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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0/02 19:02:12
Name 해바라기씨
Subject 한라산에 올라갈 수 있을까요? (수정됨)
https://pgr21.com/qna/137014


지난번에 질게에 글을 남긴 적이 있습니다. 대댓글을 남기다가, 글로 결과를 남기는게 좋겠다 싶어서.
답변들을 보면서 사실 많은 용기를 잃었습니다. 크크. 내가 갈 곳이 못 되는 구나, 내가 무슨 한라산이냐...
걸을때마다 기분 탓인지 무릎도 쑤시는 것 같고, 거의 못 가는 걸로 확정을 짓고 지난주에 제주도를 갔습니다.

남들 다 간다는 새별오름 올라가면서도, 이게 오름이냐, 산이냐 하면서 내가 무슨 한라산이냐를 또 시전하고,
그러면서도 아른아른 거리긴 하더라고요. 아마도 전 이번이 아니면 한라산, 백록담 올라갈 생각조차 안 할거라서요.
충동이 일어났을때 해야지, 딱히 등산을 하면서 기분이 좋다거나 하는 건 느낀 적도 없는 사람이라서.


9/26, 만약에 간다면 이날 가야지 하고 생각했던 날이 왔습니다.
물론 새벽에 알람도 맞췄고, 우비도 사놓고, 버스 차편도 다 알아놨지만, 일어났을 때조차 자신이 없더라고요.
가다가 내려오는 건 수치스럽다, 가면 가고 말면 말자... 였던 마음이 힘들면 내려오지, 뭐, 하고 바뀌었습니다.

전날부터 약한 비 예보가 있었고, 성판악 입구에 도착했는데, 안개가 가득하더라고요.
그래... 햇빛 쨍하면 난 더 금방 지칠테니 이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설마 비가 그렇게 세게 올 줄이야.



tfl221m.jpg




비가 오고, 우비를 썼다가 벗었다 하고, 더웠다가 추웠다 4시간 30분의 고행.
결론적으로 말하면 백록담 봤습니다.


i7J3bIw.jpg



사실 전 올라가면서도 저를 못 믿었어요.
내가 여길 어떻게 올라가. 가다가 내려오겠지.
백록담 보고는 싶은데 오늘 아니면 난 안 갈텐데.

근데 남들은 다 잘 올라가는데... 내가 여기까지 왔는데 돌아갈 수 없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전 승부욕이 없는 성격이라 이런 거 잘 포기하거든요.
근데 저처럼 좀 의지가 약하다거나, 승부욕이 없는 사람은 옆에 사람이 없어야 해요.
전 혼자 올라갔는데, 누군가랑 같이 갔으면 백프로 중간에 멈췄을 거에요.

힘들다, 그만 갈까, 여기서 쉬고 있을게, 갔다와.
생각만 해도 뻔해요. 백록담 보면서도 그랬어요. 난 누구랑 같이 왔으면 이거 못 봤다. 크크.


며칠전에 태풍이 크게 지나간 탓에 물이 가득찬 백록담을 보고 왔습니다.
질문 했던 내용이라 결과를 괜히 남기고 싶었어요.




아, 근데 제가 느낀 건데 성판악 코스로만 등, 하산 했는데요. 내려오는 게 진짜배기더라고요.
이미 백록담도 봤겠다, 목표도 없고, 다리는 힘들고, 내리막이라 후들후들 장난아니었어요.
등산에 4시간 30분, 하산에 4시간 걸렸습니다.
전 많이 체력이 별로인 사람이고요. 이튿날에는 진짜 앓는 소리 내면서 아무것도 못 했고요.
오늘까지도 종아리는 아프네요. 까치발 하고 종아리 힘들어가면 으헉- 소리가 나는 정도요.




p.s 등산화, 스틱 다 안 샀습니다. 안 갈 것 같아서 끝까지 준비하지 않았어요.
성판악으로 가면 볼 게 없다, 지루하다 그러는데 저 같은 초보에게는 다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힘들어서 옆에 풍경은 보이지 않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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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02 19:04
수정 아이콘
사진이 있을것으로 추측되는데 저한텐 안보입니다
해바라기씨
19/10/02 19:06
수정 아이콘
저도 안 보이네요ㅠ 수정하고 있습니다
괄하이드
19/10/02 19:08
수정 아이콘
크크 당시 질게에 댓글도 달았었는데 제가 왠지 뿌듯하네요.

사실 성판악코스 내려오는 길 중간에 있는 사라오름이라는 곳이 있는데, 보통 백록담 보고 내려올때 지치고 귀찮아서 많이들 패스하는데 혹시 다음에 또 가신다면 한번 들러 보세요. 백록담보다 훨씬 멋있는 절경입니다. (이 높은데 이렇게 큰 호수가 있다고..? 싶은 어리둥절한 기분이...)
해바라기씨
19/10/02 19:18
수정 아이콘
사라오름 하산길에 체력 남으면 가야지 했는데.... 말도 안 되는 마음가짐이었네요. 크크.
그 날에 안개가 너무 껴서 호수 안 보였다고 하더라고요. 언젠가... 이 날의 힘듦을 잊어버리면 가봐야겠어요.
전경준
19/10/02 19:08
수정 아이콘
정말 축하드립니다. 저도 몇년 전 30대 후반 뚱뚱이로서 한라산 도전에 성공했었습니다. 직장 동료들 모두들 불가능에 배팅했는데 성공해서 칭찬들었었죠.
해바라기씨
19/10/02 19:1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생각도 안 했던 일인데 우연히 이렇게... 전 이번 여행에 말할거리가 생겼어요. 나 백록담 봤다!!!!
及時雨
19/10/02 19:13
수정 아이콘
하산하다가 다쳐서 모노레일 타고 내려온 적이...
해바라기씨
19/10/02 19:14
수정 아이콘
저도 사실 그 모노레일 너무 타고 싶었... 지금은 건강하시죠? 흐흐
及時雨
19/10/02 19:20
수정 아이콘
안타깝게 같은 부위 상습적으로 다치고 있습니다 흑흑...
그나마 회복이 빨라지긴 했는데 언제 다칠지 모르니까 가끔 좀 두렵기도 하고...
해바라기씨
19/10/02 19:22
수정 아이콘
아이쿠, 조심하셔야겠네요. 무리하지 말고 아껴 쓰세요.
저도 평소에 발목 우지끈 자주 하는데 가서 엄청 조심했거든요.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 하면서요.
발적화
19/10/02 19:30
수정 아이콘
어렸을때 친구랑 타임어택 한다고 거의 뛰다시피해서 정상찍고 오뚜기컵라면 먹고 내려오니 1시반 이던...
지금은 올라갈수나 있을런지....;;;
해바라기씨
19/10/02 19:34
수정 아이콘
근데 진짜 초중고생들은 막 뛰어다니더라고요 외국인도 뛰어다니고 크크 보면서 엄청 신기했어요
도전과제
19/10/02 19:47
수정 아이콘
전에 남기신 질문글에 답변 남겼던 기억이 있는데 무사히 잘 다녀오셨다니 다행이네요!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저도 산에 오르는게 힘들지 내려오는게 힘들겠어? 하는 생각이랑 다르게 하산길이 생각보다 힘들 때가 많았던 기억이 있는데... 아마도 체력부족이 원인이겠지만 그냥 세상만사에 쉬운 것은 없다라는 깨달음으로 퉁치기로 했습니다.
해바라기씨
19/10/02 20:22
수정 아이콘
전 체력부족과 목표 상실 크크 백록담 보고 나니까 진짜 굴러서 내려오고 싶더라고요
초짜장
19/10/02 19:49
수정 아이콘
개나리 피던 수학여행때 백록담 봤는데 거짓말안하고 뛰어서 갔습니다. 내려올때도 무릎? 그딴거 빨리 가겠다는 일념하에 뛰어서 갔죠.
물론 컵라면 먹고 나서부터는 산소가 부족한지 숨이 안쉬어져서 밸밸기면서 올라갔지만요.
그와중에 정상에서 숨도 제대로 못쉬는 주제에 싸간 도시락은 다 먹었어요. 식다못해 얼은 수준인데;
해바라기씨
19/10/02 20:23
수정 아이콘
뛰어가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했죠. 얘들아 무릎 나가 키 안 큰다... 전 삼각김밥 먹었는데 생각보다 배가 고프고 하진 않더라고요 지쳐서 그랬나봐요
Janzisuka
19/10/02 19:55
수정 아이콘
29살쯤에 미친듯 뛰어 올라갔었습니다.
하지만 컵라면 하나에 무너졌죠
해바라기씨
19/10/02 20:24
수정 아이콘
뛰는 사람들 진짜 신기해요 아니 어떻게....? 난 걸어도 숨에 찬데 어떻게....?
Janzisuka
19/10/02 20:42
수정 아이콘
젊었자나요 ㅠㅠ
BERSERK_KHAN
19/10/02 20:19
수정 아이콘
17년 2월에 야간 관음사 코스로 완전군장 메고 5시간 채 안되서 주파한 적 있습니다. 그걸 매주마다 했네요. 그 때는 특부였고요... 지금하라면 못합니다.
해바라기씨
19/10/02 20:21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군복입은 분들도 꽤 보였는데 훈련같진 않았는데... 뭐였나 궁금하더라고요 흐흐
BERSERK_KHAN
19/10/02 20:24
수정 아이콘
(수정됨) 특전사 훈련장이 관음사 코스 근처에 있거든용. 크크크크. 특전사 부대가 2달 간격으로 로테이션하면서 제주도로 훈련을 받으러 옵니다. 전 간부 출신이라 4년 동안 제주도 두 번 와봤습니다.
해바라기씨
19/10/02 20:26
수정 아이콘
전 성판악 코스긴 했는데 뭔가... 산책? 그냥 등산? 온 느낌으로 줄 맞춰가는 것도 아니고 한두명씩 슬슬 다니셔서.... 휴간데 등산을 하시나 하는 생각을 했었네요 크크
BERSERK_KHAN
19/10/02 20:29
수정 아이콘
크크크 아마 부대단합 차원에서 백록담 등반을 온게 맞을거에요. 훈련으로는 보통 야간에 등산하니... 크크. 등산, 특히 한라산 오르는게 쉽지 않은데 수고많으셨어요. 푹 쉬고 무릎, 몸 잘 풀어주세요^^
해바라기씨
19/10/03 18:01
수정 아이콘
오늘로 딱 일주일 지났는데 그래도 살만 하네요 흐흐
19/10/02 23:02
수정 아이콘
한라산 등반 축하드립니다. 한번 해봤으니 나중에 또 하실수 있을거에요.

중등학교때 집 뒷산인 북한산에 100번 올라가겠다고 목표를 세우고 달성한후, 대학교 입학직전 겨울방학때 한라산과 높이가 비슷한 지리산을 시도하였습니다. 2월말인데, 눈이쌓여서 일반등산로가 힘들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침부터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차량용 포장도로(10키로 좀 넘게)를 걸어서 노고단까지만 올라가자 했지요. 가는길이 빙판이라 차가 한 대도 없더군요. 게다가 걸어도 걸어도 빨리 도착을 못했어요. 시간도 엄청지나가고, 거의 2시쯤에 성공했습니다. 큰산은 정말 처음이라 너무 과소평가 했었나보다 했습니다.

하이라이트는 모래시계에 나온 지점을 지나 2시반쯤 화엄사쪽으로 하산을 시작하였는데, 4시반정도 되니까 어둑어둑해지고, 아직 산을 반정도밖에 못내려왔더군요. 겨울이라 사람도 거의 없고, 혹시 곰같은게 나오면 어쩌지 생각하면서 혼자 무서워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큰산은 역시 하산도 길다는걸 절감한 산행이었습니다.

몇년이 지나고, 지리산 천왕봉을 진주쪽에서 올라가서 같은 쪽으로 내려왔는데, 내가 알던 큰산이 맞나 싶더군요.
동네노는아이
19/10/03 00:38
수정 아이콘
중산리코스로 가셨나봐요 그쪽으로 가면 3시간반정도에 천왕봉 찍을 수 있긴 한데 심장이 살려달라고 소리치드라구요
19/10/03 21:38
수정 아이콘
네, 짧게 점심먹고 올라가고, 산장에서 자고 일출보고 내려왔어요. 하루에 오르락 내리락한게 아니라서 그런지 좀더 쉽게 느껴졌습니다.
이때는 군대끝나고 복학전에 서로 백수였던 친구랑 간거라 체력도 좋았던... 지금은 자동차로 정상근처까지 갈수 있는 산만 갑니다. ㅡㅡ
해바라기씨
19/10/03 18:04
수정 아이콘
저도 사실 체력이 딸려서 혼자서 산 내려오고 있을까봐 일찍 출발했습니다.
다행히 남들 올라갈때 올라가고 내려올 때 내려오고 했어요. 어두워지면 산은 너무 무서워요.
동네노는아이
19/10/03 00:36
수정 아이콘
한라산은 시작점이 높은 편이라
쉽게 올라갈 수 있드라구요 저도 유튜브하는 제 친구 따라 올초에 한라산 올라갔다 온적 있네요.
여름에도 가보고 겨울에도 가봤는데 겨울 한라산이 더 좋은것 같습니다.
영상을 링크 달까 하지만 광고 같아 보여서...
해바라기씨
19/10/03 18:02
수정 아이콘
전 생각해봤는데 진짜 하늘이 내린 날씨였어요. 분명히 너무 맑아도 더워서 쉽게 지쳤을 것 같거든요.
겨울 한라산은 진짜 예쁠 것 같아서 좀... 많이 오래 생각해보고 ...
-안군-
19/10/03 17:57
수정 아이콘
백록담에 물이 고여있는건 하늘이 허락해야 볼 수 있는 장면이라던데... 고생하신 보람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해바라기씨
19/10/03 18:01
수정 아이콘
진짜 고생한 보람이 있다는 말이 딱이었어요 못 봤다는 사람도 많은 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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