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에는 대형견분류 '안'에서 제일 작은 강아지 2마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보통 가정에서 키우는 강아지들보다는 큰 편이죠.

집 근처에 공터에 몇 년 전부터 작은 공원같이 조성을 해놓았는데,

다들 아시다시피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 강아지랑 같은 공간에 있기 싫은 사람,

공원 안에서 배변 등의 문제로 강아지를 보기 싫은 사람 등 크고 작은 트러블이 있었는데요.

항상 목줄을 차고 다니고 배변 봉투를 가지고 다녀도

제가 이곳에서 가장 젊어서인지 강아지가 큰 편에 속해서인지

어르신들이 다른 분들까지 싸잡아서 저한테 어택땅을 하시길래 두 번의 큰 논쟁이 오간 후에는

그냥 어르신들이 있는 오후~이른 저녁 시간을 피해서 나갑니다.

그렇지만 제가 일점사를 당하는 와중에도 목줄 안 차고 다니는 사람, 배변 봉투를 안 챙기고 나오는 사람들을 많이 봐왔어서

이건 반려동물을 키우는 입장에서 내가 앞장서진 못하더라도 할 수 있는 조치는 취해봐야겠다 싶더라구요.

일단 시의 콜센터에 전화해서 법적으로 반려동물에 배변을 안 치우거나, 목줄을 안 할시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알고 있는데

저희 동네에선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물어보니 구청에 연결을 시켜줍니다.

구청에선 그 집주인의 이름, 핸드폰 번호나 주소를 가르쳐달라고 하고 이러한 부분을 모르면 자기들이 할 수 있는 게

실제로는 없다는 답변이 오더라구요.

저도 경찰이나 구청의 민원 담당하는 분들이 이런 것까지 다 주기적으로 단속하기엔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그러면 이러한 경우에 구청에서 해줄 수 있는 게 어떤 게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강아지 배변, 목줄에 대한 현수막을 걸어줄 수 있다고 합니다.

현수막이 저희 집 앞쪽 골목에 하나, 앞서 말한 공원 쪽에 하나, 그것도 큰 사이즈로 제작되어 걸렸습니다.

그 이후로 한 달이 되었는데 결과는

차들이 막 지나다니는 골목에도 소형견 3마리를 목줄 없이 다니는 아주머니를 두 번 뵈었는데,

처음에 제가 목줄하고 다니셔야 된다고 하니 어찌나 인터넷의 반응이랑 똑같던지

'우리 집 강아진 이 동네에 오래 살아서 사람들도 다 알고 안 물어요'

라고 그 집 강아지들이 저희 집 강아지한테 짖으면서 달려오는 와중에 말씀하시더라구요.

다른 케이스론 새벽에 다른 분들이 목줄 없이 그냥 나오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그런 거는 그냥 새벽에 사람 아무도 없으니 강아지들 목줄 없이 뛰어놀게 하고 싶겠구나 하고 생각은 드는데

현수막 바로 앞에서 저러는 거 보면 신기하더라구요. 아, 한 분은 제가 말씀드렸더니

'저희 강아지는 저만 따라와서 괜찮아요'를 시전하셔서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결정적으로 오늘 저희 집 강아지 한 마리가 낮에 너무 나가고 싶어 하길래

사람이 아예 없는 공원 끝부분으로 갔습니다.

저희 집 강아지가 친근한 냄새를 맡았는지 막 풀숲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웬걸, 도저히 길고양이 변으로 볼 수 없는 변 5뭉치가 듬성듬성 흩어져 있었습니다.

무려 현수막이랑 10m도 안 되는 거리에서요.

내일 월요일이 되면 구청에 전화해서 현수막 철거해달라고 해야 될까 봐요.

ps1: 저희 어머니, 아버지가 강아지 무서워 하셔서 강아지를 무서워하시는 분들도 있다는 걸 알고

항상 사람들 오면 반대편에 걷거나 멀리 떨어져서 멈추고 지나가고 걷습니다.

그래도 강아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어택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도저히 이해가 안 갔는데

요즘 들어 제가 '저희 강아지는 안 그래요'라는 말을 몇 번 듣고 나니 '이해'자체는 가더라구요.

ps2: 보통 다른 강아지 변을 발견하면 제가 가지고 있던 배변봉투에 담아서 오는데 이번 경우는 역해서 도저히 못하겠더라구요.

피지알 많이 해서 변에 대해선 면역이 생긴 줄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