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11/07 16:56:01
Name HEM15
Subject 평범한 행복함
저는 작년에 결혼한 평범한 주부입니다. 내년 1월이면 결혼한지 2년이되는 부부이자 이제 태어난지 500일이 넘은 아들의 엄마이기도합니다.

하루하루 시간이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아침에 아이 밥먹이고 청소하고 징징거리는 아이(재접근기..) 안아주고 산책갔다가 집에와서 점심먹이고 반찬만들고 아침에 못했던 집정리를 마치고 아이 저녁먹이고 잠시 앉아있다가 아이 목욕마치면 남편이 퇴근을합니다. 그럼 남편 저녁차려주고 설거지하고 한숨돌리고 아이를 재우고 저는 육퇴를하지요. 그럼 대충 시간이 9시쯤됩니다. 그게 매일 반복이지요.

처음에는 이 모든것들이 내 삶이라는게 버거웠습니다.
친구도 부모님도 계시지않는 타지역에 덩그러니 혼자떨어져서 오로지 남편과 아이와 산다는게 보통일이 아니라는게 알게됐죠. 하지만 이젠 그게 행복이라는걸 알게됐구요.

뒤늦게 찾아온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게된건 남편의 공이 컸습니다. 그렇다고해서 뭘 특별하게 해주거나 그런건 없었어요. 워낙 로맨스와는 거리가 먼.. 남편이라 기대도 안합니다 크크크 다만 남편 출근하는것도 모르고 자고있는 제게 뽀뽀를 해준다거나 내가 먹어도 맛이 없는 내 요리를 언제나처럼 맛있게 먹어준다거나 집앞에 편의점을 갈때에도 자연스럽게 맞잡는 손이라던지 정말 뜬금없이 나보고 이쁘다고 해주는 말한마디라던지.. 그런것들이 어느순간 행복이라고.. 소중하다고 느껴졌지요.

2교대 근무로 8시에 출근해서 8시에 퇴근하는 남편은 무척이나 힘들텐데도 퇴근과 출근을 할때에는 항상 제게 웃으며 인사합니다. 출근할때에는 다녀올게~ 잘있어~ 퇴근에는 나왔어~ 잘 있었어? 하는 멘트지요. 2년가까이 저 멘트를 하고있네요 크크크

지금은 아침에 퇴근하고 자고있는 남편입니다. 그런 남편 얼굴을 보고있는데 뭔가모를 안쓰러움과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네요. 음... 아직도 저희가 신혼인건지 콩깍지가 덜 벗겨졌나봅니다. 머리는 산발에 입까지 벌리고자는데도 사랑스럽다는게 참 제가 생각해도 황당합니다.
그만큼 제가 남편을 사랑하고있고 남편또한 제게 사랑을 주고있는거겠죠.

매일매일 이런 일상의 소소하지만 작은행복을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제 친구가 결혼하면 많은 감정들을 배우고 느낄수있다더니 그말이 진짜였나봅니다. 앞으로 함께 할 날이 더 많겠지요. 모든순간들이 행복일수는 없더라도 지금 제 남편이라면 앞으로의 날들도 잘 이겨낼수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이만 징징거리는 아들이랑 놀아주러갑니다. 혼자 잘 놀다가 안아달라고 징징거리네요.

피지알분들도 남은하루 행복하게 보내세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11/07 17:03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진정한 행복아닌가 싶어요 앞으로 더 큰 행복있으시길
19/11/07 17:03
수정 아이콘
기분 좋은 글이네요
사랑가득한 글 감사합니다
작성자님도 행복하세요
19/11/07 17:19
수정 아이콘
이제 결혼 2년인데 아이가 500일이라면?!!
19/11/07 17:26
수정 아이콘
네 크크크 혼수먼저 마련했습죠 크크크
19/11/07 18:57
수정 아이콘
후 이래서 눈치 빠른 사람은...
강미나
19/11/07 23:48
수정 아이콘
요즘 세상에 애국하신거죠 훈훈합니다.
CozyStar
19/11/07 17:26
수정 아이콘
로맨스랑 멀지만....로맨틱하네요 크크크

과속인데도 결혼생활 잘 유지하는 집이니 서로 참 대단하다고 생각됩니다.

행복하세요 ^^
19/11/07 17:30
수정 아이콘
저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느끼게 된 감정이 이런거였습니다.
평범함이라는게 굉장히 어렵고, 평범함을 열심히 살아갈때 행복이 있다는거요.
대학을 다니고 취업활동하고 그러면서, 되게 특별해지고자 애썼는데..
사실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것조차도 쉽지 않은거였더라고요.

평범함이 때로는 어렵지만, 저 역시도 그 잔잔함속에서 행복을 매일매일 배워가고 있습니다 :)
타는쓰레기
19/11/07 17:37
수정 아이콘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지 멀쩡하고 세끼 안 굶고 애들하고 웃고 울고 화내면서 살고 책도 읽어주고 노래도 부르고
이거만큼 행복한 삶이 없죠...
설탕가루인형
19/11/07 19:17
수정 아이콘
달달하네요~ 이런 작은 행복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거 같아요.
푸른호박
19/11/08 01:19
수정 아이콘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는건 부부가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서 참 중요하지요.
늘 행복하시길 응원합니다. 행복 보다 가치있는 감정은 없지요.
19/11/08 06:16
수정 아이콘
두 분 모두 앞으로도 오랫동안 행복하시길 빕니다
19/11/08 10:28
수정 아이콘
돌이켜보면, 아이들 키울 때가 가장 행복했었다 ..싶어요.
종일 아이들에게 매달려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그 일상이 늘 활기차고 즐거웠었거던요.
잔잔한 일상의 행복함, 언제나 누리시길...바랍니다.
14th.ghost
19/11/08 13:01
수정 아이콘
따뜻한 글 감사합니다.
항상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01118 에스파 '드라마' 커버 댄스를 촬영했습니다. :) [10] 메존일각2468 24/03/09 2468 6
101117 책 소개 : 빨대사회 [14] 맥스훼인3085 24/03/09 3085 6
101114 드래곤볼의 시대를 살다 [10] 빵pro점쟁이2842 24/03/09 2842 22
101113 <패스트 라이브즈> - 교차하는 삶의 궤적, 우리의 '패스트 라이브즈' [16] aDayInTheLife2326 24/03/09 2326 4
101112 밤양갱, 지독하게 이기적인 이별, 그래서 그 맛은 봤을까? [36] 네?!5520 24/03/09 5520 9
101111 정부, 다음주부터 20개 병원에 군의관·공보의 파견 [152] 시린비9505 24/03/08 9505 0
101109 요 며칠간 쏟아진 국힘 의원들의 망언 퍼레이드 및 기타 등.. [121] 아롱이다롱이9155 24/03/08 9155 0
101108 역사교과서 손대나... 검정결과 발표, 총선 뒤로 돌연 연기 [23] 매번같은5406 24/03/08 5406 0
101107 개혁신당 이스포츠 토토 추진 공약 [26] 종말메이커4518 24/03/08 4518 0
101106 이코노미스트 glass ceiling index 부동의 꼴찌는? [53] 휵스5136 24/03/08 5136 2
101105 토리야마 아키라에게 후배들이 보내는 추도사 [22] 及時雨6782 24/03/08 6782 14
101103 드래곤볼, 닥터 슬럼프 작가 토리야마 아키라 별세 [201] 及時雨9654 24/03/08 9654 9
101102 [정정] 박성재 법무장관 "이종섭, 공적 업무 감안해 출금 해제 논의" [125] 철판닭갈비7762 24/03/08 7762 0
101100 비트코인 - 집단적 공익과 개인적 이익이 충돌한다면? [13] lexial3057 24/03/08 3057 2
101099 의협차원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라고 지시한 내부 폭로 글이 올라왔습니다 [52] 체크카드9679 24/03/08 9679 0
101098 [내일은 금요일] 사과는 사과나무에서 떨어진다.(자작글) [5] 판을흔들어라1571 24/03/07 1571 3
101097 유튜브 알고리즘은 과연 나의 성향만 대변하는 것일까? [43] 깐부3109 24/03/07 3109 2
101096 의사 이야기 [34] 공기청정기6248 24/03/07 6248 4
101095 시흥의 열두 딸들 - 아낌없이 주는 시흥의 역사 (4) [8] 계층방정4186 24/03/07 4186 9
101094 대한민국 공공분야의 만악의 근원 - 민원 [167] VictoryFood10208 24/03/07 10208 0
101093 [중앙일보 사설] 기사제목 : 기어이 의사의 굴복을 원한다면.txt [381] 궤변13225 24/03/07 13225 0
101092 의대증원 대신 한국도 미국처럼 의료일원화 해야하지 않을까요? [11] 홍철5096 24/03/07 5096 0
101091 정우택 의원에 돈봉투 건넨 카페 사장 “안 돌려줘… 외압 있었다” 진실공방 [20] 사브리자나4847 24/03/07 4847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