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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편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요. 그래도 꾸준하게 세 분 이상 댓글을 달아주는 맛으로 성실 연재 실천하겠습니다! 하하.
조아라에도 연재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기회가 되시는 분은 이곳에서 찾아와서 다시 읽어주셔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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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웁. 후.”
드디어 ‘카페 허니’의 앞에 도착했다. 깊게 심호흡을 한 번 들이쉬고, 내쉬고 조심스럽게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안에서는 올 때마다 봤었던 카운터 담당이 나를 반겼다. 나는 지갑을 꺼내 뭘 시킬지 고민하는 사람처럼 메뉴판을 보는 척 하며, 은근슬쩍 다른 곳을 살폈다. 이렇게까지 다짐하고 왔지만 막상 그녀가 없다면 무슨 소용인가. 포수가 있어야 공을 던지든 말든 할 것 아닌가.
“음 아메리카노 아이스 하나 주세요.”
“네 쿠폰 찍어드릴까요?”
나는 괜찮다며 손을 절래 흔들었다. 그리고 주문을 하며, 음료 만드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눈을 돌렸다.
“수영씨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요.”
“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언제나처럼 커피를 만드는 공간에 있었다. 자연스럽고 능숙한 손길로 원두를 갈아내 압축기에 꽂고 있었다. 뭔가 능숙하게 일하는 모습조차 참해 보인다. 베테랑 같은 그녀는 아메리카노 한 잔을 약 1분 만에 만들어버렸다.
“주문하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그녀의 맑은 음성이 퍼진다. 애초부터 나는 자리에 앉은 것이 아니라 그 앞에서 구경하며 서있었기 때문에 커피를 바로 받아 아무 빈자리에 앉았다. 사실 음료를 받으며 바로 물어보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카운터를 보고 있는 다른 알바가 신경 쓰인다.
나는 언제쯤 타이밍을 잡을지 고민하며 빨대에 입을 대고 한 모금 쭉 빨았다. 씁쓸하면서 향긋한 아메리카노가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이걸 저 조막한 손으로 만들어 줬다고 의식하니 보통 먹던 아메리카노보다 맛있는 착각이 들었다.
그렇게 앉아 있으며 할 것도 없어 언제가 좋을지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그러다 때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카운터를 보고 있던 알바가 화장실을 이유로 자리를 비운 것이다. 대강 몇 분쯤의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그 몇 분이면 충분하다. 나는 즉시 자리를 차고 일어났다. 기회가 생겼으면 주저 하지 않고 속전속결하는 것이 중요하지.
딸랑.
그때 가게의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설마 카운터 알바가 1분도 안 돼서 화장실을 갖다 온 건가 싶어서 놀란 눈으로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문 뒤로 나타난 사람을 확인한 나는 크게 놀랐다.
“선배?”
“연주야 무슨 선배?”
문을 열고 나타난 사람은 다름 아닌 연주와 은성이었다. 순간 나는 아차 싶었다. 이런 상황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는데 너무 들떠 있었다.
“어? 어?”
“신기하네요. 제가 가는 곳에서 선배를 다 만나고요.”
애초에 여길 알려준 것도 연주였고, 잘 생각해보면 여기를 연주가 자주 찾을 것이란 것도 알 수 있었을 텐데. 나는 속으로 자책했다. 바보 같은! 그러나 평정심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대로 내 은밀한(?)계획은 탈로 나서도 안 되고, 계획이 실패하는 것도 안 된다.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결국 나는 작전상 일보후퇴를 하기로 결정했다. 연주와 은성이가 갈 때까지 카페에 있다가 그녀들이 가고 나면 작전재개다.
“아 여기 되게 분위기도 그렇고 좋더라고. 그냥 혼자 공부라도 할 겸해서 왔어.”
한 번 당황한 것을 추스르자 나오는 말도 훨씬 나아졌다.
“그래요? 그래도 4학년 됐다고 열심이시네요?”
“그렇지 뭐.”
그러나 왠지 나를 바라보는 연주의 눈빛을 제대로 마주 할 수가 없어 은근슬쩍 눈을 돌렸다. 항상 생각하지만 연주는 가끔씩 저 눈으로 남의 속을 꿰뚫어 보고는 한다. 혹시라도 나는 내 흑심을 연주에게 들킬까봐 등으로는 식은땀 한 줄기를 흘렸다.
“오빠 어디 앉았어요?”
옆에 있던 은성이가 불쑥 물었다. 나는 대답대신 손가락으로 내 가방이 한구석 차지하고 있는 테이블을 가리켰다.
“그럼 주문들 해.”
나는 터벅터벅 내 자리로 다시 돌아갔다. 연주와 은성이가 주문함과 동시에 스스로 주문을 받고 만들기 시작하는 그녀가 카운터 너머로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빨리 물어보고 싶었는데.
“오빠 같이 앉아도 되죠?”
제 음료를 받아든 은성이가 불쑥 치고 들어왔다. 그렇게 앉고 나서 물어볼 거면 아예 물어보질 말라고 하고 싶었다. 사실 은성이가 내게 왜 이렇게 들러붙는지는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아니라 나와 가장 친한 주찬이 때문이겠지. 주찬이 생각이 나자 상황 상 괜히 얄밉던 은성이가 약간 측은해졌다.
그러다가 앞에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은성이를 어떻게 해줘야할까 생각에 잠겼다. 주찬이에 대해 이것저것 알려주고 파이팅이라도 하라고 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사실대로 모든 걸 말해주는 것이 좋을까? 주찬이라면 분명 후자였을 것이다. 녀석은 이런 문제에 있어서 가끔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녀석처럼 보일 때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주찬이와 다르게 사람을 대함에 있어 차갑게 구는 것은 성미에 맞질 않았다.
분명 내가 은성이에게 할 행동들이 나중에는 그녀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더라도 도움 되는 선까지는 도와줄 것이다. 그러다가 어찌 기적이 동해서 목석같은 주찬이를 움직일 수 있다면 최상 기적이 없어 은성이가 상처를 입고 끝난다면 최악. 최상으로 갈 확률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는 그 희망에 희망을 걸어볼 것이다.
“그래 앉아.”
생각을 마친 나는 웃으며 은성이를 반겼다. 가끔은 무식할 만큼 해맑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 녀석이다. 부디 큰 상처 입는 일은 없길 바랐다.
“고맙습니다. 헤헤.”
“선배 근데 공부하려는 사람이 책 한 권 안 펴놨어요?”
은성이에 이어 자연스럽게 연주가 자리에 동석했다. 얘는 아예 자리에 앉아도 되냐고 형식상 물어보지도 않는구나. 하지만 친분이 친분인 만큼 크게 괘념치 않는다.
“이제 막 하려던 참에 너희가 온 거라고.”
나는 대답하며 하고 싶지도 않았던 공부를 위해 가방을 뒤적거렸다. 그러다가 아뿔싸! 놀랍게도 내 가방에는 전공 책이 단 한권도 없었다. 무거워서 사물함에 집어 던져놓고 다니는 내가 전공책을 학교 밖까지 챙겼을 리 없었다. 나는 전공 서적 대신 얇은 영어책 하나를 꺼내들었다. 가끔 심심할 때 보려고 산 영어 동화책이었는데, 하나도 안 읽어서 낡은 겉표지와는 달리 속은 새 책처럼 빳빳했다.
왠지 그걸 꺼내고 있자니 굉장히 민망했다.
“풉.”
은성이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 죄송해요. 현우 오빠. 공부한다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애들 읽을 만한 책을 꺼내서 갑자기 웃음이.”
은성이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연신 키득거렸다. 그런 은성이를 따라 연주도 웃었다. 그래 그렇게 대충 웃음으로 때울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
“근데 너희는 오늘 여기 웬일이야?”
“아 저희 여기 되게 자주 와요. 일주일에 서너 번은 오는 것 같아요.”
그 서너 번 중에 내가 오늘 딱 걸린 거고. 하필 시간 타이밍도 재수가 없다. 차라리 오자마자 물어볼 걸 하고 후회가 조금 밀려들었다.
“언제 갈건데?”
내 물음에 연주와 은성이는 서로를 슥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요? 가고 싶을 때쯤?”
나는 내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졌다. 도대체 여자들이란 왜 카페에 오면 갈 생각을 안하는 걸까.
“그래그래.”
나는 어느 정도 체념해버렸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다’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어쩐지 조금 맥이 빠지기도 한다. 이러려고 아침부터 단장한 게 아닌데.
그 후로는 멍 때리다가 은성이나 연주가 묻는 말에 대답하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꽤 시간이 지났는지 이른 저녁식사 시간이 다가왔다.
“선배 혹시 다른 일 없으면 밥 같이 먹을래요?”
연주가 자기 손목시계를 보더니 내게 물었다. 벌써 여섯시가 다 되가니 밥 먹자고 해도 이른 시간은 아닌 셈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밥 친구나 찾았다는 생각으로 저녁이나 같이 먹어야겠다.
“그래. 뭐 먹을 건데?”
내 물음에 은성이가 끼어들었다.
“요 앞에 새로 생긴 찜닭 집이 있는데, 엄청 맛있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찜닭 집에서 밥을 먹기로 한 우리는 지체 없이 자리를 일어났다. 여전히 일을 하고 있는 그녀를 슬쩍 훑어보며 지나친다. 그러다가 오늘 이대로 가서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랑.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연주와 은성이는 신난 듯이 서로 재잘대고 있었다.
“저기 미안한데 나 화장실 좀 들렀다 갈게. 먼저 가있어! 저 앞에 찜닭 집 맞지?”
“네.”
두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나는 카페 문 앞에 남아 서있었다. 오늘 물어보기로 했으면 오늘 물어본다. 질질 끌어서는 죽도 밥도 안 돼. 주먹을 꽉 쥐고 단단히 각오하며 다시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그녀가 있는 앞까지 다가갔다.
두근. 두근.
각오를 하긴 했지만, 미친 듯이 쿵쾅대는 심장까지 진정시키기는 어려웠다.
“저기요.”
다행히 내가 넌지시 불렀을 때는 하고 있던 일거리가 없었는지 잠시 자신의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었다.
“네?”
그녀는 살짝 놀란 듯이 안 그래도 큰 눈이 살짝 더 커졌다.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뭐 없다. 남자답게 돌직구를 날려보는 수밖에.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어서 그런데 남자친구 없으시면 번호 좀 알려주세요.”
침을 꼴깍 삼키며 내 전화기를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 어쩌면 카페 안에 있는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내게는 그런 것들은 하나도 신경쓸 겨를이 없다.
쿵쾅 쿵쾅.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14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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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이군요. 호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