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1/22 15:31:13
Name aurelius
Subject [역사] 청일수호조규는 어떻게 체결되었는가? (수정됨)

예전부터 잘 이해할 수 없었던 주제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1871년 대청제국은 왜 일본과 대등한 "조약"을 맺었는가? 
중화제국으로서의 자부심과 천하질서의 주인이, 어찌 동방의 섬나라 오랑캐와 서구식 조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조선은 외교문서가 무례하다고 하여 강화도 조약 때까지 버텼는데 말이죠. 

그런데 최근 어떤 기사를 보니, 이제야 좀 납득이 되었습니다. 

먼저 일본의 "동방의 천자가 서방의 천자"에게 전하노라 (실제로 저렇게 한 건 아니고, 옛날 당나라 시대 당시 일본이 보낸 문서였습니다)하는 문서를 받은 청나라의 반응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무례하도다! 감히 상국을 업신여기고 우리의 천하질서를 어지럽히다니!
(2) 문서를 거부하면 일본이 서양과 합세하여 중국을 공격할 수 있음. 게다가 일본은 애초에 우리 천하질서 바깥의 존재임

당시 문서를 접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는 리훙장이었습니다. 
그리고 조정은 그를 깊이 신임했습니다. 

근데 가장 중요했던 문제는 "톈진사태" (1870)

외세에 반대하던 중국인들이 프랑스인들을 수십명 죽였고, 이는 거대한 외교문제로 비화되었습니다. 특히 영국과 미국도 프랑스에 동조하여 중국은 상당한 압력을 받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일본까지 적대하기에는 리스크가 컸다고 하네요. 

아울러 일본 또한 중국에 강압적으로 나갈 형편이 아니다보니... 굉장히 특이한 방식으로 조약(?)이 체결되었는데

먼저 서로 원했던 것을 짚어보자면

청국 - 중국과 조공국에 대한 공격 금지, 서양식 근대조약 거부, 최혜국 조항 및 영사재판권 조항 거부
일본 - 조공체제의 타파, 서양식 근대조약, 자유무역

그런데 현실적으로 양국이 서로 자국의 의사만을 관철시킬 수 없어 묘하게 타협했다고 합니다.

(1) 조약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조규라는 단어를 쓴 점 
- 조약이라는 단어를 거부하여, 형식상 근대조약 표현을 제외시켜 중국 입장 관철 (참고로 강화도 조약도 원래 조일수호조규로 조규의 형태입니다)
(2) 상호간 "방토" 침략 금지
- 중국 입장에서 볼 때는 속방과 영토를 모두 포괄 조선, 류큐 등을 포함한 의미. 일본 측 입장에서는 중국 본토만으로 해석. 서로 편할대로 해석할 여지를 남겼습니다. 
(3) 최혜국 조항 및 영사재판권 조항 상호 거부
- 근대조약의 필수조항이었던 이 조항이 없어 서양열강이 당시 일본과 중국이 내통해서 서구열강에 대항하는 거 아니냐는 의구심을 품었다고 합니다
(4) 조약문구나 서명란에 양국 군주의 휘호나 도장이 없는 점
- 일본은 서양식으로 메이지 천황의 사인이 들어가는 걸 원했으나, 중국이 거부. 결국 양국 교섭자의 서명으로 갈음함. 아편전쟁 후 난징조약에는 영국과 중국 양국의 국가수반의 승인이 있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중국은 형식을 취하고 일본은 제한적인 실리를 취한 조약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당시 조선은 일본이 중국과 맺은 이 "조규(?)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궁금해지네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308 원랜디는 창작일까, 표절일까? 2차 창작 문제 [2] 이선화405 24/04/20 405 3
101306 반항이 소멸하는 세상에서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우는 소녀들 [15] Kaestro4811 24/04/20 4811 3
101305 스포 無) 테츠로! 너는 지금도 우주를 떠돌고 있니? [10] 가위바위보3035 24/04/20 3035 7
101304 서울 쌀국수 투어 모음집 2탄 [33] kogang20014594 24/04/19 4594 12
101303 서울 쌀국수 투어 모음집 1탄 [11] kogang20014875 24/04/19 4875 6
101302 이스라엘이 이란을 또다시 공격했습니다. [142] Garnett2115892 24/04/19 15892 5
101301 웹소설 추천 - 이세계 TRPG 마스터 [21] 파고들어라4966 24/04/19 4966 2
101300 문제의 성인 페스티벌에 관하여 [163] 烏鳳11982 24/04/18 11982 62
101299 쿠팡 게섯거라! 네이버 당일배송이 온다 [42] 무딜링호흡머신7918 24/04/18 7918 6
101298 MSI AMD 600 시리즈 메인보드 차세대 CPU 지원 준비 완료 [2] SAS Tony Parker 3035 24/04/18 3035 0
101297 [팁] 피지알에 webp 움짤 파일을 올려보자 [10] VictoryFood2983 24/04/18 2983 10
101296 뉴욕타임스 3.11.일자 기사 번역(보험사로 흘러가는 운전기록) [9] 오후2시4984 24/04/17 4984 5
101295 추천게시판 운영위원 신규모집(~4/30) [3] jjohny=쿠마7244 24/04/17 7244 5
101290 기형적인 아파트 청약제도가 대한민국에 기여한 부분 [80] VictoryFood10997 24/04/16 10997 0
101289 전마협 주관 대회 참석 후기 [19] pecotek5620 24/04/17 5620 4
101288 [역사] 기술 발전이 능사는 아니더라 / 질레트의 역사 [31] Fig.15658 24/04/17 5658 12
101287 7800X3D 46.5 딜 떴습니다 토스페이 [37] SAS Tony Parker 5612 24/04/16 5612 1
101285 마룬 5(Maroon 5) - Sunday Morning 불러보았습니다! [6] Neuromancer2951 24/04/16 2951 1
101284 남들 다가는 일본, 남들 안가는 목적으로 가다. (츠이키 기지 방문)(스압) [46] 한국화약주식회사7648 24/04/16 7648 46
101281 떡볶이는 좋지만 더덕구이는 싫은 사람들을 위하여 [31] Kaestro6992 24/04/15 6992 8
101280 이제 독일에서는 14세 이후 자신의 성별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302] 라이언 덕후19310 24/04/15 19310 2
101278 전기차 1년 타고 난 후 누적 전비 [55] VictoryFood12147 24/04/14 12147 7
101277 '굽시니스트의 본격 한중일세계사 리뷰'를 빙자한 잡담. [38] 14년째도피중8364 24/04/14 8364 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