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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5/08 14:49:58
Name santacroce
Link #1 http://santa_croce.blog.me/220702855662
Subject [일반] 덴마크와 스웨덴의 정실자본주의는 왜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잠시 전 덴마크 머스크 그룹에 대한 글을 쓴 김에 노르딕 국가의 가족 소유 대기업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우선 아래 그래프는 The Economist가 정리한 정실 자본주의(crony capitalism) 지수입니다. 

해당 지수 구성 원리는 글 말미에 다시 설명하겠습니다만 22위까지 정실 자본주의 정도가 심한 국가들을 보면 러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우크라이나,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인도, 대만, 중국 순입니다. 

정실 자본주의라는 것이 족벌 경영이나 끼리끼리 부의 독점 등을 의미하기에 러시아가 1위를 하는 것은 나름 이해가 갑니다.  

그런데 순위대로 영국이 브라질보다 더 정실주의가 심하고 프랑스, 일본이 한국보다 심할지는 좀 의심스럽습니다. 


* 정실 자본주의 순위(가로 안은 2014년 순위)


그런데 위 비교에는 없지만 노르웨이를 제외한 노르딕 3개국(덴마크, 스웨덴, 핀란드)을 보면 상속형 부자 비율이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아래 피터슨 연구소가 올해(2016년 2월) 발표한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가진 글로벌 부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보면 미국의 상속 부자 비중은 28.9%에 불과하지만 덴마크는 83.3%, 핀란드는 100%, 스웨덴은 63.2%로 매우 높은 편입니다. (참고로 한국은 74.1%)   

일반적으로 상속 부자를 창업 부자에 비해 능력이 낮은 것으로 보는 경향과 함께 상속 부자가 많으면 사회적 활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런 관점에서 보면 노르딕 3개국은 미국이나 영국에 비해 매우 고착화된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가능합니다.   


* 피터슨 연구소의 10억 달러 이상 부자의 특성: 상속 부자 비중, 창업자 비중



또한 의외로 노르딕 국가들의 기업 지배구조는 미국식의 깨끗한(?) 형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아래 스웨덴의 양대 대기업 집단인 발렌베리 가문과 Industrivarden의 소유구조를 보면 발렌베리는 재단을 정점으로 기업들을 지배하고 있으며 Industrivarden은 순환 출자를 통해 복잡한 지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발렌베리 가문의 지배 구조 

* 발렌베리 가문에 필적하는 Indusrivarden의 복잡한 순환출자 관계

Chart: Industrivärden at the centre of a corporate storm


그런데 스웨덴의 경우 2차 대전 직후 사민주의자들은 상속세를 60%로 인상하며 부의 세대 간 이전을 억제하려고 불철주야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발렌베리 가문은 상속세를 높여도 가문의 재산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심지어 마르쿠스 발렌베리가 1982년 사망했을 때 그의 총재산은 약 1억 4천만 크로나(2,400만 달러)에 불과하였으며 1960년대는 오직 5,000만 크로나(900만 달러) 상당의 재산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아무리 고율의 상속세를 부과해도 실질적으로 발렌베리 가문은 직접 보유 재산을 줄임으로써 자신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스웨덴 유력 가문들은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가문이 보유한 재단에 대부분의 재산을 넘기고 나서 이 재단을 통해 기업들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하였는데 대단한 재산을 유산으로 남기지 않은 마르쿠스 발렌베리는 크누트 앤 앨리스 발렌베리 재단 Knut and Alice Wallenberg Foundation을 통해 대대로 부의 소유를 유지하도록 하였습니다. 
스웨덴 정치인들은 2,000년대 들어 결국 실효성도 없는 상속세, 부유세, 증여세 등을 모두 폐지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현재 발렌베리 가문의 영향력이 미치는 부의 규모는 총 2,500억 유로(2,700억 달러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즉, 머스크에서 발렌베리까지 노르딕 국가들의 부의 가족 소유와 대물림은 그 어느 국가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 아니며 소유구조도 투명성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실 자본주의 지수 산정에서 노르딕 국가들이 제외되는 것은 정실 자본주의의 정의를 아래 표처럼 자연독점적 유틸리티 산업(SOC, 통신 등)이나  별도의 면허가 필요한 진입 규제가 매우 높은 산업(국방, 카지노 등), 원자재 산업, 금융업 등으로 지대 추구적 분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아무리 상속으로 거머쥔 부라고 해도 국내외 경쟁에 노출되어 있다면 The Economist는 정실주의가 높다고 평가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관점이 맞는다면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는 상속 부자들의 영향력이 매우 큼에도 불구하고 주로 제조업 기업이다 보니 치열한 경쟁에 노출되면서 자본주의가 정실주의로 흐르는 것을 막았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 정실 자본주의 평가시 편입되는 산업들


* 스웨덴 대표 기업들: 대부분 제조업종임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포르쉐 가문의 사례처럼 아무리 경쟁에 노출된다고 해도 폐쇄적 혈연 집단이 독점적 소유를 위한 온갖 부정적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은 여전히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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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loxone
16/05/08 15:14
수정 아이콘
특정 집단을 위해 산정기준을 제한한걸로 생각되는건 저뿐인가요? 유통엔 손 안댈리도 없고 제조업도 완전경쟁시장도 아니고
santacroce
16/05/08 16:08
수정 아이콘
이코노미스트의 기준에서 지대추구 업종을 이렇게 분류한 것 같습니다. 제조업이나 유통업을 지대추구형 산업으로 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포프의대모험
16/05/08 15:20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 제일큰 기업이 전자, 자동차 제조업인데 상속문제로 시끌시끌한거 보면 걍 노르딕 사람들이 적응(?)한걸로 느껴지네요... 비리없이 잘굴려서 그런걸수도 있겠지만요
고스트
16/05/08 15:56
수정 아이콘
마냥 북유럽이 낙원인줄 일았는데
밀레니엄 보고 식겁했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완벽한 낙원은 없죠.
북유럽도 우리나라보단 매우 좋지만 낙원은 아니네요...
16/05/08 16:27
수정 아이콘
범죄소설 보면서 판단하는건 좀 그렇지 않나요? 그런데 북유럽 스릴러 읽으면 밥 굶는 사람은 안 나오더군요

가령 유투브에 극우 애들이 올려놓은 영상만 보면 스웨덴은 강간의 왕국입니다 lol
고스트
16/05/08 16:49
수정 아이콘
뭐. 마냥 낙원인줄 알았는데 사람 사는 곳이었구나라고 알았다고 해두는게 좋겠네요.

인종차별,여성에 대한 폭력,나치즘 이런 내용을 다루니까요.
16/05/08 17:02
수정 아이콘
2차 대전 이전에 파시즘이 강력한 인기를 얻지 않은 유럽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소련같은 다른 형태인 전체주의 국가는 제외하고 미국과 스웨덴 정도가 그나마 민주주의가 안정되었던 상황입니다. 유럽이 파시즘에서 벗어난 것은 2차대전으로 엄청난 피를 흘리고 난 이후입니다.
달과별
16/05/09 03:13
수정 아이콘
북유럽도 스펙트럼이 넓기 때문에 하나로 묶기가 어렵습니다. 스웨덴은 여전히 세계의 양심국가로 남아있지만 덴마크같이 대놓고 국제법 무시하는 막장 국가도 있거든요.
무무무무무무
16/05/08 18:03
수정 아이콘
여담이긴 한데 스밀라의 눈에 대한 환상에 노숙자 소년 얘기 나오는걸로.... 하긴 거긴 덴마크였죠;;;;
16/05/08 18:45
수정 아이콘
초반에 추락사한 소년 얘기인가요?
그린란드에서 이주해와서 복지에 의존했고 옆집에 자주 갔지만 이 소년은 노숙했다는 기억은 안 나네요.
달과별
16/05/09 03:29
수정 아이콘
나름 복지체계가 구축된 한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에서 노숙자 문제는 좀 다릅니다. 정신적 건강에 대한 사회적 보호제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반증지표 정도라고 봅니다. 노숙하는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하는 사람들도 있다지만 거의 90퍼센트는 더 복잡한 이유가 숨어있거든요.
버프점요
16/05/08 16:06
수정 아이콘
스웨덴은 상속세 대신에 매년 거액의 기부를 하는걸로 퉁친걸로 압니다. 공개되있어서 기부금은 투명하게 운영된다네요. 사회적 합의가 된거죠
santacroce
16/05/08 16:08
수정 아이콘
스웨덴은 선진국에서 사적 기부가 가장 낮은 나라에 속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적 기부를 사민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봤던 것 같습니다. 60년대 렌-메이드네르 모델 시기에는 대기업의 고용보장이라는 합의가 있긴 했으나 80년대를 지나 90년대 들어서는 그렇지도 못합니다.
santacroce
16/05/08 16:18
수정 아이콘
생각해 보니 발렌베리 가문이 기업을 통제하는 수단인 재단에 출연(또는 귀속)하는 돈을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직접 소유에 따른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것으로 순수한 기부와는 거리가 있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16/05/08 16:23
수정 아이콘
독일이나 북유럽은 빌 게이츠 같이 개인재산 기부하는 것을 과시하는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습니다. 세금을 많이 내서 국가가 분배해야지 왜 개인이 그 짓거리하느냐 이거죠.

미국의 팁문화도 이해 못 합니다. 고용주가 생계를 꾸릴 적절한 임금을 줘야지 왜 레스토랑은 최저임금 적용 예외이고 손님이 고용주가 지급할 임금을 대신 주느냐 이거죠.
달과별
16/05/09 03:22
수정 아이콘
이것도 주별로 달라서 캘리나 뉴욕같은 경우는 10불 최저시급에 추가로 팁이 붙어 독일이나 북유럽보다 꽤나 더 많은 소득이 들어올겁니다. '조삼모사'스러운 팁 문화는 없어지는게 낫지 않나 싶긴 합니다. 북미의 경우 외식 기본 가격이 유럽이나 오세아니아에 비해 상당히 저렴한데 이게 결국 팁 붙이면 비슷하게 되죠.

그런데 '그냥' 팁 문화 자체는 나쁘다고 보지 않습니다. 전 독일이나 북유럽에서도 항상 팁 줍니다. 아니, 동아시아/오세아니아를 제외한 전세계에서 그렇게 합니다. 일본에선 거부감이 상당하더군요. 그들의 소득이 뻔할 뻔자인걸 알기 때문입니다. 단지 북미에서처럼 가격의 퍼센테이지를 따져서 주지 않고 거스름돈을 안 받는 것으로 끝내게 되서 편하죠.
마브라브
16/05/08 17:10
수정 아이콘
추측이지만 사실 가장 원초적인 감정으로 스웨덴 국민들은 개개인 대다수가 우린 다른 나라보다 잘 산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겁니다. 그리고 발렌베리 가문은 일종의 왕족처럼 스웨덴을 상징하고 특별한 취급을 하기에 비교하지 않는 다른 존재로 여기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나라같은 경우는 선진국과 비교하며 컴플렉스를 느끼고 국내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이 돈을 낳는다 등등 이런 차이를 자극하니...ㅠㅠ

클린함이 어느 정도인진 모르지만 북유럽이 정치, 도덕성, 경제등의 부패지수에서 좋은 쪽으로 상위권을 차지하니 가문독점이라도 일반적으로 납득될만한 정도이지 않을까 합니다. 근데 나라를 좌지우지할정도면 굳이 부정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보다 자기들 입맛에 맞게 법률을 개정하지 않을까요...?
16/05/08 23:47
수정 아이콘
계층간 이동을 막으면서 노동자들에게는 적절한 복지를 제공함으로서 불만을 무마시킨다...
왠지 자본주의의 최종진화형 느낌이 드네요.
페마나도
16/05/09 04:29
수정 아이콘
"현재 발렌베리 가문의 재산은 2,500억 유로(2,700억 달러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
여기 0 하나 더 붙이신 것 아닐까요?

월마트 창시자 가족 Walton가가 1500억 달라 정도이고
빌게이츠가 792억 달라 정도 인것으로 아는데
Wallenberg가가 아무리 스웨덴을 경제의 큰 파이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2500억 유로는 아닐 것 같습니다.
참고로 스웨덴의 경제 규모의 2배가 넘는 멕시코 경제의 엄청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칼로스 슬림도 729억 달란데요.
santacroce
16/05/09 07:02
수정 아이콘
확인해 보고 수정하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힙니다.
두꺼비
16/05/09 15:33
수정 아이콘
연관 경제규모 총계인 듯 하네요..

http://t.co/bxqsi66aFa
santacroce
16/05/09 16:11
수정 아이콘
통제 범위 돈인데 제가 옮겨오면서 재산으로 썼네요. 수정하였습니다. 두분 모두 감사합니다.
페마나도
16/05/10 02:19
수정 아이콘
2013년 기준 sweden GDP가 5800억 달라니...
Wallenberg가 가지고 있는 회사의 총가치가 2500억 유로면
그냥 대입하긴 그래도 자국 GDP의 50%라니 장난 아니긴 하네요.
정말 Sweden에서 왕 같은 느낌일 것 같은데요.
16/05/13 09:25
수정 아이콘
회계투명성 같은것도 국제적으로 순위 매기면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 휩쓸더군요. 애초에 기업경영을 투명하게 정당하게 하느냐는 기업이 민주적으로 통제를 받느냐에 달려있지 지배구조와는 전혀 무관한거 같아요. 어차피 기업은 누군가의 소유일뿐인데 일개 가문이 소유하든 다수의 주주들이 소유하든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어차피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할걸요. 경제학자 장하준 말대로 민주적인 통제에 있어선 오히려 족벌체제가 훨씬 유리한 면이 있는거 같음

근데 노르웨이는 참 신기한거 같네요. 자산지니계수도 노르웨이는 낮던데 상속부자 비율도 낮네요. 진짜 기이한 나라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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