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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03 20:08:06
Name 로빈팍
Subject 삼국지의 주인공이 유비여야만 했던 이유
한나라 소열황제 유비,

일반적으로 연의를 읽으며 유비와 더불어 촉빠가 되었다가 이후에 조조빠가 된다던지.. 여러 루트로 나눠지게 됩니다만,

많은 사람들이 삼국지를 처음 읽을 때, 유비를 가장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연의의 주인공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나관중이 왜 유비를 중심으로 삼국지를 썼는지.. 궁금해졌습니다.

물론 촉한정통론의 영향도 있었겠습니다만, 유비의 인간적인 매력이 가장 큰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형주에서 조조를 피해 탈출할 때, 10만명이나 되는 백성들을 이끌고 하루에 10리밖에 가지 못하는 상황을 정사 삼국지에서는 비교적 생생히 그리고 있습니다.

(이하 삼국지 본문 입니다.)
어떤 이가 선주(유비)에게 말했다,
“의당 신속히 행군해 강릉을 보전해야 합니다. 지금 비록 많은 무리를 거느리고 있으나 갑옷을 입은 자는 적으니, 만약 조공(조조)의 군사가 도착한다면 이를 어찌 막으려 하십니까?”

선주가 말했다,
“무릇 큰일을 이룰 때는 필히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 법이오. 지금 사람들이 내게 귀부하는데 내가 어찌 차마 버리고 떠나겠소!”

... 거의 눈물나는 대사 아닙니까?

그리고 더 대단한 점은, 난세의 군벌들이 힘 없는 백성들의 것을 빼앗고 짓밟고 심지어 조조는 죄없는 백성들 서주대학살까지 벌이는 와중에,

유비는 백성들을 상대로 평생 단 한번의 약탈 기록도 남기지 않았다는 점 입니다.

확실히 여타 다른 군벌들과는 큰 차이점이 있었다고 봅니다.

정리하자면 형주에서 피난할 때의 일화나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던 유비의 행동을 보면, 다른 군벌들이 사람들을 마구 죽이는 와중에 사람을 대업의 근본으로 삼는 모습을 보면,

그가 삼국지에서 이른바, 황제의 자질을 갖추었던 유일한 인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관중도 삼국지 연의를 주인공을 유비로 설정할 수 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추가적으로, 유비가 형주에서 피난할 때의 일화를 두고 습착지(동진의 역사가)가 정리하여 평론한 내용이 꽤 적절합니다.

"선주는 비록 전패하여 험난함에 처했으나 신의를 더욱 밝히고, 형세가 궁핍하여 사정이 위급한데도 그 말이 도를 잃지 않았다. 유표의 고명을 따르니 삼군이 진정으로 감복하고, 부의지사(대의를 쫓는 선비)를 연모하니 그들이 기꺼이 패배를 함께 했다. 그가 뭇 사람들의 마음을 얻은 까닭을 살펴보자면, 어찌 다만 투료무한(술을 내버리고 백성의 빈한함을 어루만짐)하고 함료문질(여뀌를 머금어 그 쓴 맛을 감수하며 질병을 보살핌)한 데에 그치겠는가! 그가 끝내 대업을 이루었으니 또한 마땅하지 않은가!"


출처 : 파성넷, 정사삼국지 선주전 (http://rexhistoria.net/history_sam/1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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及時雨
19/10/03 20:17
수정 아이콘
매력 100의 위엄
메가트롤
19/10/03 20:20
수정 아이콘
오 이릉...
티모대위
19/10/03 20:21
수정 아이콘
저도 그래서 삼국지 최고의 간지캐는 유비라고 생각합니다. 극심한 이상주의자였는데도 반드시 필요한 실리는 항상 챙겼고, 결국에는 황제까지 되었으니
19/10/03 20:28
수정 아이콘
나중에 한참 나이먹고 나면 다시 유비가 좋아지더라구요

별의 별수를 다써가면서 돗자리만들던 양반이 황제까지 하는게 진짜 입지전적.....
19/10/03 20:30
수정 아이콘
관우 장비를 때려눞히고 제갈량이 두번이나 집을 비우고 도망가게 했으며(세번째때 걸림) 참혹한 전장에서 쌍검을 썼던 유비

앗 유비가 통일을 이루지 못한건 쌍검을 썻기때문인가
그리고또한
19/10/03 20:42
수정 아이콘
칼을 쪼개는 자 흥하지 못하리라...
19/10/04 09:11
수정 아이콘
한손무기를 썼어야 되는데 양손무기를 쓰는바람에..
19/10/03 20:30
수정 아이콘
조조나 손권으로 했으면 노잼이긴 했을 듯
마프리프
19/10/03 20:32
수정 아이콘
내가 협객 생활을 열일곱에 시작했다. 그 나이 때 협객 시작한 놈들이 백 명이다 치면은.. 지금 나만큼 사는 놈은 나 혼자 뿐이야. 나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원술 놈 제끼고. 여포 놈 보내고. 조조같이 학살하는 새끼들... 다 죽였다. 갈량아? 연초 하나 찔러 봐라
handmade
19/10/03 21:01
수정 아이콘
제갈량은 배신 안했지 말입니다... 근데 딱히 고니역에 맞는 인물이 없는 것 같긴 하네요. 크크
열역학제2법칙
19/10/03 21:22
수정 아이콘
곽철용을 제갈량으로 두고 마속을...
신경질
19/10/04 00:26
수정 아이콘
미방?
사상의 지평선
19/10/04 08:35
수정 아이콘
양양대교가 막힌다고 합니다.
강릉대교는 무너졌냐 새퀴야
나와 같다면
19/10/03 20:33
수정 아이콘
군웅들 뒤통수는 이따금 휘갈길 때가 있어도 백성은 등쳐먹지 않는 스타일. 그 하나만으로도 주인공 자격이 충분하죠.
알료샤
19/10/03 20:41
수정 아이콘
(수정됨) 글 재밌게 잘 읽었어요. 제 개인적으로는 삼국지 주인공을 제갈량이라 생각하지만 나관중 작가의 의도를 생각해 보면 유비인 거 같긴 해요. 그건 그렇고 본문 글을 읽다 보니 다른 군벌들이 백성을 어떻게 대했는지 궁금해지네요. 조조의 서주 대학살이나 백성들한테 조롱 멸시받은 원술의 최후야 워낙 유명하니 유비랑 확 대비되는데 다른 군벌들은 어땠나요? 특히 손권 쪽이 궁금하네요.
갈색이야기
19/10/03 20:47
수정 아이콘
손권은 나름 선정을 펼쳤습니다. 사실 유비보다 나은 면도 있지 않나 싶긴 한데 두 군웅의 배경이 너무 다르다보니.......

다만 인간 사냥(제노사이드 아닙니다)이라던가 하는 뻘짓은 좀 했죠.
Mephisto
19/10/03 20:52
수정 아이콘
손권은 선정이라기 보단 지방 호족과 협력적인 관계유지를 잘한 케이스인거 아닌가요?
당시 지방 호족은 지역민을 농민이 아닌 농노로 다루던 수준이라 황건적이 발호하게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아는데.....
갈색이야기
19/10/03 21:02
수정 아이콘
황건적이 발호한 지역은 하북과 중원 일대입니다. 동오 지역은 황건적과는 거리가 좀.......

『군사를 일으킨 지 매우 오래되어 백성들은 경작지를 떠났고, 아버지와 아들, 지아비와 아내가 서로 도울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이런 상황을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지금 북쪽의 적은 물러나 움츠리고 숨어 있으며, 중원 밖의 지역에는 전쟁이 없다. 각 주와 군에 명령을 내리니, 정책을 느슨하게 하여 백성들을 쉬도록 하라.』

『짐은 부덕한데 천명을 받았으므로 아침저녁으로 걱정하고 근신하며, 휴식을 취하거나 수면을 취할 틈이 없다. 세상의 환란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하여 위로는 신령님의 비호에 보답하고, 아래로는 백성들의 희망을 위로하기 원한다. 이 때문에 돌아다보면서 우수한 인물을 열심히 구해 그들과 함께 힘을 합쳐 같이 천하를 평정하려 한다. 만일 마음을 같이 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과 함께 늙어 갈 것이다.
지금 사지절 독유주 영청주목 요동태수 연왕(공손연)은 오랫동안 위나라의 핍박을 받아 멀리 한쪽에 떨어져 있어, 비록 우리나라에 충성을 하려 해도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길이 없다. 오늘 그는 천명에 순응하여 멀리서 사자 두 명을 보내왔다. 그의 충성스런 마음은 분명하게 나타나며, 서술한 표에는 심오한 정이 나타나고 있다. 짐이 이것을 얻었으니, 어떤 기쁨이 이와 같겠는가!
비록 탕왕이 이윤을 만나고, 주 문왕이 여망을 얻었으며, 세조(광무제)가 천하를 아직 평정하지 못할 때 하우를 얻은 것도 오늘 여기에서 정해지는 것이다. <상서>에서 "군주 한 명에게 기쁨이 있으면, 만백성은 이것에 의지한다." 라고 하지 않았던가?
나는 천하에 대사면을 시행하여 그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려고 하니, 주와 군에 명을 내려 모두 이 일을 알 수 있도록 하라. 특히 연나라에 조서를 내려 나의 조서와 은덕을 받들어 선양하고, 온 천하 사람들로 하여금 이 경사를 모두 알도록 하라.』

『전쟁이 장기간 그치지 않아 백성들은 부역으로 고통을 당하며, 세금이 간혹 거두어지지도 아니하니, 각종 세금을 느슨하게 하고 다시는 재촉하여 징수하지 말라.』

등등 나름 선정을 펴기는 했습니다.

배송지는 세력이 부족한데도 공손연 등과 협력해서 계속 전쟁을 일으켰다고 까긴 했네요.
초짜장
19/10/03 20:47
수정 아이콘
정도를 걸으면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걸 보여주는 사람이죠
형제의 실책으로, 그로 인해 마지막에 정도를 걷지 못해 실패하는 모습까지 군주란 어찌해야 하는가를 현재에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FRONTIER SETTER
19/10/03 20:48
수정 아이콘
상대적으로, 흥할 때 애민하기는 쉬워도 어려울 때 애민하기는 쉽지 않을 텐데... 인간적 매력이 충분한 사람입니다
리자몽
19/10/03 20:49
수정 아이콘
왕도 스토리의 주인공이라 결말이 더더욱 아쉬움 ㅠㅠ
Lord of Cinder
19/10/03 20:50
수정 아이콘
돗자리 장수를 황제까지 끌어올린 건 역시 매력 100(옥새 아님)...
티모대위
19/10/03 23:10
수정 아이콘
체내 내장형 옥새....
-안군-
19/10/04 16:32
수정 아이콘
생체형 옥새...
파이몬
19/10/03 20:50
수정 아이콘
정말 백성은 등쳐먹지 않았었나요? 우와.. 그 시대에 진짜 쩌네요..
갈색이야기
19/10/03 21:13
수정 아이콘
(수정됨) 백성 대신 여타 군웅들(원소라거나 원소라거나 원소라거나.......)과 미축을 등쳐먹었죠......

확실히 백성을 등쳐먹지 않은 드문 군웅입니다. 유비를 빼면 유씨 성을 가진 군웅들(유우, 유표, 유장)이나 손권, 사섭 정도일텐데, 그들은 다 세력이 갖춰진 사람들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탈탈 털리고 다녔던 유비가 백성들을 등쳐먹지 않은 건 놀랍긴 하죠.
파이몬
19/10/03 21:20
수정 아이콘
미축이 누구였더라.. 했다가 아~ 기억나고 빵터졌네요 크크크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 거친 시대에서 민간인들 약탈하는 건 기본 베이스에 깔고 간다고 생각들 했을텐데..
돗자리 장수 하던 인간이 난세에 의형제들과 거병하고 삼고 초려로 역대급 재상을 얻고 나라를 세우고~
그 와중에도 민간인들은 안 건드리고 참.. 그렇게 간지나는 인물이니 주인공으로 삼을 수밖에요 크크크..
솔로14년차
19/10/03 20:54
수정 아이콘
협객같은 느낌이 있죠.
열역학제2법칙
19/10/03 20:57
수정 아이콘
그 유비가 또 그 제갈량을 만났으니...
이래저래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네요.
화룡진군 들으러 가야지
19/10/03 21:00
수정 아이콘
그래도 시작은 조조로 하고 싶어요
handmade
19/10/03 21:02
수정 아이콘
황제의 중요한 일은 똑똑한 후손을 남기는 것인데 그것은 못한 유비는 그만....
냠냠주세오
19/10/03 21:10
수정 아이콘
조. 자. 룡. . . .
파이몬
19/10/03 21:15
수정 아이콘
유비 최악의 충신. . .

상산 네 이노오옴... ㅠㅠㅠ
BlackPink
19/10/04 01:07
수정 아이콘
조운은 똑똑한 아기를 구해왔지만 영아를 학대한 유비잘못입니다
19/10/03 21:12
수정 아이콘
누가 뭐래도 삼국지 주인공은 유비랑 제갈량이죠
Ryan_0410
19/10/03 21:27
수정 아이콘
그 당시 백성은 진짜 말 그대로 개돼지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텐데 백성을 위하는 군주라니 ㅠㅠ
지웠던 삼11 다시 깝니다 ㅠㅠ 207년 9월 신야
피카츄 배 만지기
19/10/03 21:36
수정 아이콘
처음부터 탄탄대로를 걸어가는 스토리보다는 유비의 스토리가 더 끌립니다.
조조를 주인공으로 한 일본만화 창천항로를 보면서 주인공인 조조에게 빠지기보단 오히려 후반부로 갈수록 유비에게 빠져버렸다는... 물론 그 만화의 유비는 본문에 나타난 인의의 군주는 아니었지만 크크크크
킹보검
19/10/03 22:07
수정 아이콘
다른 군주의 뒷통수는 밥먹듯 쳐도 백성 통수는 안치셨던 분
Lord Be Goja
19/10/03 22:24
수정 아이콘
유비말고 다른군주에 (조조)을 주인공으로 써서 창작물을 만들다가 중간에 싸버린사람들이 많죠.

조조가 왜 문제인가

조조의 파괴적인 악행이나 인성을 떠나서
조조는 원가격파부터는 마초 토벌 정도를 제외하면 드라마틱한 성공이 거의 없어져서
창작물로 만들면 갈수록 힘이 빠지는 케릭터죠.
적벽에서나 마초에게,한황실주의자들에게 겪는 위기를 잘 만들면 재미있을수도 있는데 조조를 택한 작가들이 이런건 굴욕으로 여겨서인지 통편집하는 경향이 있어요.


반면 유비는 인생의 종말까지 역동적인 케릭터라 주인공으로 쓰기가 좋습니다.
19/10/03 22:28
수정 아이콘
창천항로가 그 점 때문에 뒤로 갈수록 뇌절의 연속이 되었죠. 실패도 뭐도 전부 그분의 손아귀 안이셨다.....류의 조조어천가만 반복하니.
19/10/03 22:33
수정 아이콘
실제로 그 시대로 가서 귀큰분좀 만나보고 싶네요 진짜 만나만 봐도 따르고싶은 사람이었는지
Goodspeed
19/10/03 23:08
수정 아이콘
어릴때부터 수없이 읽었지만
한중 공방전까지는 진도가 쭉쭉 나가다가
이릉 전투 이후부터는 시들해지고
오장원에서 승상이 떠난 후부터는 읽다가 포기했는지...

다시한번 이해가 되는 글이군요...
화룡진군 들으러 가야지(2) -> 아직까지도 삼국지5를 하는 이유...
Ace of Base
19/10/03 23:14
수정 아이콘
타락전 궁예가 여기있었네~
거품맨
19/10/03 23:43
수정 아이콘
유학에서 민심이 곧 천심인 이상 촉한정통론 자체도 필연이었다고 봐야죠. 성리학이 흔들리는 중화체계에 대한 향수로 한나라를 재발굴하다보니 계한(촉한)정통론도 생겼다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사상사적으로 결국 유학이 동아시아의 근본이었으니 유비일 수 밖에 없기도 했을 겁니다. 천명을 놓지 않은 것은 유비 뿐이니까요. 성리학 이후 민본주의 과격파 맹자가 유학에서 주류로 떠오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거구요.
그리고 소위 '현대적 재평가' 이후 한중일 삼국 중 우리나라만 오히려 유비-제갈량 라인의 평가가 높아졌다는 점도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이야 뭐 말할 필요도 없고, 일본은 유독 서브컬쳐계가 우익 성향이 강한데(옛날엔 반대였다지만...), 그래서 그런가 그 쪽에선 결국 민주정보다 독재정을 선호하는 성향이 영향을 미쳤을까요?
푸른등선
19/10/04 08:41
수정 아이콘
늘 궁금했던게 저기서 말하는 '백성'의 정확한 의미가 뭐 였을까요? 형주지방에 원래 거주하던 원주민들이라면 대부분 땅이 생명인 농사꾼들일텐데 조조가 쳐들어온다고 무작정 땅버리고 집버리고 유비를 따랐을 것 같지는 않고요. 전쟁이 나면 좀 숨었다가 끝나면 다시 복귀하는 게 원래 일반적인 백성이나 민초들일텐데 말이죠. 조조가 무조건 학살한다고 겁을 줘서 살려고 따라 나선 거였을까요? 아니면 유비를 따르는 정치적 추종자들 내지는 군사조직에 딸린 식솔들의 숫자였을까요?
벽타는학생
19/10/04 14:16
수정 아이콘
식솔을 포함한 유민들, 그리고 형주의 백성들 모두겠죠. 중국의 역사를 보면 평화기와 혼란기의 인구가 급증과 급락을 반복합니다. 진시황 치세에 진나라의 인구는 3천만이었으나 초한쟁패기가 끝나고 한나라가 세워졌을 때는 1천5백만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이후 서한시대 인구는 6천만까지 증가했으나 왕망이 신나라를 세우고 광무제가 이를 무너트리고 동한을 세우는 과정 속에서 3천5백만으로 감소합니다. 이후 또다시 인구는 증가하나 후한말의 혼란 속에서 중국의 인구는 다시 3천만도 못미치게 줄어듭니다. 영웅서사의 이면에는 수천만 백성의 피가 묻어있고, 살아남은 이들은 전장을 피해 떠돌아다녔습니다. 단순히 겁박에 의한 일은 아니었을겁니다. 당시 중국 인구의 절반이 죽거나 고향 땅을 떠나 유민으로 돌아다니는 실정이었으며, 조조는 193년 194년 두 해에 걸셔 서주에서 수십만의 무고한 백성을 학살하고, 징집된 양민인 원소군의 7만 포로를 관도에서 참살한 인물입니다. 그런 잔혹하기 짝이 없는 조조의 군대가 온다니 백성들이 겁을 먹지 않을 수가 없었겠죠. 유비를 따랐던 10만 백성들은 아마 원래 형주에 거주하던 백성들, 유비군의 식솔들, 그리고 떠돌이 유민들 모두 포함된 숫자일겁니다.
푸른등선
19/10/04 14:57
수정 아이콘
아, 그러니까 당시 고대의 관점에서는 새로운 정복자가 기존의 원주민들을 위무하고 포용해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는 학살과 공포로 제압하고 약탈하는 정책을 썼다는 의미겠군요. 어차피 하북에서 온 군대면 형주에 가면 외국에 온거나 마찬가지일테니 요즘처럼 민족주의적인 동질성이 있을 것도 아니고 어차피 남남이니까 관리와 수용보다는 약탈과 수탈에 더 중점을 뒀다는 의미.....그런 의미에서 유비는 피정복 지역 주민이나 이민족을 강하게 탄압.수탈하지 않고 최대한 자기 세력으로 편입시키려고 했다는 점에서 다른 호걸들과 차별화되었고 시대를 많이 앞선 측면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벽타는학생
19/10/04 15:58
수정 아이콘
고대의 정복자들이 대게 잔혹했다기보다는 고대로부터 19세기 태평천국기에 이르기까지 혼란기마다 항시 수많은 백성들은 죽거나 유민이 되었습니다. 많은 남성들이 징집되어 농경이 힘들어지고 경제가 무너지고, 수많은 약탈과 살육이 반복되는 혼란기에 대륙의 인구가 1/3이상 줄어드는 것은 예사였고, 당나라 시대 안사의 난은 인구의 60%를 장부 상에서 사라지게 했죠. 그리고 이러한 혼란 속에서 이름을 날렸던 원소니 유표니 유언이니 하는 호걸들은 조조만큼 악평이 있는 인물은 아니었습니다. 이들이 정치권력자나 그 일가가 아닌 양민들을 상대로 심각한 수탈이나 살육을 자행했다는 기록은 없습니다.(제가 기억못하는 걸수도 있습니다) 이 사건을 저는 잔혹한 고대의 정복자를 피하고자 했던 민중들의 모습을 보여준다기 보다는, 조조라고 하는 인물과 유비라는 인물의 평이 당대 사람들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갈렸음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조조가 아닌 원소가 남하했다면? 혹은 유비가 아닌 손권이 도망치는 것이었다면? 10만에 달하는 백성들이 유비와 함께 도망치지는 않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요약하자면 저는 대규모 징집과 그들에 의한 살육과 약탈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던 시대적 상황과 유비와 조조라는 너무도 대비되는 두 인물의 이미지가 낳은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도축하는 개장수
19/10/04 09:09
수정 아이콘
사실 연의뽕을 제외하고라도 현덕씨만한 주인공이 없습니다.
위빠는 야망이라는 핑계로 서주대학살 등의 악행을 넘어가는 중이병적 감성을 가진 경우가 많고
오빠는 명분이 턱없이 부족한데 힙스터적 감성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죠.
브레드
19/10/04 10:46
수정 아이콘
삼국지 덕질은 유비를 부정하면서 시작하다가 유비를 긍정하면서 끝난다고 생각합니다. 연의랑 연의 기반의 만화책만 읽었을 때는 유비 짱짱맨 하다가, 머리 굵은 다음 이런 저런거 좀 읽었다 싶을 때는 조조의 먼치킨 중2병 매력에 푹 빠짐 + 유비는 남 뒤통수 치면서 나라 뺏어먹고 한다는 게 인재들 다 말아먹는 이릉대전? 연의에서 미화된 거지 실제로는 별거 아님 쯧쯧 이러다가, 더 많이 읽고 나서는 정사의 유비가 오히려 더 매력적인 부분도 많고 인간적으로 다가오는 부분도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아무래도 흙수저 출신이라는 점이 더 공감 잘되기도 하고요 크크
귀여운호랑이
19/10/04 13:41
수정 아이콘
유비가 조조의 기반으로 시작했으면 당대에 삼국통일까지 끝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최소 제갈량 사망 전까지는 백성들도 훨씨 나은 삶을 살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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