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6/07/16 23:31:46
Name Chasingthegoals
Subject [일반] [스포有] 부산행을 보고 -연상호의 놀라운 판 짜기-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일기 쓰듯 두서없이 반말투로 작성하오니 이해해주시고 읽으시기 바랍니다.

[상영 전 기대]
내가 부산행을 기대한 건 감독이 연상호였기 때문이다.
돼지의 왕, 사이비는 매니아들 사이에서 좋은 작품이라는 입소문이 탔고, 실제로 상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상호 감독 입장에서 이번 영화를 준비할 때 그간 제작했던 `좋은 작품'이라는 부분에서 마음에 많이 걸렸을 수도 있다.
최초 실사 영화라니, 그리고 애니메이션 제작 여건과는 다른 제작비 100억이 투입된 영화...
아시다시피 애니메이션 제작업계는 많이 열악하다...작품이 아무리 좋아봐야 훙행, 즉 돈을 못 벌면 '좋은 작품'을 만드는 회사도 문을 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감독은 `좋은 작품'이라는 비중을 다소 내렸다...확실히 욕심을 냈다..
또한 배급사 역시 욕심을 냈다. 영화 개봉 전주 금,토,일이라는, 말이 유료 시사회지 사실상 변칙개봉을 한 것이다.
당연하다. 소자본이 아니라 대규모 자본이 투입됐고, 실사 영화로서는 입봉 작품인데, 입봉 작품이 흥행하면 좋은 거 아닌가?
이 부분은 스토리에 대해서 얘기를 할 때 설명을 하도록 하겠다.

[상영 후, 좀비라는 컨텐츠를 한국적으로 접목시키다]
스토리는 나쁘지 않았다. 이 영화는 한국 최초 좀비 블록버스터물이다.
우리나라에 있을 법한 캐릭터들로 구성되었고, 그들 모두 각자 입체성이 드러났다.
별거 중이며, 이혼을 하더라도 딸의 양육권을 원하는 남자, 엄마를 보러 가겠다고 졸라대는 딸.
마동석, 정유미 커플은 미녀와 야수 커플로 실제로 은근히 자주 보인다...(여자들이 은근히 마동석을 좋아하는건 다 이유가 있다)
그리고 고교 야구부 사람들. 나중에 좀비가 된 친구를 상대해야 할 때, 계속 갈등하며 머뭇거리는 장면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불과 몇 시간 전 사랑했고, 함께했던 사람들을 상대해야하는...아직 미성년자한테는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공유와 마동석이 이전에 '정신차려!'라고 윽박을 질렀지만, 그 순간 만큼은 오히려 앞장을 서서 상대를 해준다.
또한 좀비 영화 치고 덜 잔인하다. 달리 말하면 고어한 장면이 없다는 것인데, 흥행을 위해, 15세 등급으로 맞춰놓고 애시당초 촬영하지 않았을까 싶다. 내장을 물어뜯거나 이런 장면을 절대 없다. 다만 좀비가 빨라서 보는 입장에서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뭐든 좀비영화가 그렇듯 좀비도 약점이 있다. 예고편대로 좀비는 빠르고, 잘 안 죽는다. 마동석이 좀비를 때려잡는다고 생각하지만, 마동석은 그냥 좀비를 주먹으로 상대하지, 죽이지 않는다, 아니 좀비가 안 죽는다...
그냥 1칸 지나서 문 막고 다음 칸 상대해서 지나가면 앞 문 막고 이런 식이다....많은 좀비를 상대할 때 우연찮게 약점을 알아내고 그 약점을 이용해서 생존자 칸을 향해 간다.
좀비 영화들의 특징이 항상 '니갱망'을 하는 초이기적인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역시나 등장한다.
영화 초반에 '그런 말 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했어요' 했던 그 말이 스노우볼이 되어 전개를 좌지우지하는 인물이다. 잘 새겨들으시길...
이 사람들 때문에 정말 많이 죽었다. 사이다 같은 장면이 중간에 있지만 다시 언짢아질 것이다.
디테일하게 짜임새를 낸 연상호 감독이 대단하다.

[아쉬움은 아쉽다고 하지만, 너무 프로불편러가 되지 말자]
솔직히 좀비 자체가 약점이 없고 우월하면, 차라리 좀비가 되는게 인류의 진화에 번영하는거다...좀비가 세계를 정복하겠지....
그것도 '자칭좀비물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그런 얘기를 하면 안 된다. 좀비가 멍청하네, 약점이 이런거네,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마 그 사람들은 느린 좀비가 나왔으면 로메로 감독 얘기를 했을 것이고, 똑똑한 좀비가 나왔으면 랜드 오브 데드를 꺼냈을 것이며,
이번 영화는 빠른 좀비가 나오니까 28일 후나 새벽의 저주를 가지고 비교하겠지...(그리고 월드 워 Z도....)
심지어 고어 장면이 없다고 워킹데드를 들먹거린다 (...)
이 영화는 상업영화다. '좀비'라는 컨텐츠로 흥행을 해야되는데, 제작비가 약 100억이 들어갔다...
제작비로 욕할게 아닌게 새벽의 저주는 헐리우드 저예산 영화지만 제작비가 당시 2800만 달러였다...
영화를 보고 제작비를 들었을 때 나름 싸게 찍었다고 본다. 그리고 스토리를 봤을 때 흥행을 위해 타협을 했는데 나름 다행이다.
그 이전 연상호 감독 특유의 찝찝한 결말로 맺었다면, 호불호가 명확히 엇갈려 손익분기점도 못 찍고 내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돈인 만큼 흥행이라는 요소를 위해 나름 신파 장면이 나오긴 한다.
그러나 막 쥐어짜는건 아니고, 재난영화에서 흔히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라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회상 장면은 좀 그랬다..;;

[연상호 감독의 판짜기는 이제 시작이다]
참고로 이 영화는 사람들이 2부작의 프로젝트라는 사실을 잘 모른다. 나같이 따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빼고는...
이 영화의 개봉 이후 약 1달 뒤 '서울역'이라는 본 영화의 프리퀄 애니메이션이 개봉할 예정이다.
거기서 여주인공 목소리 역이 심은경이고, 이번 영화에서 나온 가출소녀도 심은경이다...
사실상 서울역 여주인공이 좀비가 되서 배드엔딩이네라고 하겠지만,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은 늘 배드엔딩이었다.
그리고 좀비가 되는게 배드엔딩이라기 보다는 다른 요소로 배드엔딩이 되리라 본다...
돼지의 왕, 사이비에서도 예상과는 다른 의미로 배드엔딩을 줘서 굉장히 찝찝했다.
그래서 그 과정을 잘 풀어내어 맺는 결말이 늘 좋은 작품이라는 칭찬에도 불구하고, 크게 흥행이 되지 못 했다..

근데, 프리퀄인 프리퀄인만큼 부산행에서 얘기 못 한게 나오지 않을까 싶다.
사실 독립 애니메이션은 10만 정도 나와도 흥행인데, 부산행을 통해 흥행이 되고 그 사람들이 이 애니메이션을 보러 온다면?
그렇다. 연상호 감독은 실사 영화,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감독의 큰 그림은 성공할 것인가? 실패할 것인가?
영화를 보고 만족한만큼 성공하셨으면 한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영원한초보
16/07/17 00:50
수정 아이콘
예고편이 월드z 흉내낸거로 보여서
(28일후 같은 좀비 움직임은 좀비가 아니여도 보편성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월드워z는 때거지로 뭉쳐다니는 움직임이 특이하죠)
별로 관심이 안갔는데
이 글을 보니 관심이 가네요 서울역을 보기위해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두부마니아
16/07/17 01:05
수정 아이콘
좀비영화 한국패치 버전같았네요
신나게 달리고 잼났네요
16/07/17 01:27
수정 아이콘
심은경이 언제 나왔죠...? 중간에 화장실을 2번 가서... 대구역에서 한번 가고 증권사 대리사 전화할때 한번 갔는데.. 대구역에서 나왔나
그건 그렇고 제가 본 좀비중에서 제일 빠르고강하고 좀비다웠습니다. 좀비가되서도 근면성실한 한국인..
Chasingthegoals
16/07/17 01:31
수정 아이콘
맨처음 감염된채로 열차 입실했던 그 소녀가 심은경이었습니다. 화장실가서 압박스타킹으로 환부가 번지는걸 막으려고 시도하다가 나중에 승무원을 공격했던 여자입니다. 사실상 열차를 감염자들로 만들어버린 원흉이지요. 아이러니하게 감염자가 없이 탔다면 천안아산역에서 헬게이트가 열렸을수도 있었지요.
16/07/17 11:33
수정 아이콘
아.... 걔가 심은경이였나요? 전 그냥 단역치곤 오래잡아주고 연기 열심히 하네.. 라고 생각만했는데.. 감사합니다.
16/07/17 01:45
수정 아이콘
참고로 한달 후 개봉하는 부산행의 프리퀄 애니매이션 '서울역'의 주연인 가출소녀로 목소리 출연했습니다. 이미 배드엔딩인게 나와버렸네요.
Chasingthegoals
16/07/17 01:54
수정 아이콘
사실 프리퀄이라는게 관객 입장에서 결말은 이미 정해진 상태에서 '왜?', '어떻게?'라는데 초점이 맞춰진 상태로 보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을 듯 합니다.
무언가
16/07/17 01:54
수정 아이콘
방금 보고 왔는데 재밌습니다! 보러가시는거 강추요 흐흐
16/07/17 06:35
수정 아이콘
재밌긴했는데 아쉬운게많더군요
김의성이 살아나왔는데 쩔뚝거리다 마지막 군인한테 총살당했으면 어땠을까 싶더라구요

그리고 임산부가 너무 빠른
유진바보
16/07/17 11:17
수정 아이콘
저도 모르고 유료시사회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더라구요. 좋은자리에서 봤어야 되는데..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이 있어요. 그래서 몸이 계속 경직.
피지알뉴비
16/07/17 20:05
수정 아이콘
중학생인 동생이랑 같이봤는데 재밌어하더군요.

중간에 좀비떼들 사이에 낀 가족을 셋이서 구하는장면은 좀 말이안됐어요 크
송파사랑
16/07/17 20:17
수정 아이콘
팝콘무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적당히 시간 때우기 좋습니다.
러브레터
16/07/18 00:16
수정 아이콘
저와 신랑은 재밌게 봤습니다.
뒷부분의 회상 장면도 아이가 있어서 그런지 저희는 공감이 가서 그렇게 오글거리진 않더라고요.
오히려 좀비로 변하는 마지막 순간에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을 그 순간을 떠올린다는게 너무나 인간적이라 오히려 인상적이고 좋았습니다.
가을여행
16/07/18 10:20
수정 아이콘
저는 개인적으로는 기대이하였습니다
주조연급 외 일반군중들의 묘사가 너무 평면적으로 보였어요 ㅜㅜ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6388 [일반] 잘 나가는 자 꼬리 지느러미를 세워라! [14] Neanderthal5917 16/07/17 5917 1
66387 [일반] 본능의 맛, 문명의 맛. [39] 홍승식7794 16/07/17 7794 0
66386 [일반] 만 9개월 차 성주군민이 보는 사드 논란 [59] 합궁러쉬12452 16/07/17 12452 47
66385 [일반] 잃어버린 음악을 찾아서 [12] Jace Beleren5407 16/07/17 5407 7
66384 [일반] 아무 기준 없고 공통점 없는 연예기사 몇개 [71] pioren9251 16/07/17 9251 2
66382 [일반] PGR의 댓글 문화에 대한 짧은 이야기 [145] StayAway12467 16/07/17 12467 70
66380 [일반] 유럽 최후의 비밀, 알바니아 [32] 이치죠 호타루19648 16/07/17 19648 23
66379 [일반] 한국에서 수출액이 가장 많은 콘텐츠 산업 Top10 [29] 김치찌개8697 16/07/17 8697 1
66378 [일반] [스포有] 부산행을 보고 -연상호의 놀라운 판 짜기- [14] Chasingthegoals8598 16/07/16 8598 0
66376 [일반] 터미네이터2를 떠올리며... [42] 마음속의빛7765 16/07/16 7765 2
66375 [일반] 맛의 익숙함 맛의 상상력 : 운남 곤명의 칵테일. [23] 헥스밤6332 16/07/16 6332 23
66374 [일반] 도리를 찾아서 / 나우 유 씨 미 2 [25] Rorschach7000 16/07/16 7000 0
66373 [일반] 간단히 적어보는 이슬람 원리주의가 먹혔던 역사적 사례 [29] blackroc7823 16/07/16 7823 1
66372 [일반] 황교안 총리 탑승차, 일가족 5명 탄 성주군민 차 들이받고 빠져나가 [118] Dow14288 16/07/16 14288 0
66371 [일반] [해외축구] 마리오 괴체, 친정팀 도르트문트 복귀 [38] 8022 16/07/16 8022 0
66370 [일반]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군부 쿠데타는 더 이상 벌어지지 않겠죠? [100] Neanderthal14621 16/07/16 14621 3
66369 [일반] 2017년 최저임금 6470원 결정 7.4% 인상 [139] 어강됴리12876 16/07/16 12876 1
66368 [일반] 브록 레스너, 잠재적인 약물사용 정황 포착. [35] Sandman8761 16/07/16 8761 3
66366 [일반] [터키 쿠데타] [71] 달과별14917 16/07/16 14917 0
66365 [일반]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120] 삭제됨9466 16/07/15 9466 4
66364 [일반] . [29] 삭제됨9242 16/07/15 9242 1
66363 [일반] [WWE] 브록 레스너의 UFC 도전이 가져다 주는 의미 [32] 삭제됨7077 16/07/15 7077 3
66362 [일반] 미 경찰이 10대 소년에게 총을 난사해 사망에 이르게 한 영상을 공개했습니다 [52] Anastasia 11327 16/07/15 11327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