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음악 영화 하면 늘 빠지지 않는 존 카니 감독의 영화를 이번에 처음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80년대 더블린을 배경으로 한 10대 소년들의 밴드 이야기에요. 짝사랑에 빠진 주인공 코너 라울로가 라피나에게 호감을 사려고 황급히 밴드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뮤직비디오라는 미끼를 덥석 문 라피나는 순진하지만 그럴싸한 노래를 만드는 코너에게 점점 끌리기 시작합니다.
음악 영화지만 음악을 중요하게 그리진 않습니다. 주인공들도 모두 음악이 수단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영화 바깥에서는 시대의 흔적으로, 안에서는 사랑고백과 감정의 발산을 위한 도구입니다. 로맨스와 사춘기 반항이라는 서사에서 주인공의 터질 것 같은 감정을 그 때 그 때 그려냅니다. 노래가 나오는 장면의 쾌감이 전부인 영화죠. 그리고 영화는 그걸 다 해냅니다. 액션이 좋은 액션영화처럼, 음악이 좋은 음악 영화에요. 러닝 타임 내내 벅차고 설렙니다. 사이사이를 귀엽고 뻔뻔한 유머들이 가득 채우고 있어서 지루한 틈도 없어요.
아이언맨 1에 비교하고 싶은 음악 영화입니다. 불가능해보이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뚝딱뚝딱 뭔가를 만들어내고 그걸로 기어이 보는 이에게 짜릿한 쾌감을 안기죠. 만들어가는 과정과, 그 결과물의 위력이 영화의 가장 주요한 포인트입니다. 그 단계를 따라가며 기대하고 그 기대를 확인하는 재미가 있어요. 음악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사람이 바뀌고, 사람이 바뀐 다음에는 현실이 바뀌고, 그 현실에 따라 다시 음악이 바뀝니다. 주인공의 치기는 끝없이 뻗어나가지만 그게 정신 못차릴 만큼 사랑스럽죠.
행복하지만은 않습니다. 누구나 겪었을 법한 청소년기의 쓴맛도 제법 진합니다. 슬픔과 희열이 돌고 도는 영화에요. 결국 이 영화를 지배하는 건 후자의 감정이지만 현실과 맞물려있는 만큼 애잔하고 짠합니다. 그게 이 영화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 건지도 모르죠. 그 누구든 흥분과 위로를 맛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많이 웃었네요.
@ 많은 사람들이 Drive it like you stole it을 최고로 뽑겠지만, 전 씬의 아름다움이나 설레는 느낌에서 A Beautiful Sea 가 제일 좋더군요. 제가 자주 듣던 Two Door Cinema Club의 느낌도 나서 반가웠습니다.
스포있는 감상문은
http://cafe.naver.com/reviewmaker/13774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