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란?
모유는 아시다시피 아기를 낳은 엄마에게서 나오는 젖을 말합니다. 소에서 나오는 젖은 우유죠.
모유는 미숙아에게는 약 같은 존재이고, 아기에게는 영양 가득한 주식이며, 더 큰 아기에게는 훌륭한 간식이자 영양제입니다.
(영아의 사망률을 줄이고, 감염이나 알레르기 질환을 줄여주는 등 장점이 매우 큽니다)

그렇지만 이런 모유를 먹이고 싶어도, 엄마 측이나 아기 측의 이유로 모유수유를 일시적으로 제한하거나 먹일 수 없는 금기사항이 있습니다.
이때에는 모유 외의 대체 음식이 제공 되어야 하는데, 인공영양으로 변경하지 않고 타인의 모유를 먹이는 방법도 있습니다.

*모유 은행이란?
체계적인 시스템 하에서 타인의 남는 모유를 수집·가공·처리하여 필요한 사람에게 모유를 나누어 주는 방법이 바로 모유은행입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혈액 은행을 생각하면 쉽습니다! )

이미 서양에서는 자리잡은 시스템이나 동양권에서는 사회/문화적 특성으로 인해 아직 미비한 실정입니다. 참고로 중고나라 등에서 모유가 거래 되는 것 아시죠? 이런 개인 간 모유 거래의 감염 등 취급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미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이것이 모유 은행 필요성의 한 근거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조사에 따르면 남는 모유를 저장해뒀다가, 80%는 버리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도 강동 경희대병원에서 모유은행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국규모로 확산시키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민간 병원 주도가 아닌 다른 모델이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모유은행 설치 관련 법안 발의
"아산시 개원 의사, 모유은행 설립 제안 주목"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51214010009740
이 기사에 나오는 개원 의사는 제가 지금 근무하고 있는 소아과의 원장님이고, 저와 공중보건의사를 함께한 친한 형입니다(이 간담회에 저도 참여해서 기사 말미에 제 이름도 나옵니다^^;). 수 년 전부터 이 형이 모유은행을 만들고 싶어했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오다 지난해 말 양승조 의원과 함께 급속한 진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오 올해 양승조 의원이 국회의원 당선 및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되면서 더 탄력을 받게 되었습니다.

"양승조 의원 '모유은행 설치' 위한 모자보건법 발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7/20/0200000000AKR20160720138500063.HTML?input=1195m
그리고 오늘 이렇게 근거 법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그 동안 관련 회의에서 저희 쪽 자료를 제가 만들었고, 참여하기도 하면서 나름 애를 썼는데 결실을 맺은 것 같아 기쁩니다. 처음에는 '정말 가능할까?'란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필요한 것이고, 거기에 많은 사람이 노력한다면 가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아무쪼록 최종 통과까지 꽃길만 걸었으면 좋겠습니다.

*향후 과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인식 전환입니다.
1)수여자의 인식 전환: 분유의 발전과 분유 회사의 적극적 마케팅에 의해 분유는 완전히 모유를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인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에게 가장 좋은 것은 사람 젖이지, 소의 젖이 아닙니다. 이것은 수 많은 연구를 통해 입증된 과학적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타인의 젖을 먹이는 것에 대해 소의 젖을 먹이는 것 보다 저항감을 느끼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우유가 잘 정비된 공장에서 수집·가공·처리되어서 믿을만하다면 모유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쳐서 제공될 예정입니다. 오히려 병원에서 관리할 예정이기 때문에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2)공여자의 인식 전환: 수 십년 전만 해도 젖동냥이 있었습니다. 위에 언급했듯이 모아 둔 모유의 80%는 그냥 버리게 됩니다. 내 수고를 통해 다른 아기들이 더 건강해질 수 있다는 인식, 즉 모성애와 인류애의 결합을 기대해 봅니다. 물론 혈액은행처럼 작은 감사의 표시도 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pgr21 회원 여러분도 '모유 은행'이 있다는 것을 알아두셨다가 나중에 공여자나 수여자 상황이 되었을 때 떠올리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