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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6/03 01:18:20
Name
Subject 끌어당김의 법칙인가 뭔가 이해해보기

잘나가는 자기개발서를 읽다보면 끌어당김의 법칙인가 뭔가하는 이야기를 참 많이들 주워 섬깁니다.
제대로 책을 완독해본적은 없지만 곁가지로 훑어봤을때 참 실소가 나오는 내용이 많았지요
그렇다면 끌어당김의 법칙은 그저 사이비상술에 불과할 것일까요?
예전에 읽었던 『모든 것은 빛난다』라는 책이 기억이 났습니다.
이 책은 자기계발서라하기 뭐하고 철학서라 하기도 뭐하고 종교서적이라 하기도 뭐한 애매한 포지션의 책인데요
끌어당김의 법칙이란 말을 명시적으로 사용하진 않지만 끌어당김의 법칙이 무엇인지 어느정도 설명하고 있다고 봅니다.




영상은 영화 펄프픽션의 한 장면입니다.
존 트라볼타와 사무엘 잭슨이 어떤 물건을 회수하려 동네 양아치들을 줘패는데 화장실에 숨어있던 한 놈이 나와서 여섯발의 총을 쏩니다.
그런데 스톰트루퍼도 아니고 죄다 빗나가버리죠

존 트라볼타는 이 일을 그저 우연, 행운으로 치부합니다. 이런 일도 일어나는 거라고 말이지요.
지극히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사고입니다. 
반면 사무엘 잭슨은 이 일을 기적으로 칭합니다. 
이 일은 결코 흘려보낼 일이 아니며 자신의 인생에 있어 일생일대의 사건, 신이 자신에게 어떤 일종의 계시를 내려준 것이라 봅니다.
전근대적 사고방식이지요.

그런데 끌어당김의 법칙은 사무엘 잭슨과 같은 사람에게 작용합니다
물론 어떤 인격신이 하늘에서 이들을 내려보고 있다가 손을 휘둘러 총알을 빗나가게 한것은 물론 아닐겁니다.
단지 우리의 일상에서 어떤 신성한 정조가 나타났는데 이를 알아차린 사무엘 잭슨과 같은 인물이 결국 구원을 받는 다는 것이지요

이 사건이후 사무엘 잭슨은 갱 생활을 청산합니다.
반면 혼자남은 존 트라볼타는 계속 갱 생활을 하다 브루스 윌리스에게 총 맞고 사망하지요



물론 이상의 내용은 그저 영화일 뿐입니다.
다만 끌어당김의 법칙이란 것이 실생활에서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간략히 설명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니체가 이야기했던 신의 죽음 이후 현대인들은 뿌리를 잃었습니다.
삶의 의미의 원천이 사라져 버린 것이지요
근대에 태어난 아주 적확한 말들, 이를테면 2 곱하기 2는 4이다, 와 같은 문장들은 사람으로 하여금 무엇이든지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습니다.
신이 부재한 자리에 인간이 들어설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것이지요
니체가 이야기한 초인이 같은 맥락일 겁니다.

그러나 오늘날 누구도 초인과 같은 것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창조주로 발돋음했으나 스스로 창조한 것들의 보잘것 없음에 깊이 실망하였고
무의미의 병, 허무주의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여섯 발의 총알이 존 트라볼타와 사무엘 잭슨을 비껴간 사건을 두고 탄도학적으로 면밀히 분석하여 설명할 수도 있을테고 총을 쏜 불쌍한 친구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그저 통계학적으로 총알이 무차별적으로 날아가 벽에 꽃힐 확률을 계산하여 지구의 역사정도의 기간을 두면 여섯발의 총알이 두명의 건장한 남성을 모두 빗껴가는 일이 일어날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사실을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무언가 보이지 않는 신성한 힘에 의한 것이다라는 생각은 보이지 않았던 의미를 드러내보이며 생산해 냅니다.



옛 그리스인들에게는 행운이라는 개념이 매우 생소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행운의 여신으로 유명한 포르투나는 로마시대에 와서 나타났으며 중세시대에 행운을 갈구하던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요
하지만 옛 그리스인들에게는 행운은 행운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신들의 보살핌이었지요.

이와 같은 사고방식은 매우 무척 매력적입니다.
신들의 덕을 존중하고 언제든지 그들의 정조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에게 탁월함이 깃든다는 생각말입니다.
옛 그리스인들의 찬탄할만한 점 또 한가지는 그들의 다신주의입니다.
제가 이제껏 말해온 내용들이 어떻게 보면 그저 종교를 믿으면 행복하다와 같은 주장이 아닌가 싶을 수도 있지만 제가 말하고자 하는 점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기독교와 같은 일신주의의 위험성은 허무주의와는 정반대에 있습니다.
지나치게 의미를 과도하게 주입하여 광신주의로 흐르는 것이지요.
일신주의의 또다른 위험성은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해당 종교의 교리에 맞지않는 탁월함도 있을 수 있는 것인데 이를 배척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정리하면 우리 삶의 순간에 찾아오는 찬란한 순간들을 숭고하게 생각하며 마음껏, 마음껏 경탄하라는 내용입니다.
신은 죽었지만 신의 권좌는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우리는 돈과 권력을 신처럼 숭배하기도 하고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거라 믿기도 합니다. 혹은 대통령이나 연예인을 신처럼 우상시하기도 하지요. 
결국 인간은 의미를 탐하는 존재라는 이야기입니다.
의미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라고요.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매일 되풀이하던 점심식사 후에 간단히 믹스커피를 음미하는 일이 신에게 행하는 의식과도 같은 일이 될 수 있습니다. 그저 습관적으로 마실 뿐이었던 커피한잔에서 삶이 빛난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혹은 의식하지 않았다면 들리지 않던 바람소리, 어머니의 주름살, 샤워 후에 배수구로 흘러들어가는 샴푸물 등등과 같은 모든 것들이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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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니
20/06/03 01:24
수정 아이콘
의미가 통한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겸손과 감사가 이 글을 보면서 작은 신에게 드리는 작은 경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은 인간에 대한 것일지도
20/06/03 01:37
수정 아이콘
목표있는삶을 산다는것도 그 법칙이 통하는거 같습니다
오쇼 라즈니쉬
20/06/03 01:51
수정 아이콘
답은 [명상]이다
근데 난 명상고자잖아... 난 안 될 거야

별개로 일상생활에서 끌어당김의 법칙을 느낄 때는 제법 있지 않나요? 저같은 경우는 뭔가를 새로 공부했을 때 다음날 해당 고객이 오는 경우가 있었고 다른 동료들도 비슷한 경험을 토로했구요.

다르게 해석하자면 주변 환경은 동일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눈이 달라졌고, 그것을 변화로 느끼게 되었다는 식의 해석도 가능할 것이고요. 그 시각의 변화가 내 안의 거인을 캐치해냈다면 시크릿이나 더 해빙같은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있겠죠. "어? 난 평생 개털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나에게도 행운의 흐름이 있었잖아?"

양자역학의 힘이다 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건 제 머리의 영역을 넘어가니까 패쓰.
及時雨
20/06/03 01:59
수정 아이콘
아니 명상고자면 안되는 닉네임 아닙니까 크크
20/06/03 03:00
수정 아이콘
딱 제가 20대 내내 생각하던 걸 정리해주셨네요.
Horde is nothing
20/06/03 07:57
수정 아이콘
행복회로를 잘돌리는 것도 능력이라고 봅니다
신은 어떤상황 이라도 끼워넣기좋죠 대신 불행회로에도 만능 크크크
20/06/03 08:55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을 써 주셨네요.
A와 B에게 똑같은 총량의 행운이 주어졌을 때, A는 오 개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반면 B는 와 간절히 바라니까 이루어졌어 세상은 마음먹기 나름이야 신이 나를 돌보고 있어! 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행복회로를 돌릴 수 있겠지요.

B같은 사람에게는 삶이 수많은 의미의 연속일 겁니다. 크고 작은 위기가 찾아올 때에도 그것들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해서 극복해 나갈 수도 있겠고요. 뭐 그러다 너무 나가면 광신주의의 길로 빠지게 되겠지만요.

흔히 말하는 끌어당김의 법칙류 자기계발서는 이런 삶의 방식으로 성공한 사람이 이런 삶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자기합리화적) 힐링도서라고 생각합니다.
20/06/03 10:10
수정 아이콘
세상을 어떤 서사로 바라볼 것인가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자기계발서류의 책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하나인 것이니
무조건적으로 긍정할 것도 배척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 허무맹랑한 정도만 아니면 배울 것도 없지 않더군요 '_'
이웃집개발자
20/06/03 10:1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6/03 11:0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6/03 11:32
수정 아이콘
신에 관한 문제는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록 애매한 부분이
원래 신을 좋아해서 사고가 그렇게 가도록 타고난 사람들이 종교활동을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하네요
사실 본문처럼 중도 합리적인 결론을 내린 분들은 중요한 위기의 순간에는 신을 안 찾게 되서.. 불가지론자는 사실상의 무신론자가 되는 셈이죠
류지나
20/06/03 12:04
수정 아이콘
냉담자가 종교에 귀의하는 경우가 보통 본문에서 언급하는 '기적과도 같은 일'을 접하고 나서 변한다고 그러죠.
저도 오늘 단챠를 돌려서 쿠우카가 나오면 한번 종교에 귀의해볼까 합니다.
20/06/03 14:0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06/03 14:10
수정 아이콘
드라이하게 보면 됩니다. 믿음은 옳고 그름의 문제 이전에 믿음의 효과에 주목해서 자기가 취하고 싶은 것만 취하면 되죠. 끌어당김의 법칙도 선택할 수 있는 믿음 체계 중에 하나로 봅니다
20/06/03 18:13
수정 아이콘
중국영화중에 책상 서랍속의 동화라는 작품이 있는데, 끌어당김의 법칙이란게 떠오르는 영화더라구요. 단순히 기적을 갈망한다기보다는 꽤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한 제시로까지 보이더라구요.
치열하게
20/06/03 18:59
수정 아이콘
행운이라는 개념이 생소했다에서 생각이 난 건데 행운이라는 것을 알려면 그 일이 얼마나 일어나기 힘든 일인지를 먼저 알아야 겠네요.
20/06/03 20:01
수정 아이콘
비이원적이고 비언어적 이야기를 이원적인, 인간의 도구인 언어로 잘 표현해주셨네요.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실제상황입니다
20/06/04 03:27
수정 아이콘
[지나치게 의미를 과도하게 주입하여 광신주의로 흐르는 것이지요.
일신주의의 또다른 위험성은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독교의 시대는 저물었지만, 다양성을 지향한다는 요즘 사람들도 자주 그리로 흘러들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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