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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16 08:48:59
Name aurelius
Subject [역사] 1872년 어느 일본인이 둘러본 프랑스 파리
1871~3년간 미국, 영국, 그리고 유럽의 여러 나라를 둘러본 어느 일본인의 일기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메이지 유신 직후 정부차원에서 파견한 사절단의 서기관이 남긴 일기인데요, 

그 중 일부를 편집해서 발췌했습니다 

Iwakura_mission.jpg


이와쿠라 사절단 사진, 왼쪽 끝이 카츠라 고고로 (바람의 검심에서 켄신을 고용한 바로 그 카츠라!!) 오른쪽 끝이 오오쿠보 도시미치, 그리고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이토 히로부미(당시에는 이토 슌스케)

 

참고로 그 서기관의 이름은 구메 구니타케이고 1839년생이었어요....일본이 개항했을 때 이미 18살이었고 막부말의 혼란기에 이미 이십대 후반.... 도쿠가와 막부가 건재했을 때 소년기와 청년기를 보낸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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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기원 초에 파리시오룸이라고 불렸던 이 도시는 프랑스의 발흥으로 오랫동안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대도시로 일컬어지게 되었다. 센 강은 뱀처럼 시의 중앙을 굽어 흐르고 그 북쪽 강변을 빌이라 부른다. 궁전과 여러 관청, 교회, 학교 등 웅장한 건물들이 있다. 서쪽 강변은 그 중앙부를 시테라 부른다. 

 

이것이 과거 파리시오룸 지역인데 여기에는 시가와 상점가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고 가옥들도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남쪽을 위니베르시테라 부른다. 드넓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서 숲이 울창한 이곳은 청결하고 상쾌한 아름다운 풍경 속에 주거지가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마치 공원 한 가운데 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럽대륙의 도시 중 세계적인 런던을 제외하면 파리에 비견될만한 도시는 없다. 웅장하고 아름다움에 있어서는 실로 세계에서 으뜸이다. 

 

(샹젤리제)

 

가로수 사이에 만들어진 인도에는 한 줄의 돌길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것을 자세히 보면 자연석이 아니라 파리에서 새롭게 사용하는 포장임을 알 수 있다. 타일의 일종으로 흙과 모래를 섞어서 강돌처럼 강하게 굳힌 것으로 그 포장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인도만이 아니라 이 주변의 도로는 모두 이 포장법으로 만들어졌다. 마차가 달려도 시끄럽지 않다.런던의 거리는 수레바퀴 소리가 시끄러워서 말굽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파리의 거리에서는 수레바퀴 소리가 들리지 않고 말밥굽 소리만 들린다.

 

(콩코르드 광장) 

 

이 공원에는 낮에는 바닥에 깔린 흰 모래가 티끌 한 점 없이 눈처럼 빛나고 푸른 나무들이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주며 높고 웅장한 건물들은 그 나무 위로 늘어서 있다. 밤에 가스등이 켜지면 마치 별이 총총한 밤하늘이 땅으로 내려 온 듯하고 샹젤리제 대로에 줄지어 늘어선 가스등 불빛이 보석처럼 빛나서 마치 자신이 화폭의 주인공인듯 느껴진다


(루브르 궁전)

 

튈르리궁전의 뒤쪽으로는 루브르 궁전이 이어진다. 이것은 루이14세 때 만들어진 것으로 나폴레옹 1세가 수리 및 증축하여 튈르리궁전과 연결시켰다. 보불전쟁 때도 이 궁전은 전혀 손상되지 않았다. 궁전내부에는 나폴레옹 1세의 유품과 명화 및 고미술품, 여러 가지 모형과 기계 등이 보관되어 있고, 이것들은 보물 전시회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공개된다. 궁전의 건물은 매우 높고 한쪽 면에 조각 장식과 금색 도장 등이 있어서 그 모습이 화려하다. 

 

(파리의 거리)

 

런던의 거리에는 지하철과 지상의 차도 및 고가철도가 있다. 사람들은 이 세가지를 이용하여 매일 바쁘게 일한다. 하지만 파리는 그렇지 않다. 모든 시민이 하나의 공원 안에 살고 있는듯하다. 파리 시내는 어디를 가도 놀고 쉴 수 있는 아름다운 장소가 있고 거리의 행인들도 바쁘게 걷지 않는다. 공기는 맑고 화창하며 매연은 적다. 석탄 대신 땔나무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런던은 사람을 노력하게 만드는 도시이고 파리는 사람을 즐기게 만드는 도시이다

 

(파리지앵들의 일요일)

 

일요일 해질녘에는 많은 사람들이 마차를 타고 놀러 나온다. 마차의 호화로움을 서로 자랑하고 말의 건강함도 서로 견준다. 사람들의 의상은 화려하고 화장한 모습들은 우아하다. 런던은 먹고 마셔서 살림을 거덜 내고 파리는 옷치장으로 살림을 거덜 낸다는 속담이 있는데 현지의 상황을 보면 정말 속담 그대로라고 느껴진다. 

 

(파리지앵들의 신앙심)

 

미국이나 영국은 일요일에는 문을 닫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예배와 기도를 계속한다. 예전에 맨체스터에서 일요일에 공원을 둘러봤을 때 두세 명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파리의 일요일은 어떤 공원이든 마차와 말을 탄 사람들로 붐벼서 진짜 일주일 중 쉬는 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서 영국으로 오면 사람들의 신앙심이 대체적으로 일단 옅어진 것처럼 보인다. 영국에서 프랑스로 오면 이보다 훨씬 신앙심이 옅어진 것처럼 보인다. 

 

(파리의 위상과 경제, 그리고 일본에 대한 함의)

 

파리는 유럽 전체 시장의 중심이다. 따라서 서양의 상공업 중 조금이라도 이름이 알려져 영업이 잘되는 것은 반드시 이 도시에 영업소를 두고 수입과 수출업무를 보고 있다. 유럽 각국 및 유럽 인종이 살고 있는 나라는 모두 이 도시가 도시문명의 최첨단에 있다고 믿고 존경한다. 거만한 영국인이라 할지라도 여성의 유행에 관해서는 파리의 새로운 패션 모방하고 강대한 러시아도 프랑스인을 세련된 인간이라 평가하며 아름다운 파리야말로 천국과 같은 곳이라고 동경한다. 

 

런던, 파리, 뉴욕은 세계 3대 무역도시라 일컬어지지만 그 실태는 각기 다르다. 미국의 무역 형태가 유럽과 다른 것은 당연하다. 런던 무역의 주안점은 세계로부터 자원을 수입하여 자국의 공업이 이를 가공한 후 다시 제품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런던을 세계 자원의 시장이라고 부른다. 파리는 이와 달리 유럽의 공업기술의 중심지이고 유행의 근원지이기 때문에 세계 상품의 시장이라 불린다. 앞으로 일본이 서양에 대해 수출의 길을 열려고 한다면, 이처럼 시장의 성격이 다른 것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파리의 상인 쉬왈츠(Schwartz) 씨는 이와쿠라 도모미 대사와 만났을 때 다음과 같이 말했다. 

 

 "파리에서 일본의 물품을 취급하는 곳은 이류 이하의 상점입니다. 일류 회사도 취급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일본의 물품은 가격이 불안정하고 수출량도 불충분할 뿐만 아니라 수송일도 정확하지 않기 떄문에 단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런던에서는 일본 물품을 취급하는 곳이 파리보다 많습니다."

 

또한 다른 상인은 일본이 목랍을 주요 수출 품목으로 삼길 권했다. 이것은 유럽에서 비누나 양초 제조, 직물의 마무리 등 여러 분야에 필요하지만 그 공급량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것들의 제작을 단념하고 있다.  (중략)

 

일본의 공산품 중 파리의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아 비싼 값에 팔리는 것이 몇 개 있다. 프랑스와 영국의 공장에서 일본의 동기, 칠보기, 도자기 등의 모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릇과 접시 등의 형태나 그림 모양의 품취는 각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지닌다. 이것을 미술이라 한다. 기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미의식을 발휘하여 점차 고품격의 풍취를 만들어내고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타국의 제품을 모방하면 타인의 명성을 빌릴 뿐 그 명성을 뛰어넘을 수 없다. 이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본디 자국의 기술이 어떤 나라의 기술보다 뒤떨어지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방을 시도하는 것은 별도의 사안이다). 단 독자적인 기량을 발휘할 경우, 공급자가 유의해야할 점은 어떻게 판매처 사람들의 취향에 맞출 것인지 항상 연구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일본인에게 판매할 염색과 비단 무늬의 견본을 모아놓고 있었는데, 이것은 에도(도쿄)에서 유행하는 무늬, 큐슈 사람들이 좋아하는 무늬, 간사이에서 잘 팔리는 것 등과 같이 세세하게 각 지역의 유행에 따라 나뉘어져 있었다]. 서양의 공업 생산품이 어떻게 수요의 판도를 넓히고 무역량과 공급량을 확대하려 하는지, 이를 통해서 그 용의주도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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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유럽의 정치, 사회, 역사와 문화에 대한 식견 외에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근대 산업공정에 대해서 상당한 수준의 이해도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건 너무 길어서 일단 패스...


그런데 이 사람이 도쿠가와 막부 시대의 사람인데 거의 현대인 수준의 인식을 갖추게 된 걸 보면 정말 놀랍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저 옛날에 당시 프랑스인들이 일본에 대해 아는 것은 일본이 프랑스에 대해 아는 것만큼이나 적었을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프랑스 상인들이 도쿄와 큐슈 또는 간사이에서 잘 팔리는 무늬나 유행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맞춤형 세일즈를 했다는 것이죠. 


무역으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아주 큰 대목입니다. 

과연 우리나라는 인도나 인도네시아 그리고 베트남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을 나라를 넘어 

캘커타와 뭄바이 자카르타와 발리 하노이와 호치민 지역별로 세부적으로 그 현지의 유행과 수요를 잘 파악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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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낮바다
19/10/16 09:00
수정 아이콘
아.. 정말 대단하네요
당시 일본은 정말 발전할 의지와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사절단들이 미국 유럽을 다녀왔을 때의 반응은 어땠었는지도 궁금해 집니다
세로가로
19/10/16 09:05
수정 아이콘
민비 동생이 쓴 유람기가 있습니다.
19/10/16 10:34
수정 아이콘
구한말 민영익이 미국 갔다 왔다가 '나는 암흑에서 태어나 광명 속으로 들어가 보았고 이제 다시 암흑으로 되돌아왔다'고 그랬죠.
솔직히 어느정도 소양을 갖춘 지식인이었다면 친X파가 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겁니다. 그냥 완전히 차원이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건데 나름 똑똑한 사람들 입장에서는 민중들이 가엾기보단 경멸스러웠겠죠. 지금도 중상류층일수록 애국심이 더 없는데 그때는 더 심했을 것이고요.
세로가로
19/10/16 10:52
수정 아이콘
찾아보니 민영환이 쓴 해천추범이군요. 6개월간 태평양을 건너고 대서양을 건너고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며 말 그대로 지구를 한 바퀴 돌았는데, 오늘날 지구인들이 UFO를 타고 안드로메다 은하를 한 바퀴 일주하고 돌아오면 비슷한 느낌의 책이 나올 것 같습니다. 본문의 일본인이 유럽을 여행했을 때 보다 20년 정도 뒤의 일이었네요. 다만 워낙 급하게 돌아다녀서 경탄과 놀라움 외에 뭔가 심층적인 분석은 없다는 게 아쉽습니다.
여수낮바다
19/10/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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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의 일본 사절단의 서기관은, 당시 정세를 잘 파악하고, 구체적으로 어떤걸 배워야 일본에 도움이 되는지까지 꿰뚫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본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되었었겠죠

단순히 민중을 경멸하고 외부세계를 동경하는 차원이 아니라, 본문의 일본인처럼 자국의 발전에 어떻게 도움이 되도록 할지까지 생각이 미쳤으면 좋았을것 같습니다
간손미
19/10/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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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보고 있습니다. 어느 책에 나오는지 알 수 있을까요?
aurelius
19/10/16 09:07
수정 아이콘
[특명전권대사 미구회람실기] 라는 책이고 총 5권입니다. 한국어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조선말 유길준이 이 책과 후쿠자와 유키치의 서양사정을 바탕으로 [서유견문]을 집필했습니다.
출입문옆사원
19/10/1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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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어찌보면 저때가 되려 리즈시절로 보입니다. 막말부터 메이지유신때까지 혁신속도가 대단했죠.
청자켓
19/10/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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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도 조선초에 이미 일본이 앞서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데도 왜.. 수백년을...
크레토스
19/10/1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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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가는 것도 있고 뒤떨어지는 것도 있고 그랬죠. 그리고 일본이 앞서가는 건 일본의 지리적 환경이라 가능했던 것들이 많고요. 가령 화폐 사용 같은 건 조선인들이 면포나 쌀로 교환을 선호한다는 사실외에도 은과 구리가 한반도에 모두 부족..
세로가로
19/10/16 10:43
수정 아이콘
멀쩡한 은광도 중국 눈치 보느라 폐쇄하던 국가에서 은이 부족했으리라고는 여겨지지 않습니다.
크레토스
19/10/16 11: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세계적으로 손꼽히던 은매장량이 있던 일본에 비하면 한반도 은은 뭐 무지 적어서... 그걸로 화폐 경제를 하기엔 많이 부족했을걸요. 실제로 조선 후기 가면 광산 개발이 상당히 활발해집니다.
Birdwall
19/10/16 13:17
수정 아이콘
중국한테 다 뺏기니까 멀쩡한 은광을 폐쇄하는데 은이 모자라면 모자라지 남을 리가요...?
독수리가아니라닭
19/10/16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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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셔서 살림을 거덜낸다는 런던의 식문화는 대체 왜 그렇게 된 것인가...
하심군
19/10/16 10:01
수정 아이콘
먹는 것보다는 마시는 것에 더 포인트를 줘야하지 않나...영국의 음주역사는 보고 있으면 대단하더라고요. 나에게 좀 더 알콜을!
강미나
19/10/16 14:46
수정 아이콘
에일 인정
Lord Be Goja
19/10/16 11:21
수정 아이콘
먹고 마셔서 살림을 거덜낸다는 문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빅토리아시대때쯤에 식문화 탄압분위기가 있었던걸로 압니다.
맛을 추구하는건 죄악이라고
강미나
19/10/16 14:47
수정 아이콘
제인 에어 보면 장난아니죠. 식당에서 죽 태웠다고 교사가 대신 치즈바른 빵 줬는데 그것때문에 사치 조장하고 영혼을 타락시켰다고 징계....
닭장군
19/10/16 10:03
수정 아이콘
뭐 거기서 장사할려는 기업들은 잘 파악하고 있지 않을까요?
19/10/16 10:04
수정 아이콘
지금 수출규제 하고 있는 꼬라지를
저 140년 전 일본인이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요
20초반남자
19/10/16 14:08
수정 아이콘
자기맘대로 다른나라 재산압류하는거 보니 한국은 딱 쇄국정책 펼치던 조선의 후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껀후이
19/10/16 10:07
수정 아이콘
일종의 시장조사?를 겸한 유람기네요
우리나라도 신진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어땠을까요...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크레토스
19/10/16 10:16
수정 아이콘
어느 일본인 학자가 쓴글에선 조선과 중국은 서구화가 실패하고 일본은 성공한 이유를 일본의 후진성에서 찾더라고요. 일본의 제도는 조선과 중국에 비해 상당히 후진적이었고 덕분에 훨씬 선진적인 제도를 가진 서양을 본받아 전면적인 서구화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이끌어내기가 쉬웠다고.. 반면 일본에 비해선 상당히 선진적인 제도를 가진 조선과 중국은 개항하고도 오랫동안 동도서기류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고요.
aurelius
19/10/16 10:31
수정 아이콘
해당 주장은 실제와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은 이미 17세기부터 조선이나 청나라를 멸시하였고, 자기네들이 최고라고 생각했습니다. 당대 일본인 학자들은 진정한 [중화], 일본식으로 말하면 [신국]은 일본이라고 생각했었죠. 오히려 조선보다 더 프라이드가 강하면 강했지, 못하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대 일본인들의 사고방식은 대단히 '실용적' 또는 '현실적'이었고 세상을 국제정치의 [Realpolitik] 관점에서 판단했습니다. 천하질서 상의 명분에 집착하던 조선과는 매우 다른 사고방식이었죠. 18세기의 일본은 이미 세계에는 7개 강대국이 있고 일본은 그 중 하나로 오스만제국, 잉글랜드, 신성로마제국, 청제국 등과 경쟁해야 하는 나라라고 생각했습니다.
크레토스
19/10/16 11:38
수정 아이콘
프라이드 때문에 멸시했던 것과는 별개로 제도면에서 앞섰다고 보기는 힘들지 않나요. 저 학자분은 경제력 같은 국력 측면에서 얘기 한게 아니라 제도적 측면에서 얘기하셨더라고요.
aurelius
19/10/16 12:42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주장에 따르면 제도가 우수하여, 즉 스스로의 제도에 대한 믿음과 스스로의 문명에 대한 확신이 있어 타국의 제도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뉘앙스인데...당시 일본인들은 최소 자국의 제도가 조선이나 중국보다 못하다고 보진 않았다는 것입니다.
크레토스
19/10/16 12:58
수정 아이콘
(수정됨) 타국이 약간 더 우수하면 우월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확연히 우수하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죠. 중세 봉건 사회였던 일본이 조선,중국에게 그랬고 근세 사회였던 조선,중국이 서양에게 그랬다고 저 분은 생각하는 모양. 실제로 에도시대 일본은 이동의 자유,직업 선택의 자유 같은게 중국은 물론이고 조선보다도 뒤떨어졌죠.. 신분제 조차 조선보다 엄격했고요.
19/10/16 11:48
수정 아이콘
크레토스님은 제도를 말한거지 않나요? 일본 제도는 하나도 모르고 조선도 현재 대한민국의 제도도 잘 모르지만 가끔 조선의 정치 시스템을 보면 현재 대한민국과 비교해봐도 배울만한 부분이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때가 있습니다
세로가로
19/10/16 12:54
수정 아이콘
그런데 딱히 제도적 측면에서도 조선이 일본보다 뛰어날만한 것이 있을까요? 사상적으로는 명나라에게조차 "도대체 언제적 주자학이냐?" 소리 들을만큼 고리타분 했고, 경제적으로는 주위에 비교대상이 없을 만큼 낙후된 사회였고, 기술은 전무했고, 자국민을 19세기 까지 노예로 굴리던 사회였는데 딱히 일본 대비 우수한 제도가 있었다고 보기는 힘들 듯 합니다.
크레토스
19/10/16 13:00
수정 아이콘
에도시대 일본은 직업 선택의 자유도 없었고, 이동의 자유도 없었으며, 신분제도 조선보다 더 엄격했습니다.
세로가로
19/10/16 10:39
수정 아이콘
세종대왕 시절에 일본을 방문한 통신사의 기록만 보더라도 에도의 번화함과 화려함이 북경을 능가한다고 평가할 뿐만 아니라, 일본인들의 질서정연함과 깨끗함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또 상업의 발달에 큰 감명을 받았는데, 동시대 한양에서는 물건을 흙바닥 위에 올려놓고 팔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밟고 물건의 종류도 몇 없고 야단도 아닌데, 일본에서는 정갈한 단상 위에 물건을 올려놓고 종류도 엄청 많았다고 하죠.
크레토스
19/10/16 11:43
수정 아이콘
그 기록은 세종대 기록이 아니라 조선 후기 기록인걸로 알고요. 당시 일본이 통신사들에게 일본이 부강해 보이려고 쓰는 예산이 엄청난 규모라 뭐..통신사가 가는 경로도 그런 관점으로 정해놨고요. 그리고 통신사들 기록이 그런 기록만 존재하는게 아닙니다. 일본 백성들의 삶의 질이 말이 아니라는 기록. 집이나 절은 화려한데 옷 입고 다니는 건 형편 없다는 기록. 우리 백성들에 비해 먹을 걸 못 먹는 다는 기록도 있어요.
세로가로
19/10/16 15:02
수정 아이콘
일본인의 풍속이 노소없이 목욕하고 몸을 깨끗이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큰 집에는 각기 욕실(浴室)을 설치하고, 여염(閭閻)마다 또한 여러 군데 욕탕을 설치하고 있는데, 그 욕실의 제도가 매우 잘 되어 있어 편리합니다. 탕(湯)을 끓이는 자가 각(角)을 불면, 이 소리를 들은 사람들이 다투어 돈을 내고 목욕을 합니다.

일본 상가(商街)의 제도는 시장 상인들이 각기 처마 아래에다 널빤지로 층루(層樓)를 만들고 물건들을 그 위에 두니, 다만 먼지가 묻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쉽게 이를 보고 살 수 있었으며, 시중(市中)의 음식물들을 귀천(貴賤)의 구별 없이 모두 사 먹고 있었습니다. 우리 나라의 시장은 건습(乾濕)할 것 없이 모든 어육(魚肉) 등의 식물들을 모두 진토(塵土) 위에 두고는 혹은 그 위에 앉기도 하고 밟기도 하오니,

세종실록 46권, 세종 11년 12월 3일사 http://sillok.history.go.kr/id/kda_11112003_005

세종 시절의 통신사 기록과 에도막부 이후의 통신사 기록이 제 머리속에서 뒤죽박죽 섞였나 봅니다. 북경보다 더 발전했다는 찬탄은 조선 후기의 기록이 맞는 듯 합니다.
19/10/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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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회귀해서 이미 세종대왕 시절에 에도를 북경보다도 발전시켰나 보네요 대단하네요
세로가로
19/10/16 11:07
수정 아이콘
그리고 조선의 후진성을 중국과 비교하는 것도 매우 민망한 것이,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들어온 명군의 시선에서 조선을 바라봐도 잘 알 수 있습니다. 명군은 나름대로 이곳의 별천지 같은 생활상에 매우 놀라고 았었죠. 압록강을 건너고 보니 생각했던 것 보다 땅은 넓었는데, 화폐나 은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 원시 물물교환 시대에 머무르고 있음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군대에 쌀 대신 조선 가서 밥 사먹으라고 돈을 줘서 파병 보냈는데, 막상 조선에 들어와보니 너무 낙후되고 상업이랄 게 아예 없어서 군대가 굶어죽을 판이 되었죠. 서둘러 요동의 명나라 상인들에게 연락을 해도 한계가 있으니, 결국 조선 백성들에게서 쥐어짜내야 하는데 이게 도와주러 온 군대인지 약탈하러 온 군대인지 조선 백성들 입장에서는 헷깔리고, 이런 상황은 후대에도 개선되지 못해서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를 읽어보면 조선의 후진성을 한탄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크레토스
19/10/16 11:45
수정 아이콘
조선의 화폐사용은 주변국이랑 비교시 상당히 뒤쳐진 부분 중 하나죠.. 그것과는 별개로 실학자들 기록은 상당히 현실을 모르고 비판하는게 많아 걸러들어야 할 게 많습니다.
그리고 저분이 얘기한 건 경제적 측면이 아니라 제도적 측면 얘기.
20초반남자
19/10/16 14:15
수정 아이콘
(수정됨) 무슨....그냥 마인드의 차이죠
중국은 중화사상때문이고 조선은 유교+소중화 때문입니다
그냥 조선은 쥐뿔도 없는데 자존심만 쎘던거죠 변화를 싫어하고
19/10/16 10:30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해서 조선이 망한건 망할만한 나라라서 망한거죠...그 대상이 일본이 된게 문제지만.
사실 일본은 근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토대가 한국 역사서에서 묘사하는 것에 비해서 훨씬 이른 시점부터 갖춰진 것 같더라고요.
도쿠가와 막부시절부터 나가사키항이라도 개항해서 어느정도는 유럽 세계가 어떤 식으로 굴러가는 지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았었고, 인구부터가 세계 상위권인데 농민을 거의 착취수준으로 빨아먹어서 근대화에 필요한 자본도 충분한 편이었어요. 당시에는 금이나 은같은 자원도 많이 나는 땅이었고.
달과별
19/10/16 10:47
수정 아이콘
파리 남부의 공원은 묘사를 보건데 뤽상브룩일까요. 현대에 와서는 파리가 전반적으로 잔디를 심지 않아 녹색지대가 부족해 보이는 현상이 있는데 1870년대 정비 바로 이후라면 런던보다 더 녹색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자친구
19/10/16 12:3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항상 감사드려요!
20초반남자
19/10/1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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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런 걸 보면 일본과 조선은 근본 자체가 다른 나라였네요...서양 선교사들이 이때 조선에서 체류하면서 방문기를 적은걸 보면 얼마나 답없는 국가였는지 알 수 있죠...조선이 하루라도 더 빨리 망했어야 했는데...
닭장군
19/10/17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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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하늘을보면
19/10/16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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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한번은 망해야 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일본의 유신에 대해서도 긍정적 시선을 갖고 있지만
일본이 끊임없이 정한론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놓은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봅니다.
21세기에도 일본은 정한론을 폐기하지 않은것 같기도 하고
어쩌면 천황제를 유지하는 문제가 더 큰것 같기도 합니다.
일본천황은 일본인들에게 신성불가침의 존재로서 21세기에 같이 사는 사람들인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20초반남자
19/10/1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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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에 정한론이라니요...뉴스공장 보시나요?? 쟤네 미국이 빨리 평화헌법 개정하고 군대늘리라고 요구해도 돈없다고 미루는 애들인데요 21세기에 전쟁이 말이되는지 민족주의에 너무 심취하셨네요
하늘을보면
19/10/1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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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의 정한론을 주장했던 일본 정치세력과 지금의 정치세력이 같은 것도 팩트아닌가요?
우리나라는 정치세력이 급격하게 바뀌지만 일본의 정치세력은 일본회의가 장악하고 있다는 것도 공공연하게 언급되고 있는데요.
그리고 기본적인 일본에 대한 정치지식은 통 이라는 역사채널에서 많이 배웁니다.
20초반남자
19/10/22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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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세력이 같다고 그 사이에 패전을 했는데 계속 같은 생각을 할까요
Judas Pain
19/10/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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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막부 시절부터 백성들의 상업역량과 에도-교토-오사카 인프라/개발력과 막부&지방번들이 국제정세 감각을 어느정도 축적했다고 봐야겠지요. 상업발달내부압력과 외부제국주의압력을 촉매로 삼은 메이지유신으로 봉건시스템의 제도적 한계를 벗고 국민국가화 한 것일테고요. 번사로서 막부말에 청년기를 보낸 저 사절단 서기관 A도 갑툭한 것으로 볼 수 없으니 국력이 근대화를 받을 수 있으니까 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임전즉퇴
19/10/16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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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됨) 당시 유럽 분위기가 흥미롭고
쓴 사람이 똑똑하다는 걸 알겠습니다.
댓글흐름은 뭐 우리나라답네요. 스랖같아요. 요즘은 어떤가 모르겠는데 거기가 거기겠죠.
글쓴님의 자문에는 아마 일선의 분들이 어련히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중앙집중형의 나라는 현실적으로 그렇게 세밀하게 다루지는 않겠죠.
antidote
19/10/16 21:46
수정 아이콘
일본이 중국, 조선과 다르게 성공한 세가지 요인은 일본의 정보력이 셋 중 가장 뛰어났고, 미국이 내부 갈등 때문에 일본에 개입하려다가 고립주의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으며, 상대적으로 지방분권화 되어 중앙의 기득권을 타파할만한 세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것이 첫번째입니다, 나머지 두개는 하나는 운, 하나는 어찌보면 후진성이라 할 수 있는 측면인데(그 시대까지 후기봉건제를 넘어서는 중앙집권화가 안되었다는 뜻이니...) 첫번째야 말로 당시 일본의 잠재력이었으며 잘못된 정보를 가려내고 제대로 세계정세를 판단하게 된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일본은 이미 서양과 교류와 무역을 하고 있었고, 해외의 출간물이 많이 번역되어 넘어왔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아편전쟁에서 중국이 얼마나 처참하게 깨진지 알 수 있었고 청나라가 승리하거나 압도적으로 깨지지는 않은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던 조선과 다르게 급속한 개혁개방을 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죠.
문제는 그럼 그 일본의 정보력이 어디서 나왔는가인데 결국 이건 농민들에게 고율의 세금을 부과해서 나오는 잉여자원으로 상류층과 중류층이 호의호식 하는 한편 상업을 멸시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상업 멸시야 조선이 잘못한게 맞습니다만 과연 농민에게 고율의 세금을 부여해서 착취하고 상류층과 중류층이 호의호식하는게 맞았는지는 의문입니다. 사실 외국과 교류하려면 결국 외국에서 팔 수 있는 돈 / 자원이 필요한데 이건 금이나 은같은 화폐금속을 캐거나 피지배층을 착취한 자원을 팔든가죠. 일본이야 수백년간 일본의 엄청난 은 생산량을 받쳐준 이와미 은광이 있었지만 조선은? 일제시대에 운산 금광 등 광산 몇개가 개발되기는 했지만 무연탄같은 일부 자원 제외하면 몇십년 못가 죄다 고갈되었죠. 어차피 조선은 뭔짓을 해도 안되는 게임이었던 겁니다.
당시의 조선과 일본을 보면 참 깝깝한 점이 많아요. 자원이 없는 조선으로서는 일본 이상으로 악랄하게 농민을 착취하든지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는데 이걸 못했다고 조선을 까기에는 뒷통수가 좀 찝찝하죠. 오늘날에 대입해보면 결국 옆나라 중국이 하고 있는 선부론이니 부익부빈익빈을 나라에서 묵인하고 때로는 조장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니까요.
세로가로
19/10/17 08:44
수정 아이콘
죽은 개에게도 세금을 물리던 조선이 일본보다 백성들을 덜 악랄하게 착취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antidote
19/10/27 08:32
수정 아이콘
일본의 세율은 매우 가혹해서 영아살해 문화가 생겼을 정도입니다. 조선은 탐관오리의 부패가 문제였다면 일본은 그게 아니어도 애를 죽여서 입을 줄이는게 일상이었던 수준이었습니다.
헤일로
19/10/17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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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중에 조선까가 있네용
19/10/17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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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부시대에 태어난 사람이 저 정도의 이해도라니. 똑똑한 사람은 그때나 지금이나 확실히 다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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