습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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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개미의 습격(?)도 소세지 채집 건에서 마무리 지은 평화로운 저의 개미 나라 [플루온 제국]에 새로운 식민지가 늘었습니다. 아주 조그맣죠? 동그란 것이 생긴것도 귀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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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귀여운 아크릴 탑 안에 사는 개미들입니다. 1Q50W 남짓의 초기 군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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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커들입니다. 회색빛이 도는 배와 크기... 틀림없는 곰개미입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지 않나요? ^^ 가운데에 가슴에 붉은 빛이 도는 녀석이 있습니다. 아무리봐도 이 녀석은 곰개미가 아니죠? 크기도 작고 색도 불꽃심장부족같은 한국홍가슴개미와는 다릅니다. 불꽃심장부족이 고추장 컬러라면 얘는 좀 쌈장 컬러네요. 하여간 확실한 것은 이 녀석은 곰개미가 아니라는 겁니다. 아니, 그런데 왜 다른 종의 개미가 평화롭게 한 사육장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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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수수께끼를 풀어줄 이 군체의 여왕을 소개합니다. [에레로아]라고 합니다. 쌈장 컬러의 가슴이 매력적입니다. 에레로아는 아까 본 개미처럼 곰개미가 아닙니다. 에레로아와 그 부족은 분개미(Formica sanguinea)입니다. 곰개미(Formica japonica)와는 다른 종이지요. 국명이 분개미인 이 녀석의 영문명은 바로 'Slavemaker Ant', 노예사육개미입니다. 그렇습니다. 이 아크릴탑에 사는 곰개미들은 에레로아가 노예로 만든 녀석들이죠. 에레로아는 곰개미의 퀸을 암살하고 그 워커들을 차지한, 인슬레이버(Enslaver)입니다.

분개미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에서 일본까지 폭넓게 서식하는 종입니다. 우리나라에 사는 개미 중에서는 가시개미, 사무라이개미와 함께 대표적인 기생종이지요. 가시개미와 분개미 그리고 사무라이개미 사이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앞의 두 종은 굳이 기생을 하지 않아도 군체를 이루어 잘 살 수 있습니다만, 사무라이개미는 그렇지 않습니다. 기생하지 않고서는 군체를 이룰 수가 없어요. 그리고 군체를 이룬 후에도 다른 콜로니를 습격해서 끊임없이 노예를 보급해야 하죠. 사무라이개미는 워커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무것도 못해요, 싸움밖에... 그래서 살림을 해줄 워커를 계속 공급해야 하죠. 반면에 가시개미와 분개미는 처음에 어느 정도 덩치 있는 군체를 정복해 노예를 확보한 후에는 굳이 더 노예를 보급하지 않아도 됩니다. 자기들끼리 워커 낳아서 살림 잘하고 삽니다. 그래도 분개미는 사무라이개미보다 더 찾아보기 힘든 희귀한 녀석입니다. 복수여왕군체를 잘 이룬다고 하는데, 역시 발견하기 쉽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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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레로아의 군체가 사는 아크릴탑은 소형 석고 사육장입니다. 사육장 위층을 먹탐장으로 사용합니다. 하단의 석고는 습도 유지용이지요. 사육장과 먹탐장을 잇는 구멍으로 곰개미 워커 하나가 다 먹은 밀웜을 들고 나오려 하고 있습니다. 좀 벅차보이는군요. 그래도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는 것은 키우는 입장에서는 역시 고마운 일입니다. 저렇게 곰개미 노예들이 열심히 먹이를 찾아오고 알을 돌보아서 분개미 워커가 부화되고 성장하도록 돌보는 것이죠. 아직은 3~4마리 정도의 분개미 워커가 전부입니다. 곰개미 고치를 따로 넣어주지 않는 이상, 곰개미 워커들이 수명사하여 점점 줄어들고 이 군체는 분개미만의 군체가 될 것입니다.

분개미들의 폭풍번식을 위해 밀웜을 주었습니다. 밀웜은 플루온 제국 공식 전투력 측정기입니다. 레어로 조리한 밀웜을 얼마나 빨리 때려잡느냐를 보지요. 동영상에는 밀웜이 사냥당하는 장면이 있으니, 심약한 분, 밀웜애호가, 비건, 임산부 및 노약자 분들은 시청에 주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안타깝게도 분개미는 보이지 않고, 예닐곱의 곰개미 워커가 열심히 사냥에 나섭니다. 먹이반응은 숲곰개미 연합 부족 [갬철호드]보다도 얘들이 더 좋은 듯 합니다. 사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분개미 워커는 여왕의 시중이나 육아의 역할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밖에서 먹이를 탐색하고 사냥하는 것은 짬바가 있는 개미들의 몫이지요. 어떤 연구결과에 따르면, 둥지를 떠나 탐색을 하는 것은 사망률이 굉장히 높은 위험한 임무이기 때문에 주로 수명사가 멀지 않는 워커들이 나선다는 설도 있습니다. 사실이면 조금 쓸쓸하네요;

제가 가장 원하는 콜로니는 사실 가시개미였습니다. 딱 봐도 레이드템같이 생긴 갑옷을 두른 붉은 전사들!! 거기에 잠입, 암살, 위장, 정복, 전투... 하드보일드 느와르의 갬생을 살아가는 기생종의 낭만도 있죠. 하지만 가시개미의 결혼비행은 11월 근처... 너무 멀었습니다. 그 와중에 희귀한 분개미를 분양받을 기회가 생겨 냅다 데려왔습니다. 아마 늦가을에는 또 가시개미를 찾아다닐테지만, 분개미도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또 소식 올려드리겠습니다.

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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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뫼소
20/06/23 21:26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플롯대로라면 오왕개미의 검을 잡으려고 집을 떠나고 둥지는 풍비박산이 나야 할 것 같은데…
ArthurMorgan
20/06/23 21:26
수정 아이콘
에레로아의 연령으로 봤을 때 아직 개달탄도 등장을 안했을 때라서, 개리 노이에스 등장까지는 유구한 세월이 더 필요할 겁니다. '_';;
웃어른공격
20/06/23 21:26
수정 아이콘
이게 그 넨도로이드인가 하는 그건가요?

왜 자꾸 다른종류가 증식하는거죠? 크크크
ArthurMorgan
20/06/23 21:28
수정 아이콘
갬도로이드입니다. '_' 앞으로 딱 하나만 더 영입할 생각입니다. 가시개미요. 광택불개미 영입의 기회가 생긴다면 두 개... 근데 광택불개미는 안될겁니다... 안될거에요...
20/06/23 21:39
수정 아이콘
댓글은 처음 달지만 항사아 흥미진진하게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 글도 기대할께요.
ArthurMorgan
20/06/24 12:2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20/06/23 22:03
수정 아이콘
우와~~~~~ 기생종이라니 신기방기합니닷
ArthurMorgan
20/06/24 12:29
수정 아이콘
그렇죠? 미션임파서블같습니다.
valewalker
20/06/24 02:18
수정 아이콘
와 상대 여왕개미 암살하고 기생하는 개미종이 있다는 것은 어렸을때 책에서 읽고 '저게 진짜로 사실인가?' 싶었는데 저런 군체를 분양해서 구하는게 가능할 정도였군요 덜덜.
저 군체는 나중에 곰개미 노예들보다 늘어나는 분개미일개미들을 지켜볼 재미가 있을것 같네요
ArthurMorgan
20/06/24 12:29
수정 아이콘
그렇죠, 그렇죠. 완전히 분개미로만 채워지는 것을 기다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고, 곰개미 고치를 넣어가며 군체 사이즈를 유지하는 것도 키우는 방법 중 하나일 겁니다.
곧내려갈게요
20/06/24 08:29
수정 아이콘
늘 너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ArthurMorgan
20/06/24 12:3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cruithne
20/06/24 09:40
수정 아이콘
에레로아 크크크크크크크크
ArthurMorgan
20/06/24 12:30
수정 아이콘
바라미보다 그게 낫죠? 크크
20/06/24 13:25
수정 아이콘
여왕개미는 그냥 알 낳는 기계이고 군체의 의사 결정은 워커들이 한다고 들었는데... 저런 경우는 그럼 의태인가요?
아니면 어차피 누가 낳든 알 낳는 기계가 필요하니까 냅두는 건지
ArthurMorgan
20/06/24 13:49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것처럼 퀸이 정말 리더로서 군체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고 워커나 솔져 등 다른 의사결정 주체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입니다. 개미들은 꽤 수준이 높은 사회적 본능을 지니고 있고, 그 본능에 충실하는 과정과 외부환경이 어우러져 군체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 같아요. 먹이로 향하는 길 중에 더 안전하고 효율 높은 길로는 자연히 많은 개미가 오가게 되고 그래서 페로몬이 더 짙어져 그 루트가 군체 전체가 선택하는 루트가 되지요.

기생종의 퀸이 다른 군체를 접수하는 방법은 말씀하신 의태와 같은 페로몬 복제입니다. 원래의 여왕이 가지고 있던 페로몬을 흉내내서 그 군체의 개미들로 하여금 내가 늬들 퀸이다라고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죠. 보통 이런 페로몬 복제의 과정을 시시때때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기생종의 퀸은 평생 딱 한 콜로니만 접수시도를 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거 실패하면 독자생존하든지 아니면 살해당하는 것이죠.
꿀꿀꾸잉
20/06/24 13:43
수정 아이콘
개미는 그.. 수가 엄청 불어나면 어떻게 처리하나료?
ArthurMorgan
20/06/24 13:53
수정 아이콘
집안에서 사육하는 환경이라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나는 일은 잘 없습니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는다고 군체가 있는 환경에 따르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개미사육인은 군체가 안 커서 문제지, 커지는 것은 반길 일이죠.

걱정하시는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대표적으로 불개미같은 복수여왕 군체에 번식력도 엄청 강한 종인데요. 그럴 경우에 일부 퀸과 워커를 떼어내서 군체를 분리하기도 합니다. 따로 분양해도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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