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1/18 17:07:29
Name 박수갈채
Subject 그의 정의로움이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대학시절을 함께 보낸 무척이나 정의로운 선배가 있다.

그 형은 해외에서 자라 외국어가 능통했다. 프랑스어와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할 줄 알았고 서구권의 신문을 즐겨 구독하여 시야도 넓었다. 국내외 각종 시사에 대해 자신의 견해가 뚜렷하고 독창적이어서 흥미롭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는 외국인 친구들도 많았고 매방학 유럽으로 여행을 갈 수 있을 정도로 재정적으로도 넉넉했다.

그 덕분일까. 그는 평균적인 한국인보다 높은 수준의 인권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스스로를 세계시민이라고 자처하며 특히나 성소수자와 여성의 인권에 관심이 많았다. 그 자신이 동성애자였기에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때로 형은 한국에서 성소수자로서 느끼는 압박감과 부담감을 토로했다. 또한 남성이지만 자신을 페미니스트라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는 한국의 후진성을 한껏 비난했다. '계몽'되지 않은 한국인 다수를 비난했다. 그들에 대한 혐오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부분 그의 말이 맞았다. 그는 여러 인권운동가들과 어울리며 그들과 연대했고,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포함한 여러 매체에 글을 쓰면서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 그의 글은 현학적이었지만 진영과 메시지는 선명했고 이에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에서 나름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다.

그는 부유했다. 그는 자기 집안의 부유함을 자랑스러워했고 가끔 조상 대대로 사대문 밖에 나가본 적이 없음을, 자신이 사는 동네가 국내에서 손꼽히는 부촌임을 드러냈다. 그는 정의로웠지만 동시에 타향에서 집세를 고민하고 있는 나에게(물론 그는 이 사실을 몰랐지만) 부모님이 부동산으로 부를 키운 이야기를 할 정도로 무신경하기도 했다.

다만 그에게도 치부는 있었다. 자신의 선조가 친일인명사전에 실린 지체높은 친일파였다는 것. 그리고 그는 이를 매우 부끄러워했다. 자신의 잘못은 아니지만 어쨋든 그가 한국에서 경멸받는 친일파 후손이라는 것은 분명했으니까. 물론 주변에서 그의 조상을 들먹이며 그를 조롱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조상과 개인을 연결짓지 않을 정도로 서구적이었고 정의로웠으니까.

그의 주장을 들을 때마다 내 주변의 친구들이 생각났다. 소위 '개룡남'이었던 나의 어릴 적 친구들은 다들 가난했다. 대부분 좋은 대학에 가지도 못했고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편견을 벗어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들은 페미니스트라면 학을 떼며 동성애자에 대한 증오 섞인 발언을 아무렇게나 던진다. 물론 그들의 심성이 악하지는 결코 않다. 다만 그들의 정치적 식견은 낮았고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상스러웠다. 그래. 그들은 정의로운 대학 선배가 비난해 마지않는, 한국사회를 좀먹는 정의롭지 못한 남자들이었다.

정의로운 선배와 정의롭지 못한 친구들을 보며 생각했다. 이제 부자가 정의마저 가지고 가는 세상이 되었구나. 2020년대 한국을 살며 정의롭기 위해선 국가가 보편적으로 제공하는 교육서비스를 넘는 통찰력이나 기회가 필요하고, 그것은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 기회는 빈자가 가지기에는 너무 비싸다. 빈자들이 사는 세계는 통찰을 얻기에 너무 좁고 너저분하다.

오늘날 부자는 부유할뿐만 아니라 정의로움까지 가졌고 빈자는 가난뿐만 아니라 도덕적 결함까지 가졌다. 부자들은 손가락질 할 수 있는 권리까지 쟁취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마스터충달
20/01/18 17: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부자라서 정의로운 게 아니라서요. 개룡남이어도 페미니스트가 될 수도 있고요. 한 개인의 사례를 가지고 '부자들이 정의로움까지 가졌다.'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하려면 '부자라서, 부자이기 때문에 정의롭다'는 논리와 이를 입증할 근거가 와야 합니다. 하지만 부자만이 통찰력을 얻을 기회가 존재한다고 볼 수는 없어요. 우선 우리나라의 대학진학률은 70%에 가까워서 고등 교육의 기회가 보편화된 상황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공부하기 가장 좋은 방법이 독서인데, 지방은 제가 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서울은 무료 도서관이 굉장히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무료 와이파이만 찾는다능...) 여기에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 접근성이 무척 좋아졌고요.

개인적으로 도덕적 우월감을 갖는 것만큼 의미 없고 우스운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의는 맥락에 따라 달라지거든요. 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 다수의 불행을 가져온다면 그것은 도덕적일까요? 부도덕적일까요?

대개 도덕적 우월감을 갖는 사람들은 타인의 부도덕을 질타하며 자신의 우월함을 강조하죠. 그 사이 진짜 선한 사람들은 기부를 하든 선행을 베풀든 정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합니다. 세계 시민이니 페미니스트니 떠드는 사람보다 단돈 만 원이라도 기부하는 사람이 더 선하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정의로운 선배는 과연 세상을 이롭게 하기 위해 작년 한 해 동안 무슨 일을 하셨을까요?
20/01/18 17:57
수정 아이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의 차이도 있고... 서울과 지방의 격차도 상당히 크다는 걸 많이 느낍니다.
선하기 위해서라면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지만 정의롭기 위해선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하구요.
본문의 '선배'가 진정 정의로운 사람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정의에 대한 고민 같은건 생각도 못하고 사는 사람들도 있으니까요...
말이 짜임새있게 안 나오는데 쉽게쉽게 이렇다 저렇다 말하기 어렵단 생각이 드네요.
마스터충달
20/01/18 18:25
수정 아이콘
그렇게 정의가 어렵다는 것만 알아도 본문 같은 글은 안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요.
존콜트레인
20/01/18 19:14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좋게 읽은 입장에서는 굉장히 오독하신 걸로 보입니다.
마스터충달
20/01/18 20:11
수정 아이콘
저는 빈자에게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요. 또한 언급된 정의로운 선배는 진짜 정의로운 게 아니라 실상 도덕적 우월감만 보여주고 있고요. 이렇게 좋게 볼 여지가 없을 뿐이지 오독하진 않았습니다.

아니면 이 글이 패션 좌파 같은 걸 비꼬는 글일까요? 그런 거라면 오독이라고 하겠습니다만, 어딜 봐도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요;;
존콜트레인
20/01/18 23:1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한테는 도둑맞은 가난같은 글처럼 보였네요. 영국, 프랑스, 미국같이 인권 어쩌고 시끄러운 나라들은 먹고 살만치 살고 난 다음에서야 깨닫고 신경 쓸 수 있는 것들(이해하는데 수고가 필요한 개념 ex-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하는게 왜 인종차별인가요? 여성스럽다고 칭찬했는데 이게 왜 성차별인가요 등)로 모르는 사람들 손가락질한다.. 하는 비판글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님 말대로 정의라는 것은 모두에게 달라질 수 있죠. 그런데 정의를 정의하는 것은 누굽니까? 잘나가는 것들이거든요. 정의의 최첨단은 아프리카같은 제3세계가 아니고 영미유럽이라는거.. 정의로운 선배들이죠.

당장 어느정도 사는 사람들 자식들이 생각이 자유롭고 각종 분야에 식견을 가지고 있을때가 많죠. 다 여유가 있고 기회가 있기에 얻어지는 것들이겠고요.. 여자 많이 만나본 사람이 여자한테 여유가지고 대하듯이? 이것도 좀 조악한 예지만.
김홍기
20/01/19 01:10
수정 아이콘
(수정됨) 공감합니다.
반어법이라기보다 현시대의 일어나고 있는 씁쓸한 사실 또는 현상에 대한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스터충달
20/01/18 23:19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저도 처음에는 아래 어떤 분처럼 반어법인가 싶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도둑맞은 가난처럼 정의(혹은 도덕)마저 빼앗겼다라는 내용의 글이더라고요. 하긴 전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정의는 거의 빈자의 것이었죠. 그런데 이제는 부자도 정의를 말하네요? 뭔가 빼앗긴 것 같지만, 사실 정의라는게 빈부에 의해 나뉘는 게 아니니까 어떻게 보면 지극히 바람직한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도둑맞은 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나아가 가난하다고 통찰도 못 키운다고 하는 게 싫었습니다. 진짜 마음만 먹으면 지금처럼 공부하기 좋은 시대가 없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공짜로 볼려고 맘먹으면 1년 내내 책 공짜로 볼 수 있습니다. (백수시절에 제일 먼저 한 게 30만 원 모아서 모교에 기부한 거였습니다. 그럼 모교 도서관 평생 공짜로 쓸 수 있거든요) 저도 가난하지만, 통찰 못 키운다고 가난 탓하는 건 거의 학습된 무기력 수준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우리나라 이제 선진국이에요. 먹고 살만 하죠. 성장보다 분배를 봐야 하고. 이제 저런 얘기 해야죠.
존콜트레인
20/01/18 23: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바로 그 부분이에요. 마음만 먹으면 그렇죠. 근데 마음을 누가 먹을까요? 인터넷요금 밀려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나 인식할 수 있고 생각이 미치겠죠. 통찰력을 위해 칸트를 읽어보자고 일 끝나면 힘들어죽겠는데 술이라도 한잔 하기 바쁜 사람들이 술자리에 얘기를 할까요? 그거 다 노오오오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랑 똑같은 겁니다. 극단적인 예로 아빠가 엄마패고 엄마는 동생한테 물건던지고 빚쟁이가 학교까지 따라붙는데 유일하게 잘해주던 할머니가 결국 돌아가시고 남은건 그분 병원빚이라면 무기력과 냉소말고 뭐가 학습되겠습니까? "아무리 가난해도 무료로 책보려면 볼 수 있어! 가난한 사람일수록 그런걸 찾아봐야지!"이러시진 못하겠죠.
마스터충달
20/01/18 23: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음... 근데 말씀하신 정도면 극단적으로 가난한 사람 아닌가요? 그런 사람들은 사회가 복지라는 이름으로 보호해줘야죠. 정말 그 정도로 가난하면 저도 이런 소리 못해요. 그런 사람은 도와줘야죠. 근데 좋은 대학은 아니더라도 대학까지 나온 본문의 화자나 그 친구들이 그 정도로 가난한 사람일까요?

저도 해외여행 한 번도 안 가봤지만, 한국 사회의 지배적인 편견에 눌려 산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피해의식이 너무 심하죠 그건;;;
20/01/18 19:39
수정 아이콘
이 글에서 말하는 정의를 '정의롭다'가 아니라 '정의로워 보이는 개념의 선점'이라는 형태로 생각해 보시면 의미가 좀 명확해 질 것 같아요
마스터충달
20/01/18 20:16
수정 아이콘
말씀이 맞네요. 정의로워 보이는 개념의 선점.

근데 그렇다고 해도 부자가 딱히 유리한 측면이... 뭐 여론 장악 이런 거면 모르겠는데, 개인 대 개인 입장에서? 그냥 저 사람은 요즘 올바르다고 하는 입장에 서 있는데 부자일 뿐 아닌가 하는 생각은 변하지 않네요.
20/01/19 01:31
수정 아이콘
말하는게 얼마나 먹히느냐의 문제죠.
곰그릇
20/01/18 17:28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인권의식이 높다고 해서 정의롭고 인권의식이 저열하다고 해서 정의롭지 않은 건 아닙니다
정의에 대한 편협한 사고관을 가지신 게 아닐까요?

보통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서 남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정의랑 거리가 멀더군요
20/01/18 17:57
수정 아이콘
그렇다면 정의에 대한 편협하지 않은 사고관은 무엇인가요?
정의롭다라는 게 이상적인 절대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주어진 정보가 더 없다면 보통은 소수자들에게 혐오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사람들은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되죠.
곰그릇
20/01/18 18: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정의라는 명제가 '소수자의 인권'에 한정되는 건 아니라는거죠

본문에서 말하는 정의는 PC에 한정되어 있고 그걸 기초로 부자는 정의롭다 가난한 사람은 정의롭지 않다고 나눠 놨네요
정의의 개념에서 PC는 극히 일부분일 뿐인데요
20/01/18 18:16
수정 아이콘
네 당연히 정의가 그 주제에 한정되어 있지 않죠
현실에서는 주어진 정보가 그것뿐이기에 그것만으로 정의에 대한 판단을 하기도 하구요
그게 아니라면 정의에 대한 판단은 신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키모이맨
20/01/18 17:48
수정 아이콘
높은 도덕성을 가지는건 좋은 일입니다

근데 그 높은 도덕성이 남을 깎아내리면서 자신을 어필하고, 띄우기 위한 나르시즘의 수단인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는데
제 기준으로 그중 제대로 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무조건 거르는 인간유형 중 하나에요.

정말로 그런 생각을 가지고 정말로 행동하는 사람들은 그 생각을 자신의 나르시즘의 수단으로 쓰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안군-
20/01/18 17:59
수정 아이콘
사회가 요구하는 정의와 개인이 추구하는 정의는 서로 다를 수도 있는거죠. 예를들어 광화문 태극기 할배들도 "반공"이라는 자신들의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나오는거고요.
보편적 인권에 대한 관념이 높은것만이 정의는 아닐겁니다. 어떤사람은 그것보다 애국이나 청빈이나 준법이 더 중요할 수도 있는거고요.
Sinister
20/01/18 18:08
수정 아이콘
알고 있는 자가 꿈에 빠져 있는 대중의 어리석음을 한탄하는 그 모습 자체가 시대착오적 정의입니다.
라라 안티포바
20/01/18 18:13
수정 아이콘
이글에 나와있는 부자의 예시가 정의로움까지 가졌다는 부분에 동의하기가 힘드네요.
아웅이
20/01/18 18:22
수정 아이콘
중간까지는 정의롭다는게 반어법인줄 알았어요
20/01/18 18: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개인적으로는 부자 남자들이 페미하는건 이해가 가긴 합니다....
페미세상이 되든 안되든 성별로 나누면 상위권은 무조건 남자일테고 그 밑에 챙겨주는거라고 생각하는데 못난남자 챙겨주는거 보단 이쁜여자 챙겨주는게 훨씬 재밌고 좋죠 저도 부자남자였으면 페미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본문의 정의도 공감이 가구요 나한테 피해가 안올거라 생각하면 정의 챙기는거 쉽죠

정의챙길려면 본인가족 재산부터 사회환원하는게 맞을텐데 그런건 안하겟죠
興盡悲來
20/01/18 18:40
수정 아이콘
누가 나를 심판하는가!!
긴 하루의 끝에서
20/01/18 18:43
수정 아이콘
평등 및 천부인권 사상과 더불어 다양성 추구를 기반으로 하는 일명 리버럴 또는 진보적 가치들이 곧 진리이자 절대선은 아닙니다. 따라서 도덕과 정의의 기준이 그에 있다고 반드시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20/01/18 18:46
수정 아이콘
전 이게 반어법으로 쓰인 글인줄 알았습니다... 진심으로 쓰신거라면 저 선배가 정의롭다는 것에 전혀 동의할 수가 없네요;; 유럽의 진보적 가치와 동성애, 페미니즘은 무조건 정의인가요?
Eulbsyar
20/01/18 18:47
수정 아이콘
페미니즘이 절대 정의는 아니니까요.

본문의 개룡남 입장에서는 자신의 공든 탑을 자신의 실수가 아닌 재해 수준으로 쓰러트릴 수 있는 재앙에 가깝습니다.

현재 정부에서는 수사만 들어가도 현 직장에 통보가 간다는데 바로 커리어 오버. 그냥 끝장입니다.
20/01/18 19:35
수정 아이콘
이쁘면 착하다는 말이 슬슬 들리죠. 예전처럼 농담삼아 예쁜 게 착한거다라는 말이 아니라. 예쁘게 태어난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배려 받는 게 너무 당연하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경우도 적어서 세상을 이지모드로 살다보니 심성도 착해진다고요.
부자도 마찬가지죠. 그들 나름의 고충이야 있겠지만, 개룡남처럼 악착같이 살 필요는 없습니다. 결국 정의감이나 동정심. 타인을 위한 배려심도 내 안에 여우가 있을 때나 의미가 있죠. 당장 내일 입에 풀칠할 거리를 걱정하는 이는 길 거리의 유기견에게 관심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내일 저녁 파인다이닝의 예약시간을 고민하는 사람은 지나는 유기견에게 관심을 줄 수 있겠죠.

글쓴분이 말하는 정의로움을 단순히 개인적인 부분에서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우리 사회는 적당히 있는 집 자식이 그 돈을 굴려 성공신화를 이룩하고 부자가 되는 시대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부자로 태어나는 시대로 넘어갔습니다. 이른바 금수저의 시대죠. 다시 말하자면, 태어난 순간부터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여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세상을 더 많이 경험해볼 여유를 가진 이들이 도덕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개념을 선점하게 되는 시대라는 겁니다.

이건 강남좌파에 대한 비난에 머무를 담론이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 계층간의 간격을 더 벌릴테니까요. 가난한 자는 무지해지고, 배운자는 똑똑해질 겁니다. 배운 자들이 가난한자와 선을 긋는 순간, 그들을 나누고 있던 계층에는 단순한 경제적 차이뿐 아니라 도덕적 담론이라는 벽이 세워지겠죠.

그게 옳든 그른든 간에요.
sidsiddl
20/01/18 19:42
수정 아이콘
공감합니다.

이제는 정말 경제적 여유와 이로 인한 시간적 자산이 있는 계층만이
먹고사니즘을 떠나서 학문과 경험을 훨씬 더 많이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었읍니다

18 19세기 유럽의 귀족들 일 안해도 되는 이른바 레져 계급들이 역사와 철학, 과학과 예술에 몰입하였던 것과
비슷한 상황인 듯 합니다
20/01/18 19:46
수정 아이콘
부유층의 귀족화라... 그거 정말 와닿는 표현이네요.
오호츠크해
20/01/18 19:43
수정 아이콘
곳간이 가득차야 인심이 생기는거죠. 굳이 요즘 일이 아니라 예전부터 그랬어요. 머 인심이 생겨도 그 곳간이 가득차는거랑 관계 있는 일에서는 안면 몰수할 뿐이지만요.
솔로15년차
20/01/18 19:46
수정 아이콘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이것과 관련해서 공감하는게요.
몇년전에 억울한 상황을 보고 내가 분신자살을 하며 사회정의를 외치면 과연 내 말을 들어 줄 건지를 고민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생활고에 허덕이던 30대 독거인이 죽은 것일 뿐이라는 해석이 따라 올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칠 거란 말의 반대에는 이런 게 있는 거죠.
겨울백작
20/01/18 22:08
수정 아이콘
이런 글의 사연 때문에 자유한국당 박멸 토착왜구 박멸 남북한 통일 주한민군 철수를 해야하는 이유입니다.
푸른호박
20/01/18 23:04
수정 아이콘
이런건 어차피 확률적인 부분이고 절대적인건 아니기 때문에 동의가 될 순 없는 주장이네요.
그리고 오늘날이 아니라 예전부터 자본가,지식인들이 정의로울 수단의 편의성은 선점했는데 새삼스럽게 현실한탄하는것도 의문이고요.
좀 더 객관화 하시면 생각이 다듬어 질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그냥 사회라는건 각자의 역할이 있는거라고 봐요. 행복의 위아래는 없습니다. 뭐가 행복한지가 중요한거죠.
김보노
20/01/18 23:24
수정 아이콘
고향, 직장, 사회모임의 평균 소득이나 교육 수준이 꽤 차이나는데 글쓴분이 느끼는 걸 저도 느낍니다.
20/01/18 23:26
수정 아이콘
불편한 진실이지만 사회개혁론자들(지금으로 따지면 리버럴 정도의 계층)은 대부분 중산층 출신이지 진짜 하층민출신은 잘 없죠. 당장 마르크스부터가 상류층 출신이고요.
일단 정보에 대한 접근성부터가 차이가 나니까요. 최소 교환학생으로라도 외국인과 교류를 해본 사람과 대학교 갈때 되서야 겨우 대도시 체험이라도 해보는 사람은 당장 사고의 유연성 자체부터가 차이날 수밖에 없어요. 그걸 '정의롭다'라고 말할 수 있을진 모르겠는데, 그런 현상 자체는 어느정도는 자연스러운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인없는사냥개
20/01/19 00:00
수정 아이콘
글 주제와는 좀 멀리 떨어져있는데 소수자 인권이야 맞는 말이지만 페미니즘이 왜 도덕과 정의의 영역에 들어갔는지를 잘 모르겠군요. 특히 한국에서 말이죠. 도덕이나 정의는 그냥 당위성을 확보하는데 쓰이는 방패일 뿐이고 현실에 나타난 형태는 그냥 정체성을 기반으로한, 집단의 이득 추구 정도라고 봅니다. 성소수자 인권과 같은 층위로 다뤄질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20/01/19 04:25
수정 아이콘
"부자가 정의까지 가져가네"도 가난한자의 피해의식이죠. 가난하다고 꼭 마음까지 가난해야하는건 아니죠.
20/01/19 08:33
수정 아이콘
이런 글에 추천32개나 누른 사람들을 비난 할 마음은 없지만,
왕십리독수리
20/01/19 11:59
수정 아이콘
댓글 반응 대단하네요
20/01/19 12:04
수정 아이콘
개룡남출신으로 좀 더 살아가다보면 결국 가난을 극복하는것과 정의를 추구하는것의 병존은 불가능하단걸 깨닫고 어느 한쪽을 선택할수 밖에 없겠죠.
겜돌이
20/01/19 23:40
수정 아이콘
졸부는 티가 난다고 하죠. 그런데 그 졸부의 2세 3세가 될 수록 티가 안 나죠.... 부자의 귀족화라는 말이 정말 와닿네요.
20/01/20 09:05
수정 아이콘
자기와 관계없는 일에 도덕적인 척 하기는 쉬운 거라서.. 모를 일이고
남 비난하는데 쓰는 도덕은 쓸데없죠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38 [공지]선거게시판 접속 방법 안내 공지 [7] jjohny=쿠마4529 24/03/13 4529 1
101136 LG전자, 2024 울트라기어 OLED 모니터 라인업 가격 및 출시일 발표 [48] SAS Tony Parker 7437 24/03/12 7437 1
101135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4. 침공군의 진격 [5] meson1891 24/03/12 1891 11
101134 [잡담] 북괴집 이야기 [5] 엘케인3950 24/03/12 3950 20
101133 수원 거주민들의 이목을 끌고 있는 최근 1주 간 사건 3개 [22] 매번같은13360 24/03/11 13360 0
101132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3. 몽골리아의 각축 [7] meson2410 24/03/11 2410 16
101131 비트코인이 1억을 돌파했습니다. [71] 카즈하9047 24/03/11 9047 2
101130 (스포) 고려거란전쟁 유감 [38] 종말메이커5264 24/03/11 5264 2
101128 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34] Rorschach6919 24/03/11 6919 5
101127 혐오의 과학으로 상나라를 돌아보다 [14] 계층방정4773 24/03/11 4773 2
101126 자동차 산업이 유리천장을 만든다 [68] 밤듸7921 24/03/11 7921 42
101124 유료화 직전 웹툰 추천-호랑이 들어와요 [19] lasd2414442 24/03/10 4442 9
101123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2. 당나라의 ‘수군혁명’ [11] meson3146 24/03/10 3146 19
101122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1. 들어가며 [7] meson2534 24/03/10 2534 18
101121 요즘 알트코인 현황 [38] VvVvV10037 24/03/10 10037 0
101119 '소년만화' [14] 노래하는몽상가3746 24/03/09 3746 10
101118 에스파 '드라마'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 [10] 메존일각2466 24/03/09 2466 6
101117 책 소개 : 빨대사회 [14] 맥스훼인3082 24/03/09 3082 6
공지 [공지]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게시판을 오픈합니다 → 오픈완료 [53] jjohny=쿠마 24/03/09 14608 6
101114 드래곤볼의 시대를 살다 [10] 빵pro점쟁이2839 24/03/09 2839 22
101113 <패스트 라이브즈> - 교차하는 삶의 궤적, 우리의 '패스트 라이브즈' [16] aDayInTheLife2322 24/03/09 2322 4
101112 밤양갱,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별, 그래서 그 맛은 봤을까? [36] 네?!5519 24/03/09 5519 9
101111 정부, 다음주부터 20개 병원에 군의관·공보의 파견 [152] 시린비9505 24/03/08 9505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