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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12 15:02:34
Name 김제피
Subject [일반] 살벌한 자본주의에서 일하는 법
수능을 앞두고 할아버지의 팔순잔치를 위해 시골로 나섰다. 지루함을 어떻게 버티나 고민하던 중에 할아버지 팔순을 기념해 마을 어르신들이 직접 돼지를 잡는다는 말을 들었다.

동물을 직접 잡는다는 말에 기대반, 호기심반 구경을 나섰다. 일은 거기서 생겼다. 이장님께서 내게 직접 돼지를 잡아보라고 하셨기 때문이다. 곧 어른이 되고, 남자라면 무릇 직접 짐승 한 마리 정도는 잡아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아니 이장님 남자라면이라니요. 그 무슨 성차별적인 발언이십니까."

"게다가 원시시대도 아니고, 제가 굳이 돼지를, 아니 그보다는 제가 아마존으로 메피스토는 수없이 도살했지만 돼지는 아직…"

101가지 변명이 떠올랐으나 뜻하지 않게 디아블로에서 보던 도살용 칼을 쥐고 돼지 앞에 섰다. 사지가 붙들려 묶여있던 돼지는 나를 올려다 보려는지 연신 꿀꿀거렸다. 곧 돼지의 머리에 푸대자루가 씌워졌다.

그리고 그 날, 처음으로 나만한 크기의 동물을 살생했다. 고작 먹기 위해 죽였다. 목을 파고 든 칼 끝에서 생소하다 못해 이질적인 감촉이 밀려들었다. 뭐랄까, 살면서 다신 느껴선 안 될 것 같은 촉감이었다. 정확히, 생명을 앗아가는 그런 촉감.

이윽고 문학책에나 나오던 표현인 줄 알았던 돼지 멱 따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돼지는 온 몸을 비틀며 버둥거렸다. 손발이 의지와 무관하게 후들거렸다. 하마터면 목에 꼽힌 칼을 놓칠 뻔 했다. 눈 앞이 뿌옇게 변하고 눈알이 팽팽 돌았다. 칼을 깊숙히 찔러야 고통 없이 죽는다던 이장님의 충고따위는 이미 기억에서 지워진지 오래였다. 그렇게나 환장하던 돼지 고기를 그 날 한 입도 먹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숭고한 노동이었을, 도축의 과정이 내겐 전율스러운 경험으로 다가왔다.

도축, 알고는 있지만 생각해보지도, 경험해 볼 거라고 여기지 않았던 단어. 왜일까.

사 먹으면 되니까.

깊이 고민할 것 없다. 자본은 삶을 편하게 만들어준다. 자본은 고기를 소비하려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모든 과정을 대신해준다. 돼지고기에 환장하는 나를 위해 돼지를 대신 길러주고, 죽여주고, 옮겨주고, 원하는 크기로 썰어주며 심지어 요리도 해준다.

그런데 말이다. 이 편리함이 사람들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만든다.

"돈을 써서 원하는 무언가를 얻고 (딱히 하고 싶진 않으나)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일한다"

그래서인지 TV광고에서는 "부자되세요 "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나오고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나타낸다는 카피에 위화감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자본으로 인해 인간과 노동 사이에 존재했던 다양한 삶의 스펙트럼은 사라졌다. 자본 말고는 주변 이들을 인정하고 존경할만한 소재도 많이 사라졌다.

그냥, 네가 무슨 일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나보다 돈 많아서 빡치고 부럽지만) 고급 세단에 50평대 아파트라니. 성공했구나, 한다.

그런 자본의 도시 속에서, 단지 입 속에 정육된 고기를 먹는 일에만 몰두했던 나는 죽기 전 마지막 숨을 몰아쉬는 돼지 앞에서 무력했다.

자본은 당장의 삶과 관련 없는 모든 것들에 대한 무관심을 강요한다. 누군가의 파업과 시위가 단지 불편하고 나와는 관계 없는 일로 치부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지 않기 위해 열심히 자본을 모으는 일에 몰두하게 한다. 궁극적으로 나의 삶을 위해 필요한 노동을 제외한 모든 것들에서 분리시킨다. 이 얼마나 명료하고 단순한 삶의 방식인가!

사실 돼지를 도축하기 전부터 난 이미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먹어왔다. 다시 말하면 한 해에도 수 십 번씩 돼지와 닭을 죽여왔다. 식탁 위의 고기를 먹기까지의 과정들은 예상할 수 있지만 관심은 없는 일이었다. 정확히는 나와 무관한 일이었다.

천만에. 착각하고 있었다.

돼지를 잡으며 바들대며 떨었던 모습과 방 한구석에서 느꼈던 끝 모를 죄책감의 본질은 다름 아닌 자본에 가려졌던 위선이었다. 교양과목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노동을 직접 경험해본다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내 앞에 상품으로 나타나기 이전에 누군가와 그의 노동을 때때로 상상해보고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버는 것과 쓰는 것만이 존재하는 이 극단의 시대에서 한 줌의 인간성을 잃지 않는 활로일 것이다.  

근데 친구들한테 돼지 잡아봤다고 하면 구라치지 말라고 한다. 내가 열불이 뻗쳐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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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산바라기
15/06/12 15:06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5/06/12 15:06
수정 아이콘
글 잘쓰시네요 잘읽었습니다.
15/06/12 15:07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낼 점심에는 냉동실에 꽁꽁 얼어있늠 봄에 캔 쑥 꺼내서 어머니랑 쑥국이라도 끓여먹고 싶어지네요.
F.Nietzsche
15/06/12 15:11
수정 아이콘
타블로의 도르 '출처' 추천 드립니다. 이 글과 비슷한 고민이 들어있는 노래에요.
김제피
15/06/12 15:58
수정 아이콘
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F.Nietzsche
15/06/12 16:00
수정 아이콘
노래요ㅠ
김제피
15/06/12 16:06
수정 아이콘
죄송합니다 ㅠ 회사 몰래 피잘러인지라. 용서하세요 으헝.
birkenau
15/06/12 15:14
수정 아이콘
수백마리의 광어를 잡은 사람으로써 동감합니다.
엑스밴드
15/06/12 15:18
수정 아이콘
잘 봤습니다. 어릴 때 돼지잡던 모습을 구경한 기억하고 만화 '은수저'가 생각나네요.
김제피
15/06/12 16:09
수정 아이콘
덧글에 두 번이나 언급됐네요. 아직 보지 못한 만화인데, 찾아봐야겠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절름발이이리
15/06/12 15:36
수정 아이콘
본질적으로 분업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란 점에서 자본주의때문이다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out of sight out of mind라는 평범한 인간의 본성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사실 현 시대는 도축과 같은 영역에선 눈을 돌리지만, 또 동시에 과거시대에는 일절 관심도 없던 인권이나 세계 정세나 희귀종 보호 따위를 신경쓰는 시대기도 하니까요.
김제피
15/06/12 16:01
수정 아이콘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그 본성이라는 영역에 자본주의가 확실한 뽐뿌질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15/06/12 15:37
수정 아이콘
언젠가 한번 직접 돼지나 소를 잡는 걸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가축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해서
아이러니 하지만 언제나 최대한 맛있게 먹는 것이 그 미안함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제피
15/06/12 16:02
수정 아이콘
먹히기 위해 태어난 짐승들을 위해 최대한 맛있게 먹는 것이 예의, 라는 말에 격렬하게 동감합니다.
한량남푠
15/06/13 09:23
수정 아이콘
생각을 펼쳐보시길 바라며 추천해 드립니다.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매년 진행하는 "내 손으로 만드는 햄, 베이컨, 소시지 만들기" 강좌입니다.
http://www.refarm.org/board/notice2/view/37771
http://www.refarm.org/edu/view/240
http://www.refarm.org/edu/view/349

글쓴이와 유사한 경험을 했으나, 자발적으로 찾아간 일이었기에 구라가 아님을 증명할 수 있는 사진을 찍어둘 정도의 여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일 맛본 감자탕 맛을 잊을 수가 없고, 여전히 수육은 최고의 저녁요리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냠냠냠....
한량남푠
15/06/13 09:26
수정 아이콘
올해 과정은 도축 과정을 생략했다고 하네요. 제가 경험했던 10년, 11년경에는 2마리 중 1마리는 현장에서 도축했었는데. 매년 변경사항이 있나봅니다.
김제피
15/06/16 16:09
수정 아이콘
헉, 이거 진짜 굉장하네요. 저 이거 꼭 해보겠습니다. 소시지와 햄 마니아인 제게 딱인 것 같습니다.
한량남푠
15/06/17 12:09
수정 아이콘
덕분에 저 역시 '가축', '식구' 와 같은 단어의 의미도 다시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햄, 소세지 만드는 법은 우리나라 장 담그는 방법이 지역별/집안별로 다른 것처럼 워낙 다양하니... 입에 딱 맞는 방식을 찾으시길요.
15/06/16 19:33
수정 아이콘
와 감사합니다. 피지알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서 좋네요!!!!!
한량남푠
15/06/17 12:10
수정 아이콘
저 역시~~!!
맘대로살리
15/06/12 15:40
수정 아이콘
이 글은오래전에 이글루스에서 봤는데, 제피님 본인이 오셨군요.
경제를 숫자로만 보고 배우는 사람들에게는 생각지 못한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제피
15/06/12 16:03
수정 아이콘
엇, 이글루스를 아시다니 반갑네요. 이거 참 오래 전에 썼던 글인데 이글루에서 다시 보고 수정해서 다시 올렸어요.
강동원
15/06/12 15:41
수정 아이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네녀석이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급 세단에 50평대 아파트라니, 성공했구나, 한다.'
라는 문구가 인상깊네요.

그래도 돼지고기는 마이쪙.
김제피
15/06/12 16:03
수정 아이콘
소돼닭은 진리죠.
쭈구리
15/06/12 16:20
수정 아이콘
어린왕자에 나오는 문구가 생각나네요.

그들에겐 "나는 십만 프랑 짜리 집을 보았어요." 라고 말해야 한다. 그때야 비로소 그들은 소릴 친다. "얼마나 아름다울까!"
우주모함
15/06/12 15:46
수정 아이콘
-네녀석이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급 세단에 50평대 아파트라니, 성공했구나, 한다-
가 이 글의 포인트군요.
LoNesoRA
15/06/12 15:56
수정 아이콘
좋은 글이긴 한데

님덕분에 제가 한동안 고기를 못막을것 같습니다.....?
김제피
15/06/12 16:04
수정 아이콘
헤헤, 금방 잊고 또 드시고 될 겁니다. 그 전보다 더 격렬하게 말입니다.
마루하
15/06/12 15:59
수정 아이콘
글의 감정선은 따라가면서 잘 읽었습니다.
분업과 자본주의를 연결시키기는 조금 부족하네요. 말씀하신 현상은 자본주의에 의해 극대화된 것이겠죠.
뭐 논설문이 아니니까요.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
김제피
15/06/12 16:05
수정 아이콘
뜨끔한 지적이네요. 오래 전에 썼던 글인데 다시 보면서 수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한 지식이 없어서 뭉뚱그려 비볐습니다. 크크.
가만히 손을 잡으
15/06/12 16:00
수정 아이콘
와우....대단한 경험을 하셨네요. 거기에 무언가 교훈도 있군요.
내 편의는 누군가의 희생혹은 친절(그 대가가 주어졌다고 하더라도.)덕분이죠.
Cliffhanger
15/06/12 16:06
수정 아이콘
은수저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죠. 저도 한번쯤은 직접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yangjyess
15/06/12 16:11
수정 아이콘
만화책 오늘부터 우리는에 비슷한 에피소드가 있죠 바베큐 파티를 갔는데 엄마가 모르고 고기를 안 챙겨 왔고 근처 농장에서 귀여운 아기돼지를 데려와 아들 이토에게 죽이라 하죠 이토는 에이 엄마 그렇게 잔인한 짓을 어떻게 해요 라고 거절하고 엄마는 정색을 하고 훈계합니다. 너가 매일 먹고 있는 그 고기는 무엇이냐 고기는 잘 먹으면서 죽이는건 잔인하다 말하는 사람보다는 우리가 힘없고 약한 동물의 희생으로 살아간다는 사실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하구요.결말은 이토의 친구 미츠하시가 몰래 돼지를 풀어주어 상황을 모면하지만.. (엄마는 미츠하시를 째려보면서도 '우리 아들은 좋은 친구를 뒀구나'하고 생각한다는... )
15/06/12 19:06
수정 아이콘
크크 아 다시 읽고싶어지네요. 정말 명작이죠.
바위처럼
15/06/12 16:12
수정 아이콘
마르크스의 자본론에서 화폐를 분석할 때 본문의 이야기가 나오죠. 물신숭배가 여기서 나오는거고.. 분업화된 노동과 노동가치의 화폐적 표현에 의해 사람들은 화폐를 지불하거나 얻음으로서 그 상품에 내재된 특수한 가치에 대해 모든 권리를 얻었다고 생각한다... 교환의 이면에 있는 화폐에 의한 특수한 효과들.. 생산자가 되어보는 경험은 중요하죠. 잘 읽었습니다.
김제피
15/06/12 16:32
수정 아이콘
동감합니다. 그리고 팬이에요. 헉헉.
바위처럼
15/06/12 16:34
수정 아이콘
앗 반갑습니다 저도 맑스 팬인데!
김제피
15/06/12 16:39
수정 아이콘
맑스 팬이기도 하지만, 덧글은 바위처럼님 팬이라는 뜻이었습니다. 지금 진지하게 제가, 바위처럼님의 팬이라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팬이에요. 헉헉.
바위처럼
15/06/12 16:55
수정 아이콘
헐 크크 저도 제피님 글 좋아합니당 예전에도 쓴 댓글이지만 자주 써주세요!
눈뜬세르피코
15/06/13 10:07
수정 아이콘
두분 예쁜 사랑 하세요♡
15/06/12 16:22
수정 아이콘
내 앞에 상품으로 나타나기 이전에 누군가의 노동의 모습을 상상하고 관심을 갖는 것, 그것이 버는 것과 쓰는 것만이 존재하는 이 극단의 시대에서 인간성을 잃지 않는 활로일 것이다.

두 번 세 번 곱씹으며 읽어보고 싶은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김제피
15/06/12 16:31
수정 아이콘
곱씹을 정도의 함량이 있는 글은 아닌데 감사합니다. 기분 좋네요.
15/06/12 16:35
수정 아이콘
"곧 어른이 되고, 남자라면 무릇 직접 짐승 한 마리 정도는 잡아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남자라는 단어만 빼면, 글쓴 분이 생각하신 바로 그 맥락에서 우리 사회의 모두에게 한번쯤 필요할 법한 경험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제피
15/06/12 16:40
수정 아이콘
정확합니다. 아마 그 때 당시 거기서 저를 구경(?)하시던 어르신들은 다 한 번씩 경험해보셨겠죠. 허허.
WeakandPowerless
15/06/12 16:39
수정 아이콘
노동으로부터 소외 됐다는 말로도 표현하죠(실업이 아니라). 윗분 말씀대로 헤겔의 소외 개념에서 그걸 발전적으로 가져와서 맑스가 자본론에 자본주의의 속성으로 설명하기도 한걸로 알고 있습니다. 분업이 먼저인가 자본주의가 먼저인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흔히 말하는 산업혁명 이후만을 자본주의라고 하기에도 애매한거 같아서요) 자본주의가 그런 경향을 가속화 한 건 맞다고 봐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덱스터모건
15/06/12 16:41
수정 아이콘
털만 뽑아놓은 닭하고 토막낸 닭하고 가격차이가 있죠. 인건비가 비싼 나라일수록 차이는 커집니다. 외국에서 지낼때 닭을 살때 마다 고민했던 시간이 떠오르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켈로그김
15/06/12 16:54
수정 아이콘
'인건비' 에 대한 이해를 하게되는거죠.
꼭 도축이 아니라고 해도, 인건비가 어떻게 발생되는지 '체감' 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수십만 마리의 닭 내장을 제거하고, 수천마리의 목을 치면서 "퇴근하고 치맥이나 먹어야지" 생각했네요 크크;;
15/06/12 17:13
수정 아이콘
뜬금 없지만 혹시 카오스 유저신가요?
김제피
15/06/12 17:51
수정 아이콘
뜬금 없지만 제가 아는 가넷인가요?
15/06/12 21:43
수정 아이콘
그런거 같네.. 세상 좁음
15/06/12 17:13
수정 아이콘
고급 세단에 50평 짜리 집에 살다니 성공했구나! 라는건 겉으로는 자본주의로 찌든 표현 같지만 사실 속으로는 점마 노력 많이 했나보구나 크 멋진놈 혹은 부럽네 시키 정도의 생각은 하지 않나요? 흐흐
먼 옛날에 맘모스를 잡던 원시인들을 생각해본다면.. 주거지 앞에 죽어있는 맘모스를 보고 우왕 저놈들 부족을 먹여 살릴 맘모스를 잡다니 성공했구나! 라고 하지 않았을까요.. 크크 그걸 잡기 위해 여러명이 죽고 끌고 오느라 죽는줄 알았다는 사실을 먼저 보려고 하진 않으니깐요.
자본주의 사회가 아니더라도 나는 없는데 남은 있네? 라는 태초 인류부터의 경쟁욕에서 오지 않았을까 마 그래 생각합니다.
...이렇게 써놓고 나니 맘모스를 가운데 놓고 다른 부족과 함께 추카추카 파티를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흐흐 그냥 감정선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다이어트 중이니 닭가슴살이나 먹어야겠습니다..
WoodyFam
15/06/12 17:47
수정 아이콘
명문이네요. 자주 집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마스터충달
15/06/12 18:03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15/06/12 18:12
수정 아이콘
돼지 잡는걸 본 적은 없고 잡는 소리 (돼지 멱따는 소리)는 들어봤습니다.
오래전이라 가물가물 하지만....상상을 초월한 소리였다고 기억하네요 ;;
글 재밌게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15/06/12 19:10
수정 아이콘
좋은 글입니다.
특히 끝에서 두번째 문단이 가슴을 찌르네요.
감사합니다:)
질보승천수
15/06/12 20:13
수정 아이콘
전쟁이나 살인 역시 비슷하죠.
칼로 죽이는 것보다 총으로 죽이는게 느낌이 덜하고 총으로 죽이는 것보다 버튼 누르는건 더 빠르고 쉽게 무감각해집니다.

다른 측면으로 생각해보자면 저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기에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게 맞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한국 사회에서는 그런 일을 하는건 공부 안한 사람이 하는거니 대우가 낮은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죠.

좀 다른 층위의 얘기지만 개인적으로 자본주의, 혹은 시징원리와 분업에는 도덕적 책임을 분산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구조가 방관자 효과에 취약하다고 생각함.
王天君
15/06/12 20:2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자본주의는 인격과 정신적 가치를 희미하게 만든다는 본문에 동감합니다.
그런데 뒤집어서 보면 자본이 인간을 도축의 고통에서 해방시켜줬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도축과 먹는다는 행위를 두고 생명 앞의 겸허함이 사라진 게 자본의 탓일까 라는 의문도 생깁니다.
사악군
15/06/12 21:42
수정 아이콘
전 자기 빨래, 설거지,화장실청소같은 걸 안해보는 요새 아이들에게서 비슷한 느낌을 받곤 합니다.
개돼지
15/06/13 00:52
수정 아이콘
5년간 기른 개, 15년간 기른 개를 잡아 먹어봤지만(전적으로 타의로) 인간은 정말 잔인한 거구나 생각해 봤지 이런 생각은 못했네요 잘 읽고갑니다.
이카루스테란
15/06/13 04:22
수정 아이콘
자본주의 문제라기 보다는 현대 사회가 분업화와 전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겠죠. 공산주의 사회에서도 돼지를 직접 잡진 않습니다만...근대로 넘어오면서 가정과 국가로만 이루어져 있던 사회가 가정-기업-국가로 변화되고 많은 국가와 가정의 기능이 기업으로 넘어갔습니다. 사회가 고도화되는 과정이죠.

예를 들면 교육은 원래 다 가정에서 하던 것이었는데 공교육이 탄생하면서 국가로 넘어갔고, 사교육의 발달과 함께 기업에서도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죠. 집에서 만들던 옷은 이제 99% 기업에서 만들고 있고요. 사람이 먹기 위해 동물과 식물을 기르는 과정은 이미 기업으로 분화되었고, 최근에는 조리의 과정도 상당 부분 기업에서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 자체가 나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기업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상업화를 동반하게 되고, 자본의 논리에 의해 기본적인 가치가 퇴색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우리들은 여기에 주의를 기울여야겠죠.
레이스티븐슨
15/06/13 07:36
수정 아이콘
본문에 동의합니다


멱따는거나
생의 잔재물을 치울때나
느낌이 쌔한건 마찬가집니다
피와 분변 생명의 사그라짐을 처음보고 말고는
익숙해짐의 문제죠


Ps. 한방에 멱을못따면 오함마가 동원되야하는데..
귀한경험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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