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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1/26 12:31:49
Name 표절작곡가
Subject 전열보병시대 행진곡 상태.... (수정됨)
영화의 한 장면 보고 가실게요~

미국의 독립전쟁 당시를 고증한 영화인데 브금으로 플룻과 스네어드럼이 연주되는 걸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피콜로...(플룻보다 한 옥타브 위의 소리가 남))

그런데 참혹한 전쟁이라는 것 치고는 음악이 너무 경쾌하다는 의문이 드는데요~
그리고 하필 왜 웅장한 트럼펫 등의 금관악기가 아닌 플룻일까?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음악이 경쾌한 건 금방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군에게 긍정적인 응원을 주기 위해서죠~

지금에서야 군악대는 의전용, 위문용으로 딱 한정적이었지만요~
당시 전쟁에서 군악대는 실용적인 악단이었죠~

당시에는 전군이 군악대의 연주를 듣고 발 맞춰야합니다..
그리고 전열이 흐트러지지 않아야하죠~
그리고는 적군과 교전거리에서 라인배틀을 해야합니다...(아이구 강심장들....)

이걸 고안해낸 사람은 따로 있었죠~
그 분이 바로....
1200px-Friedrich_ii_campenhausen.jpg
프로이센 왕국의 프리드리히 대왕입니다...

이분이 자국의 군대를 훈련 시켜보니 여러 임상실험 끝에 나온 결론입니다...
제식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제식을 맞추려면 군악이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보병들에게 제식훈련 빡세게 하되 경쾌한 플룻 음악에 발맞추도록 하였죠...
그리고 그 풀룻 음악도 자기가 작곡한겁니다...


이 버전은 후대에 풀 관현악으로 편곡한 것이구요...
프로이센의 전쟁에서는 여기서 플룻 선율과 스네어드럼만 연주합니다.

서로 전쟁하면서 상대편에게서 효과 좋다는 건 서로 다 벤치마킹합니다.
그래서 전 유럽에서 전열보병과 군악대가 같이 가는게 필수가 되지요~
물론 이게 미국의 독립전쟁까지 이어집니다... 맨 위의 영상에서처럼요...
그리고 선율도 거기서 거깁니다... 킹작권이 없었던 시대니....크크크

작곡가 프리드리히 대왕으로 말할 것 같으면...
본인이 인문학자이기도 했고(반마키아밸리즘 학자)
본인이 플룻 연주자이기도 했고(물론 2류급 실력이긴 하나 아마추어에서 그게 어디...)
본인이 작곡가이기도 했고(플룻 소나타만 몇 곡이더라...?)
본인이 밀덕이기도 한...(아버지의 영향...)
물론 대왕님이 안건드린 학문 분야는 없었을지도 모르죠~~

이 분은 휘하에 궁정 악단을 두고 자기가 플룻 들고 협연하는걸 즐겼죠~
그 악단에 요한 세바스챤 바흐의 아들인 파울 필립 엠마누엘 바흐가 근무하고 있었죠...
아들 바흐에게 아버지 바흐에 대한 명성을 익히 듣고는 라이프치히에서 노예(?)생활 하던
바흐를 포츠담 궁전으로 초대합니다....
그 장면입니다...

대충 요약하면,,,
복장이 왜 그러니(타박함..)
자기가 소유한 피아노 자랑(라이프치히에 그런거 없지?? 낄낄낄~)
너 대위법 대가래매~ 한번 시전해 보그라~(어디 한번 해보시지...냉소)
대왕이 내 준 주제로 3성 푸가 시전...
(푸가란 아주 엄격한 대위법 악곡...
주제 제시 그 다음 성부는 일정 음정 간격으로 모방 원래 성부는 대선율을 하고 있어야하고 다음 성부도 모방
그렇게 왁자지껄 하는 와중에 몇가지 전조도 해야하고 몇가지 시퀀스도 해야함.....매우 어려움....ㅠㅠ)
6성도 해보시지 ??(아 그건 시간이 좀 필요....ㅠㅠ)

이때 바흐가 포츠담 궁전에 머물면서 프리드리히 대왕에게 바친 곡이 이겁니다..
제목이 무려 [음악의 헌정]입죠~
이걸 보면 확실히 바흐는 음악의 아버지 맞습니다...
바흐빼고 저런 제목 쓸 수 있는 사람은 전무후무합니다...
자기가 쓴 주제도 아니고 대왕이 즉석에서 쓴 주제로 저렇게 퍼즐 맞춰내는 그는 도덕책....(덜덜)

암튼 그 작품은 이겁니다...

주제를 뒤집기, 주제를 2배로 늘리기, 주제를 역행하기 이것들을 다 한번에 짬뽕해서 맞춰넣기...
그는 진정 괴물인겁니까?

암튼 바흐와 음악으로 맞짱(?) 뜨던 프리드리히가 그 정도 행진곡을 쓰는 건 일도 아니였을 겁니다...

자, 근데 왜 플룻을 전쟁터에 끌고 나갔을까요??

이건 음향학적으로 간단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리 저음역대 중음역대에서 웅성웅성하더라도
고음역대에서 소리가 나면 묻히지 않고 들리게 되어있다...


그래서 현대에도 아주 잘 활용하는 분야가 있죠~

그건 바로 스포츠~
5115.png_860.png
거의 모든 스포츠 경기 심판은 이걸 쓰고 있습니다...
호루라기....

축구 경기에서 서포터들이 죽이네 살리네,, 온갖 비속어가 난무하고 부부젤라를 불어대는 와중에도
심판이 호루라기로 삐 불면 소리가 들립니다!!!!

위와 같은 간단한 음향적 원리에 의해서 말이죠~

결론적으로
전열보병 시대에 총성, 포성이 울리고 여러 큰 소음들이 오가는 가운데서도
전열을 재정비하기 위해 군악대가 따라다니며 음악을 연주했는데
그 가운데서 플룻을 선택한 이유는
플룻이 고음역이어서 전장에서 소리가 또렸하게 들리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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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26 12:35
수정 아이콘
플룻!!! 장롱 한 구석에 박혀 먼지쌓여가는 아이 간만에 닦아줘야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아기다리고기다리
19/11/26 12:49
수정 아이콘
당시엔 끔찍한 선율이었겠지만 저거 은근 듣기 좋아요 일할때도 종종 틀어놓고 작업합니다... 크크
닭장군
19/11/26 12:51
수정 아이콘
역시 요일바
피터 파커
19/11/26 13:00
수정 아이콘
오 재밌네요!
세로가로
19/11/26 13:30
수정 아이콘
대왕님 눈빛이... 상대편 대포알이 날아와 아군 병사들을 볼링핀처럼 쓰러트려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감상하실 위인 같네요.
19/11/26 13:30
수정 아이콘
저 시대 전쟁이 젤 이해가 안가요....어떻게 저렇게 싸우지 ㅡㅡ;

저 맨 앞줄은 거의 죽는거잖아요....

턴제 RPG도 아니고 ㅠㅠ
닭장군
19/11/26 13:32
수정 아이콘
(수정됨) 무기가 화승총(?)이라서 그렇습니다. 가만히 서서 일제사격해야 하는 물건이죠. 추노에서 업복이가 총쏘는거 보면 이해가실거에요. 현대전처럼 각개전투같은거 불가능하죠. 그래서 코앞에서 총알이 날아오는데도 가만히 서서 전열유지를 잘하는게 강군이었는데(이건 냉병기 시대에도 마찬가지였죠. 대열유지가 생명), 영국군이 그런 훈련이 아주 잘되어있어서 당대 최강이었다죠. 영국군복이 빨간색이라 레드코트라는 이름이었다는데... 빨간색이 좋아서 전투전에 홍삼원 한병씩 마시고 시작했나봐요.
19/11/26 13:38
수정 아이콘
네 그 매커니즘은 아는데....냉병기 전쟁은 잘 막으면 살수 있는데....저건 그냥 죽으러 가는거라

어떻게 저런 멘탈 유지를 하면서 전열유지를 하지? 이게 참 신기합니다. 저는 죽어도 못할듯 ㅡㅡ;
닭장군
19/11/26 13:39
수정 아이콘
그렇긴해요. 아무리 거리가 멀고 명중률이 떨어져도 앞에서 나한테 총쏘는거 빤히 보이는데 그걸 가만히 서서 버티다니.
표절작곡가
19/11/26 13:41
수정 아이콘
진짜로 전쟁이 운빨망겜인지라.....
고란고란
19/11/26 14:16
수정 아이콘
뭐 현대의 우리 입장에선 바보같은 방식일 수 있는데, 전쟁이란 건 항상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돼 있어서 저 당시엔 저게 가장 효율적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방법이었습니다. 탄피와 후장식 소총이 나오면서 현대전 비슷하게 바뀌는 거죠.
뭐 저도 무서워서 저렇게 못 서 있었을 거 같지만, 그렇다고 전장을 이탈해버리면 기병의 먹이가 될테니...
handrake
19/11/26 14:49
수정 아이콘
그래서 훈련을 아주 빡시게 시키고(구타와 함께 -_-) 전열을 지키면 살수도 있지만, 전열에서 이탈하면 아군손에 100%죽는다는걸 세뇌시켰다고 합니다.
닉네임을바꾸다
19/11/26 15:57
수정 아이콘
진짜 업복이급의 고인물들만 모은다면야 산개전투자체를 못할정도는 아닐거지만 그정도 고인물을 충분히 모으는건 다른 이야기니.
19/11/26 13:36
수정 아이콘
실제로는 저 장면보다 양 진영간 거리가 더 멀었고, 명중률도 훨씬 더 형편없었다고 들었습니다
네오크로우
19/11/26 13:39
수정 아이콘
(수정됨) 바로 이전 냉병기 시대 생각하면 (원거리로 활이 있긴 했지만 ) 그전에는 들러 붙어서 싸우는 전투를 했으니
시대의 흐름으로 보면 저런 전투가 그나마 발전된 거긴 했죠.
저 시절에는 머스킷 총 자체와 화약 자체가 엄청나게 고가여서 영국 외에는 실총 사격 훈련은 거의 못 할 정도였고
그러다보니 당연히 실전에서 명중률은 안습. 저렇게라도 붙어야 그나마 살상력이 유지되니 불가피한 전술이었다고 합니다.

물론 총 자체의 화력이나 성능 자체는 괜찮아서 잘 훈련된 병사들의 명중률은 아주 뛰어났다고는 하더군요.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1&v=8vVvNYtzNns&feature=emb_logo 여기 보시면 머스킷에 대한 설명 재미나게 잘 되어 있습니다.
19/11/26 13:41
수정 아이콘
네 발전이 안됐다는게 아니라 저걸 어떻게 전열에 서서 총 쏠 생각을 했는지가....

저는 못할거 같아서요. 냉병기 전쟁이라든지, 하다못해 저거보다 현대 전투라도 참호전? 같은거면 저도 하겠는데....
(잘 막고, 잘 숨으면 살수 있으니까)
류지나
19/11/26 13:44
수정 아이콘
그걸 위해서 당시 군법이 엄청나게 엄했습니다. [도망가다가 처벌받느니 차라리 전쟁터에서 맨 앞에 서겠다"]라고 느낄 정도로.
또 일부로 최선두에는 짜잘한 죄를 지은 병사들을 앞세우기도 했었죠. 살아남으면 죄를 면하는 조건으로.
그리고 당시의 총의 명중률을 생각하면 생각보다 맨 앞에 선다고 무조건 죽는다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19/11/26 13:48
수정 아이콘
오 그렇군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그래도 못할거 같아요 ㅠㅠ 대단합니다 정말.....

그냥 한발 쏘고 총 맞은척 하면서 쓰러질듯 ㅡㅡ;
네오크로우
19/11/26 13:46
수정 아이콘
당연히 저도 하라면 못 합니다. 크크크크
솔로15년차
19/11/26 14:00
수정 아이콘
토전사에서는 먼저 쏘는 게 손해라고 할 정도로 유효 사거리가 짧고 재장전 시간이 걸렸다고하니.
세로가로
19/11/26 14:07
수정 아이콘
저 시대 전투가 전투 중 사상률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1, 2차 세계대전과 비교해봐도 높습니다.

비교적 좁은 지형 안에 양군 2~30만이 중세시대 전투와 비슷하게 밀집대형으로 붙어버리는데, 총알 일제 사격이 시작되고 대포알이 날라다니면서 구멍을 슝슝 뚫어대기 시작하면 사상률이 압도적으로 높을 수 밖에 없죠.

양군이 대책없이 힘대힘으로 붙어버리면 아일라우, 바그람, 보로디노처럼 반나절도 안 되어서 전 군의 30% 가까이 전장에 쓰러지고 비명을 질러대겠죠.

그래도 운 좋은 병사들은 전투 끝날 때 까지 총 한 발 안 쏘는 경우도 흔했다고 합니다. 제일 앞줄은 이기든 지든 사상률이 90% 가 넘겠지만요.
예킨야
19/11/26 14:46
수정 아이콘
https://youtu.be/MQO11hzS1Rs?t=675
이 부분 보시면 대충 이해가 갑니다. 무기의 특성이 꽤 영향을 미친 전투 방식이라네요.
날아라 코딱지
19/11/26 14:52
수정 아이콘
영화는 프리드리히 대왕을 넘 사치스럽게 표현했네요
실재는 아버지 프리드리히 빌헬름 1세의 무자비하다 시피한
절도 절제 절약교육으로 본인역시 아버지만은 아니지만
검소하게 산 양반인데
표절작곡가
19/11/26 14:59
수정 아이콘
당시에 궁전에서 악단 운영하는 건 사치 축에도 못끼긴 합니다...
물론 이것도 돈이 많이 들긴 하지만요~~
겨울삼각형
19/11/26 18:46
수정 아이콘
뎌4 에서 괜히 프로이센이 규율이 높은게 아닙니다
(??)
보르지긴
19/11/26 19:29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유로파에서 육군 사기는 악기(군악대)로, 규율은 채찍(군법)으로 표시 된게 이유가 있군요~
19/11/26 22:33
수정 아이콘
정말 재밌는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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