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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0/01/29 23:42:00
Name 주워니긔
Subject 아이들에게 못할 말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못할 말을 많이 했습니다.

내 아이가 아닌 다른 아이들에게 했습니다.

저는 욕을 잘 못합니다. 게임을 하면서도 C로 시작하는 말을 잘 못하고, 한숨이나 책상에 소심하게 샷건을 치더라도 욕은 잘 안합니다.
그래서 저는 말을 잘 하는 줄 알았습니다. 적어도 오늘까지는 그러했습니다.

저는 학원 강사입니다.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입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저이지만, 아이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는 것 역시 제 삶의 일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형식적으로 하는 수업, 그냥 진도만 나가는 수업이 아닌 학생들과 소통하며, 아는지 모르는지 챙겨가면서 수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항상 생각 했고, 그렇기에 아이들을 하나하나 괴롭혀가면서 끝까지 알게 했고, 힘들어하면 수업 외적으로 따로 챙겨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허나, 저는 아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저는 아이들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고, 아이들의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저는 그것도 모르냐며 핀잔을 주고 있었고, 다시 풀어보라고 얘기하는 저는 아이들에게 비아냥대고 있었습니다. 제 본심은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허나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들렸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말 중에, 말한사람은 그런 의도가 아니더라도 받아드리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사과해야한다고.

오늘 학부모님과 통화하면서 많이 반성했습니다. 제 말을 제가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사과의 문자를 남겼고, 다음 시간에 직접 사과를 하기로 했습니다.

받아 줄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잘못한 일인 만큼 제가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조심하려고 합니다. 물론, 의도치 않게 또 그럴 수는 있겠지만, 의식적으로라도 조심하려고 노력하겠습니다.

학부모님의 그 한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른한테 안 할 말을 아이들에게 해서는 안된다."

저는 그렇게까지 심한 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제 착각이겠죠. 무심코 제가 기억도 못할 말을 아이들에게 뱉었을 것입니다.

앞으로 오늘을 꼭 기억하면서 다른사람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면서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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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29 23:44
수정 아이콘
열심히 가르치려다 보면 종종 이런 일이 생기더라고요. 저는 대학생들을 가르치니까 상대적으로 조금 덜 조심해도 되긴 합니다만, 저도 가끔 '아 그런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라고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화이팅이에요!
20060828
20/01/29 23:55
수정 아이콘
그러면서 성장하는거죠.
너무 기죽지 마세요. 좋은 쪽으로 생각하면 편합니다. 앞으론 이렇게 해야지 하고 방향을 잡을 기회가 되었잖아요.
20/01/30 00:01
수정 아이콘
심란하셨겠습니다. 저도 짧게나마 학원에서 일한 경험을 돌이켜보면 나름대로 학생과 친밀해졌다고 생각해서 편하게 얘기했는데 받아들이는 학생 입장에서는 그렇지가 않아서 고민이 많이 되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저도 학생 때는 선생님 말 한 마디에 상처받는 소심한 학생이었는데, 그건 그만큼 선생님이 자신을 잘 대해주고 신경써주길 바랐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학생도 비슷하지 않았을까요? 주워니긔님의 진심이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CoMbI COLa
20/01/30 00:19
수정 아이콘
아이들이 정말로 선생님이 싫었다면 질문조차 하지 않았을겁니다. 표현의 과격함은 있었어도 좋은 선생님이라는걸 아이들도 알고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번개맞은씨앗
20/01/30 01:34
수정 아이콘
제가 고등학생 때 동생 수학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후회가 되는데요. 그때 숙제도 안 해오고 뜻대로 되지 않자, 친절하게 가르치는 걸 포기하고 강압적으로 권위적으로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다른 방식으로는 가르칠 줄 모르는 무능력함이 원인이었고,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자면 그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인격적인 부족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나름 인간 정신에 대해 여러 고민을 해보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제 생각에는 이렇습니다. 세상에 많은 것들은 인간의 인격이 그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유의지란 것을 협소하게 바라볼 때, 이를 대체할 것이 인격인 거죠. 그리고 그 인격 중 상당 부분은 자기 자신도 모를 가능성이 큽니다. 자기성찰에 뛰어난 사람이라면 아는게 더 많을 테고요. 그러나 그런 사람이라도, 모두 아는 건 아닙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제 본심은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허나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들렸습니다.'

이것은 위험한 말이라 생각합니다. 저라면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내가 내 본심을 아는게 당연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위와 같은 생각은 보류해두고, '내 인격적인 부분에 어떤 부족함이 있길래 그렇게 된 걸까?' 라고 생각을 먼저 시도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두 경로를 우선적으로 탐색했을 것입니다.

첫째로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겪는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고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인격적으로 나약한 사람은 그 고통을 잘 짊어지질 못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상한 것들이 꼬여들게 됩니다. 그 짐을 짊어지기 싫어서 발버둥치는 그런 자잘한 감정들이 생기고, 습관들이 생깁니다. 다만 이게 뭐 그리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평범한 사람들은 다 그러니까요. 이 평범함을 벗어난 사람은 존경받는 선생님이 되겠지만요. 둘째로 가르치는 것과 무관하게 평소에 쌓아온 감정반응이나 언어습관 등이 있습니다. 인격의 일부이거나, 인격의 산물인 것들이죠. 그게 가르칠 때에도 나타날 수 있겠지요.

사람들은 자신의 인격적인 부분에 뭔가 부족함이 있다는 걸 부정하려 하고, 이건 다 다른 누군가가 잘못했기 때문이라 하고, 어떤 식으로든 회피하려고 하고, 그런 게 있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을 때 무척이나 괴로워하곤 하죠.

'내가 내 본심을 모른다'고 생각하고, 기저에서 무의식적으로 돌아가는 동기들을 의심해봐야 하는 거라 생각합니다. 하나의 행동도 2가지 이상의 동기에 의해 이뤄질 수 있고, 그중 하나가 본심이라 생각하지만, 나머지 동기도 또한 본심인 것이며, 심지어 메인이 되는 것은 바로 그 그림자속에 있는 동기인 경우도 많은 거라 생각합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이를테면 나도 모르게 저 사람을 무시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래서 그게 어떤 식으로든 말의 선택을 바꿔놓게 되고, 그러면 그 사람은 그걸 감지하게 되고, 그러나 참다가 그런 일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폭발하고, 그러면 내 본심은 그게 아닌데 네가 오해하는 거다라며 방어하고, 그러나 그 사람은 이를 믿지 못하고 나쁜 사람 프레임으로 이야기짓기를 하고...

뭐 이런 게 흔하고 흔한 세상 이야기죠.

물론 이런 인격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실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겠지요. 그 효과에 한계가 있을 것이며, 잘 훈련되기도 힘들 것이고, 안 보이는 곳에서 부작용을 일으킬 위험도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인격적인 해결을 하기 위해서 중요한 점은 '힘'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니체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이런 말도 하게 되는 것인데요. 많은 문제가 인격적인 힘이 부족해서 온갖 이상한 것들이 생겨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니체가 초인이 되는 세 단계를 이야기하는데, 그때 첫 번째 단계가 낙타죠.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오히려 자존감이 높아져 기뻐하는 그런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끄러운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무언가를 했다면, 그 부끄러운 것만큼 짐은 짊어졌던 거죠.

저는 아이들에게 질문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시비를 건 것으로 들은 것뿐입니다.
저는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물어보았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핀잔을 준 것으로 들은 것뿐입니다.
저는 다시 풀어보라고 얘기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이 제가 비아냥대는 것으로 들은 것뿐입니다.

→ '아이들에게 질문하는 저는 아이들에게 시비를 걸고 있었고, 아이들의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저는 그것도 모르냐며 핀잔을 주고 있었고, 다시 풀어보라고 얘기하는 저는 아이들에게 비아냥대고 있었습니다. 제 본심은 그러하지 않았습니다. 허나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들렸습니다.'

이건 짐을 어떻게든 덜어보시겠다는 표현인 거라 생각합니다. 인격적인 힘이 약하실 가능성이 크다는 걸 가리키는 근거가 되는 표현이죠. 제 말이 맞는 것 같다면, 인격적인 힘을 길러보셨으면 합니다. 책이 필요하시다면 니체를 추천드리고요. 힘의 철학자니까요.
아닌밤
20/01/30 03:40
수정 아이콘
글에 담아내신 주워니긔님의 마음과 다짐이 참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아이들과 학부형들에게도 잘 전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루는 '아이'의 맥락과 연령이 다들 수 있겠지만, 최근 소아정신과의사이신 서천석 선생님의 페북에서 읽은 글을 공유하면서, 힘내라는 말씀드립니다.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고는 속상해 하는 부모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 감정에서 빨리 나오세요. 감정을 오래 곱씹지 말고 자책하거나 아이를 탓하지도 말고요. 아이도 문제가 있고 당신도 문제가 있을 수 있어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실수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과거이고 이제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해요. 호흡을 몇 차례하고 그냥 이 순간의 아이를 보세요. [대개 아이는 어른보다는 훨씬 빨리 감정에서 나옵니다. 아이들은 현재에 사는데 천재거든요.] 아이가 과거나 미래에 마음을 많이 준다면 연약하고 무능하고 실패나 좌절이 많을 수밖에 없는 아이의 상황 상 어떨까요? 다만 며칠도 제정신으로 살 수가 없을 거예요. 아이는 현재에 집중해 현재를 살아갑니다. 그 덕에 슬픔이 있었어도 바로 이 순간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고, 그래서 조금씩 성장할 수 있습니다."

https://www.facebook.com/seoulmind/posts/2745139175544323
임전즉퇴
20/01/30 07:02
수정 아이콘
(수정됨) 사과는 일단 추천합니다.
질문은 특히 한국문화권에서는 갈굼입니다. 배째라는 식으로 응해도 용납하겠다고 메시지를 줘야 하고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합니다.
그럴 수 없다면 안 하고 혼자 달리는 게 차라리 낫습니다. 어디로 달리는지 분명하고, 목적지에 뭐라도 쓸만한 게 있어 보이고, 달리는 폼이 효율적이고 나름 아름다움이 있고, 내 몸으로도 해볼 수 있으면, 알아서 뒤따를 겁니다. 그때 뒤를 돌아봐주며 적당히 맞춰주는 사람이 교사죠. A. A+는 아껴두고..

뒤따르면 돌아보는데 맞춰주긴 어렵다 A-
뒤따르면 만족하고 돌아보질 않는다 B+
따라오지 않는데 그걸 알고 고민한다 B (단 여건문제도 있음)
따라오는지 어떤지 파악이 안 된다 B-
달리지도 않으며 어디로 달리라고만 한다 C+
그냥 달리라고 한다 F
등외1) 달리든 눕든 개인사. 그냥 일반인
등외2) 달리는 폼을 흠잡는다. 단, 모두까기다. 자기가 뛰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당연히 자기가 보는 자기와 남이 보는 자기가 같지 못하다. 그걸 알면 조심할텐데.
등외3) 1등은 응원하고 2등 이하를 깐다. 1등이 생각이 있다면 고맙지가 않을 것이다. 그나마 팬심이면 나쁘지 않은데, 품평쟁이라 갈아타기를 잘한다.
등외4) 몸이 이쁘면 폼이 뛰어나다고 한다. 페이스(!)를 맞추려고 하는데 자기가 노력한다면 가상하지만, 품평쟁이는 대개 팬을 자처하며 맞춰주기를 요구한다.
20/01/30 08:17
수정 아이콘
상하관계는 참 어렵네요.
주워니긔
20/01/30 10:18
수정 아이콘
댓글 감사합니다 :)

한숨 자고 나니 울적한 마음도 풀리면서 오늘부터 다시 힘내야 겠다는 생각을 학게 되네요. 앞으로 언행을 조심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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