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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1/06 15:12:06
Name 거북왕
Subject 요관결석 이야기

대학교 신입생때 자다가 허리 왼쪽(옆구리?)이 너무 아파 깬 적이 있었다.
화장실 변기에 앉아 고통으로 신음하면서 무교였지만 신에게 기도했었던것 같다.
너무 아파 날이 밝는대로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통증이 잦아들어 잠을 잤더니 괜찮아져 병원가기 귀찮기도하고해서 그냥 살았다.
그때의 나는 뭐가 문제였는지 답을 찾지 못했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10년쯤 흘렀을때 자다가 왼쪽 허리가 아파 잠에서 깼다.
고통에 신음하며 이 느낌이 10년 전 그때와 똑같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차이가 있다면 그때보다 고통이 길었고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큰 병의 징조는 아닐까 온갖 걱정을 하다보니 날이 밝았다.
신기하게 낮에는 괜찮아져서 생활하고 밤만되면 자다가 왼쪽 허리가 아파 깨는 일이 몇번더 반복되자
허리가 아프면 어디로 가야되는지 네이버 검색 후 가까운 신경외과로 갔다.
신경외과에서 x레이 결과 척추가 휘었고 때문에 디스크아래의 신경다발이 눌려 허리가 아픈 것이라고 했고 약과 함께 동시에 교정시술을 권유했다.(사진을 보니 실제로 골반과 척추가 살짝 틀어지고 휘긴했지만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그정도는 휘었을거라 생각한다. 아님말고)
교정은 맞춤제작한 깔창을 깔으면 걸을때마다 충격으로 골반과 척추가 알아서 교정되는 원리였다.
2주마다 x레이를 찍으며 척추나 골반이 점점 교정되는 것을 보며 뿌듯하였지만 그와 별개로 허리통증은 계속되었다.
심지어 낮에도 옆구리가 간헐적으로 아프기 시작하고 잔뇨감까지 생겨 꽤 고생을 하였다.
이쯤되면 요관결석을 의심할만도 했지만 요관결석은 나이많은 아저씨들이나 걸리는 줄 알았던 나는 생로병사, 명의 등 티비프로를 보며 허리통증에 대한 지식을 나날이 쌓아갔다.
시간이 더 지나자 혈뇨까지 나오는 지경이 되었고, 고통에 몸부림 치던 중 결석이 소변을 통해 자연배출되는 일이 일어났다.
배출 몇 시간 전 부터 갑자기 그곳에 뭔가 걸린 느낌(?)이 들고 그 부분을 누르면 아프더니 소변을 보던 중 핏덩이가 나온 것이었다.
이것을 회수해 물로 씻어 살펴보았는데(참고로 변기는 벽에 고정된 형태라 회수가 쉬웠다), 살짝누런 색깔에 뾰족뽀족하면서 굉장히 결정도가 높은 돌이었다.
비로소 2달간 고통의 원인이 요관결석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런 돌이 그동안 혈관을 긁고다녔을 것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더랬다.

앞으로 물을 많이 마셔야겠다고 다짐하였으나 1년쯤이 지나 자다가 익숙한 느낌에 잠에서 깼다ㅠㅠ
끔직한 경험을 다시하기 싫었던 나는 새벽에 컴퓨터로 요관결석 돌 부수는 병원을 검색해 아침이 되자마자 택시를 타고 바로 비뇨기과로 향했다.
증상을 말하고 의사에게 경험상 빼박 요관결석이니 돌을 부셔달라고 말했지만 일단 검사를 해봐야한단다.
소변검사를 통해 요관결석이 의심되자 바로 본격적인 검사를 하였고 당연하게도 돌이 발견 되었다.
의사가 웃으며 결석인지 어떻게 알았냐고 물었고 나는 그냥 안다고 대답했다.
시술은 간단했다. 결석이 있는 위치에 젤을 바르고 딱딱한 물풍선?에 갖다대고 30분정도 엎드려 있었다.
물풍선에서 일정한 주기로 딱딱딱 소리가 났고 담당자에게 시끄러우니까 쓰라고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헤드폰을 받았다.
30분정도 시술 후 소변을 보고오라는 의사의 말대로 소변을 보는데 새빨간 피와 매우 작은 돌들이 섞여 나왔다.
잘끝난것 같다는 의사말에 근처 식당에서 밥먹고 집에 왔었던 것 같다.
비용은 30만원정도 였던 걸로 기억하고 이후에도 2-3일까지는 가끔씩 소변볼때마다 매우 작은 돌들이 나왔던 것같다. 시술 후 통증은 없었다.

그후 1년 후 미국에 나가게 되었고, 나가기 전 치과에 들러 유지보수를 끝내는 등 의료비 비싼 미국에서 병원갈일이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미국에서 또다시 요관결석이 찾아오고 말았다...(어째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느낌이다)
현재시각 밤 11시. 사실 지금 왼쪽 옆구리가 매우 아프지만 지난날의 경험들을 통해 경각심을 갖지 못한 나를 반성하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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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 Snow
19/11/06 15:17
수정 아이콘
여러분 물 드십쇼 지금 당장
도련님
19/11/06 15:19
수정 아이콘
방금 물 500 원샷 했습니다.
홍준표
19/11/06 15:19
수정 아이콘
아이고 ㅠㅠ 쾌차 기원합니다.
LucasTorreira_11
19/11/06 15:20
수정 아이콘
포켓몬스터에서 거북왕은 사라졌지만, 이 글을 보면서 기억하겠습니다.
파란무테
19/11/06 15:21
수정 아이콘
아. 저는 수신증이요.
결석에 의한 수신증도 아니고, 그냥 신장에서 방광으로 내려오는 부분이 얇데요.
그래서 방법이..........ㅠ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꿀행성
19/11/06 15:24
수정 아이콘
으아 으아아아앙아
솔로15년차
19/11/06 15:26
수정 아이콘
돌이 그냥 빠질 정도면 그래도 상황이 좋으시네요.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 듯.
근데 쇄석술로 깼는데 1년만에 재발했다면, 아마 깨진 돌이 다 빠져나오지 않은 걸 겁니다. 돌이 깨져서 빠져나왔다고 해도 완전히 나올 때까지 관리 해야해요.
그리고 통증은 돌이 긁고다녀서 생기는게 아닙니다.
덴드로븀
19/11/06 15:27
수정 아이콘
물마시러 갑니다.
사업드래군
19/11/06 15:31
수정 아이콘
흐흐. 고생하셨네요. 전에도 어떤 분이 글을 올리셨지만 요로결석에 대한 글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 이유는

1.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통증 순위 10위 안에 항상 들 정도로 무시무시하고 엄청난 통증
2. 통증에 비해 생명에는 전혀 지장 없고, 심각하지도 않은 질병
3. 자주 재발. 한 번 걸렸던 사람들은 그 전조증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지고 공포가 몰려옴.

또한 환자가 느끼는 고통과 불안감과 비교해 의사의 태도가 가장 대비되기도 합니다.
인턴 시절 응급실에서 근무할 때 환자가 배가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면서 실려오면 일단 응급실이 초긴장 상태가 됩니다.

'대동맥 박리? 심근경색? 충수돌기염(맹장염)? 장출혈? 자궁 외 임신?'
하고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환자가 죽을 수도 있거나 위험해 질 수도 있는 각종 초응급 질환들이 머리를 스쳐갑니다.

그러다가 요로결석으로 판명이 나는 순간 모두들 안도의 한숨을 내쉽니다. 환자만 아플 뿐 위험하지도 않고 생명에 전혀 지장이 없거든요.
환자는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비명을 질러대는데 응급실 의사는 그냥 마약성 진통제 처방 후 비뇨기과 당직의사에게 넘기면 끝입니다.

'아니 내가 아파 죽기 직전인데 저 의사놈은 왜 저렇게 여유를 부리고 있냐!!' 하면 그건 요로결석이기 때문입니다. -_-;;;
윌모어
19/11/06 15:35
수정 아이콘
아이고... 저는 걸려본 일이 없지만 후기 글 볼때마다 언제 부지불식간에 찾아올 지 몰라 조마조마한 기분입니다... 물 마시러 다녀와야겠네요
박근혜
19/11/06 15:43
수정 아이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레드로키
19/11/06 15:50
수정 아이콘
와 전 너무 아파서 바로 택시타고 병원갔었는데 크크 두달이나 버티시다니 대단하시네요
날아라 코딱지
19/11/06 15:52
수정 아이콘
커피좋아하고 고기좋아하고
주5내지 6일 운동하면서 유산소운동에 거의 치중해 땀도 엄청배출하고
그렇다고 딱히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 아닌데
요로결석에 안걸린걸 보면 이병도 유전적면 아님 체질적면이
크게 작용하는가 봅니다
19/11/06 15:56
수정 아이콘
미국에서 요료결석걸리면 돈 많이깨지나요??
보험이나 이런게 있어서 괜찮으신가요?
19/11/06 15:57
수정 아이콘
물마시러갑니다
19/11/06 16:16
수정 아이콘
요관경 개꿀잼
고란고란
19/11/06 16:34
수정 아이콘
그 통증을 여태 어떻게 참으셨는지... 출산시 통증하고도 비교되는 거 같던데.
서지훈'카리스
19/11/06 16:57
수정 아이콘
요로결석 걸려서 요로내에 내시경 넣었죠
간호사가 고추에 관을 연결해서 내시경을 넣는데 그 안을 긁고 지나가서 피가 막 납니다. 너무 아파서 간호사가 고추를 잡아당기는데도 이게 뭐지란 생각만 들음
19/11/06 17:00
수정 아이콘
그 고통을 참으셨다고요? 전생에 관우이신듯
FRONTIER SETTER
19/11/06 17:05
수정 아이콘
이 글 보고 물 벌컥벌컥 마셨습니다
아기상어
19/11/06 17:41
수정 아이콘
척추의요정 아니 요도의 요정이시군요
19/11/06 18:51
수정 아이콘
이게 웃긴게 온갖 통증이 다 납니다... 전 요로결석 걸렸을때 장까지 아팠습니다.. 허리도 아프고 장도 아프고 목뒤도 아프고 근데 웃긴건 혈석을 제거 하니 온갖 통증이 죄다 사라지더군요...
답이머얌
19/11/06 19:21
수정 아이콘
이거 재발이 심해서...

보통 사람들은 물마실거나 공포감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는데, 일단 한 번 걸렸다 하면 계속 걸리죠.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5년 안에 반드시 한번씩 찾아오더군요.

이번에 걸린 결석은 특이한게 만성이라고 해야하나 등쪽 옆구리가 결린데 크게 아프질 않아요. 이전 경험으로는 아파 죽을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자주 걸리니까 통증이 오면 바로 결석이란걸 인식하게 되는데 이번 통증은 은은하게 아프기만 해서 병원 안가고 버티고 있죠. 그러다가 저절로 돌이 나오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몸에 시한폭탄을 심고 다니는 경우가 이러할까 싶습니다. 그 통증에 대한 공포감을 생각하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그 자체입니다.
조말론
19/11/06 19:45
수정 아이콘
지금까지 1300컵 정도 마시게 하셨네요
19/11/06 20:00
수정 아이콘
물은 답을 알고 있다
하늘빛
19/11/06 21:13
수정 아이콘
대단하십니다. 전 너무 아파서 버스에서 서 있다가 못참아서 주저앉을 정도였는데.. 어떻게 견디셨는지요 .
Burnout Syndrome
19/11/07 07:54
수정 아이콘
물.. 아메리카노.. 마시러 갑니다...
아유카와마도카
19/11/07 08:09
수정 아이콘
동지로서 글만 읽어도 지옥이 느껴집니다
엘케인
19/11/07 12:30
수정 아이콘
저도 세번이나 깨러 갔다왔고, 방금 물 500미리 마셨습니다. 세번째 쯤 되니까 '아, 결석이구나' 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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