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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6/09 02:18:53
Name 정유지
Subject 힘든 밤 입니다.

오랜만에 피지알에 올리는 글이 제 푸념이자, 슬픈 모습이라
글을 쓰는데도 고민이 많았지만, 여러분들에게 위로받고 싶은 밤입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았어요)

작년 이맘때, 전역을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위해 급전이 필요했던저는.
고향친구 어머님의 용역사무소로 1주정도에 출근을 합니다.
흔하게 말하는 건설현장용역, 네 노가다죠.
그 더운 동쪽동네에서 등이타고 얼굴이 거무튀튀해 질 만큼 일했지만.
현장에서 만난 사장한사람은 달콤한 말과 다르게
강한 노동강도, 개인사업자와 일하다보니 근무와 휴무의 비탄력성
건설현장 특성상 거친말은 당연했고 흙밥과 함바식당.
새벽해와 저녁해에 중간쯤에 저는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렇게 처음 현장에서는 한달반. 쓰고 버려집니다.
큰 공사가 끝난 다음날 연락이 없더라구요.


원래 저는 꿈이 있습니다. 음악을 만들고 가사를쓰는일.
그 일을 위해서 쉬운일이 아닌걸 알았지만 참고 일 했습니다.

하지만 입대전에 만들어놓은 기반들이 한XX로 인해 모두 사라진순간
저는 의욕도 힘도 희망도 다 사라졌습니다.
누군가는 그거 큰돈아니잖아. 라고 말하면서 위로를했지만. 그건
제 전부였었죠.

그랬던 저는. 한친구의 디자인사무소에 들어가게됩니다.
전주. 학교였던 그곳으로 다시가던날.
내가 여기를 벗어나려고했던 모든 노력들이 물거품이된거같아서 술을 많이마셨습니다.
그친구들과 일하는것은 재밌었어요.
같은나이 비슷한 성장환경.그리고 같은생각들을 공유했던 친구들
하지만 모든 스타트업이 그렇듯 인원의 감축이 필요했고
저는 거래처 사장이었던 한 사람의 이야기에
연고도없고, 아는사람도 없는 청주로 오게 됩니다.

기술을 배우러말이죠.
전기일은 참재밌었습니다.
이놈은 정말 정직해서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만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못하는 친구죠.

아무도 없는 이곳에 한 사람만 덜렁 믿고온 저도 바보같았지만.
'이번엔 다르겠지.' '아냐 이사람은 다를거야'라고 순진하게 믿어온 제가 너무 슬펐어요.

당연하단 듯 이어지는 폭언,
일의 능숙도를 가지고 계속되는 질책.
수금이 늦어지거나, 상황들이 안맞을때 표정과 말투에서 나오던 짜증까지.
한번더 생각했습니다.
'여기 올때 엄마한테 말한게 있으니까 꾹참아야지' '야 이정도도 못참겠냐'
매일 스트레스로 자다깨며
한시간간격으로 눈이떠지던 나를 보면서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한 현장에서 자신의 전달오류를 가지고 저에게 심하게 폭언하던 그.
전 그것때문에 그 현장을 박차고 나와서 부산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청주로 왔습니다.
오면서 정말 슬펐어요.
친구에게 전화해 목소리를 듣자마자 울었고.
같이 일하던 다른 사장에게 전화하자마자 또 울던 제모습이 너무 싫었어요.

며칠동안 잔고가 바닥이나도 술마시면서 삭히고 또삭혔어요.
제가 현장을 박차고 나온 월요일부터 지금까지 연락없는 그 사람.
너는 일머리가 없고 이해를 한 다음 인지를 한다며 타박했던 그 사람.
아니 그XX
개인사업자 밑에서 배울때는 근로계약서 안쓰는 거야라며 말할때 눈치챘어야했는데.
자랑스럽게 사대보험넣었다며 너 주는 금액이랑 신고한 금액이랑 다르다고 말할때 알았어야 했는데.

다시는 그사람얼굴도 목소리도 보고듣기싫어서 이새벽까지 고민하다가 문자한통남겼습니다.
제 핸드폰은 통화중녹음이 안되서 제가 불리해질까봐 전화로 안하구요.
얼굴보며 이야기하면 그사람이 트라우마가 될까봐 얼굴은 못보겠어요.

아무리 달콤한 말도. 거대한 청사진도 다필요없어요.
열흘가까이 쉬지도 못하고 5일을 넘게 야근을 하면서도.
자신의 기분대로 말하던 그사람 밑에선 일 못하겠으니까요.

어제 노동부 지청에서 그러더라구요.
영세업자는 그만둔 날을 퇴사(?)일로 잡고 14일의 조정기간이 지나야 신고가 가능하다구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받아야할 금액을 받아내면 그냥 넘어갈지.
아니면 끝까지 신고하고 삼자대면해서 길게 가야될지.
아직 엄마한테는 이사실을 이야기못하겠어요.
저 여기 온다고 할때 걱정많이 하셨거든요.
어버이날때 용돈 드릴때 되게 좋아하셨는데.
며칠째 착찹하네요.

긴싸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전 이타이밍에 다시 음악을 꿈꾸고있어요.
제일하고싶은일.
흔히 말하는 성공에 가장가까이 다가갔던 분야니까요.

힘든밤입니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싶은밤이지만.
전화를 걸기엔 밤은 길고 오늘은 금요일이니까요.

긴푸념, 짧지않은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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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09 02:22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먼곳에서 해줄 수 있는 유일한 말이네요.
루트에리노
17/06/09 02:22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허허 세상에
새강이
17/06/09 02:28
수정 아이콘
아이고..힘내십시오
물리쟁이
17/06/09 02:32
수정 아이콘
너무 걱정하지 마시구요. 조정기간 끝나고 다시 노동부에 도움 청하시면 확실한 도움 받으실겁니다.
다른 경우일지 모르겠지만 제 경우에는 조정기간 끝나면 선택지가 2개였는데
하나는 상대방한테 법적인 처분없이 못받은 대가를 받고 거기서 종결될 경우 다른 하나는 3자 대면일 거 같은데
후자의 경우라도 겁먹지 마시길 바랍니다. 조정기간 끝났다고 바로 선택할 필요도 없고 곰곰히 생각해 보시길
전 돈이 급해서 전자 였고 제 친구는 후자였는데 잘 풀렸습니당.
17/06/09 08:00
수정 아이콘
느낌으로 이야기 드립니다.

참지 마세요
불만 있으시면 그때 그때 겨들고 싸우던지 하십시오!
너무 순하다는 느낌입니다.
본인을 깨세요
그리고 죽을 각오로 상대와 다투십시오

사람... 개 개인 다 강합니다.
본인이 몰라서 그렇지

본인이 만든 울타리를 깨시고
막 사시라고 전하고 싶습니다.

젊으시니 드리는 말씀입니다.
쪼아저씨
17/06/09 09:18
수정 아이콘
위에 설용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직장생활 할때 너무 순하면 이용당합니다.
저는 얼굴이 성깔있게 생겨서 이득을 본 케이스인데, 사회생활 하면 할수록 싸울땐 싸워야 한다는 걸 느낍니다.
그렇다고, 계속 불만투성이 얼굴로 일하라는건 아니구요(노파심) 잘 지내다가 필요할때만..
힘들다고 술 너무 드시지 말고, 앞으로 좋은 일만 있으시길 바랍니다.
정유지
17/06/09 09:41
수정 아이콘
다들 감사합니다
조시라이언
17/06/09 09:42
수정 아이콘
헬조선이 된 책임은 재벌과 정치권력만 있는 게 아니죠. 힘내십쇼.
moonland
17/06/09 10:11
수정 아이콘
저도 이런저런 일로 퇴사를 고민중입니다.
가장 먼저 부모님 얼굴이 떠오르고, 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이어집니다.
그래서 지금보다는 낫겠지 하며 오늘도 하루종일 퇴사 생각을 하며 일을 합니다.
켈로그김
17/06/09 10:56
수정 아이콘
용역이라는게 원래 그런 동네이긴 합니다.
파견할 곳 없으면(일감 없으면) 일방적으로 나오지 마라고 하죠.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건축, 인테리어 생리라는게 "당장 써먹을 사람" 위주로 돌아가는거라
일 못하는 사람이 오면 좋게좋게 넘어가기가 힘듭니다.
안전 문제도 있고, 일정도 맞춰야 하고.
막말로 한명이 못하면 모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기본 생리 자체가 "No 인내" 입니다.
특별히 안좋은 곳에 가셨다기 보다는.. 글쓴분과 그쪽 종사자들은 물과 기름같은 상황이에요.
서로가 서로를 멀리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노동지청의 안내는 정확하고.
4대보험 적용했다면, 아마 고용자와 피고용자가 50%씩 부담하여 실수령액이 시급계산액의 8~10%정도 적게 나오는게 맞는 계산일겁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은 사용자측이 무조건 불리합니다. 글쓴분이 유리해요.
이 건을 붙들고 노동청에 다시 문의를 해 보시고요.
근무기간이 2개월이 안됐다면 큰 유불리는 없을 수 있습니다.
정유지
17/06/09 11:07
수정 아이콘
다들 조언 감사합니다
유독 이사람과의 궁합이 안맞았나란 생각이 컸어요

위로해주신분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켈로그김
17/06/09 12:33
수정 아이콘
저도 두어번 도망갔었습니다... 결국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적응해버리긴 했지만..;;
뭐랄까.. 우리가 말과 글을 통해, 생각을 통해, 법을 통해 갖춰진 상식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그 인습들과 수익구조가 맞물려 돌아가는 구조가 완성되어 있고..

고생이 고생담으로 끝나려면, 상처나 후유증이 남아서는 안되니
적어도 금전적 권리에 대해서는 충분히 보상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두개의달
17/06/09 11:34
수정 아이콘
조용히 추천 누릅니다. 제가 하느 힘내시라는 말은 위로가 안될거 같네요.
마스터충달
17/06/09 12:23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사는 게 힘 안 내면 안 되겠더라고요...
대니얼
17/06/09 15:51
수정 아이콘
약해지지 마세요
그 사람은 재수없었다고 생각하고 다른 호구를 또 찾겠죠
어떻게해서든 빠져나가려고 할겁니다
힘들더라도 받아낼껀 받아내세요
이재인
17/06/09 19:24
수정 아이콘
힘내세요
영원한초보
17/06/10 02:23
수정 아이콘
바쁘시지 않다면 법적으로 가서 상대방 힘들게 하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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