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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11 23:19:59
Name CoMbI CoLa
Subject [일반] 꼭 죽도록 아파야 약을 사먹고 병원을 가야하나요.
본 이야기는 메르스와 전혀 무관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례가 많았습니다. 특히 호흡기가 약해서 감기도 달고 살았고, 장도 안좋아 장염도 자주 걸렸죠. 그렇기에 약도 종류별로 상비해놓고 조금만 증상이 있으면 빨리 약을 먹고 치유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약국 약보다는 병원에서 처방한 약을 먹고요. (사실 감기는 약국약이 거의 내성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는 형이 한 명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형은 아파도 약국도 잘 안가고 병원은 정말 수술하는게 아니면 안찾아갑니다. 거의 10년째 알고 지냈는데, 마지막으로 제발로 병원을 간 것이 3년 전에 눈에 벌레가 들어가서 각막에 손상이 온 것 때문이었죠.

흔히 약을 자주 먹으면 내성이 생기고, 몸 자체의 면역력은 키우지 못해서 오히려 건강에 더 안 좋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실 저도 이 말이 맞다고 생각은 바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형이 저보다 면역력이 좋은가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환절기마다 감기에 걸리고, 알수없는 알러지 반응이 수시로 와서 1년 중에 절반 이상은 환자입니다. 그리고 때때로는 옆에서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상태가 심각합니다. 그정도로 심각해지면 그제서야 약국에 가서 약을 사 먹습니다. 당연히 초기에 먹었을 때에 비해 약값도, 약의 양도 훨씬 늘어납니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뭐만 먹으면 배가 아프다고 합니다. 물이나 미음에 가까운 죽은 괜찮지만 그 이상(사 먹는 죽도)을 먹으면 배가 쓰리고 땡긴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혹시 모르니 병원을 가보라 했더니, 이번에는 안 먹으면 안 아픈데 왜 병원을 가냐고 합니다. 그렇게 1주일 넘게 거의 금식을 하고 같이 밥을 먹는데 또 배가 아프답니다. 그래서 형이고 뭐고 버릇없지만 힘으로 병원을 끌고 갔습니다. 십이지장이 상처가 나서 헐었답니다. (위산 과다에 의한 것으로 추정)

서로 자주 했던 이야기지만 이번 기회에 또 하게 되었습니다. 어차피 나중에 약을 먹거나 병원을 가게 되는데 왜 미련하게 병을 키우냐고 물으면, 그 전까지는 견딜만 했다, 많이 아픈게 아닌데 왜 약을 사먹고 병원을 가냐고 대답을 합니다. 아픈건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 말이죠. 어쨌든 이런식의 주고받기가 대략 3년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개인이 가치관이고, 자기 몸 자기가 다루는 것이니 이해하고 존중하려 하지만 정말 친한 형이라 자꾸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 형에게서 저희 아버지의 모습도 조금씩 보이고 말이죠. (저희 아버지 아직 건강하십니다.)

아까 10시쯤에 통화를 했는데 또 정체불명의 알러지로 고생하고 있길래 글을 써봤습니다. 자게에 1000자가 넘는 글을 폰으로 쓰려니 정말 힘드네요.

내일은 즐거운 금요일, 물론 누군가에게는 목요일 같은 금요일지도 모르지만 다들 좋은 밤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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켈로그김
15/06/11 23:24
수정 아이콘
그냥 약리학 책 한 권만 봐도 지금보다는 고생 덜 할겁니다.
절름발이이리
15/06/11 23:24
수정 아이콘
병원 안가고 버티는 건 대부분은 쓸데없는 고집입니다.
최종병기캐리어
15/06/11 23:28
수정 아이콘
그냥 '아프면' 병원가세요. 의사도 아프면 약 먹습니다.

약먹으면 내성생긴다고 아픈데 약 안먹고 버티는건 미련한겁니다.
후후후무섭냐
15/06/11 23:33
수정 아이콘
김성모 화백의 만화 명대사 중에 가장 현실적으로 도움 되는 대사가 바로 '병원에 가면 나을 수 있어.' 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조금이라도 아프면 좀 유난스러워 보이더라도 무조건 병원에 갑니다. 병원.. 병원에 가면 나을 수 있어.. 현대 의학은 위대하다! 과학을 위하여!
전립선
15/06/12 00:04
수정 아이콘
"벼... 병원에 가면돼. 아무리 심하게 다쳐도 병원에 가면 금방 회복 될수있지."
극사실주의 만화가 김화백.
스무디킹
15/06/11 23:38
수정 아이콘
이상하게 적당히 아플땐
병원 문 들어서는 순간 아픈곳이 사라지는 기적이....
15/06/12 10:00
수정 아이콘
저만 그런거 아니죠?

병원 문에 지나면 1차 통증 완화, 의사 앞에 앉으면 완쾌가 되는 기적이....
스무디킹
15/06/12 12:19
수정 아이콘
네 크크
그리서 제가 병원을 잘 안가요 ㅜㅜ
15/06/12 00:47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에 있는 가치관이죠..
무슨 영향인지는 모르나 아파도 참고 힘들어도 버티는게 남자답고 멋있는 느낌이고 약 챙기고 조심하고 그러는 부분에는 매력이 안 느껴집니다.

예전에 먹고 살기 힘든 때 형성된 가치일 터이니 서서히 그런 행동들이 미련하다고 사람들이 생각하게끔 바뀌어 나가겠죠.
15/06/12 00:49
수정 아이콘
저희 와이프가 약 안먹고 이악물고 버티는 스타일인데...
지독한 몸살을 겪던 어느날 AAP 한알에 30분만에 씻은듯이 낫는 체험을 하시고
그뒤로 제 말은 잘 듣더라고요. 크크크크
오빠나추워
15/06/12 02:41
수정 아이콘
제가 어렸을때 부터 아파도 자연치유 하도록 놔뒀는데 성인이 된 이후로 1년에 한두번 아프고 그것마져도 하루이틀이면 병원안가고도 낫긴 하더라구요.

대한민국 병원은 감기에도 항생제 처방한다는 다큐를 본 기억이 나는데 뭐가 맞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움 그 뒤
15/06/12 10:06
수정 아이콘
답정너 다큐를 본겁니다.
한국에서는 감기에도 무조건 항생제를 처방한다는 답...
오빠나추워
15/06/12 16:28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짚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낭만토스
15/06/12 11:16
수정 아이콘
근데 그건 사회의 차이가 있죠

감기걸리면 푹 쉬세요가

유럽엔 통하지만 우리나라엔 안통해요

당장 내일 출근해야하는데

약을 어떻게 안 먹습니까 크크
오빠나추워
15/06/12 16:28
수정 아이콘
뭐 사회적인 요인도 분명히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조금 슬프군요. 그렇게 아프다면 병원가고 약 먹어야 겠지만 저는 그렇게 아파본적이 없어서... 다행이군요.
카오루
15/06/12 11:41
수정 아이콘
사소하게 아플때 푹쉬면 왠만하면 나아요
근데... 푹 쉴수 있으세요?사소하게 아픈데?
한국에서?이사회에서?
오빠나추워
15/06/12 16:31
수정 아이콘
제가 일상생활에 지장있을 정도로 아파 본적이 없어서... 한때는 운동중독으로 아파도 운동은 꼭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잘 낫긴 하더라구요. 푹쉬어야 할 정도로 아프다면 병원을 가야죠.
카푸치노
15/06/12 11:48
수정 아이콘
단순 감기에 항생제 처방하는 병원은 그렇게 많지 않아요.
일단 심사평가원에서 과잉치료로 삭감을 시키기 때문에..(치료받은 약 값의 일부는 환자가 부담하고 일부는 국가에서 줘야 하는데, 국가에서 과잉진료라고 판단하면 그 돈을 안줘요. 병원이 손해를 보게 됩니다.)
오빠나추워
15/06/12 16:35
수정 아이콘
몰랐던 부분에 대해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KamoneGIx
15/06/12 06:04
수정 아이콘
편두통이 심한데 편두통 심한사람들은 편두통 오기전에 특유의 입질이 옵니다. 이때 진통제를 먹으면 무사하게 지나갈수 있지만 약 안먹고 버텨야지 허세부리다 눈알빠질것 같은 고통까지 격으면서 머리빠개지는 고통을 느끼고 눈물 흘리며 약을 찾지만 이때 먹으면 잘 듣지도 않음 그냥 두통 심한사람들은 내성이다 뭐다 걱정같은 허세부리지 말고 진통제 먹읍시다 우선 안아프고 봐야지
흑마법사
15/06/12 07:12
수정 아이콘
약은 아플 때 먹으라고 있는 것이고 병원은 아플 때 가라고 있는 곳이죠. 제 주변에도 본문에서 말씀하신 형님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는데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아프면 본인만 고생이죠. 약 먹으면 내성 생기는게 걱정되서 당장 아파도 약을 먹지 않겠다는게 이해는 안 가지만요. 내성이라는게 약을 먹는다고 해서 한순간에 강해지는게 아닐텐데 말입니다.
ilo움움
15/06/12 08:58
수정 아이콘
가만있어도 하루면 엥간한건 나아서.. 근골이 안상하면 안갑니다..
15/06/12 09:11
수정 아이콘
견딜만 하면 안가고 일상상활에 지장이 있고 자꾸 신경쓰이면 갑니다
15/06/12 09:33
수정 아이콘
내성이 생기는건 항생제나 일부 마약성 진통제의 경우라고 알고있습니다.
물론 모든 약이 경우에 따라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나.. 드럽게 아픈것보단 낫다고 봅니다
15/06/12 10:00
수정 아이콘
병을 키우면 아픈거도 아픈건데, 돈이 더 들어요.
9th_avenue
15/06/12 10:31
수정 아이콘
자연치유력이 짱이면 예전 과거 평균수명은 훨씬 길겠군요!! 와아~힐링팩터 짱짱!!

일단 병원갑시다. 그것도 싫으면 약국이라도...
낭만토스
15/06/12 11:18
수정 아이콘
뭐 병원가고 약 먹어야한다는 것은 동의하지만

자연치유력 짱짱하고
평균수명은 큰 관계가 없죠(관계야 있겠지만)

위생이나 이런게 얼마나 차이나는데요
백신도 없고...
9th_avenue
15/06/12 11:37
수정 아이콘
걍 웃자고 농으로 던진겁니다.
유리한
15/06/12 15:32
수정 아이콘
근데 약 안먹고 버티는건 그렇다 치고,
위생이 쪄는 환경보다는 좀 지저분하게 사는게 건강한게 맞는건가요?
어렸을때는 흙장난좀 치고 살아야 한다거나 하는거요.

여러가지 항체 생성에 도움이 될 것같기는 합니다만..
15/06/12 16:15
수정 아이콘
정도껏이죠 정도껏. 흙장난을 치지만 흙탕물에 빠지기도 하지만 흙을 먹으면 안되는거고 집에와서는 싸악~ 씻어야죠.
적당히 나가 놀아야 건강해지는건 맞는 말입니다. 대신 엄청 추운데 옷 한장입고 놀거나 더운데 무리해서 햇빛 받으면서 놀면....
자루스
15/06/12 15:42
수정 아이콘
요즘 고민인 부분인데. 아이들 때문입니다.
답이 나름 나왔는데요.
병을 못 이기면 먹고, 이기면 안먹습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경험으로 추측합니다.
아이가 아프다고 양약을 자꾸 먹이면 정말 면역성이 떨어집니다. 더 자주 걸리게 됩니다.
다만 너무 어린경우에는 어쩔수 없이 먹이게 되죠.

돌도 안되었을때 막내가 평균 1달에 두번씩 입원해서요. 병원을 바꾸거나 해서 더 빨리 나아지기는 합니다만.
그후 병이 더 자주 걸리는 희안한 경험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아이가 잠을 못자고 힘들어도 낮에 뛰어놀게 하고 되도록 약은 안쓰는 쪽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과는 머 좋아요.
오빠나추워
15/06/12 16:41
수정 아이콘
저도 이게 좋다고 보는데 전문가들은 어떻게 느낄지 궁금하네요. 제가 이렇게 컸는데 병원가거나 약먹어야 할 정도로 아픈기억이 최근 10년간 없습니다. 아무래도 제 경험이 이렇다 보니 이쪽 의견에 쏠리는건 어쩔수 없나 봅니다.

마지막으로 죽도록 아팠던 기억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새벽에 응급실 가서 링겔 맞은거네요. 그리고 6학년 되서 포...경...아닙니다.
sway with me
15/06/13 09:24
수정 아이콘
'아이가 아프다고 양약을 자꾸 먹이면 정말 면역성이 떨어집니다. 더 자주 걸리게 됩니다.
다만 너무 어린 경우에는 어쩔수 없이 먹이게 되죠.'

'병원을 바꾸거나 해서 더 빨리 나아지기는 합니다만.'

진료를 하다보면 위와 같은 말을 참 자주 듣게 됩니다.
왜 많은 분들이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으신 걸까요?
의사로서 그런 믿음의 근거를 잘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혈액형과 성격 간의 관계에 대한 믿음과 비슷하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예를 들면 돌도 안 되었을 때, 즉 생후 6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부터는 아이는 엄마로부터 물려 받은 항체를 대부분 소진하게 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감염에 취약한 시기가 시작되지요. 더구나 그때부터 아이는 기어다니고, 서서 걸어다니게 되면서 스스로 탐색을 시작하면서 이것저것 입에 넣어보기도 하고, 먹어보기도 하고, 만지기도 하기 때문에 감염이 생길 확률이 더 높아져요.
따라서 그 시기부터 다양한 병에 자주 걸리게 된 것은 시기상으로는 크게 이상할 것이 없는 얘기입니다.
즉 그때 입원 치료를 했기 때문에 면역력이 약해져서 이후에 자주 병이 생긴 것이 아니라, 그 시기부터는 본래 감염병에 잘 걸리는 시기라는 것이지요. 오히려 생후 첫 몇 개월 정도보다도요.

병원을 바꾼다고 해서 바꾼 병원에 어떤 특별한 치료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현대 의학지식이라는 것은 표준적인 치료법에 대해서는 모두 공개되어 있는 지식이고, 따라서 일반적으로는 병원을 옮긴다고 해도 독특한 효과적인 치료를 다른 병원이 가지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소아에 흔히 걸리는 병에 대해서는 말이지요.
소아에 흔히 나타나는 질환들은 적절한 치료를 한 상태에서는 일정 시간이 경과한 후에 좋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말은 두 가지 뜻을 가지는데,
좋아지는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과, 대개는 결국 좋아진다는 뜻입니다.
요지는 병원을 돌아다니다보니 좋아진 것이 아니라, 병원을 돌아다니시는 동안 좋아질만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지요.
낭만토스
15/06/12 18:40
수정 아이콘
결과적으로 발가락 3개가 금이 갔는데
맨소래담 바르고 다음날 퉁퉁부은 발로
슬리퍼 끌면서 학교갔던 기억이 납니다

왜 그러셨어요 어머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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