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12/30 15:28:56
Name ohfree
Subject [일반] 동물원 이야기.


동물원에 가서 동물을 보는 것은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와. 기린… 사진상으로는 로우킥 차면 다리 부러질것 처럼 얇아 보였는데…

실제 동물원에 가서 본 기린은…
그 거대한 몸짓에 일단 다가갈 엄두도 안 날 뿐더러 전성기 알리스타 오브레임이 오더라도 대화가 안 통할 거대 괴수처럼 보였다.


알리스타 오브레임
- 약물 사용 이력이 있는 격투기 선수. 정수기 물통에 약을 왕창 타서 물마실때마다 약을 마신다는 루머가 있다. ‘베리 판타스틱 바디’를 소유한 그는 전성기 시절 포스가 엄청나서 일각에서는 고릴라와 호랑이, 치타 등등과 가상 격투를  수백, 수천번씩 치른 인물이기도 하다.



그렇게 기린에 대해 감탄을 하고, 머리속으로 기린과 오브레임 가상 대결을 한 번 벌인 뒤
호랑이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였다.

호랑이 그들이 활동하던 곳과 비교하면 말도 안될 정도로 좁은 공간에 갇혀 있어서인지 호랑이들은 다들 힘이 없어 보였다. 십여 마리의 호랑이들 중 두어 마리 정도만이 힘없이 어슬렁 거리고 있었고 나머지들은 죄다 바닥에 누워있었다. 돌아 다니는 호랑이들도 기운이 얼마나 없어 보이던지 걷는 법을 잊어 먹지 않기 위해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한 호랑이가 우리 앞에 와서 철푸덕 옆으로 누웠다. 나와 내 친구는 호랑이가 우리 앞으로 와서 누워 줬다는 사실에 무척 기뻐했다. 잠시 후 또다른 호랑이가 오더니 먼저 온 호랑이 뒤에 살그머니 옆으로 누웠다. 그리곤 앞발과 뒷발을 먼저 온 호랑이 위에 척 하니 올려 놓고는 몸을 움찔 거리며 점점 밀착시켜 나갔다.

머리속에서 별다른 여과 장치 없이 말이 나왔다.

“먼저 온 애가 암컷이고 뒤에 온 애가 수컷인가봐.”


그랬더니 우리 옆에 있던 커플 여자애가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놀란 내가 그 여자를 보고
놀란 그 남자가 나를 보고
놀란 내 친구가 나를 보고
놀란 그 여자가 나를 보았다.

아니. 왜 다들 나를 보는 거야.

그리고 놀란 내가 내 친구를 보고
놀란 내 친구는 그 여자를 보고
놀란 그 남자는 그 여자를 보고
놀란 그 여자는 그 남자를 보고

이렇게 짧은 시간안에 네 사람의 시선이 수없이 교차되었다.

물론 그 커플은 누군지 모르는 쌩판 남이었다. 서로의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미묘해지기 전에 자리를 떠나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쪽도 같은 생각을 했던지… 서로의 눈치를 봐가며 자연스럽게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시간 내서 먼길 오고 비싼 입장료까지 냈는데 호랑이를 너무 짧게 보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용기를 내 친구에게 말했다.

“우리 하는거 보고 갈까?”


등 돌려 떠나가던 그 여자 어깨가 들썩 거렸다.
나도 등짝 한대 맞고는 자리를 떴다.

그리고 직접 눈으로 본 호랑이와 알리스타 오브레임 가상 대결을 머리속으로 시뮬레이션 해 보았다. 오브레임의 패배였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안철수
19/12/30 15:51
수정 아이콘
라이브 붕가를 보면 썸녀와 잘 된다며 봄마다 동물원에 가던 친구 생각이 나네요.
김홍기
19/12/30 16:18
수정 아이콘
저도 방금 동물원에서 코끼리 보고왔거든요. 코끼리가 비가 와서 막 진흙탕 목욕하고 있다가 코로 흙탕물을 휘적휘적 하더니 우리쪽으로 푸악 진흙을 날렸어요. 저희가 1미터만 가까이 있었으면 흙탕물 샤워했을겁니다. 끼리 덕분에 색다른 추억이 되었네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31 [일반] 비트코인이 1억을 돌파했습니다. [71] 카즈하9608 24/03/11 9608 2
101130 [일반] (스포) 고려거란전쟁 유감 [38] 종말메이커5745 24/03/11 5745 2
101128 [일반] 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34] Rorschach7426 24/03/11 7426 5
101127 [일반] 혐오의 과학으로 상나라를 돌아보다 [14] 계층방정5863 24/03/11 5863 3
101126 [일반] 자동차 산업이 유리천장을 만든다 [68] 밤듸8459 24/03/11 8459 42
101124 [일반] 유료화 직전 웹툰 추천-호랑이 들어와요 [19] lasd2414977 24/03/10 4977 9
101123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2. 당나라의 ‘수군혁명’ [11] meson3694 24/03/10 3694 19
101122 [일반] [역사] 연개소문 최후의 전쟁, 최대의 승첩: 1. 들어가며 [7] meson3160 24/03/10 3160 18
101121 [일반] 요즘 알트코인 현황 [38] VvVvV10565 24/03/10 10565 0
101119 [일반] '소년만화' [14] 노래하는몽상가4260 24/03/09 4260 10
101118 [일반] 에스파 '드라마'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 [10] 메존일각2956 24/03/09 2956 6
101117 [일반] 책 소개 : 빨대사회 [14] 맥스훼인3566 24/03/09 3566 6
101114 [일반] 드래곤볼의 시대를 살다 [10] 빵pro점쟁이3312 24/03/09 3312 22
101113 [일반] <패스트 라이브즈> - 교차하는 삶의 궤적, 우리의 '패스트 라이브즈' [16] aDayInTheLife2830 24/03/09 2830 4
101112 [일반] 밤양갱,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별, 그래서 그 맛은 봤을까? [36] 네?!6085 24/03/09 6085 9
101111 [정치] 정부, 다음주부터 20개 병원에 군의관·공보의 파견 [152] 시린비10097 24/03/08 10097 0
101109 [정치] 요 며칠간 쏟아진 국힘 의원들의 망언 퍼레이드 및 기타 등.. [121] 아롱이다롱이9737 24/03/08 9737 0
101108 [정치] 역사교과서 손대나... 검정결과 발표, 총선 뒤로 돌연 연기 [23] 매번같은5949 24/03/08 5949 0
101107 [정치] 개혁신당 이스포츠 토토 추진 공약 [26] 종말메이커5034 24/03/08 5034 0
101106 [일반] 이코노미스트 glass ceiling index 부동의 꼴찌는? [53] 휵스5685 24/03/08 5685 2
101105 [일반]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후배들이 보내는 추도사 [22] 及時雨7309 24/03/08 7309 14
101103 [일반] 드래곤볼, 닥터 슬럼프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별세 [201] 及時雨10216 24/03/08 10216 9
101102 [정치] [정정] 박성재 법무장관 "이종섭, 공적 업무 감안해 출금 해제 논의" [125] 철판닭갈비8328 24/03/08 8328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