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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28 11:46:54
Name aura
Subject [일반] <단편> 카페, 그녀-11 (부제: 연애하고 싶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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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https://pgr21.com/pb/pb.php?id=freedom&no=46110&page=2

안녕하세요. aura입니다. 어느덧 11이네요. 사실 10과 11은 합쳐서 10이 되야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끊어지는 바람에 나누어 올리게 되네요.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전개가 슬슬 시작될 것 같습니다^^.

- - -

##


“현우야 술도 좀 깰 겸 얘기나 하다 들어갈래?”
“그래.”


집 앞에 다다랐을 쯤 소희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집으로 들어가 후딱 씻고, 침대에 몸을 눕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거렸다. 집으로 가려던 발걸음을 돌려 항상 소희를 만날 때 가곤 했던 놀이터로 발걸음을 돌렸다.


“후아. 힘들다.”


소희는 그네 쪽으로 터벅터벅 걸어가 앉았다. 그러고는 작은 두발을 가지런히 모아 땅을 차 그네를 움직였다. 그 모습에 어린 소희가 겹쳐 보였다. 지금과도 별로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나름 귀여운 얼굴에 왈가닥한 성격. 지금은 아주 조금 그네를 흔들거리고 있을 뿐이지만, 그 시절 소희는 마치 놀이공원의 바이킹이라도 타는 듯이 무섭게 그네에 반동을 실었다. 그 생각에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소희도 제 딴에 나름대로 여성스러워졌구나 싶었다.


“왜 웃어?”


소희는 자기가 그네를 타고 있는 게 웃기냐는 듯이 나를 쳐다봤다.


“그냥 옛날 생각나서. 예전에는 막 그네 과격하게 탔었잖아.”
“아. 풉.”


내 솔직한 대답에 소희도 자기 어린 시절을 떠올렸는지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대악마 같던 그때에 비하면 요즘은 소악마지. 이 정도 진행이라면 나이를 더 먹었을 때는 그냥 여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소희는 키득거리다가 예전처럼 그네를 타보고 싶었는지 두발로 힘껏 땅을 박찼다. 그러나 이내 그네를 멈춰 세우고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옛날처럼은 안 되네.”
“옛날처럼 지금 타다간 그네가 못 견디고 빠질걸?”
“그럴지도?”


얘가 왜 이래? 평소 같았으면 주먹을 움켜쥐고 매서운 눈빛으로 날 째려봐야 하는데 오늘은 이상하게 관대하다. 설마... 새로운 주사인가?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얼굴색하나 안변하고 멀쩡한 모습을 봤을 때는 취했다고 보기 힘들었다.


“현우야.”


그네를 멈춰 세우고 나지막이 소희가 나를 불렀다. 나는 그 다정다감한 톤에 몸을 흠칫했다. 소희를 소악마라고 스마트폰에 저장해놨지만, 사실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당당한 척 하는 이면에 굉장히 여리고 약한 소희가 있다는 걸.


“예전에 우리 처음 만났을 때 생각난다.”


소희는 아련한 표정으로 아주 오래 전, 과거를 더듬거리고 있었다. 나는 뭐라 맞장구치려다가 그 표정을 보고, 산통을 깨기 싫어져 묵묵히 듣기만 했다.


“기억나? 몇 살인지는 기억 안 나는데, 그때도 아마 이렇게 어두웠을 거야. 괜히 엄마한테 토라져서 밤에 몰래 놀이터로 뛰쳐나와서 그네에 앉아 있었던 것 같아.” “응.”
“엄마가 몇 분 뒤면 달래주고 찾으러 오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꽤 시간이 지나도 안 오더라고. 그렇게 불안해지니까 주변이 더 캄캄해진 것 같고 무서워지더라. 막 울음을 터뜨리려고 할 때 네가 갑자기 나타나서 했던 말 기억나?”


기억의 더듬이로 옛날을 하나씩 짚어간다. 알듯 말듯 한 간질간질한 무언가가 걸린다. 어렴풋이 그때가 생각난다.
당시 엄마한테 밤에 놀이터에서 놀 것을 간신히 허락 받았다. 제한시간은 단 이십 분. 일분일초가 아까웠다. 허겁지겁 놀이터로 나왔을 때, 내가 꼭 타고 싶던 자리의 그네에 웬 여자애가 앉아있었다.


“응 기억난다.”


‘나와.’
‘뭐?’


다짜고짜 나오라고 말했던 것 같다. 그 자리의 그네가 가장 부드럽고 높이 움직였기 때문이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그 자리의 그네가 아니라면 의미가 없었지.


‘나오라고. 그 자리 그네 타야 돼. 거기가 제일 좋은 자리란 말이야.’


내 요구에 소희는 당당하게 거절했었다.


‘싫어. 내가 먼저 왔잖아.’


그리고 뻔뻔하게 그네를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분하지만, 나는 그 옆의 더 안 좋았던 그네로 만족했었다.


“기억력도 좋네. 아무튼 그때 지금 생각하면 꽤 웃기지. 그 야밤에 애들 두 명이서 나란히 그네나 타고 있고. 그때 사실 네가 안 왔으면 엄청 무서워서 울어버렸을 거야.”


에이 설마. 어두워서 무섭다고 울리가 없지. 다만.


“어쨌든 울었잖아. 너희 엄마 오고 나서.”
“와 진짜 기억력 좋다.”


소희가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왠지 기분이 좋아 보인다.


‘은소희! 당장 안와!’


몇 분 뒤 나타난 소희네 어머니가 불호령을 쳤다. 소희는 그 자리에서 딱 얼어버리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려버렸다. 그런 우는 소희를 질질 끌고 가셨지. 나중에 알게 된 얘기지만, 소희네 어머니가 처음에 소희가 나간 걸 눈치 챘을 때는 굉장히 걱정해서 부랴부랴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그러다 놀이터에서 즐겁게(?) 그네질이나 하고 있는 걸 보고 갑자기 화가 매우 치밀어 올랐다고 한다. 모전녀전이랄까?


“아무튼 갑자기 그때 생각이 났어. 그때부터 뭔가 걱정되거나 무서운 게 있을 때 널 보면 좀 나아지더라고.”


소희도 저렇게 부드럽게 미소 지을 수 있구나. 근데 얼굴이 발그레한 게 술기운이 말하다 보니까 이제 올라왔나?


“에이 술 먹어서 그런가, 나답지 않게 지지리 궁상이네. 들어가자.”
“아 응. 잘 가! 다음에 보자.”


갑자기 자리를 급히 박차고 일어나는 소희를 따라간다. 그리고 놀이터 입구에서 가볍게 인사를 마치고 발걸음을 돌려 소희와 반대 방향으로 걸어간다. 그러다 뒤를 돌아 멀어지는 소희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집으로 향한다.


집에 도착해 씻지도 않고 먼저 침대에 늘어져 버렸다.


“후아.”


아직도 술 냄새가 느껴지는 게 한숨 푹 자고 나야 술이 깰 것 같다.


“참 긴 하루네.”


하루 사이 만나고 생각나는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지나 간다. 주찬이, 소희, 연주, 은성이, 효신이... 그러다가 마지막에 카페에 그녀가 문득 떠올랐다.


“아.” 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뱉는다. 가장 적은 시간을 보고, 대화도 나누지도 않은 그녀가 어째서 가장 마지막에 가장 강한 잔상으로 남는 걸까.


그걸 확인해야겠다. 내일은 꼭 남자친구가 있는지, 없다면 전화번호를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서서히 나는 잠에 곯아 떨어졌다.




1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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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연데보라
13/08/28 13:42
수정 아이콘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13/08/28 13:47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응원해주셔서
천진희
13/08/28 15:54
수정 아이콘
아 밉다! 주인공이 미워!!
여튼 소희는 행복하길! 잘 봤습니다! 크크
13/08/28 16:05
수정 아이콘
여자친구 중 소희란 사람이 있었나 보군요.. 감정이입!?
마음만은풀업
13/08/28 17:32
수정 아이콘
현우가 주찬이를 여복많다고 할 입장이 아닌 것 같네요. 화가난다!!!!!
13/08/28 19:01
수정 아이콘
크크. 저도 화가납니다. 화가난다!!!
콩지노
13/08/28 20:26
수정 아이콘
기다렸어요 하하 굿굿
13/08/28 20:40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콩지노님^^ 외쳐 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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