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디션 열풍이 지나가고, 이제 요리프로가 대세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도기에 두 가지 컨텐츠가 합쳐진 프로가 있었으니 ‘마스터셰프코리아’, ‘한식대첩’ 등 요리경연이 그것이었습니다. 그 중 가장 즐겁게 봤던 프로가 한식대첩이었습니다. 마스터셰프코리아는 저와 잘 맞지 않더군요. 아마추어 참가자가 많아 그야말로 오디션 형식이긴 했는데, 심사위원들의 욕설이 좀 심한 듯했습니다. 삐 소리가 툭하면 났고, 참가자를 대하는 태도 역시 이해하기 어려웠죠. 물론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오리지널 마스터셰프를 보고 나서는 그걸 따라 했구나 하고 느꼈지만요. 심사위원 중에 비리로 하차하는 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식대첩은 달랐습니다. 전국의 내로라 하는 요리 명장들이 지역의 명예를 걸고 대전을 펼칩니다. 몇 대를 이어온 종갓집 며느리, 요리 기능장 등 경력도 화려하거니와 대다수가 기본 수십 년 요리 경력을 가지고 있다 보니 심사위원도 함부로 하지 못할 포스를 풍기는 분들이 많았지요. 소의 골, 돼지피, 애저(태중에 사산된 새끼 돼지)등 요리 재료 역시 다른 요리프로에서는 구경도 하지 못할 것들 천지였습니다. 요리 방법도 다양했습니다. 스튜디오 내에서 숯불 피우는 것은 예사였습니다. 맷돌로 갈고 도끼로 찍는가 하면 100년도 넘은 조선시대 도구로 면을 뽑기도 합니다. 심사위원들조차 지적보다는 감탄하며 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시즌1은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진행의 미숙, 심사위원의 자격 문제 등이 불거졌으나 워낙 시청자들이 없어서인지 화제가 크게 되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당시 피지알에도 낭천님이 소개글을 올리신 적이 있었죠. 피지알 유저의 어머니께서 참가하신 시즌이기도 했습니다.

시즌2에 이르러 본격적인 체계가 잡힙니다. 오상진씨의 뒤를 이어 김성주씨가 MC를 맡았는데 요즘 인기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와 비슷한 컨셉을 보여줬고 시간에 따라 적절한 쪼는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심사위원도 대폭 물갈이 되었는데, 시즌 3에서도 같은 심사위원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계속 그렇게 갈 듯합니다. 시즌 1에서 유일하게 이어진 분은 가장 어른인 심영순씨입니다. 요리연구가인데, 전직 대통령의 며느리와 현대가 등의 재벌 며느리들이 이분 아래에서 요리를 배웠다고 합니다. 중간 중간에 설명하시는 것을 보면 고서도 많이 탐독하신 듯하고 아는 것이 참 많으시더군요. 여기에 요즘 가장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백종원씨와 ‘허셰프’ 최현석씨가 있습니다. 시즌2 초기에 백종원씨는 그저 요리 체인점 많이 내는 사업가, 그리고 최현석씨는 서울 깍쟁이 컨셉의 미식가로만 보였습니다. 그런데 백종원씨는 심영순씨 못지 않은 요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 다시 보게 되었고, 최현석씨 역시 다른 두 명이 잡지 못한 미세한 부분(재료의 쓰임, 맛)을 잘 집어내더군요. 전 시즌2 내내 최현석씨가 유명 요리 관련 잡지에 기고하는 요리평론가인 줄만 알았습니다.

한식대첩의 장점은 독한 말이 없다는 것입니다. 착한 오디션이죠. 다들 지역에서 일가를 이룬 요리 장인들이다 보니 심사위원들도 존중을 해줍니다. 익지 않거나 맛이 없는 요리가 나왔다고 해도 최대한 먹으며 성실히 평가를 합니다. 다양한 식재료와 조리법 역시 장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요리프로가 양식 위주인 경우가 많은데, 토속 재료와 토속적 요리법을 소개하고 있어 오히려 신선합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이라면 역시 참가자들의 입담입니다. 중간중간 있는 인터뷰가 백미인데, 지역에서 손가락 안에 들던 사람들인지라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걸쭉한 사투리를 써가며 상대를 디스하는데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분들 입담에 웃다 보면 어느새 끝나는 시간이 오곤 합니다.

어찌 보면 요즘 인기 있는 ‘냉장고를 부탁해’와는 대척점에 있는 프로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친목보다는 지역의 자존심을 내세우고, 가정집 냉장고에서 볼 수 있는 재료가 아니며, 따라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감탄하며 보게 되는 조리법을 씁니다. 아마도 이연복 셰프 나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려나요?

시즌2를 몇 번이나 봤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편당 몇 번씩 보게 될 듯합니다. 시즌2에서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던 두 분의 심사위원이 이제 인기인이 되었으니 관심도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보던 냉장고를 부탁해가 조금 정형화되면서 식상해진다는 생각이 들던 차였는데, 새로운 볼거리가 생긴 듯하여 즐겁군요. 한식대첩이 인기가 더 높아져서 많은 글들이 올라와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