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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17 03:19:32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흔한 피잘러의 한강 라이딩
살빼고자 시작한 자전거 라이딩은 이제 마치 한끼를 챙겨먹는 것과 같이 나에겐 일상이 되었습니다.
피잘러의 정체성과는 멀지만 자전거 덕분에 여친이 생기기도 했고
아무튼 이제는 자전거와 땔래야 땔 수 없는 사이가 된 것 같습니다.

쫄쫄이를 두르면 왠지 부끄러워 너무 과속하게 되므로 오늘도 반바지와 바람막이를 두르고 해가 지고나서 한강으로 나섰습니다.
아아.... 긴바지 입고 패딩입고 나올걸....
한로(寒露)가 지난지 열흘이 다 되어가는 지금 자전거 위에서 느끼는 새벽공기는 시원함을 넘어 차디찬 날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드넓은 한강 너머 11시가 넘어가는데도 불을 밝히고 있는 고층빌딩의 아름다운 야경마저,
'저 많은 불빛중에 내가 일할 직장은 없는것인가' 하는 쓸쓸한 기분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러나 근성(이라 쓰고 오기라 읽는다)으로, 빡구마냥 콧물을 흘리며 한강 북단을 따라 구리시계까지 달렸습니다.
아아.... 그냥 반포까지만 갔다가 돌아갈걸.... 아니 뚝섬까지만 갔었어도....
군 시절 영하 20도에서 야간근무 서던 몸의 기억이 돌아오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반바지는 최악의 선택이었습죠.
돌아오는 길에는 너무 추워 자전거를 멈추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뭐 실은 안구 건조 때문에 눈물이 났던거지만,
꼬락서니는 영락없이 추위에 떠는 빡구. 처량맞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너무너무 추워서 도저히 그냥 달리기가 힘들어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달렸습니다.
추위에 서로 부둥켜 앉고 한강을 바라보던 커플은 저의 쉬즈곤에 눈이 휘둥그래지더군요.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사람들은 '왠 미친 빡구가 야밤에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러대나....' 하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뭐 그래도 노래부르는 것도 좋아하고, 노래를 부르자 열기도 오르기에 계속 줄기차게 노래를 부르며 달렸습니다.
근무 중에 너무 추워서 개인화기도 집어던지고 살기위해 팔굽혀펴기하던 시절이 떠오르더군요.

구리시계로부터 한참달려 뚝섬지구에 들어서자 편의점들이 보였고, 추위에 지쳐버린 저와 친구는 결국 봉지라면을 사먹었습니다.
역시 라면은 삼양라면이죠.











로 끝내면 유게로 가야 하니 더 쓰겠습니다.
그렇게 오늘 운동으로 소비한 칼로리의 1/3을 복원시킨 후, 잠깐의 극락과 조금 긴 후회를 느낀 후,
'그래도 먹길 잘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칼바람 속으로 다시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부를 레파토리도 떨어져 임재범 노래를 부르다 가사가 기억이 안나 잠시 고개를 들었다 내리던 저의 시야에
왠 똥떵어리가, 그것도 한 덩이도 아니고 한 대여섯 덩이가 길 한복판에서 갑자기 튀어나왔습니다.
뙇하고 튀어나온 똥 덩어리들을 미쳐 피하지 못하고 저는 그 무더기 가장 높은 부분을 아주 그림같이 밟고 지나갔습니다.
"야 이 똥깨놈들아~~~~~~" 라는 절규속에서 똥으로 화장한 타이어가 부끄러운듯 살짝살짝 라이트에 모습을 들락거립니다.
멈추지도 못한채 계속 달리는 와중에 드문드문 똥은 그 황금색 자태를 뽐냈습니다.

'달리면서 지면에 쓸려 가주겠지' 하는 바람과 달리 이놈들은 점차 건조해지면서 타이어로부터 흩날리기 시작했습니다 ㅠ,ㅠ
그렇게 똥가루를 흩날리며 한강북단을 열심히 달려 집으로 돌아오면서
추위도 잊은 채 내가 피잘러라는 정체성을 뼈져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랬습니다. 생겨도 피잘러는 피잘러인 것이죠.

내일은 타이어를 닦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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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nenbaum
13/10/17 03:34
수정 아이콘
생겨도 피잘러는 피잘러인 것이죠.
생겨도 피잘러는 피잘러인 것이죠.
생겨도 피잘러는 피잘러인 것이죠.

탈영은 용서치 않으리

는 훼이끄고요(저도 있...)

저도 가끔(이라 쓰고 1년엔 서너번?) 한강변에 자전거 끌고 나갑니다.
한번은 티비에서 하도 자전거 도로 자전거 도로 떠들길래 집근처 영동대교 남단부터 행주대교 찍고 강변북로로 건너가서 다시 올라올 계획으로 야침차게 새벽에 줄발하였으나..... 여의도에서 포기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ㅜㅜ
덥고 힘들고 배고프고..... 그렇습니다. 전 의지 따위는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마스터충달
13/10/17 03:37
수정 아이콘
장거리 가실거면 팔당-대성리-춘천 코스를 추천합니다. 길이 정말 예쁘고
가는길에 이쁜 카페도 많고 그 카페 종업원들도 이뻐요
루키즈
13/10/17 03:47
수정 아이콘
25살 먹고 자전거도 못타서 언젠가 자전거 타기에 도전하고 싶지만 자동차가 무서워서(서있는 차던 달리는 차던 긁히면.... 어휴.....)
자전거 타기에 도전을 못하고 있습니다..ㅠㅠ
마스터충달
13/10/17 04:19
수정 아이콘
자전거 전용도로로만 타실수있습니다
특히 한강 공원에 주차장 있으니
아마 유료겠지만
거기까지 자동차에 실어 오셔서
타셔도 될것 같습니다

하류쪽이 길이 넓으니
난지지구 쪽에서 연습하시는걸 추천합니다
루키즈
13/10/17 04:48
수정 아이콘
제가 서울에 살지 않아서요...
강원도엔 자전거도로가 그렇게 잘 깔려있지 않아요...
마스터충달
13/10/17 08:03
수정 아이콘
그럼 춘천에서 서울로 오시는 방법은 어떠신가요? 자전거 전용도로로만 가능합니다
단신듀오
13/10/17 08:27
수정 아이콘
춘천쪽이시면 자라섬 남이섬 팔당쪽으로만 가셔도 자전거 타기 좋은 장소가 많으신데..!!
일산 사는데 전 오히려 그쪽으로 종종 갑니다 !
루키즈
13/10/17 11:30
수정 아이콘
그런곳이 있군요 시간나면 언제 한번 가봐야겠어요...
현실의 현실
13/10/17 03:47
수정 아이콘
커플들쪽으로파워주행하셨어야죠 ㅜ ㅜ..아본인도커플이네..똥좀뒤집어쓰셨나요^^??혹시과거형이라면 본인을위한질책으로...라이딩으로결혼하신분생각이문득드네요)
마스터충달
13/10/17 04:16
수정 아이콘
똥 제대로 밟았습니다 ㅜㅜ
자전거 타세요 생겨요
산적왕루피
13/10/17 08:24
수정 아이콘
기...기승전똥..? 역시 피지알엔 똥이 빠질 순 없죠.
13/10/17 08:26
수정 아이콘
그게 개똥일까요?
마스터충달
13/10/17 08:59
수정 아이콘
하긴 양을 보면 사람똥 수준이었습니다 -_-
단신듀오
13/10/17 08:28
수정 아이콘
저도 호수공원에서 주로 타는데 배변봉투 없이 개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보면......확 !!! 마 !!!
어제는 정말 춥더라구요. 저도 반바지에 바람막이 입고 갔는데
손이 너무 시려워서 그냥 사람 없는 곳에선 손 놓고 탔습니다...........크흑...살빼야 하는데 운동을 할 수 가 없어 !!
마스터충달
13/10/17 09:00
수정 아이콘
반바지 입고 안탈라구요 얼어 죽을뻔;;
13/10/17 09:09
수정 아이콘
혹시 반포 한남대교 사이에서 배드민턴(셔틀콕에 빨간불이 들어와서 잘 보였을 수 있음) 치는 멸치 못 보셨습니까? 크크. 내가 배드민턴 치는 사이 피쟐러가 지나갔다니 묘하네요.
마스터충달
13/10/17 09:26
수정 아이콘
배드민턴 치면서 '밥먹자~' 하셨던 그분? 크크크크크 농담입니다.
그쪽에서 워낙에 배드민턴치는 분들이 많아서 못뵌것 같습니다.

거 왜 지나가면서 고래고래 노래부르던 미친놈은 못보셨나요 크크크크크
에위니아
13/10/17 09:29
수정 아이콘
글에서 냄새나요...
자전거를 거진 10년 가까이 탄 거 같은데 왜 전 안생길까요.. 심지어 그동안 만난 여자들도 죄다 자전거는 탈줄도 모르고..
Zakk WyldE
13/10/17 09:46
수정 아이콘
저도 자전거 타다가 생겼던 기억이 있네요.. 옛날에.. ^^;
클린에이드
13/10/17 10:22
수정 아이콘
여친이 생겼을 때, 그는 하나의 배신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자전거가 길 가운데서 똥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그는 나에게로 와서 피쟐러가 되었다.
마스터충달
13/10/17 11:05
수정 아이콘
좋아요 +1
13/10/17 10:53
수정 아이콘
겁쟁이 페달의 "히메히메"송이 생각나는 대목이 있군요
지니-_-V
13/10/19 16:50
수정 아이콘
저도 자전거 타는데 저는 왜 안생기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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