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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0/02 19:21:32
Name 키루신
Subject [일반] 영화 '소원' 보고 왔습니다. (스포 있습니다.)


깡철이 볼까 소원 볼까 고민하다가, 깡철이 평이 그다지 안좋아서(예매율만 높지......)
소원으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시사회를 통해 미리 본 사람들이 소원보면 안 울수가 없다고
그렇게 슬프다 슬프다 이야기해서, 마지막으로 울어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현 시점에서
한번 속시원히 뜨거운 눈물을 흘려보자 마음먹기도 했구요.

내용은 아시다시피 성폭행 당한 여자아이가 정신적 상처를 극복하는 휴먼 스토리 입니다.
이제부터 스포 들어갑니다.




1. 주인공의 주변 사람들은 천사만 모여 있다.

부유하지 않은 형편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입장에서 이런 일을 겪으면 병원비부터 해서 일도 오랫동안 못 나가고
재판 준비 때문에 금전적인 문제에 시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이 퇴직금을 받기 위해 퇴사하려는데,
이를 주인공의 친구 겸 직장상사가 만류하고 2주째 휴가중이고 앞으로도 휴가중으로 처리해주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돈도 빌려준데요. 마누라 몰래 모아둔 돈이 있어서요. 직장에서 이렇게 장기간 휴직하는걸 쉽게 용인해주고
모금운동까지 벌입니다. 바람직한 현상이긴한데, 실제로 이런일이 벌어져도 그럴지는 잘 모르겠네요.

주인공 친구 아내도 천사입니다. 임신한 주인공의 아내(엄지원)을 챙겨주고 학교에서 모금 운동도 벌여서 도와줍니다.
소원이의 치료를 위해 인형극(?)까지 협조해줍니다. 여기에 수사를 맞았던 여경도 협조해줍니다.
돈 들어가는 일 있을때마다, 주인공 지갑에서 5만원짜리가 만원짜리로 변하는 장면같은걸로 힘든 금전적 상황을
보여주긴 합니다만, 정말 절망적인 상황까지 내쫒기진 않습니다.

소원이의 친구들도 착합니다. 소원이 집앞에 편지 같은거 붙여논거야 그렇다쳐도, 소원이가 학교가서도 놀리는 애
한 명도 없이 다 잘해줍니다. 처음에 츤츤 거렸던 남자 아가도 이제 데레데레 거리구요. 코코몽을 좋아하는 나이대의
아이들이라고 보기 힘들만큼 대단합니다.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나지 않지만, 제 기억에 저 나이대에는 정말 개념이
없어서 소원이 괴롭히거나 생각없는 말 한마디로 상처입히거나 할법한데 그런애들 하나 없습니다.

정작 나라에서는 금전적으로 따로 지원해주고 이런건 없나 봅니다. 정신적 충격이 큰 소원이를 금전적인 문제로
6인실로 옮기려 했던 장면이 나올때 그 생각 들었습니다.


2. 명불허전 기자 클래스

어떻게든 특종 하나 내려고, 경찰서에서 피해자 아버지의 사진을 찍으려고 공격적으로 움직이는거야 그럴수 없지만
그렇다쳐도, 피해자가 기자 피해서 도망을 갑니다, 사진 한방이라도 더 찍으려고 그러는건지......
이에 소원이는 자기가 머 잘못한거 있냐고 울고, 그 결과 안 그래도 정신적으로 쇼크받은 아이, 더 큰 충격을 주게 됩니다.

나중에 나오는 대사인데 소원이가 "나는 왜 태어났을까" 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극중에서 가장 슬펐습니다.
코코몽 좋아하는 꼬마아이가 할 말인가요, 그게......

실제로 기자들 저렇게 난입하는거,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건지 아니면 영화라 과장을 집어넣은건지는 잘 모르겠네요.


3.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법원 시스템

처음에 피의자를 잡아 넣을 증거가 불충분해서 (사건 현장에서 피의자 옷도 나오고, 혈흔도 나오고 DNA도 나왔는데
뭐가 더 필요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과학수사 시대에 코난이라도 불러와야하는건지;) 아직 회복도 안된 소원이에게
증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피의자놈이 탄원서를 넣었네요. 3번이나...... 소원이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의를 제기 한다구요. 그래서 겨우 어느정도 회복한 소원이를 법원에 다시 소환해서 다시 증언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기서 변호사가 소원이에게 질문하는 장면이 정말 역겹더라구요. "그날 저 아저씨 몸에서 담배 냄새 났어요?
술 냄새 났어요? 많이 났어요?"

제가 법쪽에 문외한이라 모르겠지만, 저런 놈 저렇게까지 감형시켜주는게 맞는지 모르겠어요.


4. 대한민국의 3대 감형요소 미성년, 음주, 반성중 음주가 나왔습니다.

주인공이랑 피의자랑 면담하면서 피의자놈이 주인공을 기만하고 협박까지 하고 합의를 이야기 하는데, 이런거 녹음
안하나 모르겠네요. 뭐 영화라서 집어 넣은 장면이라고 칩시다.

법원에서 피의자는 끝까지 기억이 안난다. 자기가 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술을 먹어서 기억이 안난다. 반복하고
변호사는 피의자가 알콜 중독으로 치료 받은 기록을 제시하며 심신미약을 주장합니다. 이에 판사는 죄질이 극악무도해도
심신미약을 인정해서, 징역 12년으로 끝내고, 신상공개를 5년으로 제한하며 배상요구도 기각합니다.

기가 찹니다. 주인공 친구가 술먹고 운전하는건 잡아가면서 술먹고 여자아이 저렇게 만드는건 왜 봐주냐고 따지고, 법원
전체도 술렁이지만 판사는 근엄하게 정숙을 요구합니다.

영화라서 나온 결과라기에는 실제로도 우리나라가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한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피의자가 나와서 복수
할거라고 협박이나 하죠.


5. 소원이의 외모가 90%이상 회복 되었습니다.

배변주머니를 달고 다녀야 할 정도로 몸은 회복됬지만, 영상에서 외모는 그대로 회복되었습니다.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극을 썻다고 들었는데, 외모가 보기 흉할 정도로 망가졌다면 정상적으로 학교 다니기는 그 나이대에는 더욱 더 힘들지
않을까 생각 들더라구요. 일단 어느정도 해피엔딩을 유도한 것 같으니 차치합니다.


6. 극 초반에 나왔던 소원이의 동생을 통해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나고, 그걸 보며 소원이가 태어나길 잘했다고 이야기 하는데, 좀 씁쓸하긴 합니다. 국가가 해준건 하나도
없고 처벌도 마음에 안들고, 해피엔딩으로 끝내려 하긴 한것 같은데 해피엔딩이 아닌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PS. 롯데에서 제작인지 배급인지 했던데, 롯데랑 코코몽이랑 관련 있나 봅니다. 코코몽이야기가 계속
나옵니다. 영화안에서 롯데 PPL이 계속 등장하던데, 아마 연관이 있어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영화 보면서 슬픈 장면 있을때마다 주변을 둘러보니 진짜 눈물 콧물 바다였습니다. 그런데 정작 저는 끝까지
눈물 한방울 안나오더라구요. 눈시울이 시큰한 장면은 몇 번 있었는데, 아 왜 이러지.....
나 감성적인 사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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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02 19:34
수정 아이콘
대충 어린 여자아이를 성폭행 하고 그걸 치유해 과정을 그린 영화로 알고 있는데

그 과정들을 영화로 보면 마음이 아프고 슬플꺼 같아서 못보겠네요...
긍정_감사_겸손
13/10/02 19:50
수정 아이콘
남자는 세번 울기 때문이겠죠 크
이쥴레이
13/10/02 20:44
수정 아이콘
도가니와 비슷한 영화일거 같아서 저는 못보겠더라고요.
그때도 도가니보다가 얼마나 화가나던지..
석삼자
13/10/02 20:48
수정 아이콘
저도 마찬가지 이유로 못보고 있네요.. 도가니 진짜 아무생각없이 봤다가 나올때 얼마나 화가 나던지..
13/10/03 00:47
수정 아이콘
시청률의 제왕과 비슷하더라구요. 그냥 코코몽이 너무 부각되는.. 스토리전개상 그러한 요소가 필요하지만 너무 PPL느낌이 났습니다.
또 제가 도가니는 보지 못했지만 그만큼 울화가 치밀어오를 정도의 영화는 아닌것 같아요. 짜증나는 부분은 분명히 있지만요.
전체적으로 크게 기대를 안했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게 봤습니다. 빵 터지는 장면도 많고 아이들 연기도 우수합니다.
개인적으로 옥의티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이순경의 연기와 김해숙씨? 이순경은 너무 어색해요. 연기라는 느낌이 팍! 예쁘긴 한데 연기가..연기가..
김해숙씨는 다 좋았는데 초반 영상 녹화 장면에서 왜 그런 멘트를 했는지 모르겠어요. 극장에서 보는 분들이 다 웃으셨네요.
아무튼 특별히 돈아깝다는 영화 정도로 생각되진 않았습니다.
13/10/04 01:20
수정 아이콘
잘 보고 왔습니다. 갑자기 봐야겠다!는 생각에 저녁에 한달음에 가서 보고 왔네요.
아픈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따스함이 느껴졌던 영화였습니다.

탁느님 말씀 중에 저도 이순경 역할은 .. 뭔가 좀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도가니처럼 처절하게 현실적이고 아프게 그려내거나, 아니면 좀 더 밝게 밝게 결말을 짓거나 정도의 선택지가 있다고 보는데
이준익 감독은 후자를 택한 듯 싶습니다.

너무나도 처절한 장면들을 계속 내보내서 지치게 하기보단..
12년 구형 받는 범죄자의 모습에 좀 더 관객들의 분노에너지가 집중 될 수 있게 배치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다 천사로 만든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PPL에 대해선, 저 스스로는 뭐 PPL이 어느정도 피할 수 없는 현실임을 생각하고 보는 편인데..
PPL임이 느껴져서 극의 몰입을 해치면 그때부터 부정적으로 보이더라구요.
예를 들자면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어디서든 똑같은 물병을 쓴다거나, 드라마 최고다 이순신에서 무조건 같은 카페만 가는..
소원의 경우, 임동훈(설경구 분)의 실수라고 할까요? 급하게 아이를 닦아주다가 그 아이가 겪었던 일을 깨닫고 소원이가 아빠를 피하게 되는
그 상황을 뒤집기 위해 코코모라는 캐릭터를 써서 잘 연출했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비교하자면, 영석이 엄마가 처음으로 소원이 엄마 찾아 왔을 때, 둘이서 대화하고 웃기도 울기도 하더라구요.
코코모는 눈물나는 엄마 아빠의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웃을 수 있게, 아니 겉으로라도 웃는 것처럼 아이를 안심시켜주기 위한 마음을
보여주는 그런 장치였다고 생각했습니다. 은근 소세지 귀엽기도 하구요 크흐

이어서 롯데도 뭐.. 제가 경상도 사람이어 그런지 꽤나 자연스럽지 않았나 크크.. 제 아버지가 늘 저런 모습이셨기에.

전체적으로 저도 아깝지 않게 봤습니다. 음, 10점 중에 주자면 8점은 살짝 부족하고.. 7점은 너무 짠 느낌이랄까요?
그나저나 소원 양 너무 이쁘더군요. 그래서 더 몰입했던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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