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에 관하여 PGR은 대체적으로 꽤나 적대적인 포지션을 가지신 분들이 많으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몇몇의 패악질을 보면서 한숨을 쉬어 왔던 입장이고, 그들의 언어나 목표등에 관해서도 크게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부터 페미니즘 진영 내에서의 어느 정도의 분열 기미가 보이기에 한번 들여다 보기 시작했는데요,
꽤나 흥미로운 부분들도 있었기에 글을 올려봅니다.

먼저 이번 사건은 4월 22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황선우 작가라는 분이 리디북스가 운영하는 리디셀렉트라는 곳에서 한 글을 공개합니다.
https://select.ridibooks.com/article/@hsw/20?utm_source=tw&utm_medium=banner&utm_campaign=inhouse
"일 욕심 많은 여성들이여, 이제 더 높은 곳에서 만납시다" 라는 글 이고, 이 제목이 이후의 사건에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내용은 "비혼주의인 일 잘하는 여성들이 높이 올라가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글입니다.

글을 쓴 황선우 작가는 90년대 후반 대학에서 부터 페미니즘 운동을 시작한 현재에서 보면 비교적 온건한 페미니스트 분입니다.
물론 비혼주의 조차도 꽤나 급진적이라고 보실 수도 있지만요.

이 작가분은 예전의 인터뷰 등에서 "짧은 머리에 노메이크업만이 진짜 자유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등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었고,
이는 소위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불리우는 급진파들의 탈코르셋 운동 (숏컷, 노메이크업)의 부정으로 받아드려졌죠.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메갈-워마드 등에서 발원한 진영인데요, 최근에 총선에서도 후보를 냈던 여성의 당에서 주류를 차지 하고 있습니다.

이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해당 글에 이의를 제기합니다.

"탈코르셋한 여자들이 (2017년에서 2018년사이 워마드 등에서) '정상에서 만나자'라는 말로 서로 독려했고, 황선우 작가는 이 표현을 훔쳐온 것이다."
"이 표현은 래디컬 페미니스트 진영에 크레딧이 있는데, 탈코르셋 운동을 부정하는 황선우 작가가 훔쳐 쓴 것이다."

이에 따라 온건파와 급진파 페미니스트들은 두개의 진영으로 나뉘어서 디스전을 시작했고,
정상에서 만납시다는 관용어인가 아닌가, 누가 더 선명성을 가졌나 등의 논쟁이 계속되었습니다.

어제인 4월 24일에 이르러서 황선우작가가
"'더 높은 곳에서 만납시다'는 특정 집단에 귀속되지 않는 보편적인 표현으로 판단한다"
라고 밝힘으로써 해당 표현을 훔쳐쓰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지만,
그 이후에도 두 진영의 파이싸움은 계속되고 있네요.

사실 밖에서 볼 때 페미니즘은 남성을 절대악으로 규정한 똘똘 뭉친 집단 정도로 보이지만,
내부에서는 이렇게 사안에 따른 분열조짐이 보입니다.

미국등의 예에서 보듯이 급진적인 분파가 자리를 잃기 바라지만, 이미 정당등의 제도권에 들어온 세력인지라 차후 사건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흥미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