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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네요. 늦었지만 즐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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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은 밤 열두시. 시간이 늦어지면서 하나 둘 여자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연주와 은성이도 이미 귀가했다.
“흐아. 졸리다. 현우야 너 언제 갈 거냐?”
옆에 앉은 주찬이가 늘어지게 하품했다. 집으로 가고 싶다는 뜻이다.
“이제 슬슬 가야겠지? 가자.”
주찬이도 가면 딱히 같이 술 마실 사람도 없으니까. 대충 짐을 챙겨 회장 녀석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흐아.”
밖으로 나와 심호흡을 한 번 하자 신선한 밤공기가 폐를 가득 채운다. 주찬이는 나오자마자 담배를 한 대 입에 물었다.
“집은 어떻게 갈 거야?”
주찬이 담배를 태우며, 넌지시 내게 묻는다.
“택시 탈까 생각 중인데.”
“돈도 많다.”
“이렇게 취해가지고, 지하철 타면 민폐다 민폐.”
주찬이에게 다가가 입으로 바람을 후 불었다. 확 찌든 술 냄새가 퍼진다.
“으, 확실히 민폐다. 지금 내가 담배를 피는 거야? 술을 피는 거야?”
주찬이가 피식 웃으며, 피던 담배를 툭 던져버렸다.
“아이고, 어차피 너도 택시 탈거면 잠깐만 쉬었다 가자.”
나는 말하며, 편의점 밖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 꽤 술을 마셨나보다. 살짝 머리가 핑글 돌며, 두통이 느껴졌다.
“근데 너 은성이는 어떡할 거야?”
“뭘?”
모르쇠로 나오신다 이거지? 여자 좀 만나본 이 녀석이 은성이의 마음을 눈치 못 챘을 리 없다.
“꽤 너 좋아하는 것 같던데?”
다 알면서 왜 이래?
“글쎄다. 잘 모르겠는데?”
나쁜 놈. 순간 나는 주찬이가 진심으로 나쁜 놈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알고 있으면서도 내게도 모른 척 하는 걸 보면, 전혀 어떻게 해볼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은성이와는 사실 연주만큼 친한 건 아니지만, 오며 가며 싹싹하게 인사하고 친근하게 날 대하는 후배 중 하나인 만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쁜 놈. 은성이 정도면 너한테 뭐가 모자라냐? 귀엽지, 싹싹하지. 옷도 잘 입잖아.”
내 말에 주찬이 실 없는 미소를 피식 흘린다.
“꽤 은성이가 너한테 잘했나 보다? 현우 네가 이렇게 말하는 거 보면. 근데 별로 일 없다.”
“어휴. 됐다. 이 나쁜 놈아. 항상 지 좋다는 예쁜 애들은 항상 마다하더라 너는.”
내 타박에도 주찬이의 심기는 단 요만큼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녀석은 그저 담담하게 웃을 뿐이다. 도대체 은성이는 이 목석같은 자식이 뭐가 좋다고 그렇게 여자 체면도 다 구기고 들이대는 걸까. 은성이가 조금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이내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지금 내가 남의 연애에 걱정해줄 때가 아니다.
“난 먼저 가련다. 다음 주에 보자. 조심히 들어가.”
“그래. 잘 들어가라.”
주찬이가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녀석은 언제나 그랬듯 깔끔하게 한 마디 작별인사를 남기고, 주저 없이 성큼성큼 가버린다. 왠지 조금만 더 있으면, 저 모습을 1년 동안은 볼 수 없을 거란 생각에 마음 한 편이 섭섭해진다. 은성이에 대해서 괜한 소리는 하지 말걸 그랬다. 사실, 왜 주찬이가 은성이의 마음을 눈치 챘으면서도 안 받아주는지 뻔히 아는데.
- 전화 받으세요. 위잉. 위잉.
멀어지는 주찬이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울리는 벨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린다. 발신자에는 ‘은악마’가 찍혀있다. 소희 전화다.
“여보세요?”
-- 어디야?
“학교지. 넌 어딘데?”
-- 나도. 이제 다 놀아서 집 가려는데 혹시 안 갔으면 같이 가자.
순간 소희의 제안에 돈 굳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예스!
“알았어. 학교 정문으로 와. 어차피 거기 택시들도 많이 있을 시간이니까.”
-- 응.
전화를 끊고 사뿐한 발걸음으로 학교 정문으로 향했다. 설마 이 시간까지 소희가 안 갔을지 몰랐는데, 땡 잡았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고, 택시비는 나누면 반이다. 기쁜 마음으로 와서 그런지 학교 정문에 순식간에 도착해버렸다. 아직 소희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충 걸터앉을 만한 곳에 주저앉았다.
“현우형!”
응?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앞에는 평소 날 잘 따르는 후배 녀석, 현중이가 다가오고 있었다.
“너 아직 안갔냐?”
“이제 가려고요.”
현중이는 술자리에서 기분 좋게 취했는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하긴 얘는 주사가 웃는 거였지. 과거 현중이의 주사를 겪었던 때가 생각난다. 뭐 딱히 나는 나쁜 주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실 없는 소리에도 잘 웃어서 가끔 그걸 거슬려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 오늘 대충 같이 한 잔하긴 했는데, 얘길 별로 못했다. 다음에 따로 마시자.”
“그러게요. 어차피 따로 시간 내서 마시면 되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현우우우!”
그때 한 마리의 황소처럼 저 멀리서 소희가 내 이름을 외치며 달려왔다.
“왔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희를 맞이했다. 소희는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씩씩거리며 고른다. 그 모습을 현중이가 놀란 듯이 쳐다봤다. 현중아. 많이 당황하셨어요? 그래 많이 놀랐을 거야. 이게 사람인지 황소인지. 안심해라 사람이다.
“빨리 가자. 졸려 죽겠어.”
소희도 술을 좀 마셨는지 가까이에서 입을 열자 알코올 냄새가 확 풍겨왔다.
“그래. 현중아 나 간다. 너도 잘 들어가고.”
“형, 형! 잠깐만요.”
현중이가 다급하게 나를 붙잡는다. 그리고 살짝 자신의 쪽으로 나를 땅겨서 소희와의 거리를 조금 벌린 후 내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형 여자 친구에요? 되게 예쁜데요?”
뭐 임마? 뭐?
나는 그제야 소희가 나타났을 때 현중이 녀석의 눈이 개구리 왕눈이만큼 커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냥 소희가 예뻐서 커진 거구나.
“뭔 여자 친구? 에이씨 그냥 빨리 집에나 가라 임마.”
아니 저 소악마를 여자 친구라니. 그런 무서운 말은 제발 더 있다가 여름에 해달라고.
“형? 형!”
현중이 녀석 덕분에 소름이 끼쳐버렸다. 더 이상 녀석의 말을 들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소희를 이끌고, 휙 자리를 떠나버렸다.
소희와 내가 떠난 자리에는 우두커니 현중이 녀석이 멍하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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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분량이 조금 짧네요. 다음에는 더 길게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