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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2/19 10:25:29
Name aurelius
Subject [단상] 일본과 중국에 대한 첫인상 (1) (수정됨)

1. 일본

처음 일본을 방문한 것은 2008년 여름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많이들 이야기했지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청결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보다 배로 화려하고 번화한 거리를 보며 이게 세계 넘버 2 경제대국인가 싶었습니다. 긴자, 신주쿠, 시부야, 롯폰기 모든게 신기했었죠. 또 메이지 신궁에 갔을 때는 한국에서 보았던 그 어떤 나무보다 컸던 거목들이 즐비한 것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나무들 대만에서 가져온거라고 하던데...이게 제국의 힘인가? 싶었습니다. 게다가 본래 도쿠가와 가문의 성으로 쓰였던 현재 일본 천황의 황거를 보며, 당대 도쿠가와 정권과 조선의 국력 격차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야스쿠니 신사도 방문했었는데, 먼저 그 거대한 토리문에 약간 압도되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사는 뭐 그렇다치고 그 내부에 있는 박물관이 정말 진풍경인데... 내용은 뭐 일본은 정의로운 전쟁을 수행했고 아시아인의 해방을 위한 성전이었고 아무튼 미국이 나빠아 빼액! 수준입니다. 정말 가관입니다. 미국이 왜 이걸 가만히 두나 의문이었는데, 미국도 항의한 적이 있었더군요. 그런데 일본 측에서는 야스쿠니 신사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섭할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아무튼 야스쿠니 신사의 의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이곳 박물관에 반드시 데리고 와서 두눈으로 직접 보게 만들어야 합니다.

저녁에 유리카모메를 타고 오다이바에 건너가는데, 야경이 참 예쁘더군요. 레인보우 브릿지를 감상할 수 있는데, 예전에 즐겨보았던 "춤추는 대수사선"이 떠올랐습니다 (솔직히 이 드라마 알면 아재....)  

오사카와 교토도 매우 놀라운 곳이었습니다. 오사카 성의 거대한 성과 성벽 그리고 해자를 보며, 히데요시가 충분히 자신감을 가질만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교토에서는 니조성을 보면서 동양 특유의 건축방식과는 다른 단일 복합건물이라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내부에 입장하는데, 겉에서 볼 때 보다 거대한 건물이고 또 화려합니다. 이곳은 도쿠가와 막부의 대리인이 교토에 와서 천황과 귀족들의 동향을 감시하는 곳인데 오히려 천황이나 귀족들의 저택보다 거대하고 위압적인 건물이었습니다. 

2. 중국

중국은 사실 제대로 보지는 못했습니다. 베이징과 열하를 방문한 것이 전부입니다. 상하이, 하얼빈, 난징, 청두, 시안 등 모두 방문하려면 아주 제대로 시간을 내야겠죠. 그런데도 충분히 유익했던 방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먼저 베이징은 일본과 달리 아주 이국적인 곳이었습니다. 이국적이라고 함은, 한국과 아주 다른 분위기라고 해야겠죠. 일본은 뭔가 친숙? 익숙?한 분위기였다면 베이징은 확실히 외국이라고 할만한 곳이었습니다. 회색빛 도시풍경, 드넓은 광장 그리고 거대한 마오의 초상화. 

베이징의 꽃은 역시 자금성입니다.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궁궐로, 명나라와 청나라 모두 이곳을 본궁으로 삼았습니다. 대륙의 기상을 보여주는 듯 정말 거대하고 또 거대하다라는 게 첫인상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조선이 중국에 사대했다는 것이 부끄러웠는데 실제 자금성을 보니 충분히 사대할만하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다른것보다 영화 "마지막 황제"에서 나왔던 공간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져보고 걷는다는 게 좋았습니다. 

가장 이색적이고 또 인상깊었던 곳은 열하였습니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나오는 바로 그 열하. 이곳은 청나라 황제들의 피서공간이었고, 또 사냥을 즐기기 위한 별장이자 또 외국(특히 몽골)의 사신을 맞이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에는 소포탈라 궁이라는 건물이 있는데 티베트 라싸에 있는 포탈라 궁을 모방한 건물입니다. 우리가 흔히 연상하는 동양 건축 양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또 이곳에 있는 모든 건물에는 만주어와 몽골어 그리고 한어가 병기되어 있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자금성도....) 

청나라와 [신청사(New Qing History)]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바로 이곳 열하였습니다. 

베이징 대학은 정말 넓은 곳이었습니다. 캠퍼스에 호수가 하나 있는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대학 내 인공호수의 규모를 훨씬 초월하는 크기였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또 전형적인 "너드"처럼 보이는 학생들도 다수 있었습니다. 중국 역사에 큰 획을 그었던 5.4운동과 천안문 항쟁의 중심에는 베이징 대학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곳의 학생들과 토론할 기회가 있었는데 (애초에 방문목적이 대학생 학술교류였으니...진행은 물론 영어로... ) 그들은 우리가 미국의 손을 잡으면서 왜 중국의 손을 못잡는지 진심 궁금해하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다른 학생은 대국중국 소국한국의 마인드를 대놓고 드러내서 꽤나 불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추후 중국을 방문한다면 상하이(근대중국의 출발)와 하얼빈(러시아와의 접경) 그리고 시안(한, 수, 당의 수도)을 가보고 싶네요. 


다음에 미국(뉴욕, 워싱턴), 영국(런던)에 대해서도 올려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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醉翁之意不在酒
20/02/19 10:55
수정 아이콘
그 호수가 이름이 미명호 未名湖라고 하는데 당초에 이름을 붙일려고 여러 안을 검토했는데 마음에 드는게 없어서 그냥 아직이 이름이 없다는 뜻이로 미명호 Unnamed lake가 됐다고 들은적이 있습니다.
독수리가아니라닭
20/02/19 11:00
수정 아이콘
그렇게 손에 닿지 않을 것 같던 일본이 이제 '가성비'와 '전통미'를 보고 가는 여행지가 된 것만 해도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20/02/19 13:50
수정 아이콘
08년인데 청결하다 라든가 서울보다 배로 화려하고 번화하다 라는 감상은 좀 신기하긴 하네요 98년도 아니고...
메이지 신궁 나무도 그정도 크기 나무가 국내에서 못볼 정도는 아닌것 같고...
중국은 어디가 어떻다 이렇게 말하기에는 같은 장소여도 금방금방 느낌이 달라지는 것 같기도 하네요. 제가 어릴때 가본 중국은 상당히 개발도상국적인 이미지였는데 부모님이 몇년 간격으로 중국 가시면 변화 속도가 엄청나다고 하시는 것 같아서...
유료도로당
20/02/19 15:45
수정 아이콘
00년대 초반쯤에 일본을 처음 방문했었는데 역시 한국과 국력 차이가 꽤 나는것 같다는 감상을 받았었는데, 요즘에는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우리나라가 좀 다이나믹하게 변한건 맞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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