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소설을 좋아합니다.

20대 초만 하더라도 만화나 애니, 대중문학, 영화, 연극 가리지 않고 봤지만 시간이 가고 나이를 먹으면서 장르 소설을 가장 많이 보게 되더군요. 만화, 대중문학, 영화도 다 여전히 좋아합니다. 다만 여러가지로 제약이 생기더군요. 만화는 그 대상 층이 성인보단 10~20대 초반을 위주로 나오는 작품들이 많기 때문에 가리게 되고, 영화는 일을 하다 보니(지금은 백수지만;) 여건이 안되서, 대중문학을 비롯한 순문학은 헬조선에서 치이다보니 스트레스 받은 상태에서 읽으면 안 그래도 열 받은 머리 더 열받아서...;;

결국 장소에 제약이 적고 재미를 최고로 치면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작품에 따라선 유머러스하거나 대리 만족도 가능한 장르 소설 위주로 보게 되더군요. 거기다 최근엔 유료 연재다 이북이다 해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틈틈히 볼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장르소설을 보게 되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해외 작가 국내 작가 가리지 않고 봅니다. 장르도 편식하지 않고 두루두루 봅니다. 판타지, 무협, 추리, sf, 호러, 퓨전, 라노벨...그나마 남자라는 성정체성이 확고하기에 로맨스는 안 보는 편입니다만....최근엔 국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장르 소설 원탑은 로맨스이고 잘 쓴 로맨스는 남자들이 봐도 괜찮다 싶은 게 많다는 소리를 들어서 요즘엔 로맨스 쪽도 기웃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야밤에 잠도 안 오고 딱히 눈에 들어오는 것도 안와서 여태까지 제가 읽었던 장르 소설들 중 좋아하게 된 국내 작가(해외 작가를 포함시키면 너무 많아서;)에 대해서 소개하고 나름 개인적으로 느끼는 작가에 대한 감상이랄까? 생각에 관한 짧은 썰을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판타지>



1.이영도

한국에서 장르 소설을 논할 때 그 상징성 면에서나 재미 면에서나 언급 안할 수가 없죠. 제가 처음 접한 장르소설인 드래곤 라자의 작가이자 장르소설에 관심을 갖게 만든 장본인입니다. 드래곤 라자, 눈물을 마시는 새 등이 대표작이며 책의 판매량이나 팬덤 등은 다른 장르소설 작가들에 비해 독보적입니다. 글의 깊이와 흥미로운 설정들 덕분에 몇 번 봐도 새롭고 한국에서 오독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르소설 작가분 중 하나입니다(칭찬입니다!)

관념의 물화라던가, 좀 심하게 말하면 개똥철학(;)이라든가 하는 걸로 많이 비판 받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 부분에 호의적이고 이영도라는 작가만의 개성이라고 보는 분들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관념의 물화가 이야기와 적절히 융합됐다고 보는 드래곤 라자와 눈물을 마시는 새는 3번 이상 읽었고, 굉장히 심화되었다고 보는 퓨처 워커나 폴라리스 랩소디, 피를 마시는 새는 2번 이상 읽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관념의 물화를 좋아하지 않는 입장인 걸로...;  

물론 이런 것들 다 떼어 놓고 이야기만 놓고 보더라도 그 재미는 최고 수준이라고 봅니다. 이 작가의 진정한 문제는 근 8년 가까이 신작을 안 내놓고 있다는 것 정도?



2.전민희

룬의 아이들, 세월의 돌, 최근엔 아키에이지 연작 소설을 쓰는 둥 이영도 작가와 함께 한국 판타지 장르계에서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는 여성 작가분입니다. 여성다운 섬세한 문장과 작가 만의 특성 있는 세계관 등이 특징이죠. 독자층을 남녀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도 이 작가분의 강점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 외에 외적으로 눈 여겨볼 것이 있다면 일본에서 여태까지 한국 작가들 중 가장 많은 책을 판 소설 작가(대중소설 포함!)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는 점.

개인적으로 룬의 아이들 윈터러는 한국 판타지 및 장르계 포함, 해외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을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룬의 아이들과 아키에이지 모두 게임과 연동된 소설이고 따라서 그 대단한 판매량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물론 그에 상관없이 소설 자체만 놓고 봐도 충분히 재밌고 볼만합니다. 한국에서 이 정도 쓰는 작가분이 많지 않기도 하고...


3.임경배

카르세아린, 권왕전생 등등의 작품을 쓰신 작가분입니다. 한국 판타지 계에서 소드 마스터, 용의 유희 등의 개념을 널리 전파하신 분이죠. 개인적으론 한국 판타지 계에 끼친 영향이 이영도님보다 더 강하다고 보고 있는 분입니다. 물론 최근 들어선 소드 마스터라는 개념 자체가 묻힌 감이 있지만....아무튼 최근엔 네이버 웹소설에서 <이계진입 리로리드>을 연재하고 계십니다.

가장 제 취향에 맞는 글을 쓰시는 분입니다. 인터넷 연재에 가장 적합한 문장에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저는 평하고 있습니다. 개그와 이야기의 퀼리티 둘 다 놓치지 않는 작가 분입니다. 그리고 유머러스한 문체와 달리 이야기 자체는 진지하고 시리어스한 부분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론 권왕전생을 최고로 치고 또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는데, 대여점에서 큰 빛을 보지 못하고(물론 21권까지 나왔으니 나름 성공한 편이지만)묻힌 이 권왕전생을 지금 유료 연재 생태계에서 연재했다면 더욱 많은 인기를 끌고 돈도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더 많이 버시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이 분의 글들은 취향만 맞다면 가볍게 낄낄거리면서 보기엔 최고라고 평가합니다!


4.윤현승

하얀늑대들, 라크리모사, 뫼신사냥꾼 등등의 작품을 쓰신 작가 분입니다. 이 분을 호의적으로 평가하시는 분들은 이 분과 함께 이영도, 전민희님을 한국 판소계의 3대장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3대장 중 이영도, 전민희까지는 대부분 고정인데 나머지 한 분은 의견이 분분하죠, 이우혁, 홍정훈, 윤현승 님 등등;;)

이름만 보고 충분히 믿고 사서 볼 수 있는 작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얀늑대들, 라크리모사, 더스크워치 3연타는 그 당시에 정말 재밌게 봤습니다. 하얀늑대들 같은 경우는 원본과 1,2개정판을 모두 구입했을 정도입니다. 특히 뫼신사냥꾼은 보기 드문 한국형 판타지로써 1,2부를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만약 3부까지 제대로 결말지어졌다면 저도 과감없이 한국 판타지 계의 3대장에 포함시킬 생각도 있었습니다만...

아쉽게도 뫼신사냥꾼 3부가 너무 용두사미였고 단권인 살해하는 운명카드도 그닥이라 보류했습니다(?) 아무튼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계셔서 지금도 손꼽히지만 앞날이 더욱 기대되는 작가분입니다.


5.홍정훈

더 로그, 월야환담 채월야, 발틴 사가 등등의 작품을 내놓았지요. 굉장히 다작가이십니다. 글 쓰는 속도도 무척 빠르셔서 낸 책의 권수만 따지면 200권은 족히 넘기지 않을까....월야환담 채월야는 그 수준을 논하기 전에 분명 판타지 계에 상징적으로 남을 작품이고, 발틴사가나 아키 블레이드처럼 크게 흥하진 못했지만 자기만의 세계관도 꾸준히 구축하고 계신 작가분입니다.

저는 이분의 전성기 시절 쓰였던 채월야보단 발틴 사가와 아키 블레이드를 더 높이 칩니다만...발틴 사가는 판매량의 부재와 세계관을 묘사하는 작가의 기량부족(팬분들은 이런 제 의견을 부정하고 화를 내실 수도 있겠지만...;)때문에, 아키 블레이드는 외적인 문제(넥스 비전 및 표지....)때문에 빛을 많이 보지 못했지요. 개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후 내놓은 작품들은 문장이나 기교 면에서 훨씬 능숙하고 부드러워졌습니다만....다작 때문인지, 아니면 작가의 재능이 빛이 다한 건지 재미라는 측면에선 예전만 못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아니면 작가 분의 글은 그대로인데 제가 성장했거나..아무튼 좋은 징조는 아니겠지요.

좀 더 차분하게 한 작품에만 몰두해서 쓰신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글들을 써내실 가능성이 충만한 작가 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여건이 안 받쳐주는 것 같아 좀 아쉬운 작가분입니다.


6. 이우혁

여기에 넣을까 말까 하다가 더 이상 판타지에서 넣을 작가 분이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쑤셔넣기(;;)로 했습니다. 퇴마록, 왜란종결자, 치우천왕기, 바이퍼케이션 등등 쓰신 작가분입니다. 퇴마록이야 전설 아닌 레전드이고 왜란종결자도 100만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셀러입니다. 치우천왕기도 전작들엔 못하지만 그래도 역시 인기가 많은 소설이었고요.

다만 최근 들어서 많이 지적받았던 문장이 깔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개정판으로 나온 퇴마록이나 왜란종결자는 오히려 독자들에게 그때의 맛이 나지 않거나 멀쩡한 이야기를 더 이상하게 바꿨다(;)면서 혹평을 받았고 바이퍼케이션은 후속작이자 연작들이 더 나와봐야 알겠지만 퇴마록이나 왜란종결자 급의 쫄깃한 맛은 분명 없었습니다. 쾌자풍은 솔직히 최악이었고요...또 환빠 때문에 이래저래 많은 구설수가 있었기도 했습니다.

다만 여러가지 혹평에도 불구하고 이 분이 뛰어난 이야기꾼이고 독자들에게 최상급의 재미를 준다는 점은 아마 대부분 부정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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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부분과 기타 장르 작가분들은 나중에 반응이 괜찮거나 제가 내킬 때 다시 올리겠습니다!

사실 정말 소개하고 썰을 풀고 싶었던 장르 분야는 무협(좌백님이라던가, 풍종호님, 설봉님이라던가....;)이었는데 간단하게 넘어가려 했던 판타지 편에서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렸네요.

최근 들어 스마트폰과 유료 연재 덕분에 고사 직전의 장르문학이 부활, 아니 예전보다 더 시장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억대 연봉을 받는 장르 작가 분들도 생겨날 정도로 파이가 커졌고 여기저기 공모전도 많이 열더군요. 네이버나 레진 같은 대기업(?)들도 가능성을 보고 진출하고 있고....시장이 무너짐에 따라 키보드를 꺾었던(;) 좋은 작가분들도 많이 돌아오시는 것 같습니다. 장르 소설을 좋아하는 일개 독자로써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고 앞으로 더욱 발전해서 단순 재미뿐만이 아니라 작품성도 인정받는 작가와 소설이 많이 생겼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