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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9/28 04:53:53
Name aDayInTheLife
Link #1 https://blog.naver.com/supremee13/221661666476
Subject 타란티노 답지 않은 타란티노 영화 -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약스포)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9번째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타란티노스러우면서, 타란티노답지 않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타란티노 답다는 말은 편집과 구성에 있습니다. 때때로 장면들은 뜬금없다 싶을 정도로 길게 이어지기도 하고, 회상과 내레이션은 그때그때 갑자기 튀어나옵니다. 패러디의 패러디로 오래된 영화들에 대한 오마주도 가득하고요. (어떤 면에서는 코엔 형제의 <헤일, 시저!>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건 말 그대로 알면 웃긴 장면이라 그때 영화 잘 모르거나 안 봤다 싶으면 좀 애매합니다. 기본적으로는 배경 시기의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드립이 충만한 거라 저를 포함한 타 지역 관객이 보긴 애매해요. 캐릭터를 망가뜨리는 재미도 여전합니다. 이번 타겟(?) 디캐프리오는 이번에 찌질한 캐릭터로 망가집니다. 분명 캐릭터가 우는데, 뭔가 짠한데, 너무 웃겨요. 말 그대로 능글맞은 카우보이 스타일을 그대로 보여주는 브래드 피트나 뭔가 <번 애프터 리딩>의 브래드 피트가 떠오르는 찌질하고 소심한 캐릭터, 분명 신세한탄하는데 웃음이 피식피식 나오는 디카프리오. 조합의 재미도 있고, 개별적으로도 매력적입니다.


타란티노답지 않다는 건 묘사와 캐릭터 관계에 있습니다. 일단 클라이맥스에는 '아 맞다, 이거 타란티노 영화였지' 싶은 순간이 있지만 그전까지는 가장 온건한 타란티노 영화라고 해도 될 거 같아요. 또 다른 하나는 타란티노 영화에서 그려지는 캐릭터 관계에 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클라이맥스에서 얽히고설켜서 난장판을 벌이는 게 지금까지의 타란티노라면, 이번 영화에서는 한 캐릭터가 의도적으로 붕 뜬 느낌이 들어요. 또 막 구분 없는 구성이기도 하네요.


------------------------------------------- 스포일러!


개봉 이전부터 알려졌듯, 이 영화는 <샤론 테이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일 걱정스러운 부분이 이게 아닐까 싶어요. 굉장히 잔인한 사건이었고, 이걸 블랙코미디와 피칠갑 난장판에 일가견 있는 감독이 만든다는 것. 타란티노의 방식은 픽션화에 있습니다. 저는 영화 중반부까지 샤론 테이트 캐릭터가 붕 뜬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다른 캐릭터처럼 상호 작용(그러니까 수다!)이 많지도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도 끼어드는 느낌은 없는데, 막상 비중은 꽤 많이 나오고. 그래서 좀 당황스러웠어요.


다만 결말까지 보고 나서는 타란티노의 방식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지 않았나 싶어요. 타란티노가 그려내는 방식은 말 그대로 '옛날 옛적 할리우드에서는...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이어지는 동화 같은, 해피 엔딩이었어요. 잔인했고 끔찍했던 사건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게 타란티노의 목표였지 않나 싶습니다. 아예 아무런 피해도, 영향도 없는 지점으로요.

그런 점에서 타란티노 영화 같으면서 같지 않은 영화가 나왔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지 않나 싶어요. 개판! 난장판! 막 얽혀버린 관계! 혼돈! 파괴! 망각! 을 외치는 타란티노 영화에서 찰스 맨슨 패거리라는 막 다룰 수 있는 악역을 가지고 다루고 싶은 대로 다루면서도, 반대로 피해자에 대해 존중의 자리를 남겨놨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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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19/09/28 05:54
수정 아이콘
'타란티노 영화 같으면서 같지 않은 영화' 저도 비슷한 감상이었습니다.
아마 타란티노가 그려낼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따뜻한 동화가 아니었나..흐흐
그런 영화를 만드는데 쓴 소재가 찰스 맨슨 패거리 이야기라는게 아이러니 하기도 했네요.
감독이 영화라는 예술 그 자체에 보내는 헌사 같기도 했고
감독의 전작들이 떠오르는 패러디나 극의 흐름을 보면 팬들에게 바치는 은퇴 전의 선물 같은 느낌이기도 했구요.
퇴물이 된 릭 달튼과 꼬맹이의 촬영장 씬은
타란티노가 고전영화들을 대하는 모습 내지 하고 싶은 말을 투영한 느낌이라
이건 타란티노가 은퇴 하기 전에 꼭 찍고 싶었을 영화였을거라는 생각도 들었네요.
모두가 떠나고 아무도 없는 텅 빈 공간을 계속 보여주면서 'Once upon a time..' 으로 나지막이 영화가 끝났는데
여러가지 감상이 밀려오는 엔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960년대, 히피, 미국문화 등 영화를 무한으로 즐기기에는 살짝 무리가 있는 시대와 이야기였지만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는 팬이나 그 시절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울림을 주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은퇴 번복 해주세요 흐긓
로즈 티코
19/09/28 07:54
수정 아이콘
닉값....크크크

쿠감독님 은퇴선언했나요? 영화 10개 찍고 은퇴한다고 예전에 얘기했던 것 같은데, 이번이 9번째 영화라서... (프로모션도 타란티노의 9번째 작품으로 하더군요. 킬빌은 하나로 퉁치는것 같아요)
쿠엔틴
19/09/28 08:04
수정 아이콘
어디서 주워듣기로 영화로 할 수 있는건 다 해봤다면서 이번 영화가 걸작으로 남으면 그냥 은퇴하겠다고 했다더라구요.
가지말아요 흑흑
영원한초보
19/09/28 13:25
수정 아이콘
걸작은 아닌 걸로...
영원한초보
19/09/28 13:25
수정 아이콘
킬빌을 하나로 퉁치면 킬빌 시리즈는 무한대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군요
aDayInTheLife
19/09/28 08:36
수정 아이콘
그 시대 문화에 대한 애정이 좀 묻어나온다고 해야할까요. 그 와중에도 따뜻한 느낌이 살아있는 독특한 타란티노 영화 같아요.
로즈 티코
19/09/28 07:52
수정 아이콘
굉장히 얌전했죠. 피와 폭력이 거세된 타란티노라니!! 그런 점이 아쉽긴 하지만, 어찌보면 '폴란스키가 살인사건을 다루는 영화지롱!' 하면서 이렇게 동화같은 해피엔딩을 내놓은걸 보면 타란티노 이 양반이 또 유쾌하게 관객들의 기대와 예상을 엿먹이는구나 싶어서 웃음이 나옵니다 흐흐흐흐흐흐흐.

마지막 챕터에서(챕터 구분이 없긴하지만), '미디어가 우리에게 살인을 가르쳤으니 저놈을 죽이자' 라는 이야기를 했던 맨슨 패밀리가 결국 심영이 되서 죽고, 뚜드려맞아죽고, 노릇노릇 구워져서 죽는 모습을 보고. [폭력적인 미디어가 폭력을 생산한다]고 이빨까며 자신을 비난해온 사람들에게 타란티노가 맘먹고 빅엿을 먹인것 같습니다 크크크크크크크 통쾌!!
aDayInTheLife
19/09/28 08:34
수정 아이콘
폭력적인 미디어 했을때 어? 이거 자기고백인가 크크크 싶더라고요. 타란티노의 영화는 불량식품 같은 맛이 있다고 생각해서..
바카스
19/09/28 08:30
수정 아이콘
오늘 저녁에 볼거라.. 약스포라고해서 일단 후다닥 스크롤 내려서 질문 하나만 남겨봅니다.

미국 문화에 대해 원어민급으로 알고 있어야 영화가 괜찮게 보이는 수준인가요?
aDayInTheLife
19/09/28 08:32
수정 아이콘
그정도는 아닌데 샤론 테이트 사건은 무조건 알고 가셔야 이해가 될거 같아요. 저도 문화 잘 모르고 봐도 괜찮아서..
쿠엔틴
19/09/28 08:41
수정 아이콘
찰스 맨슨과 패밀리들, 1960년대 히피문화 관련 글 정도는 읽어보신 뒤에 관람하시는걸 추천드려요.
관객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만든 영화다보니 모르고 보면 놓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영원한초보
19/09/28 13:31
수정 아이콘
그런데 이걸 또 알고가야 된다고 말하면
그 만큼 실망도 커서 꼭 알고가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런 갓 같아요. 그게 영화포인트 인것 같기도 하고
이 영화는 그것보다 다른게 더 재미있어서
짱짱걸제시카
19/09/28 08:53
수정 아이콘
그냥 연출력이 좋아서 계속 봐지기는 하는데, 딱히 감흥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인터넷으로 대충 검색하고 가봐야 직접 체험한게 아니라 와닿지도 않고.
aDayInTheLife
19/09/28 09:02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아예 다른 지역이다보니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더라고요.
청자켓
19/09/28 10:10
수정 아이콘
팟캐스트를 들어보니 서부극,이태리 영화,히피,찰스 맨슨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으면 정말 감명깊은 영화로 느껴진다고 하더군요.
aDayInTheLife
19/09/28 10:16
수정 아이콘
아무래도 히피 문화는 우리나라에선 거의 아예 없던 수준이다 보니 좀 따라가기 힘들더라고요. 나머지 부분은 영화를 보든 글을 읽든 따라는 가지만 100% 공감은 어려운 거 같구요.
블레싱
19/09/28 10:11
수정 아이콘
그 당시 미국 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로 봐서 별 감흥이 없고 전반적으로 지루했네요 게다가 플레이 타임도 긴편이라...
그나마 결말이 신선했기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지....
보기 전에 리뷰 읽고 <샤론 테이트 사건>에 대해 검색 안하고 갔으면 욕하고 나왔을뻔...
마치 스릴러 영화 보기 전에 잘못된 배신자 스포 당하고 영화 끝날때까지 저 놈 언제 배신하나 맘 졸이며 보는데
영화 끝날때까지 배신을 안해서 그게 재미요소가 되었던 느낌하고 비슷합니다.

개인적으로 지인들에게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aDayInTheLife
19/09/28 10:14
수정 아이콘
타란티노 영화야 원래 남한테 추천할때는 생각해봐야... 크크
아무래도 문화적 장벽이 꽤 높은 영화라고 보면서도 계속 생각이 들더라고요.
휴먼히읗체
19/09/28 12:31
수정 아이콘
영화 후반부에 돌입하면서 마음 속으로 '대체 어떻게 끝내려고 그러지 크크크' 이렇게 웃으면서 봤네요
샤론이 이소룡한테 배운 무술로 맨슨 패밀리 패버리는 씬을 예상했는데 한장면도 안나오는 순한 맛이라서 아쉬웠습니다
마지막(?) 영화라서 감독님 하고싶은대로 다 한거 같기도하고 전작들 생각도 많이나서 전 개인적으로 꽤나 좋았어요
aDayInTheLife
19/09/28 12:45
수정 아이콘
노란 타이즈를 입은 샤론이 칼을 들고 상대하는.. 어?
순한 맛이고 한편 더 할지 말지 간보는거 같긴 한데 좀 더 빡시게 달리는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비군
19/09/28 13:42
수정 아이콘
넘모넘모 재밌었습니다. 원래 타란티노 영화는 배드엔딩이거나 해피엔딩도 몇몇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게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거 없는 상남자식 해피엔딩이라 감정적 몰입이 조금 덜 하긴 하지만 뒷맛이 아주 깔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aDayInTheLife
19/09/28 19:14
수정 아이콘
깔끔했어요. 의도적으로 해피엔딩을 만들고 싶었던거 같아요. 그게 나름의 추모의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생각해보면 로만 폴란스키도 이 사건에서는 피해자인데 의도적으로 중간쯤(뭐 실제 역사도 그렇지만)에 덜어내 버린 느낌이 들기도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런 추모가 퇴색될까봐..
19/09/28 19:06
수정 아이콘
어떤 사건 배경 영화인지 모르고 봤다가 나중에 찾아봤는데 알고 나니까 좀 짠한 느낌이 들었어요.
[왜 그렇게 갔어요, 보고 싶어요]
라고 감독이 말하는 것 같았어요

그거랑 별개로 철저히 미국인들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이해와 해당 사건에 대한 인식이 없으면 대체 이게 뭔가 할수밖에 없는 정도
aDayInTheLife
19/09/28 19:16
수정 아이콘
타란티노가 픽션을 가장 적극적으로 써먹는 감독 같거든요. 막 이야기 풀어놓다가 뭐 아무 의미 없어! 하는 식으로... 바스터즈에서 히틀러를 다루는 방식이나, 장고/헤이트풀8에서 시대 배경을 써먹는 거나...
이번에는 그런 픽션의 힘은 그런 일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에 집중된 느낌같았어요.
순해져라순두부
19/09/28 20:50
수정 아이콘
마지막 인터폰씬에서 살짝 울컥했어요
아주 통쾌하면서 아주 슬펐던 영화에요
aDayInTheLife
19/09/28 22:32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판타지인데, 현실과 정반대라 좋으면서 씁쓸한 판타지 같아요.
19/09/28 22:30
수정 아이콘
오늘 봤는데 아직도 여운이 남네요. 또 봐야겠습니다ㅠ
aDayInTheLife
19/09/28 22:33
수정 아이콘
저는 재밌긴 한데 요새 영 어디 다니는 의욕이 안나서.. 또 영화관을 갈 기력이 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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