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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5/08 19:14:47
Name 여왕의심복
File #1 2020.05.04.20089904v1.full.pdf (339.5 KB), Download : 76
Subject COVID-19 감염에 영향을 미치는 약물 연구 (수정됨)
안녕하세요. 가끔 보건의료에 대한 글을 올리는 여왕의심복입니다.

방금 MedRxiv에 제 연구결과가 공개되었습니다. 가끔 제 연구에 대한 글도 올려드렸는데, 이번에도 재미있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연구 제목 : 'COVID-19 감염전 복용한 약물과 감염여부의 관련성'

1. 연구 목적
- 저희 연구는 COVID-19 확진 검사 이전에 복용한 약물이 확진 여부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서 설계되었습니다. 즉 요즘 논란이 되었던 고혈압 약제나 많이 복용하시는 당뇨병 약제 등이 감염의 위험을 높히는지, 또 트럼프 대통령이 밀고 있는 하이드록시 클로로퀸과 같이 혹시나 보호효과를 보이는 약물이 없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2. 방법론
- 우리나라 건강보험 청구자료에는 재난코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재난코드는 코로나, 산불 처럼 국가가 재난을 선포하면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기위해서 사용하는 코드인데, 이번 COVID-19의 선별검사대상자에게도 이코드가 붙습니다. 

- 즉 이 코드를 사용하면 의료기관에서 COVID-19 선별검사를 받은 사람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 또 COVID-19가 붙으면 심평원에서 지정한 확진코드가 붙는데, 그 코드까지 고려하면 완벽한 사례-대조군이 구성이 됩니다.

- 문제는 선택편견인데, 사례군과 대조군에 심각한 수준의 바이어스가 낄 수있습니다. 또한 원고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대구의 청구건수가 매우 적습니다. 즉 청구자료의 주소는 의료기관의 주소를 쓸 수 밖에 없고, 대구에서 외부로 이동된 사례나, 생활치료센터에 들어간 환자를 찾아낼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 이후 분석방법은 일반적인 사례대조군의 연구방법론과 다중 로지스틱 회귀를 사용했습니다. 

- 다행히 저희 연구실은 대부분의 약제에 대한 청구자료 매핑이 끝나있는 상태이고, 참여하는 주요연구자들이 건보자료를 매우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설계자체는 어렵지 않았습니다만, 이번 분석은 연구자가 직접수행하는 것이 아니고, 심평원에 분석 코드를 제출하면 결과를 돌려서 주는 형태라 한번에 돌아가는 코드를 짜야한다는 것이 부담이 컸습니다.

3. 결과
- 잡소리가 너무 길었습니다. 결과는 우리나라에서 특별히 COVID-19 감염에 영향을 주는 것 같은 약물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위험을 높힐 것으로 우려되는 고혈압 약제(ACEi, ARB)도 위험도를 거의 높히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예방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되던 클로로퀸도 위험도를 낮추지 않았습니다.
즉 우리가 기대하던, 걱정하던 것들은 거의 COVID-19감염과 상관없다는 결론입니다. 

- 결국 기대하던 마법은 없고, 손씻기, 마스크쓰기,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잘지키는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 다행히 고혈압, 당뇨병 환자분들은 걱정없이 현재 드시는 약물을 유지하셔도 되겠다는 것이 그나마 저희연구가 더해주는 가치인 것 같습니다. 

PS. 서로 환자보고 잡일 하느라 바쁜데 함께 연구해주신 친구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요즘 일을 하면 할 수록 과학은 협력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좋은 곳에 논문을 발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는게 더 중요함도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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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idote
20/05/08 19:1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여왕의심복
20/05/08 19:2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jjohny=쿠마
20/05/08 19:22
수정 아이콘
(DOI 직접링크에 오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여왕의심복
20/05/08 19:2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DOI 말고 다른 링크를 걸었습니다~
jjohny=쿠마
20/05/08 19:23
수정 아이콘
좋은 연구 진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향성
20/05/08 19:23
수정 아이콘
ACEi, ARB 이거 관련해서 의사나 연구자들이 상반되는 주장을 하는데, 치료하는데 있어서 의사들의 판단에 큰 도움이 되는 연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시국에 고생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여왕의심복
20/05/08 19:24
수정 아이콘
아 하나 흥미로운 것이 Camostat이 어느정도 효과가 있어보이는 심증까지는 보입니다만, 역시 연구자체가 가지는 한계가 커서 명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려워보입니다.
방향성
20/05/08 19:33
수정 아이콘
독일에서도 같은 인식을 얻고 덴마크에서 임상실험을 하고 있는데, 우리도 같은 방향인가보네요?
해바라기
20/05/08 20:33
수정 아이콘
Camostat이 TMPRSS2 억제제로 알려져 있는데, TMPRSS2이 SARS 계열의 수용체로 사용된다는게 알려져 있는걸 비춰보면(https://www.ncbi.nlm.nih.gov/pubmed/32142651), 실제로 Camostat이 예방제로서 역할을 하지 않을까요?
물론 치료제가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를 검증하는 연구가 아닌 한계가 있지만, 본 연구가 치료제/억제제 후보군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제시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의 적절한 좋은 연구에 감사드립니다. 좋은 곳에 출간되기를 바라겠습니다!
20/05/08 19:31
수정 아이콘
혹시 과학/의학 관련해서 연구 기부를 할만한 곳도 있을까요?
올려주시는 글 늘 잘 보고 있고, 제가 관련해서는 전혀 도움될 길이 없으니 작은 돈이라도 기부를 하고 싶네요.

기왕이면 상업성이 부족해 늘 예산이 부족한 곳이면 좋겠습니다.
여왕의심복
20/05/08 21:00
수정 아이콘
제 생각에 우리나라는 과학 기부를 할만한 곳이 마땅치않아보입니다. 차라리 국경없는 의사회나, 의료봉사쪽으로 지원하시는게 좋아보입니다. 감사합니다!
루트에리노
20/05/08 19:33
수정 아이콘
그냥 호기심에 여쭤보는데, 다중 로지스틱 회귀를 사용한 이유엔 어떤 게 있을까요?
여왕의심복
20/05/08 20:59
수정 아이콘
연령, 성별, 동반상병을 보정해야하기 때문입니다~
VictoryFood
20/05/08 19:47
수정 아이콘
아 이 분석을 통해서 예방에 관련된 약물을 찾을 수 있었으면 정말 획기적이었을 텐데 아쉽네요. ㅠㅠ
파이톤사이드
20/05/08 19:53
수정 아이콘
항상 좋은 정보 올려주시는거 감사합니다.
김연아
20/05/08 19:58
수정 아이콘
오늘인가 어제 NEJM에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별 효과없다는 논문이 올라왔더군요

뭐, 좋은 세팅 하에 이뤄진 연구가 아니라, Randomized, controlled trial이 필요하다는 단서는 달긴 했지만

별 기대는 되지 않네요
blood eagle
20/05/08 20:12
수정 아이콘
결국 손 씻고 마스크 쓰는거 외에 다른 방법은 없나 보네요. 얼마전에 니코틴이 코로나 억제에 효과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사보고 마음놓고 피는 중이기는 한데;;;;;
이른취침
20/05/08 20:19
수정 아이콘
니코틴이 감염을 막아주는 대신 흡연자는 걸리면 치명률이 높은 고위험군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안군-
20/05/08 21:14
수정 아이콘
코로나 19의 후유증으로 의심되는 폐경화나 생식능력 저하 등은 이미 흡연의 부작용으로 판명나있...
우리 흡연자들은 코로나에 걸리나 안걸리나 폐병 걸리는거에요 ㅠㅠ
해바라기
20/05/08 20:52
수정 아이콘
'Drugs with no expected benefit'로 생각하는 NSAIDs, COX2 억제제, 아스피린 등과 같은 진통제 계열이나 스테로이드, 프로톤 펌프 억제제, NAC 등이 코로나 위험을 낮출 수 있는듯 한데, 이부분은 어떻게 봐야 하나요? 제가 의학 논문은 잘 볼줄 몰라서 OR이나 p value를 어느정도로 생각해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적어도 아스피린은 두드러지게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스피린 먹으면 코로나에 잘 안걸리는 걸까요....? 흐흐
여왕의심복
20/05/08 20:59
수정 아이콘
앗 네 이건 조금 긴설명이 필요한데 지금 대조군은 감기증상이 있어서 검사한사람, 중증도가 높아서 검사한 사람이 혼재되어있습니다. 오히려 환자군이 신천지나, 젊은 접촉자가 들어가서 더 건강한 군이지요. 따라서 저희가 처음에는 말씀하신것처럼 보여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후반부 새롭게 subgroup을 감기가로 인해 그약을 복용한 사람을 제외하고, 분석했습니다. suppletable에 있을텐데, 거기서는 대부분 의미없는것으로 나왔습니다.
20/05/08 21:03
수정 아이콘
참 대단하신 분이라 생각합니다. 존경.
티모대위
20/05/08 22:53
수정 아이콘
감염학 뿐만 아니라 데이터사이언스까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성야무인
20/05/08 23:28
수정 아이콘
일단 제 전공에 빗대서만 이야기 드리겠습니다. (당뇨쪽입니다) 당뇨치료제인 Metfomin계열에서 위험도가 높아질 수 있다라는 데이터 테이블을 봤습니다. Thaizolidinedion하고 다르게 당뇨환자의 인슐린 수용성쪽을 높이는 약물이고 Thaizolidinedion은 지방세포나 근세포의 당운반쪽에 좀 더 기능성이 있는 약물이라 이 데이터만 가지고 봤을때 Covid 19가 세포내로 (특히 당대사 관련)에 침투할 때 AMPK Signal trafficking쪽에 같이 작용해서 보다 쉽게 감염이 되는게 아닐까 의심됩니다. 이부분의 경우 실제 실험을 해봐야지 알긴 알것 같은데요. Glucose Transport Assay진행하면서 Adipocyte에 Metfomin하고 같이 Covid 19 감염시 단백질 signaling 중에 IRS-1,2 말고 PKAa확인 한다음 나중에 Adipocyte에서 Covid Protein Marker찾아서 (Western으로 확인하던지 RT-PCR로 Expression을 확인하면) 충분히 연관성을 찾을수 있을듯 합니다. 그나저나 실제로 Glucose signalling하고 Covid 19하고 연관관계에서 Metformin의 신호 전달체계 찾으면 이것도 나름대로 대박이겠는데요. (제입장에서)
20/05/09 00:36
수정 아이콘
싸고 범용성이 높은 클로로퀸 계열이 궁극적으로 치료 효과가 있을 약물로 기대했었는데, 트럼프의 입털기일 뿐이었나보네요. 약물 2대장었던 렘데시비르 결과는 기대보다 좋았는데 말이죠..
metaljet
20/05/09 11:22
수정 아이콘
정말 시의적절한 연구결과네요. 참 대단하고 부럽습니다. 축하드립니다.
20/05/09 11:29
수정 아이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더 불안하셨을텐데,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좋은 연구를 하셨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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