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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9/22 17:20:02
Name 10년째도피중
Subject 작은 농어촌 강사의 일일 (수정됨)
1.
서울 사람들이 보면 비웃을것 같은 수십명 규모의 중등 학원임에도 과목별 강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사회와 역사를 왔다갔다 하고있는 입장입죠. 솔직히 전문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사범대 통합사회교육 과정을 이수했으니 기본은 돼있다 쳐야죠.
한 반에 열 명 이하로 모아놓고 수업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이 곳의 일상을 태풍을 맞아 오늘 주말일정을 안하는 관계로 주절주절 해봅니다.

제 역사관이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 약간 불편함을 느끼실 수도 있음에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2.
A 학교 3학년 1학기

"쌤. 이번 시험은 시험문제 안알려준대요."

"와. 나로서는 반가운 소리네."

".... 그러니까 여기랑 여기 정리 좀."

"뭐야. 이거 저번 범위랑 절반이나 겹치잖아. 여기 또 본다고?"
"네."

"그럼 2학기 때 세계사는 어쩌려고 그러지? 그나저나 야. [대한민국이 시험범위가 아니야]?"

"네. 그거는 그냥 진도 빼고 끝낸다고."

"진짜 그래도 되는거야? 명색이 [한국사] 혹은 [국사] 아니냐? 흥선~일제시대는 범위 겹쳐서 두 번이나 시험보면서 대한민국 파트는 안본다고? 학부모들이 무슨 말 안해?"

"음... 일단 우리는 이번에 시험문제 안말해주니까 범위가 좁은게 좋아요."

"이 정도의 우선순위를 가진단 말이지... 작년에는 위안부, 소녀상 주제로 수행평가 한다고 한 달 날려서 시간 없었어도 그래도 4.19랑 6월 민주항쟁은 따로 범위에 넣어줬는데 올해는 아예 제외냐. 햐...."







3.
B 학교 2학년

"오늘은 다큐멘터리만 틀었어요."

"... 뭐 이유가 있었나보지"

"환경보호 어쩌구라던데"

"교육청에서 틀어놓으라고 공문이 왔나보지"

"그래서 오늘 수업은 학습지 집에서 채워오는걸로 하고 그걸로 진도 나가요."

"너네 저번에도 내내 그러지 않았냐.....그렇게 하면 시험은 어떻게 하려구?"

"나올거 말해줬어요. 어차피 끝날때 10분만 잘들어도 너희들 백점이라고 늘 그래요."

"..... 야 나 짤리겠는데? 크크"

"짤릴 수도. 거기서는 그냥 진도나가고 여기선 역사 얘기하고."    "그리고 여기서 한거는 수업에 안나오고"

"뭐야. 진심이잖아. 너희들. 그럴거면 나도 인강이나 틀어버린다."

"오. 그러면 설민석 부탁합니다."

"야 이놈들아."

"설민석은 비싸서 안되는가?"  "선생님 봉급 다 날아감."

"인마. 듣지마. 내 수업 듣지마. 너네는 집에 가서 설민석 강의나 들어."

"아이고 선생님 화나셨다. 역시 역사는 설민석보다 우리 쌤이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함?"  "그렇다고 해 주자."

"....오늘 수업은 빨리 끝나고 그런거 없다. 이놈들"

"우어어~~~~"   "독재 타도. 독재 타도"





3.
B학교 3학년 2학기

"쌤. 우리 헛공부 했어요."

"왜."

"시험 범위 4단원만 한대요."

"4단원이면...... 근대 유럽? 제국주의의 발달까지네?"

"오스만, 인도... 이런 거 안한대요."

"잠깐. 중국도?"    
"네."

"너네 선생님 진도 문제는 없으셨잖아. 너네 학교 자체가 이러지를 않았는데."

"그냥 그런대요. 그리고 범위 내에 있는 것도 많이 생략한대요. 아. 7월 혁명 때 어디 독립 이런거 얘기 안했어요."

".....한국사는 생략 거의 없었잖아. 추가 학습지까지 내면서 했으면서."

"그건 한국사니까."

"....하아. 힘빠져~. A학교, 너네도 범위 일치해?"

"네. 저희도 4단원만. 5단원 안하고 6단원으로 간대요."

"아편전쟁, 태양변의신, 메이지유신. 다 필요없고 제국주의에서 바로 1,2차 세계대전을 하시겠다? 아니 공간 옮기는걸 왜 그리 터부시해."

"세계지도 너무 어려워요."

"보다보면 익숙해지지 않냐?"   "익숙해졌죠."  

"그런데?"

"어렵다고 이런 거 왜 배우냐고 막 따지는 애들 있거든요. 걔들 진짜 지도 봐도봐도 모르겠다고"  "저도 몰라요."

"넌 인마, 컴퓨터 화면만 켜면 엎드려 자려고하니까 그렇지"

"전자파가...."  

"여튼 갑자기 왜 이 지역 학교들 진도와 진행이 다 비슷비슷 해진거야? 일시적인건가. 아니면 앞으로도 이럴건가?"

"아. 선생님. 어쨌든 A학교 유럽 지도 말고는 안한대요."





4.
  A학교 2학년

"선생님. 저 역사 안들으려고요."

"왜?"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아서요.... 요새 수학 선행도 나가고 중국어도 하느라... 시간이 없기도 하고요."

"난 너가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보는데. 너 되게 재밌어 했잖아."

"실은... 애들이 제가 너무 쓸데없는 질문이 많대요. 수업이 길어진다고."

"아냐. 전혀 쓸데없지 않아. 충분히 이해를 돕는 질문들이었어."

"하지만 애들은 시험에 안나오는거 막 물어보는거 아니냐는데...."

"아냐. 아냐. 너 질문할때마다 막 칭찬해줘야 겠다. 애들 들으라고."

"그러면 다행인데.... 아. 그리고 저 세계사 너무 어려워요."

"어.... 그렇게나? 너 잘들으면 재밌어."

"애들 다 한국만 알면되지 왜 중국같은 나라 알아야 되냐고 그래요. 그래서 학교 선생님한테도 따졌어요."

"아?"

"그랬더니 선생님이 너희들 힘든거 다 안다고 그래도 너희가 중국어 배우는 것처럼 중국사도 같이 배워야 한다고 하셨어요. 대신 일본사는 안배운다고. "

"어차피 이 지역 중학교들은 지난 3년 내내 일본사를 한 일이 없어."

"여하튼 많이 줄여주신대요. 그리고 애들 힘들어하니까 낼거는 꼭 집어 주신다고 우리 같이 힘내재요. 학원도 다닐 필요 없다 그랬어요. 저 역사선생님 너무 좋아요."

"....그렇구나."

"선생님껀 재미있는데 솔직히 막 인도도 하고 세계지도도 많이 나오고 그러잖아요."

".....그렇구나."

".....미안해요."

"니가 미안할게 뭐 있냐. 좋은 학생 하나 안하니까 그게 아쉬울 뿐이야. 너랑 같이 수업하면 좋은데 말이지."

"....저 한 달만 더 해볼까요?"

"음? 조금 더 고민해보고 얘기해 줘. 어떻든 니 선택이니까 선생님은 상관없어. 크크크"

"선생님 월급 깎...."

"상관없어. 나는. 그리고 그걸 니가 왜 걱정해. 크크크"

"음. 선생님 그럼 이번 시험은 한국사만 나오니까 그 때까지는 나와볼께요."

"그래라."





5.
C학교 3학년

"맨날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한다."

"수업보다는 나아요."

"..... 내 수업이 그렇게나...."

"아니 쌤수업 말고 학교 수업. 어차피 저는 이제 수업도 못하잖아요. 학교 쌤도 나쁜 분은 아닌 것 같은데 뭐가 좀 이상하게 됐어요."

"아. 그거... 너 [한 학기는 사회, 한 학기는 역사]만 한다며. [일주일 4시수]."

"아니 진짜 그 중에 한 시간은 꼭 딴거를 해요. 그래서 실제로는 3시수에 가까워요. 그런데 진도는.... 와...."

"너네는 중간 고사가 흥선대원군부터 대한민국까지냐?"

"네. 아마도."

"뭐 던져버리는 내용 없어?"

"네. 대충이라도 다 하긴 해요."

"시험문제 나올거 뭐 집어준대?"

"아니요."

"학습지. 뭐 여기서만 나온다. 교과서 밑줄 긋고 여기서 나온다...."

"그냥 중요한거 라고 표시는 해주시는데 그 중요하다는게 좀 많아요."

"....고생이네. 모르는 거 있으면 가져와. 틈틈이 물어봐."

"아니. 그 저.... 쌤. 그래서 말인데, 저 주말에 나오면 좀 봐주실 수 있어요?"

"야. 너만? 혼자? 주말에?"

"먹을거 가져올께요~. 선생님 A, B중 본다고 저는 뒷전이잖아요."

"야아 그냥 주말에 '틈틈이'.... 응? 인강도 있고."

"아니 진짜 억울한게 나는 역사 포함 학원비 낼 의향이 있거든요. 그런데 원장님이 반 개설이 안된다잖아요. 왜 우리 학교만"

"이유도 알면서."

"아 쒸. 몰라요. 여튼요. 주말에 나와요. 저 엄마한테 얘기해요."

"야아아아"









(생각나면 더 추가할 수 있음.)

개인적으로는 [역사]교과라고 말해봐야
적어도 상당수의 교사가 [한국 민족사][역사]로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하려다 만 6이 있는데, 예전 어느 교사가 위안부에 너무 꽂혀서 그걸 미술, 국어와의 통합교과와 수행평가로 엮어 다른 진도는 왕창 피본 일이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한거라고도 할 수 있기에 이해는 되더군요. 물론 저는 그런 수업 방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거기에 항일 민족사를 페미니즘과 엮는 분들도 있어서 '유관순 = 항일 = 위안부 = 독립'의 흐름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하긴 제 수업의 흐름을 들으면 그 분은 그 분들 대로 기함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강사고 그 분은 교사니까요. 흐흐.


개인적으론 투잡이라 잘려도 타격이 크진 않습니다.
피지알 활동할 시간 더 늘음. 아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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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30세(무직)
19/09/22 17:31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제 학생들의 가장 큰 불만은 선생님들이 수업을 못한다가 아니라 수업을 안한다 였던게 기억납니다.

구성주의 교육어쩌구 이런거 전 싫습니다. 저래놓고 시험은 안가르쳐 준 부분에서 또 어렵게 내서요.
10년째도피중
19/09/22 17:37
수정 아이콘
(수정됨) 맞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의 불만은 [안한다]입니다. 못하는 것도 괜찮아요.
애들에게만 토론 맡겨놓고 유인물 걷고 10분 정도 설명하고 끝내는 패턴의 수업이, 적어도 제가 아는 바로는 은근히 많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은 '배운게 없다'며 반발하고, 학생들 사교육 비율 조사하면 [암기과목인데 왜 이리 사교육 비율이 높냐] 소리를 듣게 되니 결국 시험범위를 줄이거나 출제문제를 거의 알려주다시피 합니다. 아니면 둘 다 하거나.

과거에는 교과서에 실린 세계사 파트의 1/3이 안배우는 부분이었다면 이번 학기는 1/2 이상입니다. 2학년은 중간고사 성적에 따라 중국사를 패스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있고 여튼 농어촌이라 그런가 모르겠는데 대단해요. 하하하.
이리스피르
19/09/22 17:40
수정 아이콘
본문 보면... 많이 변했네요... 솔직히 차라리 정시 비중 높던 시절이 차라리 뭐라도 배웠다 싶은 생각마저 드네요
10년째도피중
19/09/22 17:45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이게 촌이라, 일반화시키기에는 쫌 거시기 합니다. 농어촌 치고도 저학력 지역입니다. ㅜ.ㅜ
도시 지역에 있던 선생님들은 처음에 안그러다가 점차 변해가고 그러는 모습도 봐서.

5의 사례도 있듯이 이게 정말 제각각입니다. 선생님들의 개성(?)이 강해지고 그에 따라 공통되는 부분이 줄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요.
동시에 그래도 반일 이런건 절대 안빼먹는게... 현 역사 교과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리스피르
19/09/22 17:56
수정 아이콘
저도 지금은 서울에 있지만 촌에서 자랐습니다만... 제가 학교 다닐때보다 많이 심하다 싶네요 진짜... 차라리 수능 일변도라 그 부분 공부해야 하는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안군-
19/09/22 18:07
수정 아이콘
저도 졸업한지 한참이나 지나서 깨달은거지만 나름 국사, 세계사 열심히 들었다고 생각했는데도 일본, 중동, 인도, 동남아의 역사에 대해선 진짜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시험에 안나온다고 싸그리 빼먹은거였음. 아놔...
10년째도피중
19/09/22 18:45
수정 아이콘
아마 저 학교의 대한민국사도 똑같은 취급이 되겠죠. 아니 이미 됐습니다. 사실.
어차피 고등학교 때 한 번 더 한다는건지
기사조련가
19/09/22 18:25
수정 아이콘
국사는 고종훈이지.......크크
10년째도피중
19/09/22 18:45
수정 아이콘
우리 동네 중학생들에게 설민석은 역사의 신입니다. 크크크.
제가 별로 안좋아한다니까 더 저럽니다.
Concentrate
19/09/22 19:50
수정 아이콘
요새는 문동균이 뜨고 있..
기사조련가
19/09/22 20:01
수정 아이콘
저는 국사 만점 맞게해주셨으니 영원히 고종훈입니다 크크
19/09/22 18:29
수정 아이콘
학생참여형수업 준비부터 실행까지가 그냥 일반 강의식 수업보다 훨씬 어려운데, 밖에서볼땐 놀고 먹는걸로 보이는군요.
10년째도피중
19/09/22 18:43
수정 아이콘
저도 일단 사범대 출신이고 교생과정도 이수했기 때문에 그게 어렵다는건 압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해서 잘된다면 그 자체가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놀고먹는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학생참여형수업을 빙자한 그냥 방치할 뿐인 수업이 실제로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아마 옛날처럼 모델 하나 만들어놓고 그걸로 돌려막는 경우도 적을거구요. 그런데 어려운 것과 효과적인 것은 다릅니다. 학생참여형 수업이 효과를 보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정말 좋아요.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라고 합니다. 그것도 좋아요.

문제가 있다면 꽤 랜덤하다는 겁니다. 또한 교사의 질에 따라 편차가 커도 너무 커요. 하긴 무슨 모델이건 안그러겠습니까만.... 그게 좀 극대화 되는 느낌입니다. 그걸 보완하고는 있을겁니다. 그럴거라고 믿습니다만. 결국 마무리는 학습지 빈 칸 채우기이고 그게 주가 되버리는 경우도 있고 그런거죠. 또한 난이도가 높다는 것은 잘 안될 경우도 많다는 얘길겁니다.

일반 강의식 수업이 단점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어차피 안들을 애들은 안듣는 건 똑같아요. 앞에서 생쇼를 하건 어쨌건....
19/09/22 18:47
수정 아이콘
공교육에서 수업은 가야할 길이 없는 기분입니다. 그냥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못돼서 뭘해도 사망선고만 받을 수 밖에 없는거같아요... 내가 왜 사대를갔을까나
10년째도피중
19/09/22 19:29
수정 아이콘
여하튼 학생참여형수업을 빙자한 일부 수업에 대해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이 "선생님이 아무것도 안해요"인게 문제입니다. 선생님은 분명 노력하셨을테지만 사용자인 학생이 그렇게 느낀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는거죠. 문제는 이게 외부 피드백이 잘 안됩니다.
뭘해도...라기 보다는 사회는 다변화되고 이런 촌구석마저도 다양한 요구를 받고 있는데 교사들을 포함한 사회가, 어른들이 이걸 처리할 능력이 못된다는게 핵심이라 봅니다. 그런 고급인력들이 저희 동네에 있을리는 없지만 있어도 제풀에 포기하는 케이스도 있을 것 같습니다.
19/09/22 19:04
수정 아이콘
공교육은 진짜 어디부터 손대야 하는지...
10년째도피중
19/09/22 19:31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하면 답이 교육 자체에 있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교육보다 다른 외부 요인이 더 크지 않나 싶어요.
서쪽으로가자
19/09/22 21:39
수정 아이콘
고생 많으십니다
나름 역사 좋아했고, 문과를 가면 역사학과를 가야지 생각도 했었는데 (이과가서, 직업도 이과로 ...)
저희 고등학교 이과는 세계사를 안배우더라고요 흐흐
10년째도피중
19/09/23 01:23
수정 아이콘
문과도 세계사 많이들 안배웁니다. 흐흐
애들도 선택 안해요.
19/09/22 21:44
수정 아이콘
학교도 학생들에 스스로 선택하는 보충수업, 특강 분위기는 정말 좋답니다.
수준별로 짜여질땐 더 그러하구요.
펠릭스30세(무직)
19/09/22 22:01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원래 공부는 학생 스스로 하는 거지요.
10년째도피중
19/09/23 01:26
수정 아이콘
그렇죠.... 저도 반 인원이 20명 가까이 되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때 분위기 안좋았지요. 강제로 막 앉은 애들도 있다보니.
남으라해서 남은 인원만 있는 지금이 훨 좋더라구요.
"너에게 역사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첫번째 선생님이 되겠어!!"...... 따위는 대부분 실패 ㅡ.ㅜ
긴 하루의 끝에서
19/09/22 22:05
수정 아이콘
과목별로 과목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겠지만 특히 사회 과목 같은 경우는 토론이나 발표 등 학생 참여 방식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되 지식적인 측면에서 학교 수업 시간은 큰 줄기만 잡아주는 식으로 진행하고 나머지는 다양한 형식의 과제를 통해 자습하는 식으로 보완하는 건 어떨까요? 자습하면서 이해가 잘 안 되거나 추가적으로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일차적으로는 자습 시에 개인적으로 더 알아보고 이차적으로 학교 수업 시간에 질문하여 해결하는 방식으로요. 자습이라고 해봤자 교과서 등과 같이 해당 학년에 맞는 것들을 자습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이니 노력이 문제이지 내용적으로야 어려울 것은 전혀 없을 듯하고요. 이러면 열심히 하는 학생들만 지식이 쌓이고 공부하게 된다고들 하지만 어차피 이러든 저러든 열심히 하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나뉘는 건 마찬가지이고, 마치 과거에 일괄적으로 야간자율 학습을 강제하던 것과 비슷하게 학교가 학생의 공부 습관 등과 관련하여 깊이 간섭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험이라는 것도 학습 대상과 범위만 명확하다면 굳이 수업 시간에 교사가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명시한 것만을 시험에서 다뤄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요.
10년째도피중
19/09/23 01:12
수정 아이콘
이미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방법이 지금 학교에서 하는 교육의 방향이에요. SNS도 활용하고 뭐 그렇습니다.
모델 자체는 이상적이죠. 실제로 저렇게해서 학생과 학부모의 평도 좋고 학업성취까지 세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교사도 있습니다.
상당수가 세 마리 토끼 중 하나도 제대로 못잡으니 문제죠. 그리고 못잡는 교사들이 많이들 촌으로 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본디 학교란 줄세우기의 목적이 있으며 동시에 진학의 목표도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이게 어렵습니다.
다들 잘 배웠다 그러는데 막상 그래서 "XXX를 아느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하기 어려운, 뭐 그런 것들 말입니다.

거기에 시간 부족의 문제가 있습니다. 참여형 수업은 근본적으로 효율성이 나기 어려워요. 기본적으로 수업이 45분이면 앞뒤 준비 및 마무리 최소 5분에 실수업 시간 40분, 이상적으로 하려면 아이들이 오늘 수업할 내용에 대해 예습을 해와야 합니다. 그래야 토의를 할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주제당 최소 10분) 다른 토픽도 다룰 수 있죠. 그리고 선생님이 아이들의 중구난방인 내용을 평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체크는 해줘야 합니다. 선생님이 들어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할 의욕이 줄더라구요. 조가 3개라고 해도 발표하는데 15분은 족히 걸립니다.

사전개요 10분
토의 10분
발표 15분
평가 및 정리 15분.

어거지로 준비 5분을 빼도 이렇습니다. 그러면 이 시간동안 아이들이 다른 주제 하나가 뭐냐. '프랑스 혁명'입니다. 하지만 준비해오지 않은 조원의 문제, 조장에게 억지로 떠맡기는 문제, 조별로 소통이 되지 않는 문제. .... 결국 프랑스 혁명에 관해 토의보다 검색한 내용을 읽고 토의사항은 수행평가에 반영해야 한다는 형태로 겨우 수업이 성립됩니다. 수행평가와 함께 자유토론을 하라고 했더니 A조는 마리 앙투아네트 얘기만 했고 B조는 로베스피에르 얘기만 했습니다. C조는 교과서에도 없는 샬로트 코르데와 드 구즈 이야기만 했습니다.

이것도 나름 선생님이 관찰하며 조정하려고 했다는 전제하의 이야깁니다.

그래서 결국 대부분은 현실과 타협하고 끝에 학습지와 함께하는 선생님의 정리 10~15분이 핵심이 되는 수업이 되어버립니다. 그런 수업들이 꽤 많아요. 그러다보니 진도를 나가기 어렵고, 그러니 교과서 진도를 단원 째로 던져버리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게지요.
그게 원인의 전부는 아니겠습니다만....
긴 하루의 끝에서
19/09/23 11:47
수정 아이콘
사실 참여형 수업이라는 게 굳이 토론이나 발표 등을 "형식적으로" 갖춰서 하지 않아도 학생들이 수업 내용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면서 질문이나 의견 표출 등에 있어 적극성만 있다면(적어도 주저하지만 않는다면) 통상의 강의식 수업에서 교사가 학생들의 자유로운 수업 참여의 길을 유도하고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참여형 수업은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동안은 교사는 물론 학생들 입장에서도 이러한 방식의 수업이 애초에 생소할 뿐더러 학습이라는 게 다소 강제 되는 게 우리 교육의 현실이라서 수업 방식을 이렇게 바꾸더라도 막상 학생들의 활발한 수업 참여가 쉽지 않았던 게 아닌가 짐작합니다. 이러한 점들은 비단 교육 환경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의 문화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완전하고 급격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참여형 수업이 형식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으로 정착이 되어 학생들이 이른 나이부터 이를 접할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모습들이 앞으로는 나타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현장에 계신 분으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네요.
10년째도피중
19/09/23 14:36
수정 아이콘
저는 현장에 있는 사람이라 말하기는 좀 그렇고, 그냥 발만 걸친 사람임을 우선 말씀드립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현역 분들과 교육관계자 분들이 그러한 비전을 갖고 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다만 그 반사효과로 사교육 시장의 강의식 수업들이 되려 인기를 얻는 (그냥 재밌고 성과가 나니까) 현실이 있다는거죠. 의외로 '참여'라는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투표장에 와서 투표 한 번 해달라는 것도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는 마당에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죠. 어차피 모두를 만족시키는 수업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은 이해할만 합니다.
긴 비전을 갖고 줄기차게 하다보면 되지 않을까...가 현재 교육하시는 분들의 생각이고,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생각합니다.

단, 저는 농어촌 지역의 상대적으로 낙후된 교육환경의 입장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현실적으로' 갖는 문제점들 말이지요. 아마도 이 문제점들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결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미 이러한 교육이 실시된지 길게 보면 20년, 작게 봐도 10년이 지났어요. 뿌리를 내릴만큼 내린 겁니다. 하지만 역사교육의 경우, 학교 밖의 사람들이 요구하는 어떤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을 맞추기에 참여형 수업은 어떤 한계가 명확하게 보입니다. 강의형 수업의 한계만큼이나 뚜렷하게요.

제 학창시절에 영국의 공립 역사교육에 대해 배운 일이 있습니다. 20년 전이지만.... 한 학기 내내 이집트 고왕조만 발표수업하다 끝난다는군요. 학교와 선생님에 따라 재량권도 커서 누구는 한국사하고 싶다 하면 그러면 우리 이번 한기에 한국사하자 해서 옵션?비슷하게 할 수 있다고요. 성적 반영도 가능하고요.
이렇게 되면 똑같이 2년의 역사교육과정을 거쳤지만 아는 지식은 학생마다 천차만별이 됩니다. 공통된 '시험'을 치르거나 '줄세우기'를 하기 어렵게 되지요. 다만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 자료를 찾아 분석 발표하는 능력을 키운다]는게 목표라면 이 방식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역사교육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그 목표가 혹시 [애국 애족의 마음가짐]입니까? 그렇다면 세계사를 배울 필요가 없어요. 사실 제가 가장 짜증나는 것은 [역사]라는 교과 과목으로 숨기는 현 역사교육의 허상입니다. 그럴거면 그냥 [한국 민족사][서양굴기] 정도로 하지 무슨 기만을 하고 있냐는 겁니다.
실제로 다양하게 교육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외국인 노동자나 외국인 여성들도 많이 살고 있는 제 지역은 베트남 역사는 커녕 중국 역사도 던져버리고 있죠. 중국인 엄마, 베트남 엄마를 둔 아이, 파키스탄 부모를 둔 아이. 아빠가 선주여서 네팔, 미얀마 사람들과 부대끼며 사는 아이. 모두가 교과서에 적혀 있는 내용조차 제대로 못배운다는게 어이가 없어서 그렇습니다. 한 학기 내내 그러라는 것도 아니고 잠시 언급 한 번 못해주는게 말이예요.
그건 그냥 교사 개인의 잘못아니냐구요? 참여형 수업의 잘못이 아니지 않느냐고요? 맞습니다. 그렇지만 참여형은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야 참여가 되는게 아닐까요. 마치 자율학습이 자율학습이 아닌 것과 같은 모순만 늘려나가는게 싫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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