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3/08/19 18:17:14
Name 후추통
Subject [일반] 권신의 시대 ① 겸손이 우선인 사람(元遜)
오의 대황제(라고 쓰고 犬皇帝라 읽는) 손권이 죽었습니다.

후계자인 손량이 있었지만 나이도 9살에 불과했고 어머니이자 황후인 반부인이 평소 포악하고 아래사람을 핍박하고 심지어는 같은 후궁자리에 있던 사람들도 죽여버렸기 때문에 이로인해 후궁과 궁녀들은 반부인을 교살했고, 이 사건으로 인해 손권의 후궁들도 대부분 깔끔하게 쓸려나가버렸죠.

손량의 처가인 전씨 가문은 전종이 죽은 이후 그다지 관직이 높지 못했습니다. 전종전에는 249년 전종이 죽자 전역이 후사를 이었다고 나와있습니다. 아들 중 전기는 이궁의 변 와중에 손패와 가까웠기 때문에 처형당해 죽었고, 장남 전서가 있었지만 전서는 아버지 전종보다 일찍 죽은 듯 합니다. 전역은 손노반이 낳은 아들이기도 했죠. 하지만 전역이 전종의 후사를 이었지만 작위를 승계받았다는 기록도 없고 단지 전종의 사업을 계승해 군대를 통솔했다고만 나옵니다.

손권은 이게 걱정이었을 겁니다. 여태후의 전횡이 있긴 했지만 손량을 지지해줄 세력이 없다는 것은 자칫 소제처럼 권신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죠.

251년 겨울 손권이 병으로 인해 자리보전을 심하게 하자 손권은 점차 손량을 후견해줄 후견인에 탁고대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에 가장 1순위로 떠오른 사람은 제갈각이었습니다.



육손이 홧병으로 죽은 뒤 공석이 된 대장군 직위는 제갈각이 이었고, 249년 남군 강릉을 지키던 좌대사마 우군사 대도독 주연이 죽자 대도독의 직위도 제갈각이 이어받습니다. 이궁의 변이 한창 심화되는 과정에서 제갈각이 이런 고위직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제갈각이 이전부터 능력을 인정받고 있었고, 이궁의 변 과정에서 손등의 사우였지만 적극적으로 손화를 지지했던 장휴나 고담 등에 비하면 제갈각은 거의 아무것도 안한 것이나 다름없었죠. 장휴는 손화의 정비 장씨의 숙부였고 제갈각은 장씨의 외숙부였지만 제갈각은 자신의 외조카사위가 밀려나는 와중에도 일체 나서질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정신하들은 제갈각이 탁고대신으로 올라서는데 관해 경계하고 있었습니다. 손권 말년에 조정을 휘어잡고 있었던 것은 손패를 지지했다가 손패가 나가리(?)된 이후 손량과 연결해 혼인으로 세력을 강화했던 전씨 일족과 손량을 지지했고 반부인과 밀착해있던 손홍 등의 인사들이었습니다. 전씨 일족은 제갈각이 권력자로 떠오를 경우 자신들이 제거당할까봐 전전긍긍했습니다. 거기에 제갈각은 무창을, 동생인 제갈융은 공안독으로서 형주를 지키면서 각 지역의 군권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전씨 일가는 당시 전종이 죽은 이후 전역을 제외하면 군권이 없다시피했고 전역 역시도 아버지의 군세를 겨우 이어받았지만 힘에 있어서는 제갈각에 비교할 껀덕지도 없었죠.

손권은 제갈각이 능력면에 있어서는 합당하다고 봤지만 제갈각이 워낙에 독선적 기질이 강해서 그를 꺼렸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궁의 변에서 복지부동한 자세로서 피해가 없었던 제갈 가문이 큰 힘을 가지게 되었고, 그를 견제할 세력도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가 혹시 다른마음을 먹을 경우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에 꺼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고민하던 손권에게 결정을 촉구하도록 상소를 올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손정의 증손자로 오의 방계황족 중 한명인 무위도위 시중 손준이었습니다. 손준은 제갈각의 기량은 군주를 보좌해 정치하기에는 충분하니 대임을 맡기 적합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손패파의 일원이었다가 손량에게 붙었던 손준이 왜 제갈각을 전폭적으로 지지한 이유는 정사에 기록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추측하자면 같은 손량 지지파였어도 전씨 일족과 손노반의 전횡에 손준은 반감을 심하게 느꼈을 지도 몰랐기 때문에 이를 억제하기 위해서 손준이 제갈각과 연합하기 위한 제스처 였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 제갈각은 등윤 같이 손화파 인사들과 혼인관계를 통해 입지를 강화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와 우호적 관계를 만들면 자기 입지도 강화 시킬수 있다고 전망했을 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손준의 상소를 받아든 손권은 결국 제갈각을 낙점합니다. 기록에는 제갈각을 대신할 적당한 사람이 없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전씨 일가가 얼마나 형편없는 인사들인지를 알만 하죠.

손권은 병상에 제갈각, 손홍, 등윤, 여거, 손준을 불러들입니다.

손권 : 내 병세는 절망적이다. 그러니 그대들과 다시는 만나지 못할것이니 차후의 일을 그대들에게 부탁하노라.
제갈각 : 신들은 모두 폐하께 두터운 은혜를 입었으니 응당 죽음으로 조서를 받들것입니다. 폐하께서는 절망적인 생각을 하지 마시고 몸조리를 잘 하시어 바깥 일은 걱정하지 마시오소서.

손권은 제갈각을 대장군의 직위에 태자태부의 직위를 겸하게 하고, 중서령 손홍은 태자소부를, 등윤을 태상으로, 여거를 탕위장군으로, 손준은 무위장군 숙위를 겸합니다. 또한 손권은 조서를 내려 모든 일을 제갈각이 결재하도록 하고 국가의 시험같은 것들은 시행 후 제갈각에게 보고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모든 상황이 정리된 후, 바로 다음날 손권이 죽습니다. 중서령 태자소부로 있던 손홍은 손권의 사망소식을 비밀에 부칩니다.

손홍은 이궁의 변 과정에서 장휴를 모함해 죽도록 했고, 주거의 경우는 손권의 조서를 거짓으로 꾸며 자살하게 했죠. 손홍은 반부인에게 접근하기도 했죠. 기록에는 제갈각과 손홍의 관계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친구이자 사돈이었던 장휴를 죽이는 간계를 꾸몄던 손홍을 제갈각이 좋아할 리는 없었겠죠. 손홍 입장에서도 같은 탁고대신이었지만 손홍 자신의 권력은 보잘것 없었습니다. 여거는 창업공신 중 한명인 여범의 아들이었고 손준은 황가의 방계혈족이었지만 제갈각과 친밀한 제스쳐를 자주 취했으며, 등윤은 제갈각과 사돈관계로 맺어져 있었죠. 중서령에 태자소부였지만 자신을 비호해줄 어떠한 세력이 없었던 손홍(손홍은 회계출신으로 황족 직계도, 방계도 아니었습니다.)은 이참에 제갈각을 제거하기로 합니다.

그가 선택한 방식은 장휴를 죽일때 처럼 거짓 조서를 꾸며서 제갈각을 황궁으로 유인한뒤 죽이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때 손홍의 제갈각 암살계획을 알아낸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손준이었습니다.

이미 연합의 체스처를 취한 이상, 손홍이 제갈각을 죽였을 경우 자신 역시도 안전하기는 힘들었고, 설령 제갈각이 죽더라도 각 지역의 군권을 장악했던 제갈가문과 다른 탁고대신과 연결되어 있던 제갈각의 힘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던지 손준은 손홍의 계획을 제갈각에게 모두 알려줍니다. 손준의 도움으로 모든 게획을 알아낸 제갈각은 손홍에게 자문을 구하고, 손홍이 우물쭈물하자 바로 그를 그 자리에서 죽입니다.

간신 손홍을 죽인 제갈각은 손권의 사망소식을 전국에 선포하고 공안독으로서 형주를 지키던 동생 제갈융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편지의 내용은 대충 우리 가문은 덕을 입었고 황제가 죽었으니 적이 불안한 준동을 할지 모르니 잘 지키라는 거죠.

하지만 제갈융에게 이리 편지를 보낸 이유는 다른 의도도 있었다고 봅니다. 공안독으로서 형주를 지키고 있었던 제갈융은 아버지의 뒤를 이었습니다. 따라서 제갈근 밑에서 복무했던 사람들 역시 제갈융 밑에 있었죠. 혹여 자신에게 반감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손홍 건을 기회로 삼아 끽소리도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할겁니다. 그리고 제갈융에게 임전태세를 취한 것 역시 군사력을 통해 힘을 과시하려는 것일 수도 있고요.

손량이 즉위하자 제갈각은 연호를 건흥으로 교체합니다. 미납된 세금을 없애 백성들에게 지지를 받고 관리를 감찰하는 교관제를 폐지하는 한편 위소를 태사령으로 세워 오서를 편찬하게 하고 동흥에 둑을 만들고 그 양편에 성을 세운 뒤에 전단과 유략에게 두 성을 지키도록 합니다. 이러한 정책덕분에 제갈각은 백성들에게 큰 지지를 받았고, 제갈각이 드나들때마다 백성들은 제갈각의 행렬을 보고싶어 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손량은 직위한 후 태자비로 있던 전부인을 황후로 봉했고, 자신의 장인인 전상을 성문교위로 삼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다였죠. 제갈각이 집권하던 시기 전씨 가문은 죽어지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 제갈각의 정책이 백성들의 지지를 받고 있던 터라 제갈각을 도모할 힘도 명분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손권의 사망소식을 접한 위의 사마사는 호준, 왕창, 관구검, 제갈탄을 시켜 제갈각이 쌓은 동흥의 제방과 두 성을 공격하라고 명령합니다. 그리고 이 위군 사이에는 한종이 있었습니다.

자이체프님 보내주신 책 진짜 재밌게 읽었습니다. 보내주신 후로 며칠간 그거 읽느라 정신없이 보내게 됐네요 진짜 감사드립니다 ( __)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후란시느
13/08/19 18:25
수정 아이콘
제갈각이군요...삼국지에서는 확실히 재밌게 본 부분이지만 삼촌이랑 조카가 소속된 나라에 정반대의 영향을 미쳤다는걸 생각하면...
카루오스
13/08/19 18:49
수정 아이콘
관구검은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흐;
13/08/19 20:13
수정 아이콘
전씨 일가의 무능력함 이후에 등장하게 될 손정 일가의 시작이군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5956 [일반] 잠재적 전문 백수가 [56] eLeejah11101 13/08/20 11101 9
45955 [일반] [공포/깜놀아님] 더우시죠? 그럴 땐 시원하게... [11] 곰주4759 13/08/20 4759 0
45953 [일반] 서칭 포 슈가맨 보고 왔습니다. [23] 王天君4330 13/08/20 4330 7
45952 [일반] 奇談 - 세번째 기이한 이야기 (단편) [12] 글곰5361 13/08/20 5361 1
45951 [일반] 김치찌개의 오늘의 메이저리그 (다르빗슈 유 7.1이닝 7K 3실점) [7] 김치찌개4947 13/08/20 4947 1
45950 [일반] 상해교통대학교 발표 전세계 대학순위 (ARWU) [36] Neandertal10095 13/08/19 10095 0
45949 [일반] 사진으로 떠나는 배낭여행 08. 그리스편 [2] 김치찌개3438 13/08/19 3438 0
45948 [일반] 문화재,박물관 관람하는데 돈을 받아야하는 이유.jpg [69] 김치찌개12504 13/08/19 12504 2
45947 [일반] L.O.T.발 피지알 정모를 계획중입니다 [33] Love.of.Tears.8261 13/08/19 8261 2
45946 [일반] 설국열차. 인생에서 두 번째로 엉망이었던 영화 (스포) [88] 헥스밤9446 13/08/19 9446 0
45945 [일반] 홍명보호, 9월 친선경기 확정, 아이티-크로아티아 [19] 광개토태왕5140 13/08/19 5140 0
45944 [일반] 국정원 직원 댓글모음. [141] Bergy1011794 13/08/19 11794 8
45943 [일반] 여러분들은, 책 볼때 어떤 자세로 보십니까? [10] 타이밍승부4276 13/08/19 4276 0
45942 [일반] 권신의 시대 ① 겸손이 우선인 사람(元遜) [3] 후추통6227 13/08/19 6227 4
45941 [일반] 지금 국정원 청문회 진행중입니다. [119] Lover-Yu-na8561 13/08/19 8561 4
45940 [일반] 본격적으로 봉이 김선달 시대가 열리는 것 같네요. [45] 허느8219 13/08/19 8219 0
45939 [일반] [축구] 축구협회, 승부조작 선수들에게 철퇴 작렬! [44] Manchester United7552 13/08/19 7552 3
45938 [일반] 진격의 거인 떡밥에 대한 나름의 추측 (약스포) [20] 주본좌13403 13/08/19 13403 0
45937 [일반] 생활의 발견 -토사구팽- [30] 켈로그김5613 13/08/19 5613 1
45936 [일반] 지난 주 미국 박스오피스 순위 입니다... [25] Neandertal7729 13/08/19 7729 0
45935 [일반] 요즘 핫(?)한 아이돌 크레용팝 [302] 모모홍차11343 13/08/19 11343 0
45934 [일반] (스포있음) 비가 오지 않아도 - 언어의 정원 [12] atmosphere3903 13/08/19 3903 0
45932 [일반] 어디든지 가고 싶을 때 - 2. 백두대간협곡열차 (내용 수정) [24] ComeAgain7562 13/08/19 7562 18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