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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6/06 01:18:18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예기치 못한(Unexpected)> - 예기치 못한 임신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 이 글은 영화 <예기치 못한>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를 통해 <예기치 못한>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예기치 못한>이 언젠가 꼭 정식수입이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폐교를 앞둔 고등학교의 교사 사만다 애벗(코비 스멀더스)은 어느 날 예기치 못한 소식을 듣게 된다. 그녀가 임신했다는 것이다. 아직 결혼도 못 했고, 새로운 직장도 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그녀는 임신소식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그리고 자신뿐만 아니라 학교의 우등생인 재스민(게일 빈)도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같은 상황에 처한 스승과 제자는 예기치 못한 임신을 맞아 서로를 의지하며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하지만 취업과 대학진학을 꿈꾸는 두 여자에게 임신은 꿈을 가로막는 현실의 장벽이 되어버리고 마는데...





임신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일전에 지인에게 여성에게 첫 경험이란 무엇이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분은 이에 대해 '공포'라고 대답하였다. 연애를 하다 보면 상대가 섹스를 요구할 것이고, 언젠가는 관계를 갖게 될 테지만 그 결과에 대한 책임, 임신에 대한 리스크를 짊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두려움이 앞선다고 하였다. 내가 섹스를 남성성의 증명이자 존재의 사명처럼 여겼던(후...) 20대 초반이었다면 이러한 생각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 공포에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덕분에 내 핸드폰에는 생리주기 어플이 깔려있고, 이제는 콘돔을 사는 것에 거리낌을 느끼지도 않는다. 임신은 더 이상 여성만의 공포가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남성에게도 임신은 두려워해야 하는 일이다.

<예기치 못한>은 사만다가 테스트기를 통해 임신 사실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처음에 사만다는 테스트기의 오작동을 의심하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아마도 임신을 맞이하는 대부분의 미혼 여성들의 반응이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임신을 받아들이는 사만다의 심경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같은 상황에 처해있거나 혹은 그 상황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렇게 혼란에 빠진 사만다를 다독여주는 것은 남자친구이자 동거남인 존(앤더스 홈)이다. 임신을 계기로 존은 사만다에게 청혼하고, 사만다는 "이런 식으로 청혼받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하면서도 그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예기치 못한 임신을 맞아 서로를 의지하고 다독여주는 사만다-존 커플의 모습은 임신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녹여내는 훈훈함을 선사한다.

하지만 임신이 언제나 훈훈할 수는 없는 법이다. 사만다와 존의 갑작스러운 임신과 결혼에 대해 친정엄마는 실망하는 기색을 내비친다. 게다가 입덧마저 심해져 수업시간에 구토를 하기도 한다. 임신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 무렵, 사만다는 학교의 우등생인 재스민의 임신소식을 듣게 된다. 재스민의 상황은 사만다보다 심각했다. 그녀는 아직 고등학생이고, 부모도 없고, 집안 형편도 넉넉하지 못했다. 그런 재스민에게 사만다는 입양이나 낙태의 다른 선택도 있다는 것을 말하지만, 재스민은 자신이 직접 아이를 키우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그리하여 '대학 입시를 앞둔 미혼모'라는 위기 상황에 맞서 사만다와 재스민은 의기투합하게 된다. 최악의 상황이라 생각되는 재스민의 임신이었지만, 그녀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만다의 존재 덕분에 안도할 수 있었다. 또한, 사만다도 재스민을 도우며 자신감을 되찾게 된다. 같은 위기를 겪는 두 사람은 이렇게 서로에게 위로가 되며 우정을 쌓아가게 된다.

사랑과 우정을 통해 임신의 어려움을 헤쳐온 사만다와 재스민이었지만, 현실에는 그들의 꿈을 가로막는 장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사만다는 폐교 후 재취업을 위해 박물관에 지원하였고, 면접을 보러오라는 소식을 듣는다. 그러나 첫 출근 시기와 출산 시기가 겹치면서 사만다의 취업은 성사되지 못한다. 재스민은 일리노이 대학교에 진학하고자 했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지낼 수 있는 학교 지원 아파트는 대학원생에게만 허락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두 사람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게 되고, 그들의 우정마저도 흔들리게 된다.

시간이 흘러 출산을 앞둔 재스민을 위한 축하 파티가 열리고, 한동안 서로를 만나지 않았던 사만다와 재스민은 파티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 그 사이 사만다는 아이를 낳아 전업주부가 되어 있었고, 재스민은 집과 가까운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임신이 그들의 꿈을 좌절하게 하였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장난 것은 아니었다. 영화는 앞에서 임신한 여성이 겪는 사회적 장벽을 현실적으로 드러냈으나, 결말에서 이 문제에 대하여 강경한 목소리를 내거나, 일과 육아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묘수(혹은 판타지)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그저 개인적 차원에서 실현 가능한 현실적인 선택을 보여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공감되고, 더 위로가 되는 결말이었다.

<예기치 못한>은 준비되지 않은 임신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 생각만큼 끔찍한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이 다 잘되는 마냥 행복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보여준다. 그런데 이러한 중립적인 묘사 덕분에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많이 해소된다. 오히려 지나치게 미화했다면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예기치 못한 임신이 닥치더라도 우리의 삶이 계속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중간중간 나오는 유머들도 임신을 바라보는 긴장된 시각을 누그러뜨리는 역할을 한다. <예기치 못한>은 나처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임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만들어준다.

영화에서 임신의 위기를 맞이한 사람들이 주변과 서로에게 의지하며 어려움을 헤쳐나간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혼의 상태로 임신하고, 어디에 말도 못한 채 혼자서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인터넷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영화는 이러한 어려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들에게는 남자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고 친구가 된 서로가 있다. 실제로 그들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때로는 사만다의 엄마처럼 속이나 긁고 방해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라는 그 사실이 큰 위로가 된다. 함께하는 것으로 위기를 극복한다는 점이 이 영화를 따뜻하게 만들어 준다.

[<예기치 못한>은 따뜻하고 다정한 영화다]





Know your enemy

영화는 훈훈한 장면으로 마무리되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마냥 훈훈할 수만은 없었다. 그나마 재스민은 처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작은 성공을 이루어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만다는 임신 때문에 원하던 직업을 가질 수 없었다. 그리고는 어쩔 수 없는 그 현실을 그냥 받아들인다. 물론 육아도 충분히 보람된 일이고, 전업주부도 마냥 녹록지 않은 일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신이 그토록 원하던 직업을 포기해야만 하는 그 상황을 그저 묵묵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은 순순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재스민의 입학을 가로막는 일리노이 대학교의 정책도 답답하게 느껴진다. 아이를 가진 학부생의 어려움을 모를 리가 없지만, 그를 위한 지원책은 전혀 마련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그렇게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음에도 말이다. 하지만 사만다와 재스민은 '학부생은 받아들이지 않고, 예외도 없다.'라는 한 마디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그들의 이런 모습이 무기력하게 느껴졌다면 너무 가혹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일까?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더 싸울 수 있는 여지가 남아있어 보였다. 내가 사만다였다면 업무가 바쁜 시기만이라도 남편이나 부모에게 육아를 부탁했을 것이다. 재스민의 경우라면 보다 격렬하게 투쟁할 수 있다. 미혼모의 입학을 가로막는 학교의 정책을 규탄하고, 학생과 지역사회의 여론을 모아 학교를 압박했을 것이다. 그다지 비현실적이지도 않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일도 아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러한 투쟁의 길을 완전히 외면한 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한다.

물론 <예기치 못한>은 투쟁보다 공감에 초점을 둔 영화다. 대부분 사람들이 조용히 삶에 수긍하듯 사만다와 재스민도 그들을 가로막는 현실의 장벽에 묵묵히 수긍한다. 말도 안 되는 판타지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이러한 수긍이 보다 현실적이고 공감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 영화가 '여성영화'로서 정체성을 가지려면 단순히 공감에 그쳐서는 안 된다. 더구나 그 주제가 '일-육아 딜레마'라는 여성인권의 최전선에 해당하는 문제라면 더욱 그러하다. 완벽한 해답을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어디에 목소리를 내어야 하는지는 보여줘야 했다. 무엇에 저항하고, 무엇을 바꾸어야 하는지를 보여줘야 했다. 손발이 묶였다고 고개 숙이고 있으면 안 된다. 소리라도 질러야 하지 않겠는가?

<예기치 못한>이 해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훌륭한 문제 제기를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육아 딜레마'는 문제 제기로 삼기에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문제이다. 임산부에 대한 직장 내 반감, 워킹맘의 고충, 나아가 가정의 피폐함까지... 그 고통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임신한 여성은 사회적 불이익에 고통받고 있습니다.'라고 외쳐봤자, '그래서 어쩌라고'말고 뭐라 답할 수 있겠는가!

<예기치 못한>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지 않은 점은 분명 칭찬하고 싶다. 그녀들의 꿈을 막는 것은 이 남성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현실의 장벽을 부술 때 함께 어깨를 부딪쳐야 하는 동지들이다. 그렇다면 영화는 함께 연합하여 싸워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알려줘야 했다. 이를 보여주지 못했기에 <예기치 못한>은 적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순진함이라는 한계를 갖게 된 셈이다.

단 한 편의 영화로 견고하게 틀어막힌 사회의 장벽을 일거에 허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장벽을 이루는 관습적 합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낼 수 있다. 어디에 소리를 질러야 하는지, 싸워야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 알려줘야 한다. 영화는 사회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예기치 못한>은 훈훈함만을 바라보다 그 힘을 잊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큰 위로는 되었지만, 울림은 작았다. 이 영화는 <노마 레이>나 <식코>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착한 것이 능사는 아니다]





※ 영화의 주연을 맡은 코비 스멀더스는 영화 촬영 당시 실제로도 임신을 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 코비 스멀더스는 쉴드의 그분 맞습니다.


※ 여성영화로서 아쉬움이 남을 뿐 훈훈함이 강점인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 연인들을 위한 최고의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혼을 생각한다면 꼭 같이 봤으면 하는 영화입니다.

※ 영화 보여줘서 고맙다는 소리를 오랜만에 들었습니다.





Written by 충달 http://headbomb.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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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ydenKross
15/06/06 01:25
수정 아이콘
아니, 마리아 힐이 임신이라니...;
시라노
15/06/06 01:25
수정 아이콘
HIMYM 에서 로빈을 생각하면 뭔가 어색하긴 하지만 반갑네요
iAndroid
15/06/06 01:35
수정 아이콘
영화에서 함께 연합해서 싸워야 될 대상을 정확하게 말하지 못한 것은, 그게 말 그대로 정확하게 말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억지로 싸워야 될 대상을 만들었다면 그거야말로 영화를 더 부자연스럽게 만들었으리라고 봅니다.
마스터충달
15/06/06 01:42
수정 아이콘
미혼모에 대한 교육지원 같은 것이라면 이 영화 안에서도 충분히 소화 가능한 현실적인 목소리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이 교육정책에 관심이 많기도 했고, 임산부에 대한 복지정책 부재도 잠깐 언급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대상에 대해 좀 더 확고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영화를 부자연스럽게 만들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iAndroid
15/06/06 01:55
수정 아이콘
복지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이야기와, 싸워야 될 대상을 명확히 해야 된다는 것은 분명 다른 이야기입니다.
'적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것을 '순진함이라는 한계' 로 직접적으로 연결시킬수가 없다는 거죠.
마스터충달
15/06/06 02:07
수정 아이콘
지원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하는 사회적 인식을 적으로 삼을 수도 있겠지요.
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어떤 실재하는 인물이나 단체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악습이 될 수도 있고, 안일함이 될 수도 있죠.
(저의 주적은 게으름입니다;;;;)

그들이 처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도록 이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었음에도
어디에 소리를 쳐야 하는지 제시하지 못한 것은 착하기만 하다는 아쉬움을 토로할 만합니다.
iAndroid
15/06/06 02:29
수정 아이콘
지원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했다기보다는, 지원해야 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 것이 주 원인이라고 봐야겠지요.
그 동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해당 현상에 대해서 좀 더 근본적인 고찰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적'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해결할 만한 사항은 아닌 듯 합니다.
마스터충달
15/06/06 02:39
수정 아이콘
지원해야하는 동기는 이미 충분하지 않나요? 임산부와 워킹맘의 고충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이 육아때문에 일을 포기하지 않도록 지원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국가나 기업에게 더 많은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투쟁이라 부를 수 있는 행동입니다. 노동운동이 투쟁이라 불리는 것과 대동소이하다고 봅니다.

'적'이라는 레토릭이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인간은 부르짖지 않으면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합니다. 고통받는 것을 알아도 이를 해결하려 노력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보다 적극적인 혹은 전투적인 자세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 생각합니다.
iAndroid
15/06/06 12:22
수정 아이콘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주체를 '적'이라는 레토릭으로 정의내리는 것이 이상하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모두다 이기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자기 자신보다 타인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할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분명 선하다고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만, 자기 자신에 충실한 사람을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까요.
영화 내에서 정 '적' 이라는 레토릭을 가지고 가려면, 그들을 가로막는 현실의 장벽에 묵묵히 수긍하는 영화 내 주인공들이 되는 게 맞겠죠.
마스터충달
15/06/06 13:35
수정 아이콘
1. 이 글에서 '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그 대상이 '악(惡)'이기 때문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투쟁해야할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2. 설령 적이라는 레토릭이 부당하다 할지라도 영화가 개선을 위한 행동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3. 영화 속 인물들의 더 나은 상황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데, 인간 본성을 이유로 이들을 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대변할 입장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말씀입니다.(엄밀히 말하자면 주인공들을 '악'으로 규정하고 계신거죠. '적'과 '악'은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악당의 적은 영웅입니다;;;)
그리고 '지원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했다'와 '지원해야 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다'의 차이가 도대체 뭔가요? -_-;; 필요가 동기를 낳습니다.(등을 긁고 싶으면 효자손을 찾게되죠) 그런데 지원이 필요한데, 지원할 동기가 없다?

무슨 입장이시길래 제 글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반대하시는 지는 모르겠으나 반대를 위한 반대는 사양하겠습니다. 제 입장을 반대하시다가 작품마저 부정해버리고 계십니다. (이쯤되니 영화를 보시긴 하셨는지 의문이네요)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 틀렸다면 도대체 이들이 자신의 처우 개선을 위해 무엇을 행동해야 하는지를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이 영화를 통해 고민해야 하는 것은 가임 여성의 더 나은 삶이지, 적이냐 아니냐 같은 지엽적 문제로 소모성 논쟁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iAndroid
15/06/08 08:38
수정 아이콘
보통 장기간의 부재로 인해서 대댓글을 달 타이밍을 놓친 댓글에는 답변을 잘 안합니다.
왜냐하면 구질구질하게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그런 모습으로 비칠까 봐서였거든요.
하지만 반대를 위한 반대라고 치부해 버리는, 그것도 다른 글에까지 해당 내용을 끌어올리는 어이없는 상황이 나왔기 때문에 댓글을 이렇게 특별히 따로 답니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투쟁해야 할 대상을 '적' 이라고 정의하는 거 좋습니다.
하지만 그 투쟁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가요? 사회적 인식이라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방향을 잘못 잡은 겁니다.
왜냐하면 구성원 각각이 가지고 있는 임산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단순한 편견에서 나온 게 아닌, 개인의 이득에 의한 결정이기 때문입니다.

사업주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을 고용하기 꺼려합니다. 법적으로 여러가지 제약을 가하거든요.
직장 구성원 또한 마찬가집니다. 힘들게 돌아가는 데 한 명이 빠지면 업무적으로 타격이 크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 제정을 한다? 결국에는 남녀할당제같은 이상한 법이 나오겠죠.
어찌보면 사회 구성원 다들 이기적입니다. 하지만 이기적이라고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죠.
인간의 본성에는 원래 이기적인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원래 인간은 그렇게 태어났기 때문에, 본성은 투쟁해야 할 대상이 아닙니다.
서로 간의 양보를 이끌어 내야 하는 게 이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인 방법이고, 양보를 위한 젤 좋은 방법은 설득입니다.
그런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입한 개념이 '적' 이나 '투쟁' 이니까, 그것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마스터충달
15/06/08 09:01
수정 아이콘
개인의 이득만을 밝혀 임산부, 워킹맘을 백안시 하면
그 결과는 낮은 출산율, 인력 낭비 등 사회 전체와 경제에 악영향으로 돌아옵니다.
이것은 이득을 위한 현명한 결정이 아닌 어리석은 결정이겠죠.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라는 것도 동의하기 힘듭니다.
심리학의 많은 연구 결과들은 인간의 본성이 이기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http://www.ted.com/talks/frans_de_waal_do_animals_have_morals
평등과 공정함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 이전에 동물들도 가지고 있는 본성이기도 합니다.

투쟁 보다 양보를 위한 설득의 자세를 갖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라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사실 본문에서 제안하는 저항 방식도 폭력이 전무하기에 설득이라 부를 수도 있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이상적이지도 우아하지도 않죠.
민주주의, 민족독립, 노동권 등은 설득만으로 얻어지지 않았습니다.
되려 진짜 피를 보는 투쟁의 결과로 얻어졌죠.

노동투쟁은 인정하면서, 여권신장을 위한 투쟁은 옳지 못하다고 바라보는 시각을 바라보니
저로서는 더욱 사회적 인식에 대해 투쟁해야한다는 결론이 나오게 되네요.
iAndroid
15/06/08 12:19
수정 아이콘
개인의 이득만을 밝히는 것은 사회 전체에 대해서 손해가 된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개개인한테 네가 조금만 희생하면 사회 전체가 이득을 보니까 네가 희생을 져 줬으면 좋겠다라고도 이야기 하는 것 또한 그렇게 효과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현명한 결정이냐 어리석은 결정이냐를 떠나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움직일 것이라는 겁니다.

'이기적 유전자' 라는 저서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평등과 공정함을 추구하는 본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기적 유전자' 와 같이 다른 관점에서 인간의 본성을 서술한 책도 있습니다.

투쟁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투쟁이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노동투쟁은 노동자가 얻어야 될 정당한 권리를 받지 못했다는, 누가 봐도 합당한 이유가 뒷받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임산부가 제대로 된 출산휴가를 받지 못하는 것 또한, 정당한 권리를 받지 못한 것이고 투쟁이 될 수 있는 것이죠.
하지만 사업주가 임산부를 뽑아야 될 의무는 아직까지 정의되어 있지 않습니다.
권리가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는 투쟁이 효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신다고 해시니, 제가 생각하는 해결책을 한번 이야기 해 보겠습니다.
그게 뭐냐면 '남자 직원에게 출산휴가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이행하지 않을 경우 기업에게 제제를 가하는' 겁니다
물론 이 해결책은 완전한 것은 아닙니다.
법 제정에 수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고, 시행까지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시행하고 나서도 꾸준한 관리가 지속되어야 하겠죠.
이 예를 들어서 말하고 싶은 것은, 저런 해결책을 제시하는 게 과연 '투쟁' 일까요?
여권신장이라고 하는데, 여권신장은 과연 여자들만의 권리향상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일지는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차원에서 위의 예를 제시했습니다.
마스터충달
15/06/08 09:22
수정 아이콘
그리고 다른 글에까지 여기에서의 내용을 끌어와 언급한 점 사과드립니다.
어이없고, 기분 안 좋으셨을텐데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iAndroid
15/06/08 12:20
수정 아이콘
알겠습니다. 해당 건은 여기서 마무리하지요.
마스터충달
15/06/08 12:32
수정 아이콘
남성 출산휴가 보장은 저도 매우 찬성합니다. 우리나라 같은 저출산 국가라면 반드시 통과되어야 할 법이라 생각하고요.

제가 투쟁을 강조하는 것은 이를 '제안'만 해서는 통과되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서명운동도 펼치고, 관련 시위도 하고, 1인 시위라도 하고
그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공론화 되거든요.
저는 이런 적극적 호소도 투쟁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시민운동마저 부당하다고 하시는 거면 모르겠는데
지금까지 오간 필답을 보자면 투쟁에 대한 개념이 서로 상이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iAndroid님이 말하는 '제안'을 적극적으로 하면 '투쟁'이 된다고 봅니다.
iAndroid
15/06/08 14:36
수정 아이콘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서로 투쟁에 대한 이해도가 좀 다른 것 같네요.
제가 왜 저런 남성출산휴가 보장이 투쟁이 아니라고 생각하느냐면, 저것은 여성의 받아야 할 권리를 직접 찾는 게 아니라 남성에게 권리를 보장해 줌으로써 자기 자신의 권리를 우회적으로 찾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투쟁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고, 운동(또는 캠페인)이라는 개념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들 자신의 출산휴가가 보장되지 않아서 자기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한 행동은 투쟁이라고 보구 말이죠.
마스터충달
15/06/08 14:46
수정 아이콘
적이나 투쟁이라는 레토릭으로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이렇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인연이라 생각하시고 나중에 <예기치 못한> 꼭 보셨으면 합니다. 물론 수입이 된다면 말이죠 ㅜㅜ
iAndroid
15/06/08 14:51
수정 아이콘
네 알겠습니다. 기회가 되면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불타는밀밭
15/06/06 02:04
수정 아이콘
솔까말 예기치 못한 임신(?) 이라는게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만

아마 제가 소수의견이겠죠.
마스터충달
15/06/06 02:09
수정 아이콘
의도치 않은 임신이라고 더 많이 말하고 있지요.
영화의 역자는 '예기치 못한'이라고 했지만, 저는 준비되지 않은 임신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의도치 않은 임신은 좀 꺼림칙 한 게, 그러면 아이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요. ㅠ,ㅠ
Neandertal
15/06/06 08:54
수정 아이콘
진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말고 이런 영화들도 좀 봐줘야 하는데...블록버스터 의존증이 요즘들어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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