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v.media.daum.net/v/20170328102641230?f=m

26일 러시아에서는 푸틴 정부에 항의하는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부패 집회가 있었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러시아의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유투브를 통해 공개한 '나발니 보고서' 로 전 러시아 대통령이자 현 러시아 총리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국내외에 대규모의 토지, 저택, 요트 심지어 자기 애완용 오리를 위한 집까지 갖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기 때문입니다.


나발니 보고서에 따르면, 메드베데프는 지난 대통령 시절과 현 총리직을 이용해, 자신의 최측근을 통해 공기업의 자금과 러시아 재벌들의 뇌물을 받아 각종 회사와 펀드를 설립, 조성했으며, 자신의 대학교 동창인 엘리세예프(현 러시아 석유공사 가스프롬 이사장)가 설립한 회사 이름으로, 모스크바와 소치, 그리고 메드베데프 총리의 할아버지 고향에서 대저택들을 구입하고, 와인 생산을 위한 포도농장들을 국내와 해외에 구입했으며, 최고급 요트도 2대나 사들였습니다. 실제 모든 구입은 회사명의로 되어있지만, 이 회사들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메드베데프 총리라는 거죠.

위 동영상을 올린 나발니는 공직자 월급으로서는 도저히 구매할 수 없는 이 같은 고가의 자산들을 축적한 배경을 조사할 것을 당국에 요구했으며 동영상에서 직접적으로 푸틴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푸틴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이 같은 부정부패를 척결하자고 촉구했습니다.

위 동영상은 러시아에서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고, 해당 유투브 동영상은 1100만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당사자인 메드베데프 총리는 어떠한 입장표명도 하지 않았으며, 당국 또한 진상조사 요구를 묵살했습니다. 이에 나발니와 진보세력을 중심으로 반부패 시위를 벌어자는 운동이 일어났고 모스크바에서 1만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5천명이 넘는 시위대가 참석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이는 2011년 러시아 총선 조작 이후 6년만에 발생한 대규모 반푸틴 시위입니다.


특이한 점은 이들 시위대가 한국의 촛불집회를 모티브로 삼은듯한 발언을 하고 있는데, 해당 촛불시위를 팟캐스트로 중계한 진행자 레오니드 볼코프(사진)는 사전에 신고했음에도 당국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자

"모스크바 중심가 집회가 14시부터 시작되는데 한국의 촛불집회처럼 평화적이고 자유롭게 진행하자. 한군데 모여 있지 말고 산책하듯이 인도를 따라 계속 네모를 그리며 돌라. 한국에서도 유모차 끌고 아이들 손잡고 피크닉처럼 했다."

라는 발언으로 사실상 한국의 평화적 촛불시위가 러시아에도 영향을 주었다는 암시를 주었고 기사를 보시면 집회 참가자들 중에 "한국에서는 부패한 대통령을 탄핵했는데 우리라고 못 할 게 있나" 라는 발언도 나왔다는 걸 보면 박근혜 탄핵이 다른 나라에도 상당히 관심을 얻었음을 알 수 있죠.

하지만 러시아는 한국처럼 완전한 민주국가가 아닙니다. 비록 푸틴이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있지만, 그는 정적을 숙청하고 철권을 휘두르는 '독재자' 이며 군대와 종교(정교회)의 지지를 등에 업고 온갖 편법을 써가며 장기집권을 하고 있습니다. 비록 현재는 세계 각국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만일 시위가 한국의 촛불시위급으로 확산된다면 계엄령 선포급의 무력진압도 감행할 위인입니다.

비록 멀리 떨어져서 지켜볼 수밖에 없지만 러시아인들이 진정으로 민주주의를 누릴 날이 오기만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