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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04/16 00:25:17
Name 王天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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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스포] 폴링 보고 왔습니다.


- 영화는 리디아와 애비가 재회의 장소로 정하는 호숫가 나무의 장면으로 시작한다. Wordsworth의 시를 읽는 나레이션이 이어지다가 여자의 신음소리가 섞인다. 섹슈얼리티가 자연, 그대로 있는 무언가에 침범한다. 고요하던 호수의 장면은 삐걱거리는 차로 전환된다.

- 사춘기의 섹슈얼리티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아이와 어른의 경계를 구분짓는 행위이고 한번 경험한 섹슈얼리티는 아이로서의 상태를 영영 깨트린다. 영화 속에서 리디아와 애비는 섹슈얼한 경험의 유무로 대비된다. 애비는 남자가 차를 가지고 있었기에 섹스를 했다고 말하고 리디아는 여기에 실망을 감추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대비는 캐릭터 상에서 멈출 뿐 이들의 관계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 애비는 섹스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단지 욕망에 솔직하다. 영화 상에서 애비의 섹스는 그 자체라기보다는 오히려 나는 이만큼이나 어른이 되었고 너희들은 아직 섹스를 모른다 - 는 과시용 도구로써의 느낌이 강하다. 애비의 섹스는 늘 리디아가 청자로 있을 때 드러난다.

- 애비는 치마를 짧게 입었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공개적으로 지적당한다. 그러나 애비는 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반에서 기성세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반항하는 존재인데 이후의 상황과 연관지어 보면 애비의 반항은 "아름다고 매력적인 젊은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늙은 담임 선생님에게 뽐내며 괄시하는 것에 가깝다. 애비는 선생님을 깔본다. 이런 애비를 다른 아이들은 선망의 눈길로 쳐다본다.

- 애비는 워즈워스의 시를 암송한다. (나중에 나오는 장면으로 보면 이는 일종의 벌이다) 매혹적인 내용을 읽을 때 애비의 목소리가 너무 단호하다고 선생님에게 저지당한다.

- 애비와 리디아는 친구지만 센슈얼한 터치를 자주 보인다. 리디아는 애비의 귀에 숨을 불어넣으면 인사한다. 이 둘은 침대에서 부둥켜 안고 밀착해있다. 애비는 리디아에게 입술을 오므리게 하고 오럴 섹스를 연상시키는 행동을 손가락으로 한다. 애비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빤 리디아를 귀엽다는 듯 웃는다. 이들은 (아마도...) 화장실에서 탐폰을 착용하는 법을 이야기하고 리디아는 자신이 아직 처녀라고 이야기하며 둘 사이의 virginity의 유무를 다시 강조한다.

- 애비는 화장실에서 갑자기 구토를 하고 임신된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나 이 사실은 이 둘에게 큰 문제가 아니다. 이 둘은 자연스럽게 이를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이야기한다. 보통의 청소년들이 심각하게 여길 문제지만 이 둘에게는 그럴 수도 있는 해프닝 정도다. 이 둘은 미래를 심각하게 고민하거나 자신들의 정체성을 고민하지 않는다. 리디아는 낙태가 아주 간단한 일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애비는 그러려니 이야기한다.

- 영화에서는 과학 수업 도중 달걀을 공부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달걀을 깨트리고 학생들은 모두 신기해하며 구경한다. 여기서 수업 내용은 어떻게 달걀이 닭이 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애비는 후에 자신의 임신 상황을 달걀을 안에 품은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과학 수업 이후 달걀을 깨트리고 노른자를 휘저어 요리하고 이를 먹는 장면들이 나온다. 계란이 생명이라면 이는 낙태를 암시한다. 소녀들에게는 임신된 아이보다 자신이 더 소중하다. 계란이 세계라면 소녀들은 자신이 속한 세계를 가볍게 깨트릴 수 있다. 존재의 성장과 완성에서 계란은 닭이 되지 못하고 깨져서 변형된다.

- 영화는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발칙하게 떠든다. 애비가 임신한 사실을 리디아와 이아기하는 것이 그렇고 이후 화장실에 들어온 반 친구에게 비밀이라고허면서도 애비는 자랑스레 "임신했다"라고 말한다. 리디아네 집에 놀러가서도 애비는 리디아의 오빠, 케네스에게 이를 자연스레 말한다. 그리고 케네스는 여기에 놀라는 대신 자연스레 낙태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섹스를 암시하며 유혹한다. 이 영화에서 임신은 청소년기의 거대한 폭풍이나 어떤 분기점이 아니다. 좀 골치 아픈 일일 뿐이다. 애비와 케네스 리디아는 셋이서 춤을 추다가 케네스와 리디아 사이의 공기가 야해지고 리디아는 그 자리를 비켜준다. 리디아와 케네스는 섹스한다. 영화는 이를 암시하거나 리디아의 시선으로 처리하지 않고 이 둘을 직접적으로 비춘다.

- 리디아는 셋이 놀던 상황에서 소외된다. 자신이 받고 있던 관심을 애비에게 그리고 케네스에게 가로채인 셈이다. 동시에 자신의 친구인 애비를 자기 아닌 다른 사람에게 빼앗긴다. 이들의 우정이 섹슈얼한 함의를 띈다고 볼 때 애비와 오빠의 섹스는 리디아의 연인을 빼앗겼다고도 볼 수 있다. 아직 덜 자란 존재가 보다 성숙한 여자를 향한 선망과 질투를 하고 있기도 하다.

- 케네스가 애비와 섹스를 하던 중 리디아는 좁은 벽장 아래에 몸을 꾸겨넣고 있다. 애비는 리디아에게 다가와 옆에 앉을 때 바깥에 있는 애비의 공간은 훨씬 더 넓어보인다. 오빠와 섹스를 했으니 리디아의 분노는 당연해보이지만 영화는 이 둘의 갈등을 곧바로 풀어버린다. 보통 영화라면 갈등이 될 법한 상황을 이 영화는 내러티브를 진행시키는 원동력으로 쓰지 않는다. 애비와 리디아는 금새 이 전의 사이로 돌아간다.

-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던 중 애비는 케이크에서 쇠맛이 난다고 한다. 다른 친구가 임신했던 엄마가 똑같은 증상을 겪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들 모두는 애비의 비밀이 새어나간 걸 눈치챈다. 화장실에서 임신 이야기를 들었던 수잔이 머뭇거리며 해명한다. 애비의 임신은 타락이고 학급이라는 사회 속에서 배제되는 계기가 될 법도 하지만 영화는 애비를 피해자의 위치에, 반 친구들을 가해자의 위치에 놓지 않는다. 애비는 친구들에게 임신했다는 사실을 까발린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어쩔 수 없다는 식이다. 비밀을 가진 자는 비밀로 친구들의 우위에 선다. 밝혀진 비밀은 누구도 닿지 못한 영역의 정복이다. 애비는 학교라는 사회 속에서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다. 이런 애비를 아이들은 막연하게 동경한다.

- 그렇게 자신의 비밀을 자랑스레 밝히고 애비는 식당을 나가려 한다. 걷던 도중 현기증을 느끼고 잠시 탁상에 기대어 숨을 돌린다. 그리고 기절한다. 애비의 몸은 지면으로 떨어져내린다. 큰 소리가 나고 다른 아이들이 모두 쳐다본다. 이 영화에서 처음으로 나오는, 대중 속에서 한 개인의 추락이다.

- 방과 후 벌을 받기 전, 교실에 단 둘이 남은 리디아와 애비는 낙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리디아는 여전히 낙태가 쉬운 것처럼 이야기한다. 애비는 주저한다. 낙태에 대한 공포라기보다는, 이대로 어머니가 되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영화가 생명의 고결함 따위로 애비의 도덕적 개심을 그리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은 여전히 무책임하다. 애비의 뱃속에 있는 아이는 리디아에게 계란의 노른자 같은 것이다.애비는 한번 키워볼 수도 있지 않을까? 라며 출산을 시험해보려 한다. 애비에게 뱃속의 아이는 어머니로 거듭나는 계기가 아니라, 다른 학생들이 감히 엄두를 못내는 여성으로서의 성장이다. 아이를 가진 걸로 다른 학생에게 뽐냈다면, 그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는 증명으로 자신의 우월한 여성성을 뽐내는 것처럼 보인다.

- 애비와 리디아는 지각한 죄로 방과 후 남아 선생님이 준 레시피를 외울 것을 지시받는다. 애비에게 (그리고 워즈워스의 시를 읽곤 했던 리디아에게) 워즈워스의 시는 벌이 되지 못한다. 낭만과 매혹을 이야기하는 시를 청중 앞에서 읽는 것은 오히려 그를 돋보이게 만든다. 애비 안이 낭만과 숭배되는 존재로서의 승격을 돕기만 할 뿐이다. 레시피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아무런 낭만이 없다. (어머니의 상징처럼도 보인다) 학교라는 사회는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법"으로 규격 외의 애비라는 낭만적 존재를 제압하려 한다.

- 애비는 레시피를 외우던 도중 얼굴색이 파리해지고 메스꺼움을 호소한다. 선생님은 혀를 차다가 애비와 리디아를 집에 보낸다. (여성으로서의 성장통이 어머니로서의 반강제적 사회화를 막은 거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이 영화에서 그런 주체성에 관한 고민이 의도적으로 삽입되었는지는 아리송) 애비는 복도를 걷던 중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진다. 식당에서 일어난 현상의 재현이다. 리디아는 애비가 꾀병을 부리는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어서 일어나라고 보챈다. 애비는 코피를 흘리기 시작하고 발작을 일으킨다. 리디아는 그때서야 심각한 상황을 깨닫는다. 선생님을 부르고 구급차를 부르지만 애비는 죽는다.

- 여기서 영화는 애비의 죽음에 어떤 개연성도 부과하지 않는다. 아무 전조 없이 죽어서 뜬금없다는 느낌을 주는데, 이 영화의 서사는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불친절하고 갑작스럽다. 이는 "사춘기"라는 주제, 사춘기라는 특정 시기를 지닌 존재를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과도 일치한다. 영화는 구구절절히 납득시키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것처럼 소녀들의 성장은 갑작스럽게 진행된다. 애비가 죽었다는 것은 오로지 대사로만 처리되고 애비를 추모하는 어떤 장면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진짜로 죽은 것 같지도 않다.

- 리디아는 엄마에게 애비가 죽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유사딸을 밀어내고 자신의 딸 자리를 선언한다. 영화의 주축이었던 애비와 관찰자 입장이었던 리디아의 이야기는 이제 리디아 본인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여기서 영화는 역시나 불친절하게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애비를 향한 리디아의 상실감을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 리디아는 울거나 화내는 모습으로 애비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리디아는 애비의 계승자가 되어 리디아가 하던 반항을 하기 시작한다. 지각을 하고, 치마를 짧게 올려입고, 선생님에게 보란 듯이 대든다. 이것이 애비에 대한 학교의 탄압과 몰이해에 대한 분노인지도 명확하지 않다. 어쩃거나 리디아는 애비가 하던 짓을 하며 반 친구들의 주목을 모은다. 이제까지 "애비의 친구"였던 리디아는 영화 속에서 처음으로 주체적인 존재가 된다.

- 그렇게 반항을 하던 중 애비의 장면들이 빠르게 스쳐간다. 리디아는 현기증을 느끼고 쓰러진다. 애비가 식당에서 쓰러지던 것처럼 빙그르 돌더니 쓰러진다. 여기서 리디아가 애비의 증상을 이어받은 것인지, 아직 성적 경험이 없는 리디아가 혼자 그 증상을 재현한 최초 발현자인지는 알 수 없다. 리디아는 쓰러진다. 그리고 다음부터 이 증상은 리디아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계속 퍼져나간다.

- 최초의 감염자는 애비의 임신 소식을 엿듣게 되었던 수잔이다. 이 증상은 식당에서 애비의 임신 소식을 들었던 친구들에게 차례 차례 전염된다. 수잔이 이 증상을 먼저 보이며 쓰러진다. 다른 수업시간에는 낭독 도중 그웬이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진다. 영화 속에서 이들의 현기증 증상은 일부러 춤을 추며 일부러 쓰러지는 것처럼 표현된다. 영화 속에서는 이들의 증상이 진짜인지 모호하게 보여주려는 것이라면, 영화 밖에서는 "폴링"이라는 행위 자체가 춤과 같은 아름다움을 지녔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 여기서 리디아 일행이 보이는 "폴링"의 행위는 항상 사전에 떨림이나 미세한 경련을 동반한다. 이는 오르가즘을 느끼는 증상과 닮아있다. 이들의 얼굴은 고통과 쾌락을 구분짓기 어려운 표정을 짓고 있다. 모든 수축이 끝나면 이완된 상태로 몸이 무너져내린다. 여러 면에서 이들이 보여주는 "폴링"은 유사 오르가즘, 혹은 성행위 없는 오르가즘의 직접체험으로 보인다. 이는 애비가 이 전에 한 대사, "오르가즘은 프랑스어로는 small death라고 불려" 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오르가즘은 사춘기 여자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이들은 섹스를 하기에는 조숙한 존재로 사회에서 규정되기 때문이다. 애비가 죽고 난 이후 리디아 일행이 보이는 행위는 (폴링이 진짜건 아니건) 도발적인 추앙으로 보인다. 이들은 섹스 없이 애비가 도달한 쾌락의 경지로 초대된다.,이들의 오르가즘을 학교에서는 막을 길이 없다. 금기시되는 행위가 없이 금기로 여겨진 단계의 쾌락만을 얻어간다. 혹은 우상을 닮고자 하는 무의식적인 성장의 과정일수도 있다. 숭배시되는 존재가 사라졌지만, 그 존재가 머무르던 단계를 향한 집단적 변모가 발생한다.

- 오르가즘은 작은 죽음이다. 지고의 쾌락은 죽음과 맞닿아있다. 리디아 일행은 오르가즘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죽음을 갈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폴링"이라는 동작이 보여준다. 이들의 의식은 사라지고, 몸이 낙하한다. 사람이 죽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애비와 리디아가 체내의 생명에 대한 금기를 "낙태"로 깨부수고자 했다면 애비가 사라진 이후 이들은 자신의 생명을 가지고 금기에 도전한다. 생이라는 당연한 자연의 규율에 대한 이들의 반항이 "폴링"으로 나타난다.

- 학교에서는 이 증상을 믿지 않는다. 반항기 넘치는 아이들이 연극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미술선생 카론에게도 이 현상은 전염된다. 이 증상의 카테고리는 사춘기 소녀에서 "여자"로 확장한다. 그것은 단순히 성경험의 유무, 리디아에 대한 우상숭배가 아니라 성적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들에게 전염된다. 여자인 교장 선생님과 담임 선생님은 이 증상이 전이되지 않는다.

- 폴링을 경험하면서 리디아와 오빠 케네스 사이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리디아는 애비가 그랬던 것처럼 셔츠의 맨 윗단추를 풀고 다닌다. 케네스는 애비의 머리카락을 모아놨던 것을 리디아에게 보여준다. 둘은 침대에서 찰싹 붙고 케네스는 리디아의 가슴을 살짝 움켜쥔다. 리디아는 이를 거부하지 않는다. 둘의 입술이 거의 닿을 듯 하다가 어머니의 인기척에 떨어진다. 어머니는 이들 사이의 기류를 눈치채고 불편해한다. 리디아는 애비를 대신한다. 그리고 애비가 빼앗았던 자리를 차지한다. 케네스는 애비에게 느꼈던 감정을 리디아에게 투영한다. 금기를 비웃고 욕망을 우선하던 애비의 흔적이 이 남매 사이의 근친상간이라는 금기의 선을 건드린다.

- 전교생이 모인 곳에서 리디아가 발작을 시작한다. 교장 선생님은 이를 못본 척 하나 리디아 말고도 하나 둘 씩 쓰러지기 시작한다. 여기서 "폴링"은 그 명칭과 반대되는 형식으로 일어난다. 앉아있는 아이들이 먼저 일어나고 그 다음 쓰러진다. 모두가 앉아있는 가운데에서 일어나는 것은 개인의 선언이다. 리디아를 시작으로 다들 일어나고 빙그르 돌고 혹은 춤을 추듯 흐느적대다가 무너져 겹겹이 쌓인다. 카론 역시 연단 위에서 폴링을 경험하며 떤다. 교장 선생은 이 집단 발작을 더 이상 무시하지 못하고 폴링을 경험한 사람들을 입원시킨다.

- 병원에서 폴링을 경험한 아이들끼리 이야기를 나눈다. 리디아의 일행 중 이를 경험하지 못한 이는 딱 한명, 티치뿐이다. 티치는 교장선생님의 제재를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는 학교를 향한 친구들의 반감에 크게 동조하지 않는다. 폴링은 반항의 의미가 명확해진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이라기보다는 무의식적인 생체 반응에 가깝다. 폴링은 어떤 대상이 무언가를 주입하는 것에 대한 "반응"이다. 기존의 무언가가 있으면 그것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무너트린다. 리디아, 수잔, 다른 아이들 사이에서 폴링에 대한 의견은 분분해진다. 리디아는 이것이 실재하는 현상이라 믿지만 다른 아이들은 이를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리디아는 자신을 검사하는 의사 선생에게 조소와 혐오를 내비친다. 폴링을 "병리학적"으로 규명하려는 것은 기존의 관념을 기준으로 한 분류이면서 격리다.

- 아이들은 퇴원한다. 카론 선생은 미술실에서 리디아의 담임 선생과 폴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이 폴링을 경험할 때 영화는 굉장히 짧은 간격의 애비에 관한 회상이 삽입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담임 선생의 과거가 카론에게 스쳐지나간다. 담임 선생은 사람들이 자신을 수녀라고 비웃는 걸 알고 있지만, 사실 자신도 성적인 존재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스쳐지나가는 잔상이 카론에게 보여주는 것은 담임 선생이 과거에 낙태를 경험했을 거라는 장면들이다. 리디아와 애비의 낙태 모의는 단지 청소년기의 무지한 죄가 아니다. 이는 기성 세대들이 이미 저질러왔고, 알면서도 감춘 위선의 장면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꾸짖을 자격이 없는데도 답답한 도덕을 강요한다. 카론은 이에 소름끼쳐한다.

- 리디아는 학교에서 배제당하기 시작한다. 수업시간에 교실에 못들어오게 되고, 교장은 리디아와 가까이 지내지 못할 것을 명령한다. 왜냐하면 병원에서는 아이들에게 아무 신체적 이상이 없다는 의학적 소견을 말했기 때문이다. 리디아는 이 집단 소동의 주모자로 낙인찍힌다. 그리고 위에서부터 내려온 이 부당한 압제에 아이들은 하나 둘 찬동하고, 익숙해진다. 같이 폴링을 경험했던 아이들도 여기에 딱히 반항하지 않는다. 무의식적이고, 신비주의를 띈 반항은 그렇게 막힌다. 비정상은 배척되고 모든 시스템이 개개인을 정상이라는 이름 아래로 돌려놓으려고 한다. 리디아는 교장에게 퇴학을 권고받는다. 이에 억울한 리디아는 엄마에게 이를 밝히지만 엄마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리디아는 분노한다.

- 리디아는 아이들에게 폴링이 사실은 자신의 거짓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리디아 스스로도 폴링이 어떤 행위인지 헷갈려한다. 아이들은 폴링이 진짜였다고 항의한다. 이들 사이에서도 폴링의 진위는 뒤섞인다.

- 영화는 케네스가 이야기하는 흑마술, 별모양 목걸이를 통해 사춘기에 신비주의 속성을 부여한다. 이는 이성과 질서의 기성세대가 주도하는 세계와 반대된다. 오르가즘은 신비한 체험이고 죽음은 더더욱 신비한 세계다. 폴링 역시 의학이 설명할 수 없는 이성 너머의 체험이다. 아이들은 빙글빙글 돌며 리디아를 추모하는데 이는 종교적인 의식의 성격을 보인다. 종교적 색채에 집중하면 폴링은 자기 자신을 제물로 바치는 것처럼 보이는 동작이다. 그리고 그 제물이 향하는 대상은 살아있지 않은 자, 애비일 것이다.

- 리디아는 오빠인 케네스와 마침내 섹스한다. 이들은 애비가 죽기 전처럼 평범한 남매로서 티격태격하지 않는다. 이는 애비가 동침했던 상대방을 이어받는 하나의 계승식이다. 그리고 근친상간이라는 가장 큰 금기를 깨트리는 거대한 도발이다. 이는 사회적 금기인 동시에,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 안에서 근친을 통제하는 엄마를 향한 가장 강력한 반항의 수단이다. 리디아는 오빠와의 섹스를 통해 신비주의를 몸에 받아들인다. 폴링이라는 행위를 통해 개인 혼자로서의 성적각성을 이뤄냈다면, 오빠와의 섹스는 남성과의 결합을 통해 성적인 존재로서의 경험을 하고 미숙한 자신을 버리는 행위다. 엄마는 이를 발견하고 놀라 이들을 떼어낸다. 오빠는 집에서 쫓겨난다. 리디아는 "오빠였다는 걸 잠시 잊었다" 고 해명한다. 엄마는 이 변명에 기막혀한다. 그리고 처음으로 과거를 이야기한다. 리디아는 사실 정상적인 성적결합에 의해 만들어진 자식이 아니라 강간 비슷한 행위로 나온, 배다른 자식이다. 리디아는 왜 엄마가 자신에겐 그리 무뚝뚝하고 무관심한지 이해한다. 어른을 혐오하고 어머니를 미워하던 자신은, 사실 어른들의 잊혀진 과거를 상기시키는 또 다른 거울상이다. 사춘기 어른으로서의 성장통은, 금기를 깨트리고 죄책감을 느끼는 이들의 과거를 되살리며 이들이 사회 속에 편입되어 억지로 무시하고 살던 또 다른 자신의 상처다. 그 혐오는 결국 쌍방의 소통에 가까운 것이고 리디아는 미움 받을 수 밖에 없는 존재로서의 자신을 처음으로 마주한다.

- 리디아는 애비와의 영원한 우정을 함께 새긴 호수의 나무로 달려간다. 그곳은 자신의 이데아, 자신의 욕망, 질투의 대상, 친구의 흔적이 남은 곳이다. 리디아는 나무 위로 올라간다. 떨어질 수도 있는 곳이다. 어머니에게 원망의 말을 뱉은 후 리디아는 호수로 떨어진다. 가장 극적인 폴링이다. 거기에는 더 이상 오르가즘처럼 보이는 쾌락이 존재하지 않는다. 죽음의 두려움과 차가움만이 깔린다. 리디아는 마침내 떨어진다. 그리고 엄마는 호수로 뛰어들어 리디아를 건져내고 껴안으며 운다. 어른을 향한 경멸, 기성세대의 부정은 자신의 죽음을 전제로 한 세례 속에서 극복된다. 어머니와 리디아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가장 가까운 존재, 가장 멋있는 동세대 우상을 떠나보내고, 자신도 죽을 뻔한 끝에 어른은 과거의 과오를, 아이는 현재의 혐오를 극복한다. 떨어진다는 행위는 죽음과 자기 부정으로 귀결되고, 사춘기 존재는 부활한다. 동경이 품은 흐릿한 추앙보다 더 선명한 죽음이 사춘기 존재를 성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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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담스
16/04/16 18:57
수정 아이콘
근데 이렇게 도배하듯이 글 여러개 올려도 되나요?
개인 블로그도 아니고..
yangjyess
16/04/18 09:16
수정 아이콘
많은 노력과 성의가 들어간 글이라 생각합니다. 어디가서 이만한 영화감상 읽기 힘들거 같은데 도배는 이런 식으로 하는게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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