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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05 07:10:55
Name 라방백
Subject [강스포] 조커의 이야기
강한 스포가 있습니다. 내용은 영화를 보신분들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지난 수십년간 DC코믹스에서 가장 사랑받은 빌런중에 하나인 조커는 그동안 수많은 작가들과 매체들에 의해 다뤄져 왔지만 DC가 조커의 정체는 이것이다 라고 밝힌적은 아직 없었다. 어떤 조커작품들은 조커의 기원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어떤 조커 작품들은 조커를 단순한 고담시의 빌런중 하나로 묘사하기도 했으며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개성있고 매력적인 조커의 캐릭터들을 우리는 만나왔지만 그중 어느것이 조커의 정체성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이 정말 조커의 정체에 대한 이야기 인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며 이는 감독이 의도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극도의 1인칭 영화이다.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조커를 제외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극히 드러나지 않는다. 조커는 항상 화면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고 모든 사건은 조커가 직접 경험한 사건만을 다루며 조커가 없는 부분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이야기 하지않는다.
예를들어 조커의 직장 동료들의 조커에 대한 생각, 살인사건 이후 주변인들의 분위기, 경찰의 수사과정, 다른사람들이 방송이나 코미디쇼를 대하는 방식, 고담시민들의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혹은 웨인가에 대한 증오 등등의 사실은 한번쯤은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겠지만 단 한번도 직접적으로 드러난 적이 없고 오직 조커가 직접 보고 들은 내용만을 보여준다. 굳이 감독이 조커가 중심이 아닌 장면을 할애한 부분은 손으로 꼽을 정도뿐이다. 지하철에서의 3인조, 지하철에서의 싸움, 고담시에서의 폭동 그리고 웨인 부부의 죽음등..

결론적으로 이 영화의 모든 내용은 마치 조커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것과 같은 서술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서사를 풀어나가는 목적은 크게 2가지로 볼수 있을 것이다.
-조커라는 인물에 대한 전기영화를 1인칭 시점으로 구성하였다.
-사실 이 모든 내용은 조커가 우리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조커는 위대한 인물일 수도 있고 어떤 시대정신을 대변할 수도 있기에 이를 조커의 전기영화이고 사실은 이것이 조커의 정체였어 라고 주장하는 내용일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 모든것이 조커가 우리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라고 하는것이 DC의 기존의 조커라는 캐릭터에 대한 태도에 더욱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 모든 영화가 조커가 우리에게 해주는 이야기라고 생각해보자. 내가 아는 조커라면 아마;

- 조커는 아서 플렉인가?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 조커는 정신병자 어머니의 양자이고 스스로 어머니를 죽였나?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 조커는 진짜 정신병자이고 약을 끊어서 증상이 심해졌나? 조커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는 정신과 의사나 경찰들이라면 그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하고 정신병 진단을 맡길것이다 하지만 진실을 알 수 없다.
- 조커는 과거 자신의 코미디를 준비했나? 아마 어느정도는 맞을거라고 생각한다. 조커는 평소에 조크를 즐기니까...
- 조커가 유명한 쇼에 출연했고 방송에서 직접 진행자를 쏴 죽였을까? 아마 아닐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고담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커의 정체를 알테니까...
- 조커로 인해서 고담시에 폭동이 일어났나? 아마 아닐것이다. 그는 폭도들의 아이콘이었지만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캐릭터는 아니기 때문이다. 조커를 보고 영감을 얻어 폭도가 되기보다는 기존에 받고있었던 억압이나 잘못된 사회구조에 따른 분노가 더 컸을것이고 이에 대한 촉매는 꼭 조커일 필요는 없다. 조커는 본인이 그 역할을 하고 싶을수도 있지만...

- 그럼 이 영화는 무슨 이야기인가?
내 생각은 이렇다. 조커는 범죄로 병원에 갇혀있고 사람들은 그가 정신병자라고 생각한다. 정신과 의사 혹은 경찰이 조커에게 와서 물었다.
"우리는 당신을 정신병자라고 생각하는데 당신이 누구인지, 당신의 정신병에 대해서 말해보게"
조커는 잠시 생각한뒤 웃으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마 나는 아서 플렉이라는 남자였던것 같아. 허름한 가게에서 광대일을 하고 정신병자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불우한 청년 아서 플렉 ....."

그가 한 이야기는 어디까지 진실일까? 영화내내 한 캐릭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대도 진실을 알 수 없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캐릭터의 이야기 그것은 가장 유명한 빌런이면서도 정체성이 없는, 오직 조커라는 캐릭터만이 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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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19/10/05 08:33
수정 아이콘
마지막 장면에서 다소 뜬금없이 장소가 정신병원으로 옮겨졌고
영화 초반부에서는 아서가 정신병원에 갇혀있던 장면이 설명도 없이 짧게 지나갔는데,
확실히 '지금까지의 이야기조차 다 아서의 망상이었을 수도 있다'는 망상(?)도 가능하게끔 장치를 해뒀다는 느낌이었어요.
상담사 당신은 이해못할거라던 농담의 정체가 두 시간 동안 봤던 아서의 인생(코미디)을 말하는걸수도 있고요.
이런 시각으로 보는게 그냥 망상일 수도 있지만 어떤 해석의 여지를 조금은 남겨둔 엔딩은 아니었나 합니다 흐흐
슬레이어스박
19/10/05 09:06
수정 아이콘
이야기 전체가 조커의 망상일 수도 있겠네요
다크나이트에서도 조커가 몇번 어린시절 이야기 하는데 내용이 다 달랐던것 같고.
볼사람들 다 보고 감독 나와서 썰푼다면, 전부 망상일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식으로 얘기할 거 같아요.
19/10/05 10:54
수정 아이콘
저는 조커의 악행에 대한 작위적인 당위성이 너무 신경이 쓰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악한 내면을 어느정도 가지고 살지만 극 중 조커가 처음으로 살인한 계기는 단순한 자기방어였죠. 누구라도 그랬을겁니다. 하지만 그런 당위성들이 너무나도 연속적으로 계속해서 아서 플렉이 미치게 되는 동기를 강화해줘요. 조커는 주관에 대해 얘기하죠. 누가 옳고 그른지는 누가 판단하냐고. 이 영화의 해석도 그것의 연장선에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인 불행을 그저 정신병자의 망상으로 치부할지, 사회소외계층의 진짜 모습일지 누가 판단하나.
라카제트
19/10/05 12:51
수정 아이콘
아서는 진짜로 웃는 병이 있을까요? 깔깔 웃으면서 광대 분장실에서 나오던 아서는 갑자기 자신의 의지로 웃음을 뚝 멈추죠.
흙수저
19/10/05 13:13
수정 아이콘
웃는 병이 멘탈에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자신이 공격 받는다고 인지할때나 나약할때 웃음병이 나오죠.
다시 봐야겠지만 가위질 이후로는 웃는 병이 나오는 걸 못봤어요. 그리고 아서가 일부로 웃을 떄와 웃음병 때문에 웃는 것과의 표현이 차이가 있습니다. 일부러 웃을 때는 난쟁이 농담들 나올때 웃음들이랑 비슷해요.
19/10/07 10:16
수정 아이콘
일부러 웃을때는 코미디 클럽에서 반박자 늦게 억지로 웃을때처럼 웃죠. 그런데 진짜 위협받거나 당황했을때 발작처럼 웃는 경우는 복식 호흡처럼 웃는 소리가 나죠. 그리고 그게 싫어서 참으려하니 꺽꺽고리는 소리도 들리죠.
Rorschach
19/10/05 16:54
수정 아이콘
웃는 병의 유무와 별개로 그 장면은 아서가 웃음에 대한 공감을 못하는 장면을 보여준거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스탠딩코미디 장소에서 필기하며 배울 때도 전혀 웃음 타이밍을 모르는 장면을 좀 더 명확하게 보여주죠. 그러니 분장실 장면도 다들 웃는 분위기라서 웃는걸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고요.
아니러니한 것은 그런 사람이 가진 꿈이 코미디언이라는 것이죠.
고오급젓갈
19/10/05 23:56
수정 아이콘
그 장면은 대학교이야기라서 이해를 못한것 아닌가요? 다른사람들이 이해하고 웃으니 억지로 맞추려다 계속 실패하는거고요..
하심군
19/10/05 17:36
수정 아이콘
일단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미묘한 영화...같아요. 영상미 쩔고 음악 쩔고 배우 쩔고....쩌는데 그게 다 유기적으로 엉겨붙는 것 같기도 한데.....잘만든 프랑켄슈타인 보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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