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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11/13 22:4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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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2008년 11월 13일 새벽 5시 45분
2008년 11월 13일 새벽 5시 45분. 알람보다 15분이나 일찍 눈이 떠졌다.

전날보다 유달리 더 추운 바람이 이불 속에 있던 나를 깨웠다.
그 전날 잠이 들지 않아 미리 챙겨뒀던 가방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불을 개어놓은 뒤 방문을 열었다.

탁탁탁탁 칼질하는 소리. 아마 그 날 새벽 나보다 더 잠 못들었을 할머니가 이른 새벽부터 아침밥을 준비하고 계셨고, 아버지는 나보다 더 긴장하신 듯 금방 피고 온 듯한 담배 냄새와 함께 차디찬 바깥공기를 가지고 들어오셨다. 대학교를 다니며 언제나 피곤함을 달고 살던 누나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내 가방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수험표를 챙겼냐며 또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따듯한 물에 긴장을 털어버리듯 샤워를 하고, 교복을 입었다. 가장 편한 옷은 아니지만 공부할 때 가장 익숙한 옷. 거추장스러운 넥타이까지 괜시리 한 번 더 목에 가깝게 조이면서 거울 안의 나 자신을 가다듬었다.

누나와 아버지와 함께 집에서 나오는 길.
엄마에게 잘보고 오겠노라고 말하며 앙상한 엄마의 손을 잡았다. 이미 모르핀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던 엄마는 약기운 때문에 나의 말에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저 가정용 산소호흡기의 압력소리만이 나에게 대답을 해주는 듯 했다.
호전되었다던 엄마의 상태는 수능 전 날 다시 입원을 하기로 바뀌었다. 나는 시험장으로, 엄마는 병원으로.

시험을 치르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다른 고등학교 앞에서 내린 나는 교복 외에는 모든 것이 낯선, 처음보는 내 후배들의 응원과 그들이 그 새벽부터 준비했을 따듯한 핫팩과 차를 건내받으며 그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비록 마시진 않았지만 그 차의 따듯함이 내 손을 녹여줬다.

시험장에 앉았지만 의외로 긴장은 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있다거나 하는 것과는 다른, 굳이 따지자면 자포자기에 가까운 심정. 유달리 예민해 매번 나를 괴롭히던 장도 아무런 신호를 보내지 않았다.

정신없이 2교시까지 시험을 보고 나서 꺼낸 도시락통엔 누나가 정성스레 싸준 계란말이와 따듯한 차, 약간의 죽과 자극적이지 않은 반찬들이 담겨있었다. 그와 함께 들어있는 정글고의 불사조 부적덕에 조금은 기운이 났다. 이 시험장에 배정된 내 친구와 함께 잠시 교정을 걸었다. 작년에 수능을 봤던 선배가 올해도 다시 수능을 보러 온 듯 내 눈에 띄었지만, 괜히 아는척하지는 않았다.

시험이 끝나고, 조금은 허탈한 맘이 들었다. 친구들과 함께 걸어내려오면서도 서로 수능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것이 암묵적인 규칙인양 카오스 이야기를 했고, 와우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했으며, 스타리그 맘편히 보겠다는 식의 이야기만을 끊임없이 재잘댔다.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을 키자마자 보이는 익숙한 녹색창의 검색어 1위는 수능 2위는 수능 정답 3위는 수능 등급 이었다. 무슨 과목이 어려웠다, 무슨 과목에 변별력이 없었다는 기사가 도배되어있었다. 나는 수험표를 꺼내 뒷면에 써놓은 답들과 막 공개된 답을 맞춰갔다.

허탈했다. 완전히 못본 것은 아니지만, 평소보다는 못봤다. 할머니는 내 성적이 궁금하신 듯 나를 슬쩍 쳐다보셨지만, 굳게 닫힌 내 입을 보시곤 아무것도 묻지 않으셨다. 전화가 왔다. 누나였다. 누나는 나를 시험장에 배웅하자마자 엄마와 함께 병원에 갔다. 시험 어땠니 하고 묻는 누나의 말에 나는 괜찮게 봤다고 대답했다. 전화기 너머로 엄마의 목소리가 가냘프게 들렸다. 잘봤대. 누나의 대답에 내 착각일진 몰라도 아주 약간 엄마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누나에게 오늘은 도저히 피곤해서 그리로 넘어갈 수가 없겠다고 말했다. 내일 학교 갔다가 끝나고 그리로 가겠다고 말했다. 그래라. 누나의 대답에 나는 가방에 엄마의 그릇을 챙겼다. 병원의 그릇은 깨끗한만큼 포근함이 없었다.



11월 14일 오전 7시. 조금은 지각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집을 나서 학교로 향했다. 더 이상 학교는 부담스럽지 않은 곳. 친구들과 왁자지껄하게 놀 일만 남은 곳이었으므로. 고생했다. 오늘은 수업없다. 출석번호대로 면담하고, 점심먹고 끝내줄테니까 얌전히 놀아라. 담임선생님의 조례는 짤막했고 우리는 웃었다. 나는 친구들과 떠들고 장난치고 친구 PMP를 빌려 영화를 보고있었다.

11월 14일 오전 10시. 교복 마이 안주머니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누나 왜 나 학교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울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 다음부터는 기억이 희미하다. 우리 반 아이들이 모두 놀랄 정도로 내가 뛰쳐나갔으며, 미친듯이 학교를 돌아다녀 담임선생님한테 찾아가자마자 담임 선생님이 내가 무슨말도 하기전에 내 표정만을 보고 빨리 가보라고 했었고, 미친듯이 계단을 뛰어내려가는 나를 향해 친하지도 않았던 반 친구가 내 상태를 보고 힘내라는 말만을 내 뒤에서 크게 외쳐준 정도만 기억이 난다. 어떻게 탄건지도 모르는 택시 안에서 나는 이미 펑펑 울고 있었고 그런 내 상황에 야속하게도 수능 다음 날의 도로는 어김없이 정체였다.

겨우 도착한 병원의 중환자실. 이미 엄마는 의식이 없었다. 울먹이는 누나가 어제 너와의 통화가 끝나고 잘봤대라고 말하니까 빙긋 웃었어. 그 날 엄마가 그렇게 멀쩡하게 있었어. 산소호흡기도 필요 없었다니까. 그리고 잠드셨는데 아침부터 이상태야. 라고 말해줬다. 아버지는 충격받은 할머니를 모시고 오기 위해 집으로 다시 출발했다. 병원이 떠나가라 엄마를 외치면서 아직이라고 말하며 앙상한 손을 잡았다.

산소포화도와 심박수를 재는 기계, 산소 호흡기의 선들이 어지럽게 엄마의 몸을 뒤덮었다. 괜찮아졌다고 했잖아요. 새로 바꾼 약이 효과가 있다면서요. 하는 나의 물음에 아버지는 사실 가망이 없었다. 신약은 실패했고, 방사선 치료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다. 시한부 판결을 받은게 2년전이다. 남은게 1년도 안된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었다. 근데 엄마가 아들 수능때까지는 죽지 않겠다며 나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말것을 부탁했다. 라는 이야기들을 담배연기와 함께 천천히 뱉어내셨다.

병원의 배려로 있게 된 1인실에서 나와 누나는 끊임없이 엄마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며 손을 잡았다. 교회를 안나간지 5년이 넘어 기억조차 없는 찬송을 어떻게든 불렀다. 스스로를 원망했다. 왜 나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바로 엄마에게 오지 않았지? 왜 나는 수능을 보러갔지? 왜, 왜 나는 몰랐지?  

2008년 11월 16일 오후 5시 39분. 시한부 선고를 받았고 그 기간이 지나 오로지 모르핀에만 의지하면서도 아들의 수능에 영향을 끼칠까 끝끝내 그 사실을 숨기고 있었던 엄마는 내 수능이 마쳤음을 확인함과 동시에 그 힘든 고통에서 드디어 스스로를 놔줄 수 있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장례를 치렀고, 몇일이 지났고 나는 학교를 가기 위해 가방을 맸다. 덜그럭. 가방에서 나는 소리에 열어보니 그 곳에는 내가 챙겨가기로 한 엄마의 작은 밥그릇이 있었다.





2014년 11월 13일. 공교롭게도 그 때와 같은 날. 그 때처럼 추운 날씨. 좋은데는 아니지만 엄마가 바랬던 수준의 대학을 갔고, 이제는 주변 친구들의 동생들조차 수능보다는 입대에 더 가까운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몇 년이 지났음에도 나는 여전히 그 순간을 살고 있고, 여전히 그 순간의 스스로를 원망하고 있다. 오늘 수능을 친 사람들은 나와 같이 후회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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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1/13 22:53
수정 아이콘
아까 부모님께 전화드렸는데 더 자주 드려야겠네요.
14/11/13 22:56
수정 아이콘
가슴이 아리는 글이네요. 평안히 쉬고계실거에요.
서흔(書痕)
14/11/13 22:56
수정 아이콘
후회하지 않기를.
ohmylove
14/11/13 23:03
수정 아이콘
위로드립니다. 더불어 제 얼마안된 삶도 반성하게 하는 글이네요.
리비레스
14/11/13 23:04
수정 아이콘
가슴 아픈 글이네요...잠깐 나갈 일 생겼는데 그런 거 다 잊고 눈 빠지게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14/11/13 23:05
수정 아이콘
편히 쉬고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물님께도 좋은일만 있으시길 바래요.
14/11/13 23:06
수정 아이콘
더 전화자주드려야겠네요 저도..
쿼터파운더치즈
14/11/13 23:19
수정 아이콘
보고 울었어요 ㅜㅜ
14/11/13 23:35
수정 아이콘
날이 많이 춥습니다. 따뜻하게, 건강 잘 챙기고 지내세요.
지금뭐하고있니
14/11/13 23:52
수정 아이콘
저는 거의 매일 어머니께 전화를 드려 서로의 일상을 얘기하고, 가끔은 아버지께만 따로 전화를 드립니다.
어쩌다 주위에 얘기하면 대개는 놀라며, 더러는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시간은 멀고 먼 타향의 나를 가족과 이어주는 시간입니다.
지난 주에 아버지께서 (다행히 초기였지만) 암으로 수술을 하시고, 10일 정도를 입원하셨다 퇴원해 부산으로 병원을 옮기셨습니다.
초기라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수술 후 얼굴도 몸도 반쪽이 된 아버지를 보는데, 울컥한 걸 들키지 않으려 혼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한 연락들이 그리 대단하지 않음을, 무엇보다도 마음이 더 부족함을 느낍니다.

마음에 껴둔 한시외전의 한 구절로 맺습니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Aneurysm
14/11/14 01:25
수정 아이콘
이런 리플에 태클걸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이따금씩 생각하던게 떠올라서 몇자 적어보네요.

'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라고 하지만,
그치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쩌면 봉양하고자 하는 부모가 사라졌을때,
그렇게, 돌이킬수 없는 그때가 되어서야만이 깨닫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FIAT PAX
14/11/13 23:54
수정 아이콘
글이 맘에 꽉 들어오네요 고맙습니다.
14/11/14 00:07
수정 아이콘
아 어머니..
걔삽질
14/11/14 00:08
수정 아이콘
저랑 동갑이신 것 같습니다. 저는 수능을 두 번 더 보고나서도 원하는 성적을 끝내 얻지는 못해서 지금까지도 데면데면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수능 내적이던 외적이던, 이 나이에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최대의 아픔을 겪은 것 같아 매년 수능날이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은데,
저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힘든 일을 겪으셨네요. 반성합니다. 항상 행운이 깃드시길.
14/11/14 00:12
수정 아이콘
펑펑 울었네요 어우ㅠㅠ
아직도 진정이 안됩니다
늘지금처럼
14/11/14 00:25
수정 아이콘
오랜만에 눈물을 흘려봤네요 ㅠㅠ
Anakin Skywalker
14/11/14 00:45
수정 아이콘
아...
눈뜬세르피코
14/11/14 00:55
수정 아이콘
으허... 수능글이겠거니 했는데 심장에 총맞고 갑니다ㅠㅠ
다리기
14/11/14 01:29
수정 아이콘
매일 생각만 하고 전화하지 못하는 불효자로서... 진짜 가슴이 많이 아프네요.
Aneurysm
14/11/14 01:31
수정 아이콘
나이를 들어가면서 이 세상 모든일들이 참 어렵다고 느끼지만,
그중에서 자식인 나로서 가장 알기 어려운건 부모 라는 존재인것 같아요.
도대체, 무엇때문에 이렇게까지 일방적으로 우리에게 사랑을 주시는지
내가 부모가 된다면 내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을런지..잘 모르겠네요.
저글링아빠
14/11/14 01:37
수정 아이콘
그 현장에 같이 있었던 것 같네요.
고맙습니다. 힘 내세요.
14/11/14 02:30
수정 아이콘
간만에 눈물, 콧물 질질 흘렸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랜덤여신
14/11/14 02:35
수정 아이콘
아... 가슴이 아리네요. 저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여의었는데, 갑작스럽게 사고사로 돌아가신 거라서 마지막 일화 같은 것도 없었어요. 나중에 크게 상심하시는 어머니께 '죽는 줄도 모르고 가셨을 테니 차라리 편했을 것'이라고 위로해 드리려고도 했죠. 그런데 본문처럼 곧 헤어질 것을 알고 준비하는 부모님의 심정은 어떤 것일지 상상만 해도 눈물이 나네요. 아우...
14/11/14 02:38
수정 아이콘
잠이 안와 뒤척이다 밖에 나와 산책을 하던 중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수능에 관한 추억 글이겠거니 하고 읽었는데 눈물이 흐르네요.
어머님께선 좋은 곳에서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고 계실 겁니다. 항상 생각만 하고 밖으로 내보인 적이 없었는데 내일은 집에서 나올 때 손이라도 한번 잡아 드려야겠네요. 아픈 일이셨을 텐데 이런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EmotionSickness
14/11/14 02:43
수정 아이콘
저도 어머니를 암으로 잃은지 2년이 조금 못 되어서 감정이입이 되네요. 그나마 저는 서른이 넘은 나이였지만 글쓴 분은 그 어린 나이에 큰일을 겪어서 정말 힘드셨겠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잃으면 남는건 후회뿐이죠. 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 했을까.....제 어머니는 선고 받고 5개월도 못 되어서 급히도 가셨습니다. 그 5개월은 지옥 같은 나날들이였지요. 제 어머니도 신약에 기대를 걸었다가 실패를 했었어요. 신약에 적합한지 테스트를 하고 희망에 부풀어 있다가 부적합 선고를 받고 병원에서 나오는 길 그 때의 심정은 평생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것이였습니다. 패륜이 가까울 정도로 형편 없는 아들이였기에 어머니를 보내고 한동안 자해도 여러번 할 정도로 자학이 심했었죠.
결국엔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나를 위해 헌신적으로 희생하셨던 어머니의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 추스리고 조금이나마 사람 구실 하려고 노력 하며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가족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이라 조금은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힘들때 쓰러지지 않게 구심점이 되어 주는 것이 가족이지요. 글쓴 분은 잘 해내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약간이나마 어떤 심정인지 이해 할 수 있는 입장에서 주제 넘게 주저리 주저리 해 봤습니다. 너무 불쾌하게 생각 하지 마시고, 힘내세요. 글쓴 분도 저도 훌륭하고 멋진 인생을 사는 겁니다. 어머님을 위해서.
14/11/14 03:18
수정 아이콘
새벽에 무심코 들어온 피지알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갑니다.
14/11/14 04:32
수정 아이콘
잘 보고 갑니다
14/11/14 05:14
수정 아이콘
아... 눈앞이 부옇게 흐려지는군요. 감사합니다.
8월의고양이
14/11/14 07:52
수정 아이콘
그... 아.. 감사드립니다.
터치터치
14/11/14 08:31
수정 아이콘
ㅜㅠ
음악세계
14/11/14 09:32
수정 아이콘
아침부터 눈물이 나게 만드셨어요...
14/11/14 09:32
수정 아이콘
ㅠㅠㅠ아침부터
14/11/14 10:26
수정 아이콘
아.. 엄마...
거만당당
14/11/14 10:47
수정 아이콘
사무실에서 계속 울어서 좀 창피하네요. 앞으로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14/11/14 11:40
수정 아이콘
어...음... 이렇게 많은 추천을 받을줄을 몰랐습니다.
그저 제 이야기를 한번쯤 하고 싶었고, 교통사고가 났어도 수능을 보는 자식에게 김밥을 전해줘야 한다던 어머니의 기사와 수능이 끝나고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질문들 속에서 내가 그 때 무엇을 제일 후회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올해 수능이 제 수능때와 날이 같아서 이번 달 내내 수능이 뉴스에서 다뤄질 때마다 그 때로 돌아간 느낌도 받았습니다.
이렇게 응어리진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에게 위안이 되는구나 하고 약간 놀라기도 했고, 어제 글쓰고 그 마음 그대로를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확인해보니 너무 많은 분들이 저에게 위로를 해주시니 오히려 제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결과적으로 전 열심히 산다고는 못하겠습니다. 그 해의 학점은 엉망이었고, 변변한 연애도 하지 않고 결국 저 죄책감에 도망치듯이 군대를 다녀왔고, 전역한지 꽤 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학점은 좋지 않고, 여전히 연애도 안하고, 이제는 곧 저에게 들이닥칠 취업난이 문제네요 하하.. 멍청하게도 엄마가 그렇게까지 참아가면서 길러낸 아들내미가 변변치않고 게을러 터지기만 해서 문젭니다. 이번 주말에 엄마한테 가서 또 죄송하다고 해야겠네요
터치터치
14/11/14 14:28
수정 아이콘
엄마가 아픈데도 대학 잘 들어가... 군대 건강하게 다녀와.. 나쁜 여자안만나 인생 낭비안해.;;.. 이제 앞가림한다며 취업 걱정한다면... 어머님께서도 하늘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춤이라도 추실 기분이시겠네요...

잘 크셨네요.^^
YORDLE ONE
14/11/14 13:40
수정 아이콘
아이고

참아야하는데 쉽지가 않네요 눈물이란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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