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5/03 01:51:12
Name In The Long Run
Subject [일반] [8]핸드폰 없이 화장실 들어가기 (수정됨)
며칠 전 도서관에 가서 스티븐 킹 단편집을 대출해왔다. 그동안에는 도서관에서 대출해온 책을 대출기간동안 다 읽지 못했던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나름대로 나와의 약속으로 규칙을 만들었다. 자기 전에는 핸드폰 안 보고 책 보다 자기, 쉬는 날 아침에 일어나서 할 것 없으면 책 보기.

처음 본 단편의 제목은 안개였는데 보다보니 영화 "미스트" 와 내용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 미스트가 안개잖아? 아 크크크 미스트 원작소설 작가가 스티븐 킹이였구나! 하면서 읽다보니 나름대로 읽는 속도가 붙는 것 같았다.

그러던 중 오늘 문득 용변이 마려워졌는데, 핸드폰이 없던 어릴적엔 화장실에 갈때 책을 들고 갔던 것이 기억났다. 좋아, 규칙을 하나 더 추가했다. 대출기간 동안엔 화장실에 핸드폰 없이 들어가기. 나는 스티븐 킹 단편집을 들고 화장실에 입성했다.

변기에 앉아 책을 펼치니 왠지 익숙한 느낌과 함께 향수(냄새 때문이 아니다)가 느껴진다. 그러고보면 옛날엔 화장실에서 지루함을 참기 위해 꼭 무언가 읽을거리를 들고 들어갔었다. 주로 소설이나 만화책이였는데 그중엔 일명 '화장실용 만화책'도 있었다. '슬램덩크 산왕전' 이나 '만화 삼국지 60권' 이 대표적이였는데 만화책을 하나 집어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오면 어머니께서 변비냐고 놀리곤 하셨다. 어머니, 어머니의 아들은 변비에 걸렸던 적이 없습니다. 좁은 화장실 작은 변기에 앉아있었지만 그 머리속에서만큼은 자유로운 상상의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구요.

군대에서 검은 집이라는 호러소설을 본 기억도 난다. 검은 집을 읽을 당시 우리 부대는 예비군 훈련 실시를 위해 자대에서 떨어진 동원장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화장실이 생활관에서 분리된 야외 화장실이였다. 그래서 책을 보다 취침시간이 되었는데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화장실에 가서 계속해서 읽었다. 한참을 읽다 결국 끝까지 봤는데 한밤의 인적없는 야외 화장실에서 훌륭한 호러소설을 본 기억은 지금도 내 인생 최고의 화장실 경험으로 기억되고 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인적 드문 한밤의 야외 화장실에서 읽을거리를 들고 이상하리만치 화장실에서 오래 있다 나온 분대장' 이 불침번 후임녀석에게 어떻게 비쳤을지가 아주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어느새 스티븐 킹 단편을 하나 읽었다. 역시 화장실에서는 책이 진리인 것 같다. 책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화장실에서 나오니 어머니께서 변비냐고 놀리셨다. 억울하다.

------------------------------------------
가정에서 어머니께 변비냐고 놀림받은 이야기니까 [8] 붙여도 될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韩国留学生
19/05/03 04:04
수정 아이콘
10대때 학교에서 똥을 싸지 않기 위해 아침마다 집에서 무조건 변기에 15분은 앉아있다가 갔습니다. 그렇게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좋아하는 삼국지와 초한지를 번갈아 들고 들어가 화장실에 앉아서 아침마다 읽었습니다. 그것이 제 인생의 엄청난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아침에 화장실에 앉아서 스포츠 하이라이트를 보는 참재미에 푹 빠졌습니다.
트라팔가 로우
19/05/03 08:36
수정 아이콘
화잘실에서 마음의 토양에 거름을 주셨군요.
In The Long Run
19/05/03 10:37
수정 아이콘
화장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얼마나 가치있게 보내느냐가 인생의 많은부분을 좌우하죠 암요
처음과마지막
19/05/03 06:50
수정 아이콘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보면 용변이 잘나오는 기분이 드는건 기분탓일까요? 실제 일까요?
서쪽으로가자
19/05/03 09:11
수정 아이콘
동일한 시간을 사용하더라도, 시간이 빨리 가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게 아닐까요? (아님 말고....)
그라시아
19/05/03 09:47
수정 아이콘
검은 밤을 들고 들어가셔서 검은 집을 보셨다고 쓰셨어요 크크
수정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In The Long Run
19/05/03 10:38
수정 아이콘
아앗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파란무테
19/05/03 13:05
수정 아이콘
이게 피지알이지!
고무장이
19/05/03 15:30
수정 아이콘
현대인은 핸드폰을 가지고 용변을 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혹시 생존한다면? 이란 가정으로 쓰신 글이니 주제가 맞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1039 [일반] [노스포]명탐정 피카츄 보고 왔습니다 + 포켓몬 콤보 구매 후기 [33] 及時雨10532 19/05/04 10532 3
81038 [일반] (모바일, pc) 유튜브 및 네이버 동영상 퍼오는 방법 [6] 내일은해가뜬다16513 19/05/04 16513 17
81037 [일반] [약스포] 내 친구, 어벤저스 VFX 아티스트 이야기 [38] 메모네이드9708 19/05/04 9708 40
81035 [일반] 나는 글솜씨가 없는편이구나. 인터넷에서 글쓰기에 대한 어려움에 대한 고찰 [13] 랜슬롯6307 19/05/04 6307 7
81034 [일반] 혼종의 아이패드미니 5세대 수령기 [43] 전직백수13148 19/05/04 13148 6
81033 [일반] 북한 '또' 미사일 발사(+합참추가기사) [704] 이호철30091 19/05/04 30091 14
81031 [일반] [8] 우리가족 식중독 걸린 이야기 [11] 글곰5988 19/05/04 5988 11
81030 [일반] [8]그녀도 눈이 부실까 [3] RookieKid5591 19/05/04 5591 9
81029 [일반] 김무성 의원의 다이너마이트 발언이 논란이군요 [80] Fim13581 19/05/04 13581 2
81028 [일반] [암호화폐] 코스모스 네트워크 소개 [23] Ethereum10766 19/05/04 10766 2
81027 [일반] 대 아이돌 시대 [37] April2337369 19/05/04 7369 0
81026 [일반] 영화관 반딧불을 멈춰주세요. [11] 중년의 럴커6802 19/05/04 6802 1
81025 [일반]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룰이 공개되었습니다. [85] 아유14353 19/05/03 14353 2
81024 [일반] 출산율과 상식의 오류 [130] anddddna15584 19/05/03 15584 16
81022 [일반] 아시아나 화물기 991편 기장의 잃어버린 명예 [11] 잰지흔12709 19/05/03 12709 4
81021 [일반] 고양이를 죽였습니다 [34] 뒹구르르12259 19/05/03 12259 18
81020 [일반] 한국의 저출산 문제 [276] 브라운15613 19/05/03 15613 8
81018 [일반] 한국갤럽 문재인 정부 2년간 정책 평가 여론 추이 [104] 홍승식13619 19/05/03 13619 1
81017 [일반] 자전거 혐오(?)를 멈춰주세요 [29] Techsod10526 19/05/03 10526 5
81016 [일반] 엔드게임의 박스오피스는 어디까지 갈까? [29] Rorschach10573 19/05/03 10573 10
81015 [일반] [8]핸드폰 없이 화장실 들어가기 [9] In The Long Run7030 19/05/03 7030 5
81014 [일반] 서로 혐오하는 세상,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어른이 절실하다 [42] 티타늄8457 19/05/02 8457 13
81013 [일반] 소변기 습격 실험 [10] cluefake8232 19/05/02 8232 1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