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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5/28 15:14:24
Name esotere
Subject 혹시 나도 젊은 꼰대는 아니었을까? (수정됨)
요즘 젊은 꼰대라는 말이 관용어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과도하게 권위적인 사람을 비하하여 지칭하는 “꼰대” 라는 단어와 그것이 사회 경험이 비교적 적은 이를 지칭하는 “젊은이” 라는 말과 합쳐져서 말이지요. 이 합성어는 ‘사회 경험도 일천한 햇병아리 주제에 쓸데 없이 어떤 특권주의에 사로잡혀 타인을 하대하는 사람’ 정도의 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유머 게시판에 올라온 글 (https://pgr21.com/humor/386461)을 읽으면서 저도 혹시 “젊은 꼰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 일이 있습니다.

몇 년 전, 저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온라인 게임에서 공대장을 맡은 적이 있었습니다 (공대라는 것은 많은 사람-대략 20명에서 25명 가량-이 함께 협력하여 우두머리를 처치하는 집단을 말합니다). 이 공대에서 저는 시작 전 준비시간 등에 시간을 15-20분 정도를 할애하는 것이 매번 아쉬웠습니다. 제가 속해있던 공대는 약 3시간 정도를 진행에 사용하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 준비시간에 할애되는 것이 적은 비율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공대원 분들에게 언제나 일정 시작 전 모든 준비를 끝내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해 놓으시거나 혹은 일찍 출석하시기를 요구했습니다.

물론 말이야 그랬어도 저의 이 요구가 스무 명 넘는 인원에게 모두 지켜져 실제로 바로 일정을 시작한 일은 몇 년간의 공대 역사에 손을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이에 대해 저는 나쁜 말을 한 적은 없지만 언제나 아쉽게 생각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저는 이를 공대원들의 불성실로서만 생각하였지 준비시간을 진행시간의 일부로 여긴 적은 저 글을 읽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빠듯한 시간을 쪼개 게임을 하는 사회의 일원이었던 분들의 입장에서는 준비시간 역시 공대활동으로서 발생하는 진행시간의 일부였던 겁니다. 물론 따로 시간을 내서 미리 준비하는 분들도 적지 않았지만 이는 의무 이상의 추가적 성실이었지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이 꼭 잘못되지 않았었던 것이죠.

제가 이제서야 이런 생각에 도달하게 된 전모를 생각해보면, 제 일차적으로는 위계적이었던 공대 질서에 그 근간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무리 게임이라지만 여러 명이 모이는 조직인 이상 위계질서는 발생하고, 따라서 저의 요구에 불합리를 느끼면서도 공개적으로 이에 대해 반론을 펼 상황이 평공대원에게는 실질적으로 주어지지 않았던 것 입니다. 물론 저도 임원진과의 소통은 계속 하고 있었지만, 이 임원진조차 기본적으로 게임에 투자를 많이 하고 성실히 준비를 해 오는 분들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echo chamber로서 이 논의가 기능한 면이 있었지요. 결국 그 바깥에 있는 의견에 대해 접근할 기회가 적었던 것입니다.

물론 사람이 모인 조직에서 위계질서가 발생함은 피할 수 없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서 그것을 어느 정도 상쇄해내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예컨대, 직위가 자신보다 낮은 이가 어떤 불평을 했을 때, 그것을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여 ‘이 사람은 잘못 생각하고 있다’ 하고 휙 넘어갈 수도 있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도 한 번 생각해 보고 이것이 어디에서 기인하고 어떻게 개선될 수 있는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이로서 자신을 한 번 되돌아보고 놓친 것이 있는지 재고해 볼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뻔한 말로 들릴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의외로 현명한 이들에게도 이런 실수가 일어나곤 합니다. 아래는 헬레니즘 시절 최고의 정치가로 꼽히는 페리클레스가 아테네의 수장이었던 시절 당시 약관의 나이였던 알키비아데스라는 젊은이와 나눈 일담입니다 (알:알키비아데스, 페:페리클레스):

알: 페리클레스여, 법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려줄 수 있습니까?
페: 물론이오.
알: 그럴 수 있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법을 준수한다’는 말을 칭찬의 의미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에 이런 칭찬은 법이란 단어의 의미가 불확실하다면 그 의미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페: 다행스럽게도 그대의 질문에는 정답이 존재하오. 법이란 무엇인가 묻는다면, 이는 다수의 인원(majority)이 모여 어떤 것이 행해야 할 것들이고 어떤 것이 행하지 않아야 할 것들인지에 대해 동의를 얻고 제정한 것들에 대한 것이오.
알: 옳을 행동을 할 것에 대해서입니까, 아니면 옳지 않을 행동을 할 것에 대해서입니까?
페: 옳은 행동을 할 것에 대해서요.
알: 만약 이 인원들이 과반에 미치지 않는 소수일 때에는 어떠합니까? 이를 테면 과두제 정부에서 소수의 요인들이 모여서 행동강령을 제정한다면 이것 역시도 법이라고 이를 수 있습니까?
페: 통치권이 있는 자들의 논의로 인하여 의무가 정해진다면 그것 역시도 법이라 할 수 있소.
알: 그렇다면 만약 폭군이 일인 독재의 권한을 가지고서 시민들의 행동강령을 제정한다면 이것 역시도 법이라 할 수 있습니까?
페: 만약 폭군이 국가의 수반으로서 행동강령을 제정한다면 이 또한 법으로 볼 수 있소.
알: 허나 페리클레스여, 폭력과 무법이 무엇이겠습니까? 이는 강자가 힘으로서 약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은 설득이 아닌 압제로서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까?
페: 그러하오.
알: 그렇다면 이에 따라 폭군이 시민들을 설득하는 과정 없이 법을 제정하여 행동을 강제시키는 것은 무법이 아닙니까?
페: 그 말이 옳네. 폭군이 시민의 동의 없이 제정한 것들이 법이라는 내 이전의 발언은 철회하겠네.
알: 그렇다면 소수의 인원들이 다수의 인원들을 설득하는 일 없이 권력으로서만 행동강령을 제정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이는 이전과 같이 폭력이라 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습니까?
페: 내가 보기에 설득 없이 강압으로 이루어지는 어떤 것도 법이라기보다는 폭력이라 보는 것이 마땅하네.
알: 그렇다면 과반의 사람들이 그들의 권력으로서 부를 가진 상류층의 소수들을 설득하지 아니하고 행동강령을 제정하게 된다면 이 또한 폭력이며 법이 아닐 것이지 않습니까?
페: 나와 나의 동기들 역시 그대의 나이였을 때엔 사소한 것을 걸고 넘어지는 것에 온 정신을 사용하곤 했었다네. 내가 틀린 것이 아니라면 자네도 그 실수를 범하고 있네.
알: 아아, 페리클레스여, 당신이 이런 곳에 정신을 사용하는 것이 능했을 때에 우리가 만났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재기 있는 알키비아데스는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그랬던 것처럼 논쟁을 통해 페리클레스가 가지고 있던 법에 대한 관념에 허점이 있음을 관철해내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그 현명한 정치가였던 페리클래스도 알키비아데스와의 일담을 말장난 이상으로 여기지 않았으니, 이는 아쉬운 일입니다.

제 개인의 경험에 비추어볼 때, 제가 어린 나이였을 때에는 저 자신의 재능에 도취하여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을 때가 많았고, 조금 시간이 지난 지금은 저 자신의 배움에 도취하여 타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일이 많았습니다. 미래의 저는 자신의 경험에 도취하여 타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사람이 될까요?

제가 변하는 만큼 제가 조심해야 할 것도 계속 변화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 크세노폰의 저작에 따르면 소크라테스는 그 대화의 대상이 누구였던 겸손과 배우려는 의지를 지니었고 그것이 추총자들의 경외를 불러일으켰다고 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저는 제가 더 나이들었을 때 청년들에게 못 배워서 저렇다는 모 정치인들 같은 이가 되지 않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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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상황입니다
20/05/28 15:49
수정 아이콘
(수정됨) 페리클레스가 알키비아데스의 삼촌이었죠. 알키비아데스 입장에서 보면 당대 최고의 풍운아(될 예정)가 당대 최고의 정치가랑 키배 한번 떠보려고 재미삼아 어그로 좀 끌어본 느낌이긴 한데 페리클레스 입장에서 보면 조카가 그냥 삼촌 놀리는 느낌... 말장난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도 했고 실제로 말장난이기도 했다고 봅니다.. 헌데 저 페리클레스가 순혈 아테네 사람만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가 훗날 이오니아 출신 첩이었던 아스파시아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 시민권을 얻지 못하는 바람에 민회에서 눈물 찔찔 짤며 봐달라고 빌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죠?
20/05/28 15:51
수정 아이콘
와우를 10년도 넘게 했지만 꼭 약속시간에 늦는 사람들이 있었죠

똑같이 골드를 분배받는데
누구는 몇분전에 레이드던전 입구까지 걸어가서 넴드 앞까지 쫄정리하고 있고
누구는 느지막히 파티들어와서 소환점 해주세요 이러고 있고
이걸 지적하는 소위 꼰대되는거고

현실에서도 비슷하죠
누구는 업무시간전에 와서 업무준비하고
누구는 간당간당 혹은 좀 늦게와서 업무보고
뭐라 할라치면 하면 당신이 월급주는것도 아닌데 뭔상관이냐 꼰대니 뭐니라는 말 나오죠

저는 이게 위계질서라고 생각안하고 사람간에 기본적 예의에 관한것이라 생각합니다.
20/05/28 15:57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 말씀도 틀리지 않아요. 더 준비하고 신경 쓰는 사람들이 기여를 더 하는 건 맞지만, 아쉽게도 보상은 평등하게 이루어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이 준비하고 시간약속을 칼같이 지켜서 정시에 출발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이 타인에 대한 배려이고 그것이 예의인 것도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공대장으로서 제가 모든 공대원에게 그걸 강요한 건 돌아봤을 때 권력남용이라고 여겨질 여지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시간이 부족한 분들도 있으니까요. 물론 준비야 언제라도 해도 되지만 바쁜 나날들 속에 게임에 접속하는 것 조차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고요. 결국 게임을 그다지 우선하지 않는 공대원도 있으니 그런 식의 요구로 박탈감을 준 것이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 소회해 봤습니다.
집에가고싶다
20/05/28 15:51
수정 아이콘
최근에 어크 오딧세이를 하다가 왔어서 그런지... 알키비아데스 이름을 본순간 본문에 집중할수가 없네요... 흐...
20/05/28 15:59
수정 아이콘
(수정됨) 하하. 그 부분 예상했습니다. 본문의 주제와도 맞기도 하지만, 알키비아데스와 페리클레스가 워낙 역사적으로 거물들이기도 하고, 에피소드 자체가 흥미로워서 글에 욱여넣어 봤어요.
바람의바람
20/05/28 16:1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예시가 무척 잘못되어있습니다. 일단 이글을 읽기전엔 사전글(링크) 숙지가 필수인게 좀 아쉽네요
그래서 글이 왜이리 안읽히지? 내가 뭐 잘못하고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튼 가볍게 요약하면 10분 미리 일찍 오는게 요즘 세대들에겐 논쟁이 벌어지는 주제이고
자신이 그걸보고 공대장 시절에 공대원들에게 미리 준비해놓으라 했던게 젊은꼰대처럼 느껴졌다는 이야기군요

자 다시 본론으로 들어오면 공대원들 시간 안지키는건 젊은 꼰대와 전혀 관련없는 내용입니다.
이건 서로간에 지켜야할 당연한 예의죠 한사람이 10분 늦으면 나머지 공대원 20여명이 10분을 허비하는게 됩니다.
정각에 딱 온다? 이것도 말이 안되는 일입니다. 누군 일찍와서 소환문 열어놓고 소환하고 누군 오자마자
소환받고 바로 시작하나요? 왜 그래야 하죠? 서로 일찍와서 적어도 시작시간전에 던전에 입장하는게 기본입니다.
미리미리 준비해야죠 전날 준비하던 더 일찍오던 자신의 물약상태 음식상태 영약상태 마부상태 등등 다 체크해야죠
알바이야기는 논쟁이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이나 공대 이야기는 전혀 다릅니다. 이건 서로간에 약속인데요
갑을 관계가 아닙니다. 동등한 와우져 입장에서 서로가 지켜야 하는 에티켓입니다. 그래서 그 약속을 못지켰으면
죄송하다는 말이 나와야 정상이고 아 꼰대새끼들 하면서 자신 시간만 소중하다고 여기면 그건 사이코패스입니다.
이게 싫으면 공대 나가는거고 자유롭게 그런 공대 꾸리면 됩니다. 과연 그런공대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겠지만요
20/05/28 16:22
수정 아이콘
결국 어느 정도의 프리라이딩이 허락되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문제이죠. 어차피 처음 30분은 쫄처리 시간이고 몇 명이 도착이 늦는다고 해도 그 쫄처리 끝날때까지만 오면 실질적으로 가해지는 피해는 그 사람 없어서 쫄정리 늦어지는 정도의 피해죠. 세세히 들어가면 뭐 딜러의 경우에는 1명 딜러분 만큼 늦어지고, 탱커의 경우에는 좀 다른 문제지만 보통 탱커분들은 잘 안늦으시고, 힐러도 많이 부족한 것만 아니면 진행가능하구요. 거대한 피해가 생기지는 않아요. 얄팍한 꼼수부리는 분은 좀 보기 안좋고 공대 사기 떨어트리는 점도 있어서 좀 다를 수 있지만요.

결국 지금 저는 알바나 공대나 비슷한 점이 이곳저곳에서 보이네요. 일찍 오는 것이 예의가 맞지만 꼭 그것이 모든 이가 지켜야 할 것인가 하면 꼭 그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싶고, 강요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볼 여지도 있겠죠. 그런 생각을 한 번 해봤습니다.
바람의바람
20/05/28 16:46
수정 아이콘
그건 전적으로 님 생각이라구요... 그렇게 하시면 형평성 문제있다는 소리 듣습니다. 멀쩡히 시간 지키면서 미리미리
준비해온 사람들 불만은 쌓인다고요 그건 공대원끼리 분쟁으로 번지는 지름길입니다.

공대를 꾸릴때 이미 서로가 상호 합의하에 지켜야할 것들 다 숙지하고 갑니다. 그런데
그걸 못지켰을때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지켜야할 약속들이 무의미한것이 되어버립니다.
아... 님 공대 규칙이 애초에 그렇다면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미 서로 합의한 내용인데
이게 안되면 그건 오히려 지키는 사람에 대한 기만입니다. 님 입장이 이미 동등하지가 않게 되버리는겁니다.
님이 갑의 입장으로 성실히 임한 공대원들 침묵하게 만드는거라구요 성실치 못한 공대원은 특혜 누리는거구요
저격수
20/05/28 16:46
수정 아이콘
저는 꼰대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게 제가 꼰대라는 뜻일 수도 있고, 꼰대라는 말을 쉽게 쓰는 사람치고 꼰대화 안되는 사람 본 적이 아직은 없어서일 수도 있어요. 사실 저희 모두가 꼰대라는 말을 우리들 마음에 안 들 때 쓰잖아요? 저 역시 그렇습니다. 저는 피치못할 때 두 경우에 이 단어를 사용합니다.
(1) 옳은 행위와 사고방식을 정의하려는 시도
(2) 목적이 아닌 다른 곳에 자원을 소비함
루트에리노
20/05/28 17:06
수정 아이콘
사람들이 꼰대 되는걸 참 과하게 무서워해요.

누구나 평생 살면서 언젠가는 세상의 보편과 다른 생각을 하거나 부적응할때가 있겠죠. 그게 꼰대인 상태인 겁니다. 나이랑은 상관이 없죠. 그리고 이걸 다른 사람에게 자기 식으로 요구하면 꼰대임이 드러나는 거구요. 이걸보통 나이 많은 사람들이 많이 하니 꼰대라는 말이 이런 상황을 뜻하게 된것 뿐이죠.

이걸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사회생활 하는 사람 중에는 없습니다. 어쨌든 의사소통을 하며 살아야 하는거 아니겠습니까. 사회와 의사소통 하면서 변하는거죠. 꼰대라고 비난받는건 어쨌든 사회화 과정중 하나일 뿐입니다.

근데 이 꼰대 담론이 닥눈삼을 강요하는 안좋은 방향으로 흐르는듯 해요. 좀 꼰대 되면 어떻습니까? 중요한건 남과의 의사소통, 나와 다른 계층과의 의사소통이지 젊은이들 암묵적인 문화에 무조건 동화되라는게 아닌거죠. 꼰대 되는건 무슨 본인의 삶을 부정당하는 게 아닙니다.
20/05/28 17:17
수정 아이콘
흥미로운 덧붙임 감사합니다. 그 세대는 그 세대만의 문화가 있고, 그것을 지닌 개인이 다른 세대와 부딪히는 개인적인 경험을 거치면서 개인화가 된다는 것이로군요.

말씀하신 대로 끊임없는 의사소통은 중요합니다. 개인의 성장을 지속해나가려면요. 젊은 사람들이 언제나 옳을 수는 없고, 그 반대도 그렇겠지요. 의문이 드는 건 낡은 사고방식을 가진 소위 꼰대가 되기를 싫어한다면 계속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며 변화하여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꼰대 담론이 닥눈삼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 그 반대를 부추기는 것이 되지 않을런지요?
20/05/28 18:05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하게 생각하는데,
이 글로 따지면 페리클레스가 꼰대라기보다는
알키비아데스 같은 사람들이야말로 꼰대 그 자체라고 생각합니다

알키비아데스가 쓰는 게 전형적인 소크라테스식 화법인데 저런 식으로 하면 절대 한 마디도 안 져주고 누가 맞는지 그것만 맞춰보자 내가 틀려도 상관없으니까 이렇게 하루 온종일이라도 입 털어보자는 기세로 맞니 틀리니에 달라붙고,
또 그 대부분은 저런 식의 도덕적인 주제고

근데 요즘 저러면 꼰대잖아요. 젊은 꼰대인데 저 상황에선 단지 페리클레스가 권위가 엄청나고 알키비아데스가 권위가 없으니 그렇지 일상생활에서는 알키비아데스처럼 남한테 도덕적으로 그게 맞니 그르니 하고 들러붙는 사람을 지칭하는 단어가 꼰대라고 봐요.
스토리북
20/05/28 18: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순수하게 공대 이야기에 집중해서 댓글을 적어보자면....

정작 공대해 보신 분들은 "왜 결론이 그렇게 나..?" 라고 생각할 것 같은데요.
시작시간에 준비를 마치고 던전 앞에 모여있는 건 당연한 겁니다.
비합리적인 걸 그저 관습이라며 지키라고 꼬장 피울 때가 꼰대인 거죠.
시작시간부터 준비하겠다는 걸 이해해 주면 그날 제일 늦는 사람 시간이 공략 시작시간이라는 건데,
말도 못하게 불합리하고 비능률적이고 납득 못할 개념이거든요. 누가 그런 공대에 들어가겠어요?
오히려 룰을 어긴 사람은 정해놓은 제재를 확실하게 부과해야 공대라는 작은 사회가 제대로 돌아갑니다.

저도 공대장이었고 그 외에도 PGR에는 공대장하시던 분들 엄청 많을텐데,
그래서 더 동의할 수 없는 전개네요.
20/05/28 18:44
수정 아이콘
다른 많은 분들의 의견을 취합해서 결론내리자면 '결국 저는 꼰대가 아니었었다' 이겠네요. 링크 건 알바 글과 제 상황이 비슷해 보여서 생각 해 보았습니다.

그 둘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요? 둘 다 비슷한 프리라이딩 상황인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죠.
스토리북
20/05/28 20:18
수정 아이콘
전혀 다르죠.
저건 "입던하기 10분 전에 던전 앞에 모여주세요."라는 얘기입니다. 10분 전에 앞에 모여서 할 게 뭐 있습니까? 없잖아요.
공대원들은 정해진 시간에 공략을 시작하자고 약속을 한 거예요. 정각에 온다고 해서 공동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정각이 지나도 준비하고 있으면 정해진 시간에 시작한다는 공동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잖아요. 이건 완전히 다른 층위입니다.

공대 예시를 그대로 알바에 적용하면 이렇게 되죠.
"알바 시작시간에 집에서 출발하면 되는 거 아니예요? 알바하러 가는 시간도 알바에 투자하는 거잖아요."
먼 사람은 좀 더 늦기도 하고, 누군 화장실도 들리고, 준비시간이 긴 사람도 있고. 그래서 약속한 시간에 출근하라고 하면 사장이 꼰대고.
사장 입장이라면 납득될까요?
아파테이아
20/05/28 19:0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는 젊꼰이라는 말이 무섭지 않아요. 저를 두고 누군가 꼰대라고 한다면, 전 그냥 꼰대할래요. 요즘 '네다꼰'(네 다음 꼰대)이라는 말이 유행인데, 자기 불편한 말 한다고 가불기로 네다꼰 하는 사람들이 더 꼰대스럽지 않나요?
사람들이 글쓴분처럼 스스로 꼰대가 되지 않으려는 노력을 계속 한다면, 꼰대문화는 사라질거에요.
꼰대문화를 꼰대문화(네다꼰)으로 비판하는 지금 사회 세태를 보면, 꼰대문화가 없어지는데 꽤나 오랜시간이 걸릴 듯 합니다.
충동가입
20/05/29 05:12
수정 아이콘
친구와 8시 강남역에서 만나서 놀자고 했는데, 8시에 일어나서 씻으면서 나갈 준비를 하는 걸 '놀 준비도 노는 시간에 포함이니까 괜찮아.'라고 할 순 없죠. 8시에 만나자. 가 약속이니까요.
9시 - 6시 근무시간이 계약사항이라면 9시 근무를 시작하면 됩니다. 근무 준비를 한다고 샤워하고 출근하는 걸 근무 준비에 포함하는 경우는 없어요. 다만 근무라는 단어의 뜻이 예전에는 할당받은 업무 그 자체였다면 이제는 할당받은 업무를 원활히 진행하기위한 준비과정 역시 포함이 될 뿐이죠. 이 변화는 실직적으로 업무효율을 위해서는 적당량의 비업무활동이 도움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며, 시간과 업무량은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죠.
꼰대 이야기를 해보자면 누군가의 의견이 나와 다른 상황을 어떻게 반응하냐가 꼰대인가 아닌가의 기준 아닐까요? 상대방과의 입장차이를 근거에 입거한 논쟁과 설득으로 줄여나가느냐 아니냐의 차이 아닐까싶습니다. 근무시간 지적을 꼰대라고 받아들이는 제일 큰 이유는 지적하는 당사자도 8시간 풀 집중으로 근무를 하지 못하니까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중요한 건 업무를 얼마나 처리했느냐지, 얼마나 책상앞에 앉아있었느냐가 아니니까요.
그리움 그 뒤
20/05/29 10:30
수정 아이콘
젊은 사람에게는 꼰대라는 표현보다는 무개념이라는 표현을 주로 써서 그렇지 꼰대는 나이로 결정되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젊어서 무개념인 사람이 나이 먹어서 꼰대가 된다고 봅니다.
젊어서 멀쩡하던 사람이 나이 먹어서 꼰대가 되는 경우는 있기야 하겠지만 그렇게 많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이 먹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꼰대화 시켜버리는 경향도 있다고 보구요.
그래서 꼰대라 불리는 사람이 정말 꼰대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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